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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환 님의 서재입니다.

Auguste(오귀스트) NO. 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일화환
작품등록일 :
2013.10.01 06:59
최근연재일 :
2013.11.11 05:07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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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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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수 :
29,132

작성
13.10.0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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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이벤트 참여] 해는 동쪽 바다에서 (2)

DUMMY

거대한 해초가 바다 바닥으로부터 해수면까지 팔을 뻗쳐 올려 숲을 이루는 곳. 라라는 그 하늘하늘한 기둥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자는 것도, 깨어있는 것도 아닌 상태. 막 하늘로 뛰어오른 태양이 햇살을 팔랑팔랑 바다로 내려 보내었지만 라라는 늦잠을 깨지 않았다.

라라가 미동도 않고 있자 독특한 청록색 해초라도 되는 줄 알았는지 해달 한 마리가 슬쩍 라라를 치고 지나갔다. 물거품이 라라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라라의 꼬리가 움찔거리더니 그녀의 눈이 번쩍 떠졌다. 해달은 조금 떨어진 물 위에 둥실둥실 떠서 한가롭게 떠다니고 있었다. 라라는 꼬리를 위 아래로 내리치며 벼락같이 해달의 뒤를 쫓았다. 해달은 라라가 물을 가르며 짓쳐오는 것을 느끼자 다급히 허리를 튕기며 도망을 쳤다.

“히아아아앙!”

해달은 방향을 바꿔도 보고 해초 사이로 숨바꼭질도 해 보았지만 끈질기게 따라붙는 라라를 떨쳐낼 수 없었다. 결국 지쳐버렸는지 더 도망치지 못하고 공포에 질린 눈으로 해초 사이에 숨어서 라라를 엿보았다.

“깔깔깔깔깔!”

라라는 해달을 따라 손을 가슴에 모으고 웃어재꼈다. 해달은 영문을 모르는 눈치로 라라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해달이 주위를 돌며 멀어져다 가까워졌다, 반복해도 라라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 그러다 라라가 그저 장난을 쳤다는 걸 알아챘는지 어쨌는지 다시 여유롭게 배를 하늘로 향하고 누웠다. 그러면서도 계속 고개를 돌려 라라의 동향을 살폈다.

해달은 그렇게 한참을 누워 있다가 다시 라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라라가 자기를 똑같이 따라하며 물 위에 떠 있는 걸 보자 해달은 바로 자세를 바꾸고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다시 수면으로 올라온 해달의 손에는 돌과 조개가 들려 있었다. 해달은 조개를 배 위에 올려놓고 돌로 콩콩 찧어 껍데기를 부수었다.

“어머 귀여워라. 내가 아는 해달이랑 모양만 같은 게 아니라 하는 짓도 똑같네.”

라라는 눈을 반짝이며 해달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 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해달의 배 위에 푸른 빛 형체가 내려앉았다.

“으아아앙!”

해달은 갑자기 나타난 존재 때문에 해달이 울상을 지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하얀 발이 배를 밟는 바람에 배에 올려놓은 조개가 옆으로 굴러떨어진 것이다. 라라는 해달의 배를 딛고 선 존재를 입을 헤 벌리고 쳐다보았다.

라라는 예쁜 말미잘 같다고 생각했고, 육지 사람이라면 아마 참나리를 떠올렸을 연주황색 원피스에는 치맛단 부분에 갈색 땡땡이 무늬를 애교스럽게 박아놓았다. 일부러 그랬는지 팔랑거리게 몇 갈래로 잘라놓은 치마 아랫단 아래로 드러난 흰 다리는 참나리의 암술처럼 가냘프고 매끈했다. 물빛 머리카락은 교묘히 뒤로 묶어서 목 언저리와 드러난 어깨를 가리고 더 내려오지 않았는데 그 맑은 색깔은 인어에게서조차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라라는 오른쪽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고 소녀와 해달에게 차례로 시선을 주었다. 소녀는 해달 위에 서 있었고, 해달은 소녀 아래 깔려 있었다. 소녀의 어깨에 매달린 꽤 무거워 뵈는 보따리를 발견한 라라는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해달은 라라와 눈을 마주치더니 ‘끼이잉…….’하는 소리를 내었다. 소녀는 다소곳이 서 있다가 라라가 제 시선에 아무 반응이 없자 먼저 라라에게 만면에 웃음을 띠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필요할 땐 언제나 고객님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 린과 라이의 린입니다!”

