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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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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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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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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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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빅딜 해볼 생각 없어?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임산부는 배가 나오고 몸이 무거워지면서 점차 활동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활동량이 지나치게 감소하면 당연히 건강에도 좋지 않다.

때문에 레오나가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류지호는 내버려두었다.

단 지나치게 과격한 운동은 삼갔다.

물에서 하는 운동은 쉽고 안전하다.

담당 의사도 추천해서 레오나는 주로 수영을 했다.

한여름의 LA 햇살은 너무 강렬하다.

한낮에 야외에서 수영을 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해가 질 무렵 20분 정도 매일 규칙적으로 야외 수영을 즐겼다.


“썬크림 꼼꼼하게 발랐어?”

“그냥 모자만 쓰려고.”


레오나가 밝은 색상의 원피스에 챙이 살짝 아래로 처지면서 둥근 곡선의 플로피 햇을 쓰고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의 여름은 덮기는 해도 습하지는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레오나는 체온 조절이나 땀을 잘 흡수하고 통기가 좋은 소재의 옷을 주로 입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류지호가 엄청 잔소리를 해댔다.


“그거 알아? 레오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임산부라는 거.”

“어휴, 입에 꿀을 발랐나?”


배가 많이 불러오면서 레오나는 차츰 외출을 꺼렸다.

그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류지호는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류지호는 이전 삶에서 아이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다가다 주워들은 이야기는 제법 많았다.

특히 많은 임신부들이 사회생활 중단이나 출산 후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주워들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불면증에 시달릴 수가 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의욕도 없어진다.

보통사람도 그럴 진데 임신부는 오죽할까.

곁에서 누군가 세심하게 챙기지 않으면 식습관도 불규칙해지고 식사량도 줄거나 급격하게 늘 수도 있다.

당연하지만 그런 신체적, 심리적 변화는 태아 발육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류지호는 억지로라도 레오나를 데리고 산책을 했다.

일부러 함께 쇼핑을 가고, 외식도 했다.

남들이 유난 떤다 뭐라 놀려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갖게 된 아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모자랐다.

한편으로 어린 나이에 자신에게 시집 와서 일찍 엄마가 되는 레오나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다.


“갈까?”


레오나가 류지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좋아!”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저택을 나섰다.

벨에어 지역에는 게티 뷰, 비벌리 글렌 공원이 있다.

저택에서 10여 분 거리에 풍광이 수려한 스톤 캐넌 저주지도 있다.

둘은 가볍게 공원을 산책했다.

하루 종일 붙어있는데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산책하는 내내 두 사람 사이에서 대화가 한 번도 끊이질 않았다.

산책을 하고 돌아온 후 레오나는 샤워를 하고 낮잠을 잤다.

그 사이 류지호 <생명의 항해> 콘티작업을 했다.


‘상황이 이런데 무슨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을 본다고....’


7월 마지막 주에 실시되는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을 보겠다고 레오나가 고집을 부렸다.

모두가 말렸다.

캘리포니아주는 다른 주와 달리 3일 동안 시험을 치른다.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매일 6시간씩 장장 3일 동안 시험을 본다.

일반인들도 체력소모가 상당하다.

당연히 임신부에게 무리다.

내년 2월에 반드시 시험을 보기로 타협했다.

변호사 시험공부 외에 레오나는 주 3회 요가 강사와 함께 임산부 요가를 하고, 아침저녁으로는 류지호와 함께 벨에어 주변을 산책하고, 요가가 없는 날은 해가 질 무렵 저택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겼다.

류지호 부부가 벨에어를 벗어나는 순간.


“미스터 할리우드가 드디어 벨에어를 나왔다!”

“쫒아!”

“따라붙어!”


이제나저제나 벨에어 거주 셀럽들의 출현을 고대하던 파파라치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떼처럼 류지호 부부의 차를 따라붙었다.

레오나의 사진을 찍기 위해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하는 파파라치도 있었다.

사전에 LAPD에 류지호 부부의 동선을 알려주었다.

