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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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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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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8.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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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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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9-7

DUMMY

“에잇, 이거 재미없네. 나는 신애가 낯선 남자하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정의의 사도처럼 나타나서 도와주려고 한 건데. 신애한테도. 조영 형님한테도 점수를 딸 기회를 잃었잖아? 너희는 연애할 생각도 없는 녀석들이 무슨 미팅을 한다고 그래? 그런 건 나처럼 연애하고 싶은데 짝이 없는 사람들한테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


“호호호. 현준 선배도 연애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면 혜성 언니는 어때요? 과에서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들어보니까, 혜성 언니가 현준 선배한테 관심 있는 것 같던데요?”


이신애가 손현준을 놀리려는 의도에서 국문과 3학년인 심혜성의 이름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손현준이 의외로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혜성이는 안 돼.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소설가 며느리는 좋아하지 않으실 거야. 그래서 안 돼!”


“예? 아버님과 할아버님이 혜성 언니를 마음에 안 들어 할 거라서 안 된다고요?”


“형! 형은 원래 집안 어른들의 반대는 신경 안 쓰고 살았잖아요? 왜 형답지 않게 그런 걸 신경 쓰는 척하세요? 하하하.”


“석현아! 이 형님이 얼마 전에 큰 결심을 했단다. 집안 어르신들의 뜻을 받아들여서 그쪽 공부도 함께 하기로 말이야. 그러니까, 며느릿감도 어른들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봐야지. 형들은 그렇게 해서 어른들 점수를 땄는데, 저 앞에 가고 있는 형들을 따라잡으려면 작은 부분에서부터 점수를 쌓아가야 하니까 말이야.”


“정말이에요? 형이 경영 공부를 할 거라고요? 아니, 형은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으셨잖아요? 왜 갑자기....?”


“응, 그럴 일이 있었어.”


이신애는 손현준과 김석현의 대화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신애의 표정을 힐끗 바라본 손현준이 한숨을 내쉬고는 종업원이 가져다준 바나나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신애가 어리둥절한가 보구나? 여기 석현이는 집안끼리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라서 어려서부터 보아 온 동생이야. 그리고, 우리 집도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나한테 어려서부터 회사를 물려받는 공부를 강요하셨었거든. 그걸 거부하고, 작가가 되겠다고 국문과에 진학했던 거고. 그런데, 내가 다시 경영에 대해서 관심을 갖겠다고 하니까, 석현이가 놀라는 거야. 별일 아니야.”


“아, 두 분이 원래 그렇게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고요? 현준 선배는 처음에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알고 지내는 분들이 많네요? 지난번에 경영학과 선배도 알고 있고?”


“경영학과? 신애 네가 우리 석준이 형을 본 거야? 언제?”


“석현이, 네 형은 아니었어. 그 이름이 뭐였더라....?”


“강도수”


“강도수 선배요? 도수 형은 또 어떻게 만나셨대요? 현준 형은 도수 형하고는 사이 안 좋았잖아요?”


“그렇게 됐다. 나는 예전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도 한결같이 도수 그놈이 싫어.”


의아함으로 가득한 김석현의 표정을 보던 이신애가 대성리 MT 때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강도수의 여성 편력은 유명했는지, 이신애의 이야기를 들은 김석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두 분 집안이 무슨 우리나라 재벌 그룹들이에요? 어떻게 다들 서로 알고 지낸대요?”


“켁. 켁”


이신애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야기를 꺼내자, 팥빙수에 들어있던 얼음 조각을 씹고 있던 김석현이 사레들린 듯이 캑캑댔다.


“아무튼, 그랬었는데, 지난번에 조영 형님을 만나 뵙고 나서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어. 나와는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 큰 사업을 하시는 것이 놀라웠거든. 그래서, 나도 결심했어. 사업으로 조영 형님과 승부를 내기로!”


손현준이 과장된 몸짓으로 오른 주먹을 움켜쥐면서 흔들었다.


“현준 선배가 왜 조영 오빠랑 승부를 내요?”


“그야, 신애 너를.....”


손현준이 말을 하다 말고, 흔들던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로막았다.


“크흠흠. 그야, 조영 형님이 멋있어 보였거든. 그래서, 나도 한 번 도전해보기로 한 거야. 석현아, 여기 바나나 주스가 꽤 맛있다?”


“그렇죠, 형? 여기 음료들이 맛이 괜찮아요. 하하하.”


마주 앉은 두 남자의 어색한 화제 전환에 이신애가 눈썹을 찡그렸지만, 그 모습도 예뻐서 힐끔 훔쳐보던 손현준의 입가에는 미소가 내걸렸다.


* * *


1990년 3월 28일 수요일.

뉴욕.

조영은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어젯밤에는 이신애의 학과 동기인 고선미와 통화하다가 얼떨결에 이신애의 미팅 참석을 받아들였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에 묘한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오빠로서 한 입으로 두말할 수가 없어서 참았지만, 잠자리에 들어서도 전화로 이신애의 상황을 확인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았었다.


아침 일찍 걸려온 이신애의 전화를 받으면서도, 어제 일을 꼬치꼬치 캐묻고 싶은 심정을 참느라고 힘들었었다.