“안녕하세요?”

라라도 눈을 연거푸 깜빡이며 따라 인사를 했다.

“저는 처음 보실 텐데요, 저희 린과 라이는 신께서 소환하신 용사님들께 매우 특별, 한정, 최상급 용역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여러 번 뵙게 될 테니, 오늘은 특별히 공짜로 질의응답 시간을 드릴 게요. 무슨 문의하실 점이라도 있나요?”

“아아, 응…….”

린은 버벅 거리는 라라를 보며 활짝 웃었다.

“질문이 없으신 것 같으니 바로 브리핑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미라라소얄’님께서는 대륙에 닥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신께서 직접 부르신 용사입니다. 구원의 빛줄기,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죠.”

“용사? 내가? 대륙을 구해?”

“예. 대륙으로 시시각각 접근해 오는 암흑의 구름으로부터 대륙의 인간들을 구해내는 일입니다. 먼저, 대륙에 대해서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드리죠.”

린은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보따리에서 지도를 꺼내더니 쫙 펼쳐보였다.

“짠! 대륙 지도예요. 제가 간단히 설명 드릴 테니 잘 들으세요. 한 번만 들려드립니다. 아! 이 지도를 구매하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말하시고요. 어쨌든 여기 이 부분 보이시죠?”

“응? 응. 근데 그게 무슨 뜻인데?”

린의 활짝 핀 웃음이 살짝 일그러졌다.

“무슨 뜻이냐니요?”

“그거. 종이……? 음, 그 ‘종이’ 말이지.”

“대륙 말이랑 글이랑 다 알아 듣는 것 아니었어요?”

‘말과 글? 그러고 보니…….’

이전에 구해줬던 선원도 그렇고 전혀 다른 세상의 말을 문제없이 알아듣기는 했다. 린의 표정을 살핀 라라가 급히 손가락으로 린이 짚은 지점을 가리켰다.

“거기 글자 알아보겠어. ‘칼라임 왕국’이라고 쓰여 있는 걸.”

“알아보시네요! 그런데 왜 못 알아보는 것처럼 말씀하셨어요?”

린의 말소리에 약간 날카로운 콧소리가 섞였다. 라라는 어색하게 웃으며 제 꼬리를 입에 물었다.

“그게……그러니까 왕국, 어, 사람이 모여 있는 곳? 음. 칼라임은 이름인가? 그런데 그거랑 저 그림이 무슨 상관인데?”

린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음, 고객님. 혹시 지도가 뭔지는 아시나요?”

라라가 머리를 짚고 눈알을 굴렸다. 나오는 대답은 꼭 자기가 알기보다는 어디선가 들은 것을 말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저 아무 경험적 개념 없이 언어가 머릿속에 들어온 탓이다.

“지도? 음……자연지형과 인문환경을 기호화하여 표현한 그림……이라네?”

린은 지도를 들지 않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곱게 정리해 놓은 옅은 물빛 앞머리가 헝클어지는 걸 지켜보며 라라는 제 꼬리를 잘근잘근 씹었다.

‘어딘가 신성한 느낌이 느껴지는 아이인데……내가 무지 큰 실수를 한 것만 같아…….’

“으으으으. 고객님? 그럼 글은 읽을 줄 아시죠?”

린이 보따리에서 새로운 물건을 꺼냈다. 아까 그 지도라는 그림과 같은 재질의 낱장을 여러 장 묶어서 만든 ‘책’이라는 물건이었는데 표지에 ‘지리지(地理誌)’라고 적혀 있었다. 린은 지리지를 펼치다가 문득 손을 멈추더니 얼굴 가득 웃음을 피워 올렸다.

“하하……나도 참 바보 같지……물속에 사는 인어가 종이로 된 지리지를 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린은 더 활짝 웃으며 발을 살짝 굴렀다. 해달은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저어, 내가 무슨 실수라도…….”

“아니, 아니에요. 다 내 잘못이죠.”

