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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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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70,507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10.02 07:00
조회
459
추천
6
글자
11쪽

9-21

DUMMY

“자, 핸드백입니다. 구두하고 색상이 어울릴 거에요.”


“실장님, 어제, 오늘 너무 감사드려요.”


“감사는 제가 드려야죠. 매출도 많이 만들어주시고, 오늘 모임에서 저희 샵 옷 선전 좀 단단히 해주세요, 호호호.”


주홍상 과장이 한 발 나서서 다가오면서 곱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오늘 생신을 맞으신 분께 전해드리는 보스의 선물입니다. 전해만 주시면 됩니다.”


“이게 뭔데요? 반지에요?”


상자는 매우 작아서, 반지 정도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만했다.


“반지는 아닙니다만, [오늘의 주인공께서 기뻐하시면 좋겠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방문드리고 싶다]라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알겠어요, 잘 전달해 드릴게요.”


이신애가 선물 상자를 받아서 핸드백 안에 갈무리했을 때, 손현준이 돌아왔다.


“자, 이제 가자. 내가 오늘 신애를 모셔가려고 차를 가지고 왔거든. 하하하.”


손현준이 앞장서고 이신애가 뒤를 따랐다.

최애경 실장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이신애가 손현준이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는, 검은색 승용차의 조수석에 앉았다.


“조심 운전하십시오. 저희는 뒤를 따라만 갈 거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주홍상 과장이 손현준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갸웃한 손현준이 운전석에 올라타서는 안전벨트를 맸다.


“자,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공주님. 목적지까지는 한 시간 정도 소요가 예상됩니다. 하하하.”


손현준이 차를 출발시킬 때, 켜놓은 라디오에서 발랄한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와~ 선배, 운전이 굉장히 능숙해 보여요? 운전 많이 해봤나 봐요? 그런데, 이 차는 누구 거예요? 부모님 차 빌려 온 거예요? 아니지, 그럼 부모님은 어떻게 가신대요?”


“하하, 우리 신애가 오늘 호기심이 제대로 발동했나 본데? 어때, 재밌지? 내가 재밌는 일이 될 거라고 했었잖아. 운전은 몇 년 했지. 뭐, 조영 형님도 이 정도는 운전하시지 않아?”


손현준이 조영의 이름을 언급하자, 이신애가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킥’하고 웃었다.


“조영 오빠는 운전 잘하지 못해요. 서울은 싱가포르와 운전대 방향이 반대라서 헷갈린대요. 게다가 서울 운전자들은 너무 거칠게 운전을 한다고, 스트레스 받더라고요. 호호호.”


“그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인데? 내가 조영 형님보다 잘하는 게 있다니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는 이야기인걸? 하하하.”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차량은 한강 다리를 건너서는, 올림픽대로를 올라타서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배네 집도 부자인가 봐요? 제가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차도 값비싸 보이고?”


“응. 나 말고 우리 부모님이 좀 부자인 편이지. 할아버지도 그렇고. 하지만, 나는 아냐. 나야 뭐, 부모님께 얹혀살고 있는 형편이니까 말이지.”


“그래요? 그런데, 제가 가서 축하해 드려도 되는 자리가 맞는 거예요? 저는 아직 혼란스러워요.”


“나는 오히려 신애를 초대한 것이 탁월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늘 할아버지가 주시는 1등 상품은 무조건 우리 꺼라고. 누가 감히 여신을 인사시킨 나를 이기겠어? 하하하.”


손현준과 이신애가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차는 움직였지만, 주말 오후의 도로가 그렇듯이 오래지 않아 정체가 시작되었다.

두 사람이 정체를 벗어난 것은 미사리를 지나서 팔당댐 옆쪽으로 빠지면서였다.


“선배, 아직도 멀었어요?”


“아니야, 이제 거의 다 왔어. 한 10분? 이제 밀리는 구간은 끝났으니까, 금방 도착할 거야.”