다행히 조영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이신애가 먼저 미팅의 뒷이야기들을 해주었다.

김석현이라는 법대생을 만났는데, 중요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서 연애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에 친구가 되기로 했다는 것과 손현준을 만났다는 이야기, 미팅을 노래 부르던 고선미가 원하던 법대생과 짝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영의 마음 한구석에 있던 얼음 조각이 모두 녹아내리는 듯한 후련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손현준이 조영의 모습에 자극을 받아서 사업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에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서울은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통화를 길게 할 수는 없었지만, 이신애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아침도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었다.


오늘은 조나단과의 회의가 일정에 있었다.

어려운 작전을 끝내고 지쳐있던 마이클과 야마모토는 라스베이거스까지 날아와서 카지노의 개업을 축하해 준 다음에 바로 휴가지로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여한모가 제안한 미국의 유력 언론사에 대한 투자는 조나단과 의논하기로 했다.

오늘 그에 대한 안건이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호텔 식당에서의 아침 식사 때부터 유난히 밝은 조영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여한모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조나단의 사무실에 있는 작은 회의실이었다.

조나단은 커피를 가지러 잠깐 자리를 비웠다.


“보스, 도대체 아침부터 왜 그렇게 헤벌쭉이세요? 무슨 좋은 꿈이라도 꿨어요? 흐흐흐.”


“응? 내 얼굴에 티가 나?”


“티가 많이 나죠. 내가 물어보기를 보스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지금도?”


“하하하, 내가 그랬나?”


여한모의 질문에 조영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이신애의 미팅을 찬성해 주었던 일과, 잠자리에 들면서도 마음 졸이고, 후회했었다는 이야기에 아침에 이신애에게서 미팅의 뒷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이야기까지 순식간에 털어놓는 조영을 바라보면서 여한모가 킬킬거렸다.


“보스도 신애 씨 이야기를 할 때면 여느 사람들과 똑같네요. 나는 보스가 무슨 엄청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네요. 흐흐흐.”


“아니, 두 분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즐겁게 하고 계십니까? 설마 제가 자리에 없다고 흉을 보고 있던 건 아니시겠지요?”


커피를 가지고 들어오던 조나단의 물음에 여한모가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오우~ 우리 보스는 자유연애 주의자이신가 보군요? 여자 친구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보여서 멋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음에는 그러지 마세요. 저처럼 노총각으로 지낼 생각이 아니시라면요. 하하하.”


“그래야겠죠? 하하하.”


이신애의 미팅 사건 덕분에 조나단과의 회의도 즐거운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자, 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후보 언론사는 총 세 곳입니다. 첫 번째는 [맨해튼 트리뷴] 입니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 자금난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는데, 투자와 인수 모두 협상이 가능합니다. 투자는 5백만 달러 정도를 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LA 포스트]입니다. 신사업으로의 확장을 위해서 20%의 지분을 6백만 달러에 내놓았습니다. [맨해튼 트리뷴]은 경제 분야에 있어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전통 있는 신문사입니다. [LA 포스트]는 LA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보는 신문이기도 합니다. 두 곳 모두 한국에 나름의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언론사에서 일명 [받아쓰기]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일간 워싱턴]입니다. 미국의 정치 뉴스를 많이 다루는 곳으로 영향력이 상당합니다만, 콧대가 셉니다. 5백만 달러의 투자에 10% 정도의 지분을 내줄 생각이 있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투자금을 원하고 있군요. 조나단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제가 언론에 대해서 아는 바는 얼마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만나서 자문을 받아 보았습니다. 미국 내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일간 워싱턴]을 추천하더군요.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의 사업 검토라면 [맨해튼 트리뷴]과 [LA 포스트]가 엇비슷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맨해튼 트리뷴]을 인수한다면 예상 금액은 어느 정도 됩니까?”


여한모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쪽에서는 약 3천만 달러 정도를 부르고 있습니다만, 협상을 진행한다면 2천만 달러 정도까지는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신문사를 운영한다는 것이 수익률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어서 마이클은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 팀장의 생각은 어때?”


“우리가 지금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조나단의 말처럼 협상을 통해서 가격을 낮춰서 [맨해튼 트리뷴]을 인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클이 우려하는 바도 일리가 있습니다. 이 사업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는 쉽지도 않고, 수익금의 규모도 크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이 있는 언론사가 매물로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정도로 급이 있는 언론사는 돈이 있다고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회사들이 아닙니다.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 것이지요. 특히 한국은 미국의 언론에 대해서 상당히 굴종적입니다. 이것은 이번 계획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저는 [맨해튼 트리뷴]의 인수를 건의합니다.”


여한모의 의견은 조영이 생각하기에도 타당한 것이었다.

가격이 싸지는 않았지만, 지금 조영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한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 조영이 한국에서 하려는 일이라는 것이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저는 보스의 목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가 이번 계획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 팀장의 말처럼 한국에서 보스가 하고자 하는 바가 있고, 간접적인 영향력이 중요하다면 여 팀장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보스.”


조나단도 여한모의 의견에 동조했다.

조영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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