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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977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0.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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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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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10-1

DUMMY

정기훈 의원이 술병을 집어 들어 정필모의 술잔을 채워주면서 말을 건넸다.


“정 사장님은 본관이 어찌 되십니까? 같은 정 씨를 만나니 반갑습니다, 하하하.”


“저는 연일 정씨 감무공파의 52세손입니다.”


“어이쿠, 우리 집안이셨군요? 저는 연일 정씨 지수사공파의 51세손입니다. 하하하.”


“그래요?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의원님. 하하하.”


“아니, 어떻게 이런 자리에서 같은 본관을 쓰는 분들끼리 만나게 되셨나 그래? 허허허. 정 의원, 연일 정씨라면 고려말 충신인 정몽주 선생과도 연관이 있는 겝니까?”


두 정씨의 대화를 지켜보던 권갑노 의원이 끼어들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희 집안의 조상이시지요. 이쪽 정 사장님의 감무공파에는 조선의 유명한 정치가인 송강 정철 선생이 조상이십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정 사장님?”


“맞습니다, 저도 집안 어른들께 그렇게 배웠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의원님.”


“하하하, 저도 반갑습니다. 그래, 우리 정 사장님은 연치가 어떻게 되십니까?”


“저는 1940년 경진년생, 용띠입니다.”


“나하고 여기 백 의원님이 1935년 을해년, 돼지띠니까 우리가 5살 연상이군요. 그럼 앞으로 내가 조카님으로 불러도 되겠습니다, 그려. 하하하.”


“어이쿠, 감사합니다. 의원님, 저도 앞으로 숙부님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나이든 사내들의 대화는 성씨와 본관, 항렬, 나이를 따져가면서 시작되었다.

이어지는 술자리와 식사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백상목과 정기훈은 당내 실세인 권갑노 의원이 소개하는 정치 지망생과 척을 질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정필모는 당내의 현역의원이면서 목포와 인접한 지역구의 국회의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었다.

궙갑노 의원은 정필모가 제공하는 정치자금과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적절한 표정을 만들어 내는 시간이었다.


두 시간여에 걸친 식사와 음주를 끝낸 사내들이 주차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음식값을 결제하느라 가장 늦게 나온 정필모가 권갑노와 두 의원에게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이며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오늘 귀한 시간들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종종 모시는 시간을 허락해 주시면 제가 성심성의껏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오늘 조카님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권 의원님께서 좋은 집안 조카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허.”


“이제 우리나라도 여기 계시는 젊은 분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아요. 총재님께서도 기대가 크신 분들이십니다. 앞으로 저 없이도 세 분이서 가끔 만나서 친목을 다지시면 좋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와 정 의원이 정 사장님을 잘 이끌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총재님께도 잘 말씀드려 주십시오, 허허허.”


서로에게 덕담을 건넨 사내들이 각자 기다리는 승용차에 올라탔다.

권갑노와 다른 두 국회의원을 배웅한 정필모 사장이 마지막으로 승용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운전기사가 뒷문을 닫아주고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댁으로 모실까요, 사장님?”


긴장이 풀어지면서 담배 생각이 난 정필모가 담배를 꺼내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평소보다 과음했더니 속이 좋지 않군. 조금 천천히 운전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사장님.”


정필모가 탄 승용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와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담배 연기가 빠져나가도록 창문을 조금 내린 채로 창밖을 바라보는 정필모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올랐다.


오늘 만남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민주평화당의 총재는 한국 정치를 이끌어가는 커다란 수레바퀴였지만, 정필모 같은 이름 없는 정치 지망생들이 쉽게 만나볼 수는 없는 분이었다.

이러한 때에 총재의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권갑노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을 두 명이나 배석시킨 자리에 불러내서 인사를 시켜주었다는 것은 의미 있는 행동이었다.

오늘 소개받은 백상목, 정기훈 의원은 앞으로 권갑노 의원을 정필모의 정치적 후원자로 인식할 것이 틀림없었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좁은 여의도 바닥에 소문이 파다하게 날 것이 분명했다.


‘자, 아직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다음번 총선에서 목포 지역구의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크겠지. 모든 것이 보스의 뜻대로 이루어지겠지. 더불어서 나의 꿈도 이루어질 것이고.’


정필모가 눈을 지그시 감고 희망찬 미래를 상상하고 있을 때였다.

운전기사의 낮은 욕지거리를 들은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정필모가 의식을 잃었다.



* * *


여한모가 방문을 두드렸을 때, 조영은 서류를 검토 중이었다.

조영이 앉아있는 책상 위에는 커피가 놓여 있었고, 재떨이에는 꽁초가 꽤 여러 개 있었다.


“보스, 서울에서 작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데?”


“정필모 사장이 귀가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에 있답니다. 수술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생명이 위중한 상태는 아니라고 합니다.”


여한모의 보고를 받은 조영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담배에 손이 갔다.


“병원에는 누가 있지?”


“정필모 사장의 비서실장이 곁을 지키고 있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황문달 사장과 허대호 사장도 병원으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쯧쯧쯧, 어쩌다가 사고가 난 거야?”


