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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의 세상 뒤집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keju0422
작품등록일 :
2022.06.14 04:52
최근연재일 :
2023.01.30 19:55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8,205
추천수 :
373
글자수 :
836,773

작성
22.07.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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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시리즈1 킹덤 : 전쟁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DUMMY

72화

선의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양발에 신은 신발을 아무렇게 던져버리고

자기 방으로 넘어질 듯이 급히 들어갔다.

아마 성제의 CD를 틀거나 이시하라 유우의 웹툰을 다시 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유우는 현관에서 들어오지 않고 한 곳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내 딸 선의가 그린 추상표현주의 그림을 보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넋이 나갔다. 몸을 부르르 떠는 것처럼 보였다. 전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발가락 사이 때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유우를 바라봤다.

깜짝 놀랐다.

유우가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 엄마, 엄마...


내가 조용하게 엄마를 불렀다.


- 나는 라면 안 먹는다니까 그러네...

- 아니, 저기... 가서 달래줘요... 나는 그렇잖아요...


내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안방에서 일상복을 갈아입고 나오던 엄마가 유우를 보고 놀라더니 스프링 튀듯이 뛰어가 눈물을 흘리는 유우를 살포시 안았다.

엄마도 영문을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알고 싶은 이유는 나중이고 먼저 유우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어린 자식을 안아 쓰다듬는 엄마의 마음으로 보드랍게 그래, 그래 하며 쓰다듬고 토닥였다.


- 야, 몽대야, 유우한테 또 뭐라고 했니?


나지막하지만 힘이 실린 엄마의 말에 나는 어이없다는 뜻으로 두 손을 벌리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 아닙니다, 어머니... 그림이...

- 그래? 그림이 슬퍼?


유우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 그럼, 웃겨서?

- 큭, 아뇨. 있어요...


엄마의 농담에 유우가 웃었다.

뭐? 그럼, 그림에 감명을 받아서 운다고? 아 알 수 없는 비범한 인간들...

아무리 내 딸 선의가 잭슨 폴락을 잇는 뛰어난 추상표현주의 그림을 그렸다손치더라

도 감명을 받아 눈물까지 흘리는 것은 범인(凡人)인 우리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갈수록 유우가 대단하다고 아니 비범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이 인물이 선의의 그림을 감명을 받아 운다면 저 그림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그 가치는 그림값을 말한다. 나야 세속적인 인간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저급한 인간이든 고급진 인간이든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건 매한가지일걸? 그래야 빨리 머리 회전이 돌아가니까, 런던 소더비(Sothby’s)나 뉴욕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장이 있는 이유도 그렇지 않을까? 팔면 얼마나 줄까? 이시하라 그룹에서 살까? 에라이 인간아, 니가 인간이야 딸 그림을 팔아서 먹을 생각하다니, 공양미 삼백 석도 아니고...

벗은 양말로 발가락 사이를 닦고 갑자기 나도 유우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심이 아니라 순수한 위로 차원에서... 엄마가 유우를 안고 있는 현관문 쪽으로 갔다.

내가 엄마 등을 콕콕 찔러 교대하자고 마임을 했다.


- 에라이, 인간아 가서 손이나 씻어 발가락 새를 닦은 손으로 어딜 만진다 말이야?!

- 아니... 달래주려고...


엄마가 유우를 안고 무슨 병균을 피하듯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왜 내 순수한 마음을 몰라주나, 이건 포옹이 아니라 프리 허그(free hug) 차원인데...

유우는 일부러 냄새난다고 코를 잡았다.


- 아니긴 뭐가 아니야?! 빨리 가 손이니 씻어, 분위기 다 깨고 지랄이야...

- 그 손으로 끓인 라면 먹으라 하진 않겠지...


엄마가 빽 소리를 질렀고 유우가 표독스럽게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물론 장난끼가 섞인 거지만...

뻘쭘했다. 전혀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전혀 불순한 의도가 되어버렸다.


- 손 씻을 거야, 아니 샤워할 거야, 그리고 라면 끓여도 나 혼자 먹을 거야.

- 배 속에 거지가 들었나, 그 맛있는 걸 먹고도 또 라면 타령이냐?

유우는 저런 남자 마음 두지 마, 평생 고생이야, 남자는 나처럼 몽대 아빠 같은

듬직한 남자를 구해야 해, 알겠지?

- 예...


유우 귓불이 발갛게 물이 올랐다. 안 들키려면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 저는 선의하고 잘까요?

- 아니, 몽대하고...

- 네에~!!

- 왜, 놀래? 둘이 사귀는 거 아냐? 신방 차려줄까 했는데...

- 엄마?!, 유우 진짠 줄 알아요?!

- 진짜로 그랬는데...


엄마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엄마의 농담이지만, 엄마는 가끔 이런 식의

농담을 진짜처럼 했다. 나는 부지기수로 당했다. 몽대야, 왜요? 엄마 옷 다 벗었다,

그래서? 밖에 못 나가니까, 니가 불 다 꺼라, 거실하고... 싫으면 내가 나가서 끄고, 아뇨, 내가 끌게... 나중에 알고 보니 나가기 귀찮아서 그랬다고 했다.

