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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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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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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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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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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Christmas Cargo.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Christmas Cargo>에서 류지호는 모두 세 개의 크레디트를 보장 받았다.

첫째가 Producer다.

투자자이며, 기획자이고 제작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가 Director다.

마지막으로 원안(story by)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각본은(screenplay by) 에릭 로스의 이름이 올라간다.

사실 공동각본 크레디트에 류지호도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고민 없이 양보했다.

이제는 영화 크레디트에 연연할 위치가 아니었기에.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가능성도 높게 보지 않기도 했고.

미국의 작가조합(WGA)은 각색(adaptation) 크레디트를 권장하지 않는다.

보통은 원안(story by)과 각본(screenplay by)으로만 집필 크레디트를 구분한다.

크레디트당 최대 2인(간혹 복수의 1팀을 1인으로 간주)의 병기만 허용하고 있다.

할리우드 작가조합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작가들의 영화 크레디트 조정이다.

예를 들어 <Christmas Cargo>에 모두 네 명의 작가가 집필활동에 관여했다고 가정한다면.

최초 트리트먼트만 쓴 A가 있고, 초고와 수정고에 관여한 B,C작가가 있고, 최종 대본을 쓴 작가 D 그 네 명의 작가들 사이에서 WGA가 크레디트 조정을 진행된다.

누가 영화 대본에 얼마만큼의 기여를 했는가를 따진 후에 원안(story by)과 각본(screenplay by)이 결정된다.

충무로에서는 최종고를 쓴 D가 각본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할리우드에선 작가 D가 각본에 33% 이상 기여한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크레디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매년 수백 편이 제작되는 만큼 각본 크레디트 분쟁이 상당히 많다.

시나리오 크레디트를 두고 다툼이 생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WGA의 시나리오 크레디트 매뉴얼은 1941년에 미국 영화방송제작자연합과 단체협상을 거쳐 최초로 기본 합의서가 도출됐다.

매년 갱신을 거듭해 현재 약 700 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을 확립했다.

충무로는 영화인 조합이나 노조가 없었다.

얼마 전에야 겨우 태동해서 겨우 걸음마를 뗀 상태다.

이전 삶보다 5~7년이나 앞 서 태동했지만, 난관은 아직도 많았다.

WaW 엔터테인먼트는 류지호의 지시로 90년대부터 미국작가조합과 할리우드 조합의 매뉴얼을 참조해 충무로 현실에 맞는 크레디트 원칙을 세웠다.

할리우드 작가조합 크레디트 매뉴얼은 세부적 요소의 오리지널리티, 작품을 맡은 시기, 작업 분량, 최종 촬영본에 기여한 정도 등을 검토한다.

절대적 분량으로 기여도를 결정하지 않는다.

최종 대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극적 구성(이야기의 뼈대), 새로 만들거나 완전히 다르게 바꾼 장면의 여부, 캐릭터 묘사 혹은 관계 설정, 구체적인 대사에 미친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또한 기여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복수의 조정관이 다수결로 합의를 도출한다.

나름 합리적인 방식을 통해 최종 대본을 기준으로 통상 33% 이상 기여한 작가나 감독에게 각본 크레디트를 부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계량화한 기여도만 놓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오리지널/비오리지널 시나리오, 최초/후속 작가, 작가/감독 여부에 따라 기준 요건을 다르게 적용한다.

일반 관객들은 story by와 screenplay by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모든 각본과 관련한 크레디트에서 story by(원안)이 가장 존중 받고 또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원천 저작물에 기반을 두지 않고, 최초 작가의 집필 과정에 다른 작가가 개입하지 않은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수백 번의 수정작업을 거치며 초고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오리지널 작가에게 최소한 원안 크레디트를 보장한다.

수익 분배에서도 원안 작가는 상대적으로 배분을 좀 더 받는다.

할리우드에서는 원안과 각본을 동일인이 맡은 경우 ‘written by’(저작)라고 표기한다.

<Christmas Cargo>의 경우.

Written By Ryu Ji Ho다.

즉 에릭 로스에게 각본 크레디트를 양보했다고 하더라도 류지호는 원안자이자 저작권자로서 훨씬 큰 수익분배를 받는 것으로 계약했다.

거기에 프로듀서로서 또 감독으로써 수익분배 계약도 있다.