열어놓은 운전석 창문 바깥으로는 한강에서 강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있었고, 조수석 창밖으로는 야트막한 산들이 이어져 있었다.


“우와~ 여기 너무 예뻐요.”


“그렇지? 이곳이 경치가 좋아. 나중에 조영 형님한테 이쪽으로 드라이브 나오자고 해봐.”


“아, 맞다. 정말 그래야겠어요. 고마워요, 선배.”


한적한 도로를 얼마간 질주하자, 도로 한 쪽 갓길을 가득 채운 승용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선배, 설마 저 차들이 다 오늘 모임에 온 차들은 아니겠죠?”


“아마 신애의 그 설마가 맞을걸? 다 온 거야.”


길게 늘어선 승용차들을 지나서 조금 더 가자, 활짝 열려 있는 커다란 대문이 나타났다.

대문 앞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여러 명 모여 서 있었다.

손현준이 차를 멈추자, 양복 입은 사내 한 명이 다가왔다.

열린 창문으로 손현준의 얼굴을 확인한 사내가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고개를 끄덕인 손현준이 대문을 지나서 안으로 차를 몰았다.

잘 관리된 정원을 가로지르자 저 앞쪽에 커다란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의 현관 앞에 차가 멈추자 또 다른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다가왔다.

사내들이 운전석과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손현준이 차를 빙 돌아와서 이신애의 옆에 섰다.


“가실까요, 공주님?”


“네, 선배.”


“회장님은 큰 방에 계시고, 먼저 오신 분들은 뒷마당에 계십니다.”


직원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여준 손현준이 이신애를 에스코트해서 현관문을 돌아섰다.

현관문 안쪽에는 하얀색 앞치마를 앞에 두른 여직원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며 서 있었다.

구두를 벗은 손현준이 여직원이 준비해주는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이신애도 어색하게 하이힐을 벗어놓고는 슬리퍼를 신었다.

이신애가 슬리퍼를 갈아신고 두 걸음 정도 떼었을 때, 다가오면서 아는 체하는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키는 크지 않았지만, 얼굴의 전체적인 윤곽이 손현준과 닮아서 한눈에 보기에도 가족일 거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야, 이게 누구야? 미래의 소설가께서 오셨구만? 함께 온 아름다운 분은 여자 친구? 할아버지한테 결혼 승낙받으러 온 거냐? 큭큭큭.”


“됐어! 벌써 낮술에 취한 거야? 오늘은 외부 손님들도 많이 오시는데 조심 좀 하지?”


“이 자식이! 형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함께 온 아가씨나 인사시켜봐라.”


“나중에! 할아버지 먼저 뵐 거야. 비켜!”


차가운 손현준의 반응에 사내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옆에 서 있는 이신애는 낯선 분위기에 당황했다.


“하아~! 신애야 인사해. 사촌 형이야. 형, 이쪽은 같은 과 후배야. 오늘 밥 먹으러 온 거니까,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


“안녕하세요? 이신애라고 합니다.”“오우~ 이름도 예쁘네요. 나는 손도준입니다. 반갑습니다.”


손도준이 오른손을 내밀어서 이신애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손현준이 앞으로 나서면서 손을 밀쳐 버렸다.


“그만해! 할아버지한테 인사드리러 가는 길이라고 분명히 말했잖아. 비켜!”


“워워~ 진정해라, 진정해. 누가 보면 내가 해코지하려는 줄로 오해하겠다. 알았으니까, 발톱을 숨기라고. 다칠라. 누가 다칠지는 모르겠지만, 하하하.”


손도준이 기분 나쁜 웃음을 남기고는 양손을 어깨 위로 들어서 다른 의도가 없다는 듯이 흔들면서 뒷걸음질로 자리를 비켜섰다.

손현준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고, 이신애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현준의 뒤를 따랐다.

거실을 가로지르자 방문 앞에 양복 입은 사내와 앞치마를 두른 여직원이 서 있었다.

손현준과 이신애가 다가가자 사내와 여직원이 고개를 숙였다.


