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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환 님의 서재입니다.

Auguste(오귀스트) NO. 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일화환
작품등록일 :
2013.10.01 06:59
최근연재일 :
2013.11.11 05:07
연재수 :
9 회
조회수 :
3,855
추천수 :
30
글자수 :
29,132

작성
13.10.0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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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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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일상] 해는 동쪽 바다에서

DUMMY

라라는 거대한 배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고향서는 인간들이 파도가 치면 뱃전까지 물이 올라올 정도로 작은 배를 탔다. 하지만 이곳의 인간들은 고래보다도 더 크고 가장 큰 산호초보다도 높은 배를 탔다. 하지만 그 커다란 배도 결국 암초에 부딪치면 속절없이 가라앉고 만다.

라라는 거대한 배가 가라앉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부글거리면서 배는 천천히 익사했다. 가장 가까운 육지의 어슴푸레한 그림자도 찾을 수 없는 밤, 그믐밤이 다가오기 전 마지막 남은 달의 작은 조각만이 거선의 임종을 지켰다. 선원들은 배를 포기하고 바다로 몸을 던졌다. 갑작스레 물에 던진 몸뚱이는 헤엄을 치려고 애를 썼다. 라라는 그들이 발버둥치는 모습을 더 자세히 보려는 듯 기대있던 바위 위로 몸을 끌어올렸다.

물에 젖은 청록색 머리카락이 바닷가로 쓸려온 해초처럼 얼굴과 등 언저리에 달라붙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 가운데 보는 이에게 인간이 아닌 것을 보는 인상을 주는 맑은 눈망울이 녹색 휘광으로 번들거렸다. 별빛을 반사하는 매끈한 몸은 물 밖으로 2미터가 넘게 나왔음에도 그녀의 꼬리 끝은 여전히 물속에 잠겨 있었다. 라라는 그녀의 꼬리 끝을 물고 장난을 치는 작은 물고기를 살짝 털어버리고는 잠기는 배로 다시 눈을 돌렸다.

이제 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 부서진 나뭇조각과 함께 삶을 부여잡은 이들이 바다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라라는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느릿느릿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바위 위에서는 일견 굼떠 보였던 인어의 몸놀림은 물속에서 어느 물고기보다 빨랐다. 바다 바닥으로 범선의 거체가 내려앉는 모습이 라라의 눈동자에 담겼다. 그녀의 꼬리가 철썩 물을 때렸다. 어느새 그녀는 가라앉은 범선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부서진 배에서 새어 나온 물건들이 배가 가라앉은 곳 주위로 고요히 흩어졌다.

“이게 그 금이라는 건가.”

라라는 모래 바닥에 반쯤 묻힌 싯누런 것을 집어 올렸다. 둥근 테두리에 가운데 인간의 얼굴을 새겼다. 눈 가까이 가져가자 붙어있던 모래가 흘러내리고 커튼처럼 내려온 달빛을 받아 금이 제 맵시를 뽐내었다. 바다의 종족은 알지 못하는 금속이었다.

‘그는 이런 걸 좋아했었지.’

그녀의 아버지를 치료하는 대신 보물을 훔쳐 달아난 사기꾼. 그도 반짝이는 것을 좋아했다. 라라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가 뚝 떨어졌다. 그녀는 그 금 쪼가리 몇 개를 주워 다가 조개껍데기 안에다 집어넣었다. 해초로 칭칭 감고 목에 걸어보니 볼품없는 목걸이가 되었다. 껍데기 안에 금이 들어있다고 해도 조개는 그저 제 생긴 대로 빛날 뿐이었다. 라라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수면으로 치솟았다.

수면 가까이 올라가자 나뭇조각을 붙잡고 버둥거리는 발이 보였다. 라라는 무심히 그 발을 잡고 끌어내렸다. 선원은 눈이 등잔만 해져서 두 팔을 사방으로 휘저었다. 라라는 팔로 그의 어깨를 누르고 눈을 마주쳤다.

선원의 눈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라라는 선원을 간단히 놓아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선원은 다시 헤엄쳐 올라가지 못하고 점점 가라앉았다. 라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코를 킁킁거렸다. 피. 선원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배에서 탈출하면서 다친 상처일까. 라라는 눈을 감았다 떴다. 그녀의 손이 느릿느릿 선원에게 가 닿더니 다시 물러났다. 그때 버둥거리던 선원의 팔이 축 늘어졌다. 라라는 몇 번 더 눈을 깜빡이다가 창백하게 질려가는 그를 뒤에서 껴안더니 쏜살같이 헤엄쳐갔다.






