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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70,511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7.25 07:00
조회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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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9-2

DUMMY

“제가 아까 전화로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고 한 부분은 지금부터입니다. 경제부 기자들에게 들어보니까, 정필모라는 사람이 최근에 목포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더군요. 지난달에는 불우한 청소년들 100명에게 장학금을 주는 행사도 했답니다. 물론 명분은 정 사장이 태어난 곳이 목포라는 이유를 붙이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일까요?”


‘정필모? 어디서 들었었지? 이름이 낯익은데? 잠깐, 아까 오후에 시골에서 올라왔던 노인네들이 이야기하던 그 사람인가?’


윤근식의 머리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몇 시간 전의 대화를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냈다.


[의원님. 내가 행사장에 가 보니까 말입니다. 장학금을 전달하고, 사진을 찍고, 동네 기자들 몇이 쫓아다니고 하는 것이 한눈에 봐도 표 좀 주십시오~ 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말씀이요.]


망치로 머리를 내려친다는 느낌을 오늘 윤근식은 경험할 수 있었다.

낮에 박 영감이 해주었던 말이 뇌리에 선명하게 기억났다.

윤근식의 눈동자가 커지면서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가 꿈틀거렸다.


“의원님....의원님?”


“아, 미안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계속 말씀해 주시지요.”


“제 생각은 이런 겁니다. 목포를 텃밭으로 하는 윤근식 의원님이 당적을 옮겼습니다. 새나라당 입장에서는 호남 지역에 교두보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민주평화당 입장에서는 선거 때마다 한 석의 의원 자리를 확보해주던 유력한 의원이 당을 떠났습니다. 빈자리가 되었지요. 그럴 때,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는 행사에 빈번하게 얼굴을 내밀면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주평화당의 실세 의원과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 정도면 재미난 이야기 아닐까요, 의원님?”


“오 기자님은 정필모라는 자가 내 지역구를 노리고 활동을 시작했고, 막후에서 나를 밀어내기 위한 공작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겁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주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오대형 기자가 윤근식의 질문에 양어깨를 들썩이고는,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을 맛있게 빨아들인 후에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종합한 후에, 윤 의원님께서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계셨다면 아주 재미나게 들어주실 거라고 생각해서 연락을 드렸던 겁니다. 어떻습니까? 제 이야기가 재미있으셨습니까?”


“재미있었습니다. 아.주.많.이. 돌아가실 때는 고급 택시를 타고 가시도록 하겠습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오대형 기자는 윤근식 의원이 이를 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대형 기자의 마음속에서 미소가 피어올랐다.


‘윤근식 의원이 흔들리고 있군. 이거 잘하면 특종을 하나 건질 수도 있겠는데? 이쯤에서 정필모 쪽에도 연락을 넣어볼까? 뺏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의 싸움에는 기삿거리가 많이 나오는 법인데 말이야. 흐흐흐.’


“오 기자님, 저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습니다. 아가씨들을 부르는 게 어떨까요? 오늘은 술에 취하고 싶어지는 밤이군요.”


“오우~ 제 입장에서는 듣던 중 반가운 말씀입니다. 이곳의 아가씨들이 예쁘고 애교가 많다는 소문을 숱하게 들었었는데, 드디어 오늘 견문을 넓힐 수 있게 되었군요. 하하하.”


오대형이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윤근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나서기 전에 구석에 세워져 있는 옷걸이로 다가간 윤근식이 겉옷의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어 나란히 걸려있던 오대형의 겉옷 안주머니로 옮겨 넣었다.

술을 마시던 오대형도 윤근식의 모습을 보았지만,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 * *


1990년 3월 27일 화요일.

서울시 중구 퇴계로의 한 다방.

황문달 사장이 2층의 창가 자리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좁은 골목길의 양쪽으로 많은 인쇄업체가 줄지어 있었다.

작은 인쇄소 앞에서, 오토바이에 짐을 싣고 있는 나이 든 사내의 뒷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황문달에게 [주간 서울]의 편집장인 이성찬이 다가왔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밖에 뭐 재미난 게 있습니까? 뭘 그렇게 유심히 보고 계셨어요? 하하하.”


“아, 이 편집장님. 죄송합니다, 바깥의 풍경을 살펴보느라 편집장님이 오시는 것도 몰랐네요.”


자리에서 일어난 황문달이 오른손을 내밀어서, 이성찬 편집장과 악수를 했다.


“반갑습니다, 황 사장님.”


이성찬 편집장과 함께 다가온 중년의 사내가 황문달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 조 사장님도 함께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앉으시지요.”


황문달과 약속을 하고, 다방에 나온 사람들은 [주간 서울]의 사장인 조성철과 편집장인 이성찬이었다.

황문달은 조카인 황진우와 함께 목포에서 함바집 비리 사건을 취재했던, 곽민철 기자의 소개로 이성찬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어서 낯이 익었다.

사장인 조성철은 피곤에 찌들어 있는 표정이었다.

최근 들어 자금난에 시달린다고 곽민철 기자를 통해서 황문달에게 투자자를 소개해 줄 수 없겠냐고 운을 띄웠었고, 조영의 승인을 받은 황문달이 얼마 전에 만나서 인수 가능성을 흘려준 적이 있었다.


“이 편집장이, 황 사장님을 만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억지를 부려서 쫓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황 사장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사장님도 한 번 뵈려고 했었는데, 오히려 잘 되었네요.”


“어떻게.....지난번에 말씀하시던 투자 건에 대해서는 진전이 있었습니까?”


자금 압박을 심하게 받으면서 마음이 급해졌는지, 조성철 사장은 커피를 주문하기도 전에 황문달을 재촉했다.


