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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976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7.24 07:00
조회
634
추천
7
글자
11쪽

9-1

DUMMY

“어서 오시오, 오 기자. 여기 마담이 인사를 와서, 내가 먼저 한잔했어요.”


입안의 과일 조각을 빠르게 우물거리다가 삼킨 후에, 윤근식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입니다, 윤 의원님. 좋은 곳으로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헤라의 공수희라고 합니다.”


공수희가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면서 살짝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오대형의 눈길이 빠르게 공수희의 위, 아래를 훑어보다가 공수희가 허리를 숙이는 순간, 가슴골에 머무르는 것을 눈치챈 공수희가 배시시 웃었다.


“우리 신문사에서도 여기 술집과 공 마담 이야기가 자자합디다. 오늘 소문만 듣던 곳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잘 해주셔야 합니다?”


윤근식과 악수를 나눈 오대형이 공수희에게 오른손을 내밀면서 왼쪽 눈을 찡긋하면서 신호를 보냈다.


“어머~ 기자님. 오늘 술 즐겁게 드시고, 내일 저희 업소에 대한 광고 기사 하나 끼워 넣어주시는 거예요? 그렇게만 해주시면, 제가 특급 애들로 기자님 양옆에 앉혀드릴 수 있는데요, 호호호.”


“하하하, 이거 공 마담의 혀가 아주 매끄럽습니다. 소문이 오히려 부족한 것 같은데요?”


“이런, 우리 기자님께서 경계할 만한 소문을 내신 분이 누구실까요? 다음에 오시면 과일 안주에서, 사과 하나를 빼야겠어요. 우리 기자님은 어디에서 오셨어요?”


“하하하, 나는 관철동에서 왔어요. 관철동에 공 마담의 미모와 입담이 대단하다고 유명하길래, 오늘 평소에 존경하는 윤 의원님을 졸라서 오게 된 겁니다.”


“아하~ 선조 일보 기자님이셨군요. 다음에도 다른 손님들 모시고 오세요. 매상 올려주시는 만큼 제가 택시비 챙겨드릴게요, 호호호. 의원님께 스스럼없이 술 사달라고 하신 걸 보면 정치부이신가 봐요?”


“큭. 역시 공 마담의 눈치가 대단하군요. 맞습니다. 선조 일보 정치부의 오대형 기자라고 합니다. 앞으로 종종 보게 될 것 같으니, 우리 서로에 대한 경계의 칼날은 치우고 잘 지내봅시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네요. 제가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한 잔 올리겠습니다, 기자님.”


공수희가 오대형과 윤근식의 술잔을 채워주었고, 오대형도 공수희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세 사람의 술잔이 모두 채워지자, 윤근식이 술잔을 들어 올렸다.


“자, 헤라의 새로운 단골이 될 오대형 기자를 환영하면서 건~~배.”

“건~배”

“건배”


세 사람이 잔을 부딪치고는 금세 술을 비웠다.

두 사람에게 과일 안주를 하나씩 집어서 입에 넣어준 공수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인사드렸으니까, 잠시 일어날게요. 두 분 말씀 나누시고 나서, 애들 필요할 때 불러 주세요.”


공수희가 방문을 닫고 사라지자, 오대형이 공수희의 뒤태를 쫓던 눈길을 돌려 윤근식을 바라보았다.


“눈치가 빠르고, 입담이 재밌다더니 역시나네요.”


“공 마담과 얘기하는 재미로 오는 분들도 제법 있다고 합디다. 요즘 오 기자 쪽은 한가합니까?”


“저희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요, 의원님들의 활동이 많으셔야 저희도 바빠질 텐데 말입니다. 하하하. 의원님, 제가 술이 약합니다. 술에 취하기 전에 제가 들은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게 맞을 듯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재미난다고 생각하면 집에 갈 때 제 택시비나 내주십시오, 크하하하.”


“오 기자님이 화통하시군요. 좋습니다, 이야기만 재밌다면, 내가 이야기 값을 톡톡히 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 얘기를 꺼내 보시지요.”


오대형이 테이블로 바짝 당겨 앉으면서 은근한 눈길을 윤근식에게 보내며 입을 열었다.


“의원님, 본격적인 이야기를 드리기 전에 먼저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이제는 같은 당이 되신 김철현 의원님과 최근에 만나신 적이 있습니까?”


예상치 못한 질문에 윤근식이 흠칫 놀라다가, 재빠르게 표정 관리를 했다.


“크흠흠. 글쎄요, 한 2주 전쯤엔가 술을 마시기는 했습니다만, 오늘 이야기가 김철현 의원과 관련된 겁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요. 2주 전이라고요? 으음....얼추 맞을 듯하군요. 솔직하게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원님께서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으니, 저도 솔직하게 얘기하기가 편하겠네요.”


윤근식의 얼굴에 긴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말씀드리는 부분은 제 추측입니다. 들어보십시오. 2주 전에 김철현 의원님과 술을 마시면서 혹시 차기 개각에서의 일정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는 않으셨습니까? 제 생각에는 그럴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지 간에 그 이후에 김철현 의원 쪽에서 그 일에 대해서 확답을 해주지 않고 시간을 끈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맞나요? 대답이 없으시니 긍정의 뜻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아마, 김철현 의원님과 연락이 잘되지 않을 겁니다. 어떻습니까?”


“으....음.....”