본래 <Christmas Cargo>가 쫄딱 망하면 투자자, 제작자, 감독은 빚더미와 함께 망하는 거다.

그런데 저작권자는 영화 개봉 이후 3년(최대 5년)이 지난 후부터 배급사와 나눠받게 되는 저작권 수입이 계좌에 꼬박꼬박 입금이 된다.

몇 십 달러일 수도 있고, 몇 만 달러일 수도 있다.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저작권만으로 3대가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지.’


조지프 루카스 감독이 설립한 LMI(Light & Magic Industry)는 할리우드 CG의 메카이자 할리우드 VFX의 상징과도 같은 업체다.

그런데 그 대단한 업체가 매년 적자에 허덕인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그 적자를 오너인 조지프 루카스가 해결해 주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LMI는 오로지 VFX 기술개발과 영화 작업만 한다.

다른 수익사업을 안한다.

심지어 애니메이션 영화도 제작하지 않는다.

Hues & Rhythm Studios도 그렇지만, 애니메이션 없이 VFX만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

메이저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여전히 LMI와 Hues & Rhythm이 건재한 것은 오너들이 적자를 책임져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암튼 류지호는 <Christmas Cargo>가 박스오피스 폭탄을 터트리지 않는 한은 타격이 거의 없다.

그깟 천만 달러를 못 벌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다.


‘그렇다고 망할 정도로 막 찍으면 안 되고.’


최종 점검 중인 야외 세트장을 뒤로 류지호와 일행은 숙소가 있는 와튼시로 돌아왔다.


❉ ❉ ❉


11월 중순.

<Christmas Cargo>의 촬영이 한창이다.

류지호가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영화촬영 현장이 분위기다.

야외 세트도 거대하고, 주연급 배우들도 많고, 엑스트라까지 많다.

장비도 많고 스태프도 그 만큼 많다.

날씨와 체감 추위까지 험악하고.

누가 스태프인지 배우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 현장이다.

JHO Pictures는 스태프들에게 약간의 특별수당을 지불했다.

그 결과로 젊은 남자 스태프들이 미군복을 입었다.

군복을 입은 스태프들은 촬영 중에도 배우들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촬영 장비만 손에 들고 있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미해병대원처럼 보였다.

미술팀이 분주하게 소품을 나르고 재배치 하고 있다.

Eye-MAX MSM 9802 카메라를 위한 전용 헤드가 장착된 거대한 지미집 카메라가 옮겨지고 있다.

디렉팅을 마치고 막 디렉터스 체어에 엉덩이를 붙이는 류지호를 보며 앨런 포스터가 중얼거렸다.


“순조롭네....”

“몇 편째 손발을 맞추고 있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스태프들에게 군복을 입힐 생각은 어떻게 한 거야?”

“한국에서는 가끔 이렇게 하기도 해.”

“조합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까?”

“특별 수당 명목으로 돈을 지불하기로 했고. 아이오와는 제작 인프라가 최악의 환경이잖아. 조합에서도 뭐라 못 할 걸.”

“그렇긴 하겠네.”

“주방위군이 도착하면 그때부터 스태프들은 군복을 안 입어도 되고.”


미해병대 막사 한쪽에 인간 모형의 시체가 여러 개 놓여있다.

동사한 미군과 중공군의 시체다.

모르고 보면 마네킹인 줄 안다.

실제 사람일 거라고 생각을 못한다.

왜냐하면 류지호의 ‘컷!’ 사인이 나오기 전까지 내내 한 번도 움직임이 없었으니까.


“컷!”


류지호의 사인이 나왔다.

시체가 자리에서 좀비처럼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마네킹이나 모형이 아닌 실제 사람들이었다.

굳이 배우가 시체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누누이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단역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체역할을 했다.

대신 자신들의 모습을 본 따 제작한 더미들은 다른 장면에서 써달라고 했다.


짝짝짝!


모두가 단역배우들의 프로정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류지호는 탐탁지 않았다.

유명 감독이자 할리우드 최고 권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눈치껏 요령껏 해야지.’


굳이 안 해도 되는 시체 역할을 일부러 할 필요까진 없었다.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때론 열심히 한 것이 태가 나지 않을 때도 있다.


❉ ❉ ❉


장진호 전투에서 사망한 미군이나 중공군 시체가 모두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자세가 모두 제각각이다보니 Bodybag(시체가방)에 넣기도 애매했다.