그에 따라서 LAPD가 출동해 파파라치의 도를 넘는 자동차 추격전을 진정시켰다.

저택은 물론이고 벨에어 메가맨션 단지에는 입주자 공유 시설이 잘 되어 있다.

그럼에도 종종 벨에어를 벗어났다.

기분전환을 위해서다.

오랜만에 부부가 산타모니카 해변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베벌리힐즈의 명품숍을 돌아봤다.


찰칵찰칵!


10년 이상 류지호를 전담하고 있는 파파라치 루크 프레이저가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그처럼 오랜 인연(?)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진을 찍혀주었다.

일종의 연출사진이라고 할까.

이왕 파파라치에게 사진이 찍힐 바에는 좀 더 예쁜 모습으로 찍히는 것이 좋다.

출산 후에 레오나가 입을 옷에 대한 최근의 트렌드도 확인했다.

슈퍼리치는 직접 쇼핑하는 경우가 없다.

보통은 비서나 집사가 대리 구매한다.

혹은 백화점 VVIP 라운지에서 프라이빗 퍼스널 쇼퍼가 준비한 상품을 확인하는 것으로 구입을 확정한다.

당연히 류지호가 직접 쇼핑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쇼핑에 재미를 느끼지 않기도 하고.


“레오나 재밌어?”

“응.”

“백화점 폐장하고 우리 부부가 1시간 정도 쇼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매니저에게 말해 볼까?”

“아냐, 괜찮아.”


백화점에 입점해 있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떤 브랜드라도 레오나가 요청하면 백화점 측에서 공수해 준다.

VVIP이기 때문에 어떤 백화점을 가도 특별관리 대상이다.

백화점은 일반 고객 수백 명 보다 VIP 한 명을 더 신경 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 상위 10% 고객이 백화점 매출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경기일수록 VIP들의 소비가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소비 침체와는 상관없이 VIP 들의 명품 구매는 꾸준하기에.

류지호는 레오나가 충분히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곁을 지켰다.


❉ ❉ ❉


에드 윌리엄스(Edd Williams).

메이저리그 역사상 마지막 4할 타자다.

베이브 루스, 타이 콥과 함께 MLB 최고 타자 중 하나로 꼽힌다.

통산 장타율 1위, 통산 출루율 2위에서 알 듯 있듯 베이브 루스가 장타와 어울리는 풀히팅 타격 기술이 특징이라면, 타이 콥은 통산 타율 1위, 통산 도루 3위로 탁월한 스피드를 활용해 배드볼 히팅 기술과 출루능력을 자랑했다.

반면에 에드 윌리엄스는 선구안을 이용한 타격 및 출루능력으로 통산 출루율 1위, 통산 장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에드 윌리엄스가 활약할 시기에는 출루율 기록이 중요하진 않았다.

출루율은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통산 OPS 2위 기록 역시 1980년대 중반에 새롭게 나타난 기록측정법이다.

때문에 에드 윌리엄스가 그 실력에 맞는 대접을 받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

누적 스탯이 부족해 저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타자를 뽑는다면 5위 안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대타자가 바로 에드 윌리엄스다.

사실 그의 누적 스탯이 다른 대타자들에 비해 적은 이유가 있다.

리그가 한창이던 시기에 2차 세계 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전쟁에서 해병 항공대의 F9F 팬서 조종사로 복무한 이력이 있다.

총 39회의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

한국전쟁에서 파일럿으로써 최선을 다하다가 달팽이관과 관련한 귓병을 얻기도 했다.

에드 윌리엄스는 한국전쟁에 참전하느라 야구에 대한 훈련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귓병까지 걸릴 정도로 육체적으로도 만신창이가 되어서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37경기에서 .407 타율에 13홈런 34타점이라는 신들린 타격을 선보였다.

당시 나이 만 34세였다.

한국의 MLB팬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메이저리거 약 340명, 마이너리거 3,000명이 징집 또는 자원입대를 통해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이다.

그 중 35명이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안타까운 사실은 2명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두 번의 전쟁에서 살아서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한국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전(前) 메이저리거가 류지호의 집을 방문했다.