윤근식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담뱃갑으로 손길이 갔다.

윤근식이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는 것을 지켜보던 오대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최근에 이부삼 의원과 권갑노 의원의 회동이 있었습니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몰랐습니다만 두 분 모두 각자의 정당 내에서 큰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니 수시로 만나실 것 같습니다만, 그게 오늘 이야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겁니까?”


윤근식은 태연한 척하려고 했지만, 어떤 좋지 않은 예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윤근식의 손가락 사이에 들려있는 담배에서 나오는 연기가 떨리면서 흩어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까지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의원님들의 만남 이후에 이부삼 의원 쪽에서 윤근식 의원님의 입각을 반대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말이지요, 그래서 애초에 윤 의원님의 입각을 주장했던, 김철현 의원님이 당황해하고 있다는 거지요. 김철현 의원님이 윤 의원님의 연락을 회피하고 계시다면, 십중팔구는 이부삼 의원님의 반대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잠깐만요. 이부삼 의원이 왜 나를 반대한다는 겁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분과 친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도 아니에요. 우리는 은원을 맺을 만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실 수 있겠지요. 이부삼 의원님과 윤 의원님 사이에 은원 관계가 없었다면, 화살은 권갑노 의원님을 향해야 할 겁니다. 권갑노 의원이 어떤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부삼 의원에게 전달했고, 이야기를 들은 이부삼 의원이 윤 의원님의 장관 행을 반대하고 나섰다는 게 합리적인 추론일 겁니다.”


윤근식이 속이 답답한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연신 입으로 가져갔다.

어느새 윤근식의 담배는 끝이 짧아져 있었다.

오대형이 느긋한 자세로 윤근식의 담뱃갑을 잡아당겨서는 담배를 한 개비 꺼내었다.

윤근식이 라이터를 오대형 기자 쪽으로 밀어주었다.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인 오대형이 담배 연기를 천장을 향해서 내뿜었다.

천장에 달린 환풍기가 담배 연기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오대형이 입을 열었다.


“권갑노 의원은 민주평화당의 중진입니다. 김중대 총재의 오른팔 격이지요. 권 의원이라면 이번 합당 사태에서 당을 옮긴 윤 의원님을 적대시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할 만하겠지요. 다만, 권 의원이 막무가내로 윤 의원님의 입각을 반대했다고 해서, 이부삼 의원이 쉽게 고개를 끄덕여 줄 리는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윤 의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거래?”


“그렇습니다.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권 의원 쪽에서 뭔지는 모르지만, 윤 의원님을 저격할 만한 강력한 무기가 있다는 것을 이 의원에게 보여주었고, 이에 놀란 이 의원이 권 의원의 제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이런 흐름이 통상적인 여의도 정치의 뒷면 아니겠습니까? 자, 저의 추리가 어떻습니까? 안타깝게도 권갑노 의원과 이부삼 의원 사이에서 오갔을 무기가 어떤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당사자 두 분과.....덧붙이자면 윤 의원님만이 추측할 수 있겠지요.”


“나의 치부가 오픈되었을 거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그렇지 않겠습니까? 윤 의원님의 치부가 어떤 것인지는 저도 모릅니다만, 정치하시는 분들 중 그 누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 정치인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해해 주시겠지요?”


윤근식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철현 의원이 최근 들어 연락을 피하는 이유를, 지금 마주 앉아있는 오대형 기자가 그럴듯하게 추측해서 설명해주고 있었다.


“자, 윤 의원님의 약점이 무엇일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별 관심도 없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이 잡듯이 뒤지고 파내면 깨끗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지금 대통령도 마찬가지이고, 각 당의 총재분들도 똑같을 겁니다. 다만, 새나라당의 지도부에서는 야당이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반발한다면 장관 임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게다가, 김이삼 최고위원께서는 지금 당내 다른 계파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최고위원께서 당신 계파에 배정된 장관 자리를 야당에서 반대하는, 언론에 공개되면 파장이 생길만큼 흠결이 있다고 예상되는 윤 의원님께 내어드릴 수 있을까요? 저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그동안 정치부 생활을 하면서 얻은 감으로 말씀드리자면, 김이삼 최고위원께서는 김철현 의원이 아니라 이부삼 의원의 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윤근식의 고개는 테이블을 내려다보고 있는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 윤근식을 내려다보는 오대형의 눈가에 안쓰러움이 잠시 스쳐갔다.

오대형이 담배를 한 모금 빨아 당긴 후에, 독백하듯이 말을 이어갔다.


“뒷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최근에 권갑노 의원이 만났던 사람들 중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업가가 한 명 있었습니다. 저는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야당의 실세 중 한 명인 권갑노 의원이 무명의 사업가를 만난다? 게다가 지금은 거대한 여당의 출현으로 야당은 그야말로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처지인데? 그래서, 그 사업가에 대해서 동료 기자들에게 수소문해 보았습니다.”


이야기의 방향이 바뀐 것을 깨달은 윤근식이 고개를 들어서 오대형의 입을 쳐다보았다.


“그 사업가가 누굽니까?”


“정필모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져 있더군요. 귀국한 지는 일 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투자 회사와 경비 업체 등 몇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필모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 경제부 기자들에게 술을 몇 번이나 샀습니다. 의원님. 하하하.”


“고맙습니다, 오 기자님. 내가 오 기자님의 노고에 대해서는 섭섭하지 않게 인사하겠습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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