미해병대원이 꽁꽁 얼어붙은 전우의 시체를 바디백에 넣기 위해 팔다리를 접었다.


퍼석.


얼음이 부서지듯 시체의 팔다리가 부러졌다.

배우의 실수가 아니다.

연출로 의도한 것이다.

피부와 군복 외피가 하얗게 얼어붙은 시체들 사이를 군종 신부가 돌아다닌다.

얼어붙은 시체 하나하나에 추모기도를 하는 장면도 촬영했다.

담담하게 화면에 담았다.

조현석이 호주 출신 단역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도 찍었다.

두 사람이 미군 시체를 옮긴다.


[어쩌다 군인이 된 거야?]

[교회 영어성경반에 다니면서 선교사로부터 영어를 배웠어. 군에서 통역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원했는데.... 시험관이 두말없이 합격시키더라.]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처지였지. 도무지 한국 군대와 말이 통해야 손발을 맞추지.]

[통역이고 뭐고 저녁에 곧바로 부산으로 내려가 인천으로 상륙할 미국 해병대에 배속될 거라고 그러더라고. 웃긴 게 뭔 줄 알아?]

[네 이야기 어디에도 웃길 포인트 없어 보이는데?]

[미해병대에 배속될 거라는 말을 듣더니 자원자 중 영어선생이란 사람이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더라고.]

[도망간 거야?]

[그 뒤로 그 사람은 어디에서도 못 봤어.]

[우리 부대가 어떤 부대인지 알았나 보네.]

[그땐 몰랐어. 이 부대가 위험한 작전만 수행하는 부대인지.]

[병사, 자부심을 가져.]

[아마 나이가 좀 있던 그 영어선생은 태평양전쟁에서 이 부대가 왜놈들과 혈전을 벌인 최일선 부대인 걸 알았나봐.]

[후회해?]

[별로.]

[영광으로 알라고. 아무나 우리와 함께 돌격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야.]


아이오와 주방위군이 촬영지로 들어오기 전까지 드라마와 분위기 위주로 촬영했다.

빠르게 촬영분량을 지워나갔다.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겨울이라 해가 짧다.

밤에는 체감온도가 40%까지 내려가는 것 같았다.

배우들이 대기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캠핑카를 최대한 촬영지와 가깝게 배치했다.

캠핑카에서 촬영장소까지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일부 배우들의 캠핑카는 미해병캠프 막사 안으로 집어넣었다.

광활한 평원 장면을 촬영할 때는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짚가리에 배우들의 캠핑카를 숨겼다.


“여주 시골의 논에서도 짚가리나 낟가리를 보기 점점 힘든 것 같던데....‘


한국에서도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짚가리가 미국 그것도 아이오와 촌구석 평원에 재현되어 있다.

사실은 사진자료와 동영상 자료에서 장진호 인근 들녂에 짚가리가 잇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전쟁통에 농사가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가 없었으니까.

엄동설한에 배우가 대기할 캠핑카를 숨길 방법이 필요했다.

사실상 평원에서 추위를 피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70~80년대 한국의 논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짚가리였다.

벼를 거두어 낟알을 떨어내고 남은 짚이 볏짚이다.

보리에서 낟알을 떨어내고 남은 짚은 보릿짚이다.

볏짚이나 보릿짚을 쌓아서 비나 눈 그리고 이슬을 가린 것들을 통틀어 짚가리라고 한다.

과거에는 겨울철 땔감을 구하기 위해 십리를 가기도 했다.

불이 타는 것은 무엇이든 땔감으로 썼다.

짚은 겨울철 시골에서 소중한 땔감이었다.

무슨 짚이든 더미를 지어 이슬을 가리고 소중히 갈무리했다.

그것에 착안해서 배우들이 대기하는 캠핑카를 짚가리로 가렸다.

캠핑카 도색을 짚가리 색깔로 맞추고, 눈까지 뿌려 위장했다.

미술팀이 류지호의 아이디어를 칭찬했다.

다만 스태프들은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눈물겹다.”


충무로였으면 어땠을까?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곳에 드럼통을 놓고 장작을 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배우든 스태프든 틈틈이 드럼통으로 달려가 몸을 녹이는 풍경이 연출되었을 터.