류지호가 직접 저택의 현관까지 나와서 마중했다.


“어서 오세요. 뉴컴씨.”

“초대해줘서 고맙네. 미스터 류.”

“별 말씀을요. 초대에 응해주셔서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류지호가 80세 흑인 노인과 포옹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먼 D 뉴컴(Eamon D Newcombe).

메이저리그 흑인선수 1세대 가운데 한명이다.

또한 다저스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선수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출전한 최초의 흑인 선수 중 한명이며, 1950년대 브루클린 다저스와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던 투수였다.

브루클린 다저스의 첫 우승 당시 에이스, 연고지 이전 후 LA다저스의 원년 에이스였는데, 1949년 월드시리즈에서 흑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선발투수로 나섰던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비록 다저스에서 영구결번은 못 됐지만, 팀이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틀림없는 다저스맨이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에이스라는 타이틀을 빼고도, 1950년대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슈퍼에이스였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과 알코올 의존증 등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를 했는데, 이후로 다저스 프런트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LA다저스의 특별고문직을 맡고 있다.


“안녕하세요. 의장님.”


입 주변으로 거뭇거뭇한 수염을 기른 노장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넙죽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긴 방황 끝에 친정팀 LA다저스로 돌아와 재기를 다짐하고 있는 박진우 선수다.

그 동안 다저스-텍사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뉴욕 메츠-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뛰었던 박진우는 미국 집이 있는 LA로 복귀해 한창 아시아 투수기록 123승을 깬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호칭 편하게 하기로 하지 않았나?”

“하하.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가장 무난한 것을 골랐습니다, 형님.”


박진우가 류지호에게 와인을 선물로 건넸다.

레오나에게는 꽃다발을 선물했다.

개인적으로 일본 출신의 노모가 기록한 최다승 기록을 깨고 한국으로 돌아가 뛰고 싶다는 박진우는 다저스에서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LA다저스의 10년 이상을 책임질 에이스 커쇼가 데뷔한 해다.

박진우는 커쇼 등과 5선발 경쟁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팀 사정에 따라서 땜빵 선발과 불펜에서 주로 뛰고 있다.


“한국팬들이 의장님이 힘 좀 쓰라고 난리라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류지호는 명색이 다저스 구단주다.

선수 본인과 한국의 팬들 모두 박진우가 선발자리를 꿰차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컸다.

한국인 구단주로써 박진우 선수에게 더 많은 선발기회를 줄 수 있지 않냐며 섭섭해 하는 한국인들이 많았다.


“나는 야구팀에도 간섭 안 해. 소유만 할 뿐.”


2007년 사실상 전 시즌을 마이너에서 보내는 굴욕을 맛보면서 메이저리그로의 복귀가 가능할 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올 시즌 박진우의 복귀는 썩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선발이 아닐지라도.


“젊고 싱싱한 커쇼가 선발로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고, 마무리 다카시의 갑작스런 팔꿈치 통증으로 인한 이탈로 불펜에 구명이 나 있잖아. 팀으로선 진우를 불펜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시즌 초 박진우는 롱릴리프나 땜빵 선발로 주로 기용되었다.

헌데 다카시의 이탈 이후로는 1이닝 미들맨으로 완전히 돌아서게 되었다.


“의장님, 이거...”


다음으로 저택으로 찾아온 선수는 다저스의 한국인 외야수였다.

류지호에게 ‘추추트레인’이란 별명이 더 익숙한 선수다.

그는 레오나를 위해 케이크를 가지고 왔다.


“와이프가 직접 만든 고구마케이크입니다. 디저트도 조금 만들어 왔습니다.”

“잘 먹을 게.”

“제 와이프도 임신했을 때 한국식 케이크를 잘 먹어서 혹시 사모님도 좋아하실까 싶어서 준비했습니다.”

“고마워요. 나도 한국의 고구마 케이크 좋아해요.”