“하하하. 우리 조 사장님이 마음이 급하시군요. 일단 커피 먼저 주문하고 천천히 얘기 나누시지요. 마담~.”


근처에서 눈치를 보며 기다리던 마담이 쪼르르 달려왔다.


“저는 커피로 하겠습니다. 두 분은 어떤 거로 하시겠습니까?”


“저도 같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성찬 편집장의 대답이 있었다.


“같은 것으로 하는 게 빨리 나오겠지요? 저도 커피로 주세요.”


역시나 마음이 초조한 조성철 사장도 커피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마담이 주방으로 몸을 향했다.

씰룩이는 마담의 엉덩이를 바라보던 황문달이 시선을 옮겨서 조성철과 이성찬을 바라보았다.


“제가 미국 출장을 다녀오느라고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미국이요? 아니, 갑자기 웬 미국까지 출장을 가셨습니까?”


“저희 보스가 미국에서 큰 사업을 새로 시작하셨습니다. 오픈 기념 파티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허허허.”


“얼마나 큰 개업식 이길래, 비행기를 타면서까지 다녀오셨습니까?”


조성철 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문달의 뒤에 있는 전주(錢主)가 돈이 많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지만, 미국에서까지 큰 사업을 하고 있다니 엉덩이가 들썩여졌다.


“개업식 겸사겸사해서 관광도 할 겸 밑에 직원들도 함께 다녀왔습니다. 어제 귀국한 후에 바로 이 편집장님께 연락드린 겁니다.”


“아이고, 그 먼 미국을 가셨는데 좀 더 관광이라도 하고 오셔야지, 개업식 끝났다고 바로 들어오셨습니까? 아쉬우셨겠습니다.”


“앞으로 종종 가게 될 것 같아서, 관광은 짧게만 하고 왔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보스께서는 저희 회사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승낙을 하셨습니까?”


“보스는 투자보다는 인수를 말씀하시더군요.”


“인수 말입니까?......”


황문달이 보스를 언급하고, 미국 출장과 신사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면서 회사 인수를 말하자, 조성철의 표정이 묘해졌다.


“저는 투자를 말씀드렸던 건데......인수라 하시면 제가 좀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조성철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자, 이성찬 편집장이 앞으로 나섰다.


“사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회사 사정이 어떤지 알면서도 황 사장님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시는 겁니까?”


“아니, 우리 회사 사정이 뭐가 어떻다고 그래요? 이 편집장은? 잠깐 자금이 회전이 안 돼서 그렇지, 조만간 좋아질 겁니다. 이번에도 그 뭐야....한부 건설에서 큰 광고도 수주했잖아요? 잠깐의 위기만 막아내면 괜찮아집니다. 황 사장님, 이번에 돌아오는 어음만 해결하면 하반기에는 광고 수주가 올라갈 겁니다. 계획도 다 있어요, 그러니까 투자를 해주시면......”


“하하하, 조 사장님. 지난번에 하시던 이야기하고는 조금 결이 다르네요? 지난번에는 인수도 좋다고 하시길래, 제가 보스께 말씀을 드렸었던 건데요? 생각이 바뀌신 겁니까?”


“생각이 바뀐 게 아니고, 상황이 바뀐 겁니다, 황 사장님.”


조성철의 뻔뻔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성찬 편집장이 조성철의 팔을 잡으면서 일어났다.


“사장님, 저하고 잠시 이야기 좀 하고 오죠. 황 사장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잠시만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편하실 대로 하십시오.”


이성찬 편집장에게 이끌려서 자리에서 일어난 조성철 사장이 다방 입구 쪽으로 걸어갈 때, 마담이 커피 석 잔을 받쳐 든 쟁반을 가지고 왔다.


“어머, 손님들 커피 안 드시고 그냥 가시는 거예요?”


“아니에요, 잠깐 얘기하고 돌아올 겁니다. 커피는 테이블에 내려놓으세요.”


마담이 커피를 내려놓는 동안, 황문달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느긋하게 연기를 뿜어냈다.

다방 문을 나와서, 입구의 계단으로 온 이성찬 편집장이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댔다.


“사장님, 아니 성철아. 너 미쳤냐? 회사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부도가 날 판인데, 무슨 투자야 투자는? 황 사장님이 우리 회사를 좋게 봐줘서, 인수 얘기라도 나오는 거지 어디 다른 곳에 팔 데는 있어? 당장 이번 주가 말일이야. 직원들 월급날이라고! 어떻게 하려는 거야?”


“야, 너도 들었잖아. 보스라는 자가 미국에서 큰 사업을 시작한다고. 황 사장 뒤에 있는 보스가 돈이 많은 게 틀림없어. 그러니까,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서 이번 어음하고 월급날만 막아내면 곧 좋아질 거라고. 지금 넘기면 헐값밖에 더 받겠냐고? 지난주처럼 한부 건설 같은 광고주만 하나 더 물어오면 이번 어음하고 월급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후~유!”


한숨을 길게 내쉰 이성찬 편집장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야, 성철아. 정신 차려. 지난달에도 월급 못 줬는데, 이번 달에도 못 주면 직원들 절반은 그만두고 나갈걸? 기자도 없이, 사무실 직원도 없이 어떻게 신문 뽑으려고 그래? 그냥, 넘기자. 넘기면 우리 처음에 회사 차릴 때 들어간 돈 원금은 받을 수 있지 않겠어? 그리고, 지난주 한부 건설 광고가 우리가 따낸 거야? 그것도 사실 황 사장님이 물어다 준 정보였고, 거래도 그쪽에서 거진 이뤄준 거나 마찬가지였잖아? 욕심부릴 때 부려야지, 지금 욕심부리다가 판 깨지면 우리는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고!”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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