라라는 제 꼬리를 더욱 격렬하게 씹어댔다.“후우우. 어쩔 수 없죠. 오늘은 무슨 팔아먹……도움 드릴 것이 없으니 이만 물러갈게요. 다음에 만날 때는 제가 좀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라라는 소녀가 등을 돌리고 막 떠나갈 것처럼 말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실망한 것 같아……어쩌지?’

“저, 저기! 잠깐만.”

린이 고개를 돌렸다. 라라는 입술을 달싹거리다 소리쳤다.

“인어족은 다른 이의 수고를 절대로 무시하지 않아! 그, 그러니까.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무슨 대가라도…….”

라라는 목에 걸린 조개껍데기를 살짝 열었다. 햇빛을 받은 금화가 조개 안에 잔뜩 들어 라라의 얼굴에 금빛이 비치는 지경이었다. 라라는 금화를 만지작거리다가 슬쩍 고개를 들어 린을 쳐다보았다. 린은 라라의 조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뜬 상태였다. 라라는 그 크고 맑은 눈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봐도 그 천박한 인간들과는 달라 보여. 어딘가 더 순수한 존재랄까? 그렇다면 이건 주지 않는 게 좋겠다. 오히려 무례가 될 거야.’

라라는 조개껍데기를 닫고 다시 해초로 칭칭 감았다. 린은 어쩐 일인지 속눈썹을 내리깔고 어깨가 축 늘어졌다. 라라는 금화 외에 뭐가 있나 찾으려는 듯 제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물이 뚝뚝 떨어지는 청록색 머리카락을 잡아 뽑았다.

“인간들은 인어의 머리칼을 마법 재료로 쓴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린한테도 쓸모 있을지 모르겠네…….”

청록색 머리카락 한 움큼을 뽑아다가 린의 손바닥에 올려주었다. 린이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보는 걸 보고 라라가 꼬리를 잡고 얼굴을 가렸다.

“좀 지저분하지? 어렸을 때부터 아무 생각 없이 기른 거라. 린한테 지금 줄만한 게 이것 밖에 없네.”

라라의 사과를 들은 린은 흠칫 고개를 들었다.

“아니, 아니에요. 예쁜 머린데 이렇게 뽑아버리면…….”

라라의 옆머리가 약간 비대칭이 되었다. 라라는 솜씨 좋게 쓸어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린이 가진 그 맑은 색이 난 부러운 걸. 그리고 난 숱이 많아서. 정말 그걸로 되겠어?”

린은 머리카락을 어느새 잘 정리해 묶은 다음 보따리에 집어넣더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네! 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무사하세요.”

라라가 눈을 한 번 깜빡이고 나니 어느새 린은 사라졌다. 바다는 다시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와 마침내 해방된 해달이 꼬물꼬물 물장구를 치는 소리만 남았다.


작가의말

라라가 눈을 자꾸 깜빡이는 건 물 속과 달리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면 안구의 습도를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셸먼님// 저도 조연은 좀 아쉬워요. 조연 출연 못 시켜서 폐기한 시나리오에선 라라를 더 굴릴 수 있었을 텐데.

Rinn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념으로 오늘 제 소설에 출연하셨어요!

 

 

* * *

 

 

라라 현 상태

무기(F) : 50/30
마법(E) : 50/100
생명력(C) : 50/200
신성력(E) : 50/30
마력(F) : 50/50
지능(F) : 50/50
신체능력(E) : 50/100
탐사(F) : 50/70
행운(F) : 50/30
과학(F) : 50/30
친화력(C) : 50/170 -> 200 (바다의 공주 + 30)

 

잔여스탯 2

잔여골드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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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수련] 바다와 함께 (2) 13.10.11 580 1 8쪽
6 [일상] 바다와 함께 13.10.10 751 5 7쪽
5 [일상] 해는 동쪽 바다에서 (3) 13.10.09 450 2 7쪽
» [이벤트 참여] 해는 동쪽 바다에서 (2) +3 13.10.04 305 5 10쪽
3 [일상] 해는 동쪽 바다에서 +2 13.10.03 453 4 11쪽
2 [프롤로그] 인어공주 미라라소얄 13.10.01 266 4 3쪽
1 [공통 프롤로그]Auguste 13.10.01 382 5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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