커다란 배 한 척이 좌초한 곳에서 멀지 않은 바위위로 물이 사방으로 튀어오르며 인간 형체 하나가 끌려올라왔다. 선원은 무엇에 베였는지 상처가 깊었다. 바위위에 그를 잠깐 눕히고 라라는 다시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다시 나온 라라의 손에는 갈색, 붉은 색 등등의 각양각색의 해초가 들려 있었다.

‘내가 살던 데랑 해초가 많이 다르네.’

그녀는 해초들을 차례대로 바위위에 펼치고 잠깐 지체했다. 고민 끝에 그녀가 가장 먼저 집어올린 것은 고사리처럼 생긴 붉은 것이었다. 이빨로 해초를 잘게 찢고 씹은 다음 환부에 살며시 발랐다. 선원은 반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 고통스러운지 신음을 흘렸다. 그 소리에 라라는 번쩍 손을 떼고 물속으로 도망쳤다.

한 십 분이나 지났을까. 라라가 다시 바위 위로 올라왔다. 선원은 눕혀놓은 상태 그대로였다. 라라는 그렇게 남자가 밤새 열에 끓어 앓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물…….”

“음? 물?”

‘아, 인간은 물이 필요하지.’

라라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다 바닷물을 한 손 가득 떠오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선원의 가슴에다 쏟았다. 남자는 갑자기 찬 물이 가슴에 닿자 끙끙 대었고 라라는 주먹으로 제 머리를 콩 쳤다.

‘바보 같이! 짠물은 아니잖아.’

라라는 즉시 선원을 등에다 업고 물로 뛰어들었다. 등으로부터 펄펄 끓는 인간의 열이 전해져왔다. 라라는 잠수하지 않은 채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늘지는 곳 없는 광활한 바다에서는 태양이 더욱 불타올랐다. 한낮에 이르러 등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가장 심각하게 올라갔다. 헐떡 거리는 숨소리에 라라는 헤엄을 치다가도 자꾸 등에 업은 환자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환자의 신음소리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그렇게 밤이 성큼 다가올 즈음 아무것도 없는 수평선에서 갑자기 초록색이 솟아올랐다. 초록색은 점점 몸집을 불리더니 이내 지는 태양을 삼키고 어느새 라라의 눈앞으로 번쩍 다가왔다. 라라는 일단 환자를 모래사장에 눕혔다. 동쪽 하늘로부터 깔려온 어둠이 이제 서쪽하늘까지 덮고 밤하늘의 별들도 하나 둘 빛을 냈다. 하지만 달은 뜨지 않았다. 오늘 밤은 그믐밤인 것이다.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제 눈을 의심했을 지도 모르겠다. 허물을 벗듯 단단한 인어의 가죽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꼬리가 사라지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순식간에 인어는 온데 건데 없고 인간 여자가 다친 선원 옆에 나타났다.

라라가 살던 세계에는 오래 된 전설이 있다. 해신에게 넓고 넓은 바다를 약속받은 인어족도 육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마음 속 깊숙이 숨기고 있다고. 그래서 달조차 숨어 지평선과 수평선의 구별이 사라지는 어느 어두운 밤이면 인어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뭍으로 올라온다고들 한다.라라는 한쪽 눈썹을 찌푸리면서 두 팔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산을 오르는 등반가가 발 앞에 갈라진 틈이 없나 확인하듯 발가락 끝으로 모래를 톡톡 두들겼다. 라라는 눈을 감더니 발을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 발목으로 땅을 짚은 라라는 그만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후우. 정말 익숙해 질 수 없단 말이야.”

라라는 그렇게 걸음마를 떼는 아기처럼 천천히 모래사장을 가로질렀다. 모래사장 뒤쪽으로 빽빽한 밀림을 짊어진 섬이었다. 라라는 그리 멀지 않은 데서 맑은 물이 솟아나는 작은 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면 되겠지?”

라라는 넓은 나뭇잎에 물을 담아서 선원에게 가져갔다. 힘들여 물을 떠온 이에게는 다행히도 환자는 아직 죽지 않았다. 물을 몇 모금 마신 그는 숨소리도 한결 편안해지고 열도 내렸다. 낫고 있다는 걸 확인한 라라는 선원이 깨어나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해안가를 돌아다녔다. 그 느린 걸음걸이로 밤새 돌아다녀서 바나나 몇 개와 조개 몇 마리를 품 한 가득 집어왔다.