광활한 평원 세트장의 야트막한 언덕을 하나 넘으면 베이스캠프가 지어져 있다.

그곳에는 100여 대의 각종 차량과 캠핑카가 질서정연하게 주차되어 있다.

배우들이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는 분장 트럭이 있고, 각종 장비 트럭들이 있으며, 소품용 트럭이 종류별로 나눠져 있다.

스태프들 부서별로 휴식을 취할 트레일러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스태프들이 주차장 지역으로 몰려왔다.

대형 카고 트럭의 뚜껑이 개봉되며 향긋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푸드 트럭이다.

총 5개의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햄버거와 오믈렛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

바쁜 이들을 위한 'Fast Lane'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 서면 기본 스크램블 에그와 양념 감자, 베이컨 등이 지급됐다.

주로 이용하는 이들은 촬영 그립(grip)과 개퍼(Gaffer)들이다.

주연급 배우들은 따로 식사가 각자의 캠핑카로 배달되었다.

스태프들은 푸드 트럭 뒤편에 마련된 대형 막사 안으로 들어가서 식사했다.

테이블이 놓여 있는 막사 안에는 각종 소스와 피클, 할라피뇨 등이 갖춰져 있다.

분명 고급스러운 식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배우와 스태프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매일 메뉴가 바뀌었다.

원하는 음식을 사전에 제작진에 전달하면 다음 날 바로 준비해주었다.

푸드트럭 외에 디저트만 모아 둔 간식 트럭도 따로 있다.

커피와 차는 물론이며 머핀과 쿠키, 브라우니 등 다양한 종류의 후식들이 즐비했다.

디저트 트럭 옆에는 컨테이너박스를 개조한 임시 휴게소도 있다.

캠핑카를 제공받지 못하는 단역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짬짬이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임시 휴게소 같은 곳이다.

류지호의 촬영장이라고 해서 특별힌 신경 쓴 부분은 없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블록버스터 촬영장은 대부분 이 정도 수준으로 준비한다.

유난스럽게 까다로운 배우나 헤드 스태프가 있다면 더한 것도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죠 트래볼타가 출연했다면, 평원 한쪽에 임시 활주로를 만들어 달라는 계약조건을 제시했을 것이다.

그 활주로를 통해 전용기를 타고 출퇴근을 했을지도 몰랐다.

모건 포터필드가 출연했다면, 그의 전용 트레일러에는 그가 요구한 서적들을 구비해 놓아야 하고, 음악 감상을 위한 오디오 시설을 갖춰놔야 했을 수도 있다.

모건 포터필드는 촬영장에서 대기시간에 음악 감상을 하거나 독서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이들은 트레일러에서 마리화나를 피울 수도 있다.

개념 없는 배우는 이 오지까지 콜걸을 불러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다행히 <Christmas Cargo>의 출연 배우 가운데 무리한 조건을 건 경우는 없었다.

다만 제라드 깁슨, 게랄트 올드만 등이 알코올 의존증이 꽤 심각한 상황이라서 대기 시간 틈틈이 술을 마셨다.


“날이 너무 추워서 조금 마셨어.”

“디렉터가 이해 해 주게. 연기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마시진 않았으니까.”


술 냄새가 진동하는데 많이 마시지 않았단다.

어려운 장면도 중요한 장면도 아니어서 일단을 눈감아 주었다.

그러다 술에 취해 촬영장에 나타난 날이 있었다.

류지호는 촬영을 접었다.

그리고 두 사람 숙소를 방문해 계약서 사본을 흔들며 말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촬영 진행에 문제가 발생하면, 당신들 개런티의 몇 배를 물어내야 하는지 알고 있고 있겠죠?”


계약서를 들이밀자,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들이 꼼짝도 못했다.

할리우드에서 레벨이 남다른 배우들을 모아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이다.

모두가 내 마음처럼 따라준다면, 영화 찍는 것이 얼마나 쉬울까.

할리우드 영화감독이 가장 많이 하는 업무는 연출이 아니다.

조율과 중재다.

개성 넘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는 것은 언제나 스트레스를 안고 가야 한다.

제 아무리 친분이 깊은 이들과 일을 하더라도.


❉ ❉ ❉


타이틀 시퀀스(Title sequence).