기존 외야자원이던 브래들리를 트레이드 보낸 후 추추트레인은 루이 곤잘레스, 앤디 존스와 플래툰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데, 두 사람 다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후반기에는 좀 더 많은 경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삶과 달리 팀이 바뀌게 되어 선수 커리어가 엉망진창이 되면 어쩌나 류지호가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LA다저스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게다가 같은 한국인이자 선배 메이저리거인 박진우까지 팀에 합류했다.

든든한 조력자와 함께 하게 되었으니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올시즌 전에 다저스 프런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강타자 매니 라미레즈를 데려 올 계획이었다.

류지호가 사전에 막았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금지약물복용이 탄로 난다는 걸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지호는 세 개의 프로스포츠팀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

다른 구단주와 달리 팀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렇다고 약물 스캔들이나 사인 훔치기 같은 매우 민감한 사안마저 팔짱끼고 방관할 생각은 없었다.

류지호는 LA 다저스 선수들의 도핑 여부를 철저하게 점검하라고 프런트에 주문하고 있다.

한편으로 메이저리그 팀들의 사인 훔치기에 대해서도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전 삶에서,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를 주도했던 코라 감독이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벤치코치로 일하고 있다.

그의 경기 내적 행적을 경기분석관(JHO Security 직원)이 감시하고 있다.

사인 훔치기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쌓이게 되면 대대적으로 이슈화 할 생각이다.

올해 LA다저스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토레 감독과도 여러 차례 식사를 했다.

개인적인 의견은 최소한으로 전달했다.

주로 선수영입에 관한 것이었다.

류지호는 유럽축구는 꽤 기억하고 있어도 MLB는 잘 모른다.

그럼에도 아는 선수가 몇 명 있다.

그 중에 한 명이 마이클 트라우트다.

그를 반드시 드래프트에서 잡아야 한다고 프런트에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이 당시 트라우트는 유격수와 투수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이스트 캐롤라이나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기로 구두 계약한 상태다.

내년 6월에 열리는 드래프트에서 반드시 마이클 트라우트를 잡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처음에는 프런트에서 납득을 하지 못했다.


“중견수에는 이디어가 있습니다만?”

“수비가 불안한 이디어를 1루로 옮기면 안 됩니까?”

“1루에는 노마와 로니라는 유망주가 있습니다.”

“노마는 현재 3루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장기적으로 캠프, 이디어, 로니로 이어지는 클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 포지션을 멋대로 이동시킬 수는 없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출루머신 추추트레인이 1번 타자를, 마이클 트라우트가 다저스의 클린업의 방점을 찍어주길 바랐다.


“스카우트팀 말로는 350만 달러를 원한다고 합니다. 그 돈을 내가 지불할 생각이 있습니다. 스카우트 팀을 파견해서 마이클 트라우트가 다저스에 필요한 선수인지 아닌지 다시 한 번 세밀하게 관찰해 보길 바랍니다.”


유망주는 많을수록 좋다.

구단주가 점찍은 선수인데 프런트로서도 마냥 나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

투수도 몇 명 추천했다.

류지호가 기억하는 LA다저스의 원투펀치는 커쇼와 그레인키였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뛰고 있는 그레인키를 데려오라고요?”

“그가 로열스와 계약 연장을 하기 전에 트레이드로 데려왔으면 좋겠군요.”


지금까지 영화와 각종 투자에서 단 한 번도 실패를 기록한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류지호다.

그럼에도 스포츠 분야에서까지 그의 선구안이 발휘될 것이라 보지 않았다.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레인키에게 4년 총액 4,000만... 아니, 4,500만 달러까지 쓸 수 있습니다. 꼭 데려왔으면 좋겠군요.”


류지호가 선수영입에 지갑을 풀겠다고 하자, 단장과 감독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이 선수 사자 저 선수 사자‘ 무려 10명의 스카우트 리포트를 보내왔다.

류지호가 아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이름을 아는 선수라고 해봐야 30대 중반의 비교적 노장선수들 뿐.

당장 비싼 몸값의 노장선수를 데려오느니 미래에 터질 유망주들을 모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른 인재가 데이브 프라이스(Dave Price)다.