“그게, 운전기사의 1차 보고로는 조금 수상쩍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민주평화당의 권갑노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과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였다고 하는데, 옆 차로를 달리던 트럭이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면서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다행히 운전기사가 회피 운전을 한 덕분에 이 정도였지,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시내 도로이고 저녁 늦은 시간이라서 그처럼 급격한 차선 변경을 할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는 것이, 운전기사의 판단이라고 합니다.”


“인위적인 사고의 냄새가 난다는 뜻이야?”


“그렇습니다. 일단, 황문달 사장이 도착하는 대로 다시 연락하라고 했습니다만, 상세한 조사를 해봐야 할 듯합니다.”


“정필모 사장이 한국 내에 적을 만들었을 수 있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치라는 괴물은 때때로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고는 하니까요”


“우선 정필모 사장이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겠군. 정 사장과 관련된 일정 중 중요한 것은?”


“포르투나 경비 실업의 쇼케이스를 준비 중이었고, 다음번 총선을 위해서 민주평화당 쪽에 줄을 대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쇼케이스는 밑에 직원들이 진행하겠지만, 아무래도 결정권자가 공석이 되면 우왕좌왕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제가 들어가서 몇 가지 사안들에 대해 결정을 내려줘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좋아, 그 건은 차후 보고를 받아가면서 판단하도록 하자. 정 사장의 최근 정치 행보에 민감했을 사람이 윤근식이지?”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 사장이 최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동선 등을 조사했다면, 정필모 사장이 윤근식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을 가능성도 큽니다.”


“황문달 사장에게서 연락이 오면 윤근식이를 주시해 보라고 해. 윤근식의 과거 행동을 보면, 정 사장에게 테러를 가하는 결정을 하는 데 주저할 사람 같지는 않군.”


“알겠습니다,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한모 네 스케줄 고려해서 서울 방문 가능성도 고려해봐라.”


“네, 보스.”


여한모가 보고를 마치고 방을 나서는 동안, 조영이 들고 있던 담배의 절반이 재로 변했다.


‘윤근식. 설마 당신은 아니겠지? 사람의 목숨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 * *


서울 강남의 대형병원 수술실.

교통사고 직후에 급하게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정필모의 수술이 진행되고 있는 수술실 앞에 몇 명의 사내들이 복잡한 표정으로 모여있었다.

포르투나의 직원들이었다.

다들 침통한 표정이었다.

다급한 구두 굽 소리와 함께 황문달과 박상인이 수술실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그래요, 내가 연락을 받고 급하게 오는 길인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황 사장님, 이쪽이 오늘 차량을 운전했던 기사입니다. 직접 들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정필모의 비서실장인 하민호가 모여있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사내가 두려운 눈빛으로 갑자기 몰려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사장님을 모시고 운전을 해서 댁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한강을 건너서 압구정동 쪽으로 올림픽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4차로에서 달리다가 앞쪽에 있는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가려고 속도를 줄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3차로에서 달리던 화물차가 갑작스럽게 속도를 내면서 제가 있는 방향으로 밀고 들어왔습니다. 제가 놀라서 핸들을 우측으로 급하게 틀었는데 그만....차량의 뒤쪽을 화물차가 들이받았고 그 충격에 차체가 회전하면서 세워져 있던 가로등에 사장님께서 앉은 쪽이 강하게 부딪혔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하던 운전기사는 갑자기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하민호 비서실장이 운전기사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옆에 직원에게 눈짓하자, 옆에 있던 비서실 직원이 운전기사를 수술실 앞에 있는 보호자용 긴 의자로 데려가서 자리에 앉혔다.


“운전기사가 바로 경찰에 신고한 덕분에 출동한 경찰차와 구급차에 의해서 병원으로는 빨리 모실 수 있었습니다. 응급실에 남아있는 의료진의 이야기로는 생명이 위독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만, 수술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조금 전에 도착했기 때문에 수술실에 들어간 의료진을 만나보지는 못했습니다.”


“가족분들은요?”


“연락을 드렸으니까 조만간 도착하실 것 같습니다.”


“수술은 얼마나 걸린답니까?”


“앞으로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예상된다고 합니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요?”


“그쪽은 심각한 부상은 아니라서 일단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있습니다. 그쪽에도 비서실 직원을 한 명 보내기는 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강남 경찰서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황문달이 박상인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박상인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면서 저쪽으로 걸어갔다.

박상인의 뒷모습에서 눈길을 거둔 황문달이 운전기사를 쳐다보았다.

운전기사는 의자에 앉아서 무릎 위에 팔꿈치를 대고는 고개를 양팔 사이에 묻고 있었다.


“저 친구도 충격이 큰가 보군요. 부상은 어때요?”


“약간의 찰과상 정도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사장님께서 속이 좋지 않다고 하셔서 평소보다 천천히 운전 중이었고, 목적지가 가까워서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가려고 속도를 줄이던 중이라서 이 정도로 그친 것 같습니다. 과속 중이었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의 여 팀장님과 통화했는데, 사고 조사 등에 관해서는 황 사장님의 지시를 따르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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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9-11 21.08.28 54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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