주요 출연진과 스태프를 소개하고, 영화의 내용을 암시하면서, 영화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오프닝 씬.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는 영화 초반에 나오는 ‘오프닝 타이틀’과 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엔드 크레디트’(스태프 롤) 두 가지로 나뉜다.

오프닝 타이틀은 주요 출연진, 스태프 명단이 나오고, 엔드 크레디트에는 제작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와 배경 장소, 사운드 트랙, 고마운 사람 등을 소개한다.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는 화려한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와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영상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단순히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마르틴 스콜제제 감독은 타이틀 시퀀스를 ‘영화 속의 영화’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렇게 중요한 타이틀 시퀀스에 영화감독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투자·배급사에서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는 정형화된 틀이 없다.

그저 영화로의 몰입과 흥미, 재미를 느끼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하고, 영화 전체를 압축하는 중요한 시각적인 단서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을 뿐.

사람 사이에서 첫 인상이 중요하듯.

영화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타이틀 시퀀스, 본편 첫 장면, 오프닝 시퀀스, 영화 시작 후 10분까지에 많은 공을 들인다.

<Christmas Cargo>의 오프닝 시퀀스는 3분이 조금 넘을 것 같았다.

보통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는 1분 30초~2분 30초 정도.

참고로 <007 시리즈>의 화려한 타이틀 시퀀스는 기본 3분이다.

<스카이폴>은 무려 4분에 육박한다.

<Christmas Cargo>의 오프닝 시퀀스는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고 더글라스 맥아더가 상륙선에서 내려 뭍으로 올라가는 유명한 사진에서부터 시작한다.

실제 자료 사진을 사용하지 않았다.

배우 빈센트 허트경이 캘리포니아에서 맥아더로 분장해 따로 촬영할 예정이다.

대중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그 사진 하나를 건지기 위해서 맥아더는 배에서부터 구도와 연출을 고민했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기 위해 여러 차례 상륙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것을.

누군가는 쇼맨십이라고 이야기한다.

전형적인 정치군인의 모습이다.

이 유명한 사진이 얼마 안 가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신문 1면에 실리는 걸 누구보다 맥아더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필리핀에 부임할 때부터 유독 언론 플레이에 진심이었던 인물이었다.

암튼 3분이 넘는 영화 <Christmas Cargo>의 타이틀 시퀀스는 종군 기자가 초창기 16mm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처럼 화질이 매우 안 좋게 표현될 예정이다.

화면에 비도 많이 내리고, 노출이 잘 맞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흑백이다.

영화팀이 따로 촬영하진 않는다.

타이틀 시퀀스 전문 업체에서 기획부터 완성까지 모두 전담할 예정이다.

당연히 류지호의 승인을 얻은 콘셉트로.

3분 안에 한국전쟁의 역사적 배경과 전황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다.

장진호 전투가 어떤 작전인지 영화가 무엇을 다룰 것인지 알려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차박차박!


맥아더(존 허트)가 상륙선에서 내려 무릎까지 차는 바닷물을 헤치고 뭍에 오른다.

뭍에서 대기하던 미해병 제1사단의 올리버 스미스 사단장(제라드 깁슨)이 맥아더와 UN사령부 참모들을 맞이한다.

5000:1의 도박이라는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다.

북한군은 패주를 시작했다.

UN군은 패주하는 북한군을 쫓아 순조롭게 소탕작전이 진행되고 있다.

전쟁이 곧 끝날 것 같은 낙관적인 분위기다.

맥아더 사령관은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후 에드워드 알몬드 소장(게랄트 올드만)의 10군단을 원산에 상륙시키는 작전을 구상했다.

10군단에 배속된 미해병 1사단은 개마고원을 거쳐 낭림산맥을 넘어서 서쪽으로 진격할 계획을 세웠다.

후퇴하는 북한군을 동서(東西)에서 협격하기 위해서다.

UN군을 기세 좋게 부산 부근까지 몰아넣었던 북한군은 맥아더의 화려한 인천상륙작전으로 배후가 끊겼다.

그로써 북한군은 포위망을 풀고 중국국경까지 달아났다.

UN군이 중국국경 근처까지 진격하자, 마오룬즈와 중국공산당은 친미국가와 국경을 맞댈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요서지역에 준비시켜 두었던 군대의 참전을 결정한다.

맥아더를 위시한 UN군 사령부는 중공군을 얕봤다.

맥아더가 수립한 제10군단의 작전 거리가 무려 480Km였다.