참 재밌는 엄마였다.

유우는 화들짝 놀라 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엄마는 깔깔거리고 웃었다.

아버지도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 아버지는 뭐가 좋아서 웃어요?


내가 아버지에게 불퉁한 표정으로 짜증 아닌 짜증을 냈다.


- 곽세린 여사, 아들 하나는 잘 낳았어...

- 당신이 만들어야 낳지? 큭...


엄마나 아버지 나이엔 흔하게 주고받는 말이라도 연령대를 확대하면 분명

수위가 높은 말이었다.


- 엄마 쫌, 일본 사람들은 곧이곧대로 듣는 성향이 강해요... 엄마 말이

진담인 줄 알고 고민, 고민하다가 결심하면 그대로 목숨 걸고 밀고 나가요,

아니다면 안심인데 그 반대면 여기 눌러앉을 줄 몰라요, 그땐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요?


수시로, 시도 때도 없이, 느닷없이 집에 들락거리는 민교를 다분히 의식한 내 말이었다.


- 쌍수 들어 환영이지, 당신도 그렇죠?

- 나도 쌍수 들어... 두 발도 들고, 허...


아... 나는 한숨을 쉬었다. 대책 없는 양반들, 우리 부모.

어떻게 보는 처녀들마다 다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다.

무슨 구석기나 신석기 시대도 아니고, 아니면 내가 의자왕이라도 되냐?

오늘만 대충 사는, 띨띨하기 짝이 없는, 하찮은 내가 이 무슨 호사냐?

이 시대가 조선 시대만 되었더라도 한 번 야무지게 꾸어 볼 심사(心思)건만

몽대야 헛물켜지 말자, 내 분수를 알자, 내가 나를 모르면 누가 아랴...

이것도 복인가 쓴 웃음이 나왔다.


스에마쓰 아야코

민교나 유우나 수진 누나나 따로 만나거나 같이 어울려도 불쑥불쑥 떠오르는

인물이 스에마쓰 아야코다. 차를 타고 가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사업 이야기를 하다가도 머리에 수시로 스쳐 가는 인물이 스에마쓰 아야코다.

미심쩍은 적도 갈등한 적도 없이, 나 너랑 사귄다, 그래 사귀어, 그랬다. 나야 당연히

이 무슨 횡재야, 이었으니까 언감생심 저울질한 적이 없었지만 스에마쓰 아야코는 아무리 자기를 구해준 남자라고 해도 공은 공이고 사는 산데, 내가 보기에는 1도 망설임이 없었다. 1이라도 망설였다면 아마 나한테 사과했을 것이라고 했다. 나한테 몽대도 그랬어? 라고 물었으면 나는 심히 얼굴이 발개져 당황했을 것이다. 사람인지라 아니 남자인지라 아니 껄떡대는 속물(俗物)이라 어느 사과가 맛있지? 정도의 비교해 보지 않았을까... 이 지구상, 이 지상계(地上界)에서는 아야꼬와 어울릴 남자가 없을 거라는 상식? 통념?, 을 여지없이 깨버린 미미한 존재감... 바로 나였다. 그건 제 3자가 봤을 때 그렇고 나는 그런 것도 인지하지 못했고 또 스에마쓰 아야코가 그런 대단한

존잰지 몰랐다. 아까도 말했지만 사귀자, 그래, 딱 부러지게 말했던 게 아니라 우린 벌써 사귀고 있었어, 그거였다. 그것도 몇 년을 사귄 연인처럼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내가 병원에서 깨어나고부터 거침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아니 일방적으로 아야코로부터 자행(恣行)? 되었다고 할 정도였다. 노무라 쥰페이, 혼다 유리나, 사카모토 미나미도 어 뭐야? 이런 사이였어? 가 아니라, 그래 너희 둘은 그전부터 충분히 스킨십했고 더 나아가 키스를 해도 우린 다 알고 있었고 자주 봤지 않았냐, 로 우릴 아무렇지 않게 대했다. 괜히 나만 쑥스러웠고 긴장되었고 귀가 발개졌다.

제발 조용히 그냥 넘어갔으면 했던 우려는, 우려를 저버리지 않고 벌어졌다.


- 의인(義人), 조몽대를 위해 박수!


담임의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급우들이 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미친 듯이 쳤다.

아 창피해,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표정하게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덩달아 과도한 표현을 할 수도 없고 난감했다. 그냥, 머리를 긁적이며 계면쩍어하자

좀 클리셰, 진부한 표정이지만 이게 그나마 나은, 흔히들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기는 게 무난해 보였으니까, 나도 그랬다.


- 내가 떨어지면?

- 당연히 구해야죠, 헤...


우치다 치카(內田 慈) 담임 선생의 말에 또 나의 손 비비는 아부 근성 나왔다.


- 날 부도덕한 인간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좋아, 불륜이라도 저지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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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7.06 25 2 9쪽
55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7.05 25 2 9쪽
54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7.04 24 3 9쪽
53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7.02 27 3 9쪽
52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7.02 27 3 9쪽
51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7.01 3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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