본래 2004년 드래프트 19라운드에서 LA다저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프로에 직행하는 대신 고향의 스포츠 명문 대학 밴더빌트에 진학했다.

대학야구를 평정한 후, 작년에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지명을 받아 메이저리그 계약을 했다.

작년과 올해 4점대의 ERA와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로 그다지 훌륭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물론 신인치고는 준수하지만.

LA다저스가 그를 데려오려면 또 다시 좋은 자원을 내줘야 하겠지만, 그 부분은 프런트가 알아서 할 일이다.


‘프로스포츠가 투자한 만큼 결과를 얻는다고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탄탄한 자금력으로 좋은 선수를 싹쓸이 하는 뉴욕양키스만 봐도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주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구단주임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선수를 데려오라고 명령하는 등 구단운영에 열정적으로 개입하고 엄청난 돈 보따리를 마구 푸는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팜 육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구단주도 있다.

류지호는 빅 마켓 구단주임에도 후자 쪽에 가까웠다.

구단 프런트에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러는 한편으로 팬 친화적인 구단주를 추구했다.

유망주 영입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풀었다.

지금의 유망주들이 2010년대에는 베테랑이 된다.

늦어도 3~4년 후부터는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단골팀의 기초를 만들어 주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류지호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다저스 관계자들이나 선수들을 벨에어 저택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

맨유 우승기념으로 선수들에게 TESLAS 전기차를 선물한 것을 섭섭해 할 것 같아 주장을 포함해 고참급 선수들도 초청해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다양한 책들을 선물했는데, 특히 추추트레인에게는 에드 윌리엄스의 타격 지도서 <타격의 과학>과 세이버매트릭스 관련 책을 선물했다.


“난 추 선수가 에드 윌리엄스 같은 유형의 타자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어. 야구를 잘 모르지만.”

“....위대한 선수죠. 그 분은.”

“아시아 출신의 타자가 명예의 전당에 도전할 수 있는 스탯이 뭘까 생각해 봤어. 홈런? 안타? 도루? 내 생각에는 통산 출루율 말고는 길이 안 보이더라고.”


물론 이전 삶에서 3000 안타 이상을 친 이치로라는 일본 출신 메이저리거가 있었지만.

LA다저스에서 메이저리거로 삶을 시작한 추추트레인이 본래의 삶의 궤적대로 언젠가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전 삶에서 죠 보토라는 신시내티 레즈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에드 윌리엄스의 <타격의 과학>을 닳아 떨어질 때까지 읽었다.

또 세이버매트릭스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어서 그것을 자신의 타자로서의 스타일에 접목했다고 얼핏 기억했다.

그래서 추추트레인에게 류지호가 <타격의 과학>이란 책을 선물한 것이다.

그를 통해 영감을 받길 바라면서.

한국에서 추추트레인을 두고 5Tool(파워(장타력), 스피드(주루), 컨택트(타격 정확도), 수비(순발력 , 핸들링), 어깨(송구능력))을 가진 선수라고 평가한다.

때문에 30-30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20-20은 기본으로 해주길 바랐다.

류지호는 전문가들처럼 선수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해 줄 순 없다.

다만 좀 더 일찍 자신만의 야구스타일을 찾도록 지원해 줄 순 있다.

이전 삶에서 이미 검증된 선구안과 인내력 야구(출루율 중심) 같은.


[위대한 타자가 되어 꽉 찬 공을 안타로 만들기보다, 좋은 타자가 되어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공을 안타로 만드는 것이 세 배는 수월하다.]


전설의 타자 에드 윌리엄스가 한 말이었다.

에드 윌리엄스는 날아오는 공의 상표까지 읽을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놀라운 선구안을 강조하다보니 나온 말이다.

사실 배리 본즈(2,558), 리키 헨더슨(2,190), 베이브 루스(2,062)가 에드 윌리엄스보다 더 많은 볼넷을 얻어냈다.

그런데 타석당 볼넷수는 에드 윌리엄스가 단연 1위라고 한다.

그 만큼 타석에서 대단한 인내심의 소유자였다.

야구도 다른 분야처럼 정답이 없을 것이다.