원산~수동~장진호~신흥~풍산~혜산~백암~청진에 이르는 작전 구역을 제10군단만으로 책임져야 했다.

맥아더와 10군단장은 퇴각하고 도주하는 북한군 잔당 소탕 작전이라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생각을 했다.

순조로운 북진으로 자신감과 오만에 빠졌다.

제10군단의 작전 지역은 2차 대전 당시 유럽전선처럼 평야가 아니었다.

태백산맥과 개마고원 일대는 한반도에서도 손꼽히는 험준한 산악 지형이다.

군 전략을 잘 몰라도 병참 문제를 놓칠 수는 없다.

아마추어라도 작전 거리를 그렇게 길게 잡고 부대를 배치하지 않을 터.

맥아더와 핵심 참모들은 도쿄사령부에서 지도만 보고 작전을 수립했다.

한반도 북부의 험준한 지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은 마음만 앞섰다.


[이 작전은 미친 짓입니다.]

[패주하는 패잔병 소탕작전일 뿐이야. 한반도의 하늘은 우리 수중에 들어와 있어. 문제없어.]


부정적인 의견은 무시되었다.

5000:1의 전대미문의 상륙작전인 인천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맥아더의 군사적 권위에 그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낼 수 없었다.

미해병 1사단은 1950년 10월 11일 인천에서 함경남도로 향하게 될 수송선에 올랐다.

사단장 올리버 스미스 소장은 승선에 앞서 전사한 해병대원들의 시신에 참배했다.

시신 한 구 한 구 앞에서 일일이 묵념을 올렸다.

그 바람에 출항이 두 시간쯤 지연됐다.

원래 이런 장면은 영화 클라이맥스 직전이나 엔딩에 보여준다.

류지호는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에서 이런 추모 장면을 보여줄 생각이다.

올리버 사단장의 그 같은 행동은 실제 역사적인 사실이다.

장진호 전투가 얼마나 치열할 것인지 암시하는 장치로 활용할 생각인데.


‘맥아더와 비교해서 올리버 사단장을 올리치기 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미해병 1사단은 2차 세계대전에서 혁혁한 무공을 세운, 미국 최강의 부대였다.

지휘관 올리버 스미스 소장은 인천에서 맥아더를 맞이할 때도, 원산으로 향할 때도 각반을 차고 있었다.


[부하를 버릴 수 없다! 전투 중에 쓸데없는 명령 좀 내리지 말라!]


올리버를 연기하는 제라드 깁슨은 <위 워 솔져스>에서 할 무어 중령이라는 이상적인 군인 역할을 연기한 바 있다.

반면에 10군단을 지휘하는 알몬드는 전혀 야전 지휘관 같지 않았다.

전형적인 행정관료 같았다.

영화에서 두 사람은 계속해서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관객들에게 제라드 깁슨은 이미 <브레이브 하트>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와 <위 워 솔져스>의 무어 중령의 캐릭터가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올리버 스미스 사단장에 제라드 깁슨을 캐스팅함으로써 영화에서 그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프리더엄~!]

[장교는 병사를 버리지 않는다. 가장 먼저 전장에 내리고 가장 늦게 떠나는 것이 장교다.]


같은 낯간지러운 대사를 칠 필요도 없다.

제라드 깁슨이 군복을 입고 출연한 이상 이상적인 지휘관이란 인상을 곧바로 받을 테니까.

미해병 1사단을 태운 수송선이 원활하게 원산항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북한군이 원산 앞바다에 온통 기뢰를 뿌려놓은 상황이었다.

상륙작전에 동원된 모든 배들이 뭍 가까이 대지 못했다.

상륙선조차 내려 보낼 수가 없었다.

연합군은 원산항 앞바다의 기뢰를 제거하는 작전을 전개했다.

그것으로 10군단은 무려 2주를 소모했다.

알몬드가 지휘하는 10군단이 원산에 상륙했을 때.

대한민국 국군이 이미 원산 일대를 점령한 후였다.

사실상 10군단은 요란법석만 떤 꼴이 되어버렸다.

이 상륙작전을 위해 동원된 병참 때문에 추후 다른 지역 작전들도 함께 꼬이기 시작했다.


- 행정적 상륙


후일 이 상륙작전을 두고 역사학자들이 붙인 표현이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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