“할아버님께 인사드리러 왔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회장님께 여쭤보고 오겠습니다.”


사내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에 나오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오시랍니다.”


작게 고개를 숙인 손현준이 이신애를 한번 돌아본 후에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굳은 표정으로 이신애가 손현준의 뒤를 따랐다.

방 안에는 커다란 소파 세트가 놓여 있었다.

삐쩍 마르고, 얼굴에 검버섯이 가득한 노인이 양복을 입고 앉아있었고, 그 옆에는 살굿빛 분홍색 한복을 곱게 입은 인자한 인상의 할머니가 앉아있었다.

노인의 또 다른 옆에는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중후한 인상의 노인이 길게 기른 수염을 손으로 매만지며 앉아있었다.

맞은 편에는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와 역시 고운 자수가 놓인 한복을 입은 부드러운 인상의 여성이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손현준과 이신애가 소파로 다가가자 네 쌍의 눈동자가 두 사람에게 향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그래, 우리 현준이가 왔구나. 옆에 있는 고운 아가씨는 누구일꼬? 색싯감을 데리고 온 게냐?”


“할머니도 안녕하셨어요? 학교 후배예요. 색싯감은 빨리 구해서 데리고 올게요. 이 아가씨는 임자가 있어서요, 하하하.”


“임자 있는 아가씨를 뭐하러 할애비한테 인사시키고 있냐? 서로 바쁜데. 에잉~”


“인사해, 신애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이셔.”


“안녕하세요? 이신애라고 합니다. 할아버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한국대 국문과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현준이 여자 친구였으면 좀 더 반갑게 맞아주었을 텐데, 임자가 있다고 하니까 아쉽구먼. 그래, 멀리까지 왔으니 나가서 맛있는 거라도 많이 먹고 놀다 가게나.”


“국문과에 다니면 색시도 그 뭐시기냐,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겐가?”


“네, 할머니. 소설은 아니지만, 글을 써보고 싶어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반가워요, 현준이 엄마예요. 참 곱게 생겼네요. 나중에 우리 집에도 놀러와요, 내가 맛있는 거 챙겨줄게요. 호호호.”


“네, 감사합니다.”


이신애가 여러 어른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본 손현준이 품에서 작은 선물 상자를 꺼냈다.


“할아버지, 생신 선물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손현준이 내미는 선물 상자를 받아 든 노인, 손영주 회장이 상자를 흔들어 보았다.


“이건 뭐냐? 요즘 선물은 포장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흔들어서는 소리가 안 나. 소리가.”


“하하하, 이보게, 통천. 손자의 선물을 가지고 웬 타박인가? 어서 열어나 보게. 요즘은 선물을 받으면 바로 앞에서 열어 보는 게 예의라더구만.”


손영주 회장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노인이 예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통천은 손영주 회장의 호(號)였다.


“확인은 무슨.....”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손영주 회장의 손이 바쁘게 움직여서 선물의 포장을 벗겨냈다.

작은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은 검은색의 지포 라이터였다.


“크흠흠....다른 녀석들이 가져온 보석보다 실용성은 있겠군. 이건 무슨 돈으로 산게냐?”


“지난달에 제가 일해서 번 돈으로 산 겁니다, 할아버지. 절대 부모에게 손 내밀어서 산 게 아닙니다. 한 10년만 더 건강하게 사시면, 제가 그런 라이터에다가 다이아몬드로 테를 둘러서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일 없다. 다이아몬드가 휘둘러져 있다고 라이터에 불이 더 잘 붙는다느냐? 어쨌든 고맙다. 네가 일해서 번 돈으로 샀다니까, 기특하구나. 잘 쓰마.”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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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1 +2 21.10.02 46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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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9-15 21.09.11 518 6 11쪽
214 9-14 21.09.05 533 7 11쪽
213 9-13 21.09.04 53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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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9-10 21.08.22 564 6 11쪽
209 9-9 21.08.21 56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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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9-5 21.08.07 58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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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9-1 21.07.24 644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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