각자에게 맞는 야구 스타일과 철학이 있을 것이다.


[타격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관찰력의 문제고 경험과 실수로부터 얼마나 배우느냐의 문제다.]


타격에 관해 한 말이지만, 류지호는 영화 연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연출은 끊임없이 차선과 타협하는 과정이다.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에 집착하기보다 현실에서 가능한 것들을 모아 어떻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느냐가 연출력의 관건이다.

흥행감독이 되면 무명 때 포기했던 것을 마구 해본다.

말 그대로 이것저것 마구 시도한다.

그래서 무명을 벗어나 일약 흥행감독이 된 후 찍은 차기작부터 뭔가 삐걱대는 경우가 많다.

만듦새는 좋아진다.

그런데 영화 본질에서 다소 멀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

진정한 예술가라면 타협하지도 않고, 완벽한 작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지만.

그렇게 살아 갈 수 있는 영화감독은 세상에 많지 않다.

심지어 예술영화 감독조차도 차선을 선택하고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

그래서 영화감독에게는 최선을 추구하는 것보다 차선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루저?... 실패해서 루저가 아니라, 졌다는 걸 인정하지 않아서 루저가 아닐까?”


류지호는 과거로 돌아오기 전 삶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운이 좋지 못했다고 여겼다.

돌이켜 보면 그래서 루저였던 것 같았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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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 Christmas Cargo. (12) +8 24.03.22 1,425 82 27쪽
808 Christmas Cargo. (11) +3 24.03.22 1,268 63 26쪽
807 또 작두 타는 영화 제작해야 하나? +7 24.03.21 1,446 81 23쪽
806 Christmas Cargo. (10) +3 24.03.21 1,289 74 24쪽
805 Christmas Cargo. (9) +8 24.03.20 1,398 81 26쪽
804 Christmas Cargo. (8) +4 24.03.20 1,317 69 23쪽
803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2 24.03.19 1,455 83 23쪽
802 가온그룹의 선전 덕분 아니겠습니까? +3 24.03.18 1,518 91 31쪽
801 Christmas Cargo. (7) +9 24.03.16 1,493 95 23쪽
800 Christmas Cargo. (6) +10 24.03.15 1,422 86 23쪽
799 Christmas Cargo. (5) +3 24.03.15 1,292 65 25쪽
798 Christmas Cargo. (4) +8 24.03.14 1,440 81 25쪽
797 Christmas Cargo. (3) +3 24.03.14 1,351 75 25쪽
796 Christmas Cargo. (2) +8 24.03.13 1,511 82 25쪽
795 Christmas Cargo. (1) +8 24.03.13 1,493 78 24쪽
794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3) +6 24.03.12 1,615 88 23쪽
793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2) +3 24.03.11 1,600 86 23쪽
792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1) +5 24.03.09 1,663 82 21쪽
791 광폭행보(廣幅行步)! (4) +3 24.03.08 1,632 87 27쪽
790 광폭행보(廣幅行步)! (3) +2 24.03.07 1,616 80 25쪽
789 광폭행보(廣幅行步)! (2) +4 24.03.06 1,668 79 26쪽
788 광폭행보(廣幅行步)! (1) +3 24.03.05 1,726 85 27쪽
787 빅딜 해볼 생각 없어? (4) +5 24.03.04 1,659 86 24쪽
786 빅딜 해볼 생각 없어? (3) +8 24.03.02 1,677 83 22쪽
785 빅딜 해볼 생각 없어? (2) +6 24.03.01 1,645 77 22쪽
» 빅딜 해볼 생각 없어? (1) +4 24.02.29 1,636 78 22쪽
783 고집쟁이는 아니지만, 지나친 완벽주의자... +9 24.02.28 1,591 79 30쪽
782 돈을 번다는 건 분명 좋다! (2) +2 24.02.27 1,565 82 23쪽
781 돈을 번다는 건 분명 좋다! (1) +3 24.02.26 1,597 83 25쪽
780 이 사업은 무조건 된다! +11 24.02.24 1,680 80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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