라라가 한 두 사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음식을 집어왔을 때는 이미 해가 뜨고 있었다. 사람의 두 다리가 가장 먼저 꺼진 별빛과 함께 사라지고 다시 강인한 인어의 꼬리가 자라났다. 라라는 두 팔로 몸을 끌어서 선원 곁으로 다가간 뒤 두 손으로 조개껍데기를 벌렸다. 하얀 속살이 입맛을 자극 했다. 그렇게 두어 껍데기를 까는 데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조갯살 사이에 둥근 것이 박혀 있었다. 진주였다. 라라의 손이 아랫입술에 가 닿았다.

“어머, 불쌍해라…….”

라라는 조개를 오래도록 괴롭혔을 진주를 살며시 잡아 뽑았다. 그녀의 조심스러운 손길 덕에 조개는 큰 구멍이 하나 생겼지만 잘 살아 있었다. 조개는 꾸르륵 소리를 내며 재빨리 껍데기를 닫았다. 라라가 그런 조개에다 대고 살포시 웃었다.

“넌 놓아줄게.”

라라는 조개를 다시 물속에다 집어넣었다. 그때 그녀의 목 언저리에 차가운 금속이 와 닿았다. 칼날은 그 칼을 든 손처럼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 그거 내놔.”

고개를 돌리려하자 그보다도 더 급히 목소리가 소리쳤다.

“고, 고개 돌리지 마! 그, 그, 그 손에 든 것만 뒤로 던져.”

손에 든 것. 진주다. 라라는 진주를 뒤로 던지고 몸을 돌렸다. 방금까지도 앓아 누워있던 선원이 아직도 병색 만연한 얼굴로 진주를 집어 들고 있었다. 제 엄지손가락 마디만한 진주를 눈높이로 들어 린 선원은 흐흐흐 하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새벽바람이 싸늘히 두 존재 사이를 지나쳐갔다. 라라의 눈이 가늘어지며 선원의 눈에 고정되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낀 선원은 펄쩍 뛰어 단검을 라라에게 겨눴다.

“저, 저리 꺼져, 괴물.”

라라는 대답 않고 한 동안 선원을 쏘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이 횃불처럼 빛났다. 선원은 그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벌벌 떨며 뒤로 물러났다. 라라는 다시 한 번 선원을 일별하더니 그대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선원은 한숨을 쉬고 칼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러다가 진주를 놓쳐 땅에 떨어뜨리고 모래사장을 한참 뒤적거리며 소란을 피웠다.

“아! 찾았다. 전화위복이라더니, 이런 보물을 갖게 될 줄이야! 크하하핫!”

선원은 진주를 집어올리고 통쾌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웃음소리를 낮추었다. 이 해역은 위험한 해역이다.

“큼, 큼. 흐흐흐. 이게 대체 얼마짜리야. 이것만 있으면 나도…….”

그때 선원의 시선 끝에 먹기 좋게 까놓고 큰 나뭇잎에 올려놓은 조개와 바나나가 들어왔다. 선원의 눈이 깜빡이는 걸 멈추고 음식과 바다를 한동안 오갔다. 어느덧 밤하늘의 별들이 전부 사라지고 나무들도 회색 그림자를 드리웠다.

선원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바다를 향해 소리쳤다.

“네, 네가 날 구해준 거야?”

바다는 대답이 없었다. 그때 수평선 쪽에서 첨벙하고 물이 튀어오르는 것이 보인 듯했다.

“도, 돌아와!”

바다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미안해!”

선원이 소리쳤지만 대답 대신 바다 위로 첫 햇살만 고고히 비쳐 올랐다.


작가의말

아이곸 정신 없어. 소제목 깜빡하고 올렸네요.

 

 

***

 

라라 현재 상태.

무기(F) : 50/30
마법(E) : 50/100
생명력(C) : 50/200
신성력(E) : 50/30
마력(F) : 50/50
지능(F) : 50/50
신체능력(E) : 50/100
탐사(F) : 50/70
행운(F) : 50/30
과학(F) : 50/30
친화력(C) : 50/170 -> 200 (바다의 공주 + 30)

 

잔여 골드 : 100G

잔여 스탯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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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투 결과] 바다로 13.11.11 145 1 7쪽
8 [이벤트 참여] 바다와 함께 (3) +3 13.10.11 228 3 11쪽
7 [수련] 바다와 함께 (2) 13.10.11 580 1 8쪽
6 [일상] 바다와 함께 13.10.10 751 5 7쪽
5 [일상] 해는 동쪽 바다에서 (3) 13.10.09 450 2 7쪽
4 [이벤트 참여] 해는 동쪽 바다에서 (2) +3 13.10.04 304 5 10쪽
» [일상] 해는 동쪽 바다에서 +2 13.10.03 453 4 11쪽
2 [프롤로그] 인어공주 미라라소얄 13.10.01 266 4 3쪽
1 [공통 프롤로그]Auguste 13.10.01 382 5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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