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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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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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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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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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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Christmas Cargo. (6)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해병 1사단의 마지막 연대가 불도저를 앞세우고 황초령을 넘는다.

흥남부두부터 장진호로 향하는 산길이 너무 좁기 때문에, 공병대가 길을 넓히면서 진격하고 있다.

마지막 부대가 황초령을 넘어 하갈우리(下碣隅里) 쪽으로 사라진다.


잠시 후.


중공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좁은 산길에 놓인 튼튼한 다리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다.


꽝!


장진군 주민들이 수문교라고 부르는 하갈우리와 고토리를 잇는 유일한 다리가 중공군에 의해 끊어진다.

중공군이 방어만 생각했다면 미해병들이 황초령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 다리를 폭파해야 하는 것이 맞는 순서다.

그런데 중공군들은 미군을 다 통과시켜놓고 폭파했다.

퇴로를 끊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조치다.


[.....!]


올리버 사단장이 막사를 빠져나와 폭발음이 들린 황초령 쪽을 돌아본다.

자신 휘하 부하들이 진격하고 있는 장진호 깊숙한 곳을.


[적군이 산길의 다리를 폭파했습니다.]

[......]


올리버 사단장은 중공군이 사단 전체를 타격할 거대한 포위망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음을 비로소 확신하게 된다.


[무전병!]


각 연대장들에 무전을 보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실제 올리버 사단장은 선 굵은 제라드 깁슨 배우와 달리 학구파 인상의 점잖은 성격이었다.

속기사 자격증이 있을 정도다.

마르고 순둥순둥한 외모와 달리 전장에서는 행동파였다.

올리버 사단장이 참모를 데리고 항시 캠프를 순시했다.

장진군청 소재지인 하갈우리는 험준한 산길을 통과하며 나오는 상당히 넓은 개활지다.

북한 지역 주민들이 진지 건축 공사나 군수품 이동, 창고 적재 작업들을 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꿈도 못 꿀 높은 임금을 받았다.

처음에 허옇고 멀대같은 백인 군인들 1만여 명이 들이닥치자 군민들이 바짝 경계했다.

왜놈이나 지주들 또 공산당과 달리 많은 돈을 주고 일을 시켰다.

주민 상당수가 캠프 조성에 지원했다.

게다가 올리버 사단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무척 친절했다.

지역 토착민들은 마음을 열고 미해병대에 협조했다.

수시로 캠프에 의미 있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G-2(정보과)는 젊은 장진군민 서너 명을 정찰 요원으로 고용했다.

현지 주민임을 내세워 부대 주변으로 정찰을 내보냈다.

혹시 모를 중공군의 흔적을 수색하도록 했다.

영화 속에서 흥남부두에 도착한 올리버 사단장이 하갈우리 주민들이 무사히 따라왔는지 묻는 장면이 나온다.

부관들이 피란민들 속에서 하갈우리 주민들을 수소문한다.

누구도 하갈우리 피란민들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미해병 1사단은 하갈우리 주민들이 먼저 수송선을 타고 후방으로 떠났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하갈우리 주민들이 무사히 후방으로 갔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미해병대에 매우 협조적이었으며 함께 피란길에 올랐던 하갈우리 주민들의 생사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일설에는 중간에 낙오되었다는 말이 있다.

미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북한군에게 모진 일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암튼.


[활주로 건설이 완료되었습니다. 내일 09시부터 보급품은 활주로를 통해 들어올 예정입니다.]


하갈우리는 험준한 산들에 둘러싸인 지역이지만, 인근에서도 꽤 넓고 평평한 지역을 자랑한다.

올리버 사단장이 이 지역에 들어오자마자 한 일이 비상 활주로 건설이었다.

그를 위해 알몬드 군단장을 질려버릴 정도로 괴롭혔다.

겨우겨우 허가를 받았다.


[긴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공중보급과 부상병 수송을 완비한 후에 조금씩 전진하겠다.]


4대의 불도저가 밤낮없이 논밭을 깎았다.

2주 만에 간이 비행장을 완성했다.

이 비상활주로를 통해 수송기가 이착륙할 수 있게 되면서 실제로 탈출 작전이 전개될 때 부상병들을 후송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맥아더 사령관과 그의 참모들 또 알몬드 군단장은 장진호를 그저 압록강 진격의 중간 경유지 정도로 여겼다.

반면에 야전 경험이 풍부한 올리버 사단장은 불길한 전장의 공기를 감지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신중한 성격이기도 해서 만약의 상황을 준비했다.

그가 상관의 지시만 맹목적으로 따르는 지휘관이었다면, 비상 활주로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터.


[사령부와 군단장의 성화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도쿄사령부에서 진격 속도를 올리라며 압박을 가한다.

급기야 올리버 사단장은 맥아더의 신속 진군 명령에 항명 한다.

당연히 맥아더가 몹시 화를 낸다.

올리버 사단장은 지휘권 박탈이 될 것을 우려해서 자신이 행한 일을 뉘우치는 척한다.

결국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올리버 사단장을 비롯한 현장 지휘관들의 직언을 무시한 대가는 뼈아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중국 사람은 음흉한데다가 똑똑하기까지 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 이 지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주변 산세에 등골이 오싹하고 간담이 서늘해지더군.]

[.....!]

[내가 겁쟁이처럼 보이나?]

[아닙니다. 사단장님의 그런 감이 지금까지 많은 병사를 살렸습니다.]

[헬기 대기시키게.]


올리버 사단장은 주변 형세를 보며 짚이는 바가 있었다.

부관과 함께 헬기에 올라 일대를 둘러봤다.

장진호 일대와 개마고원의 험준한 산세, 행군 중인 부하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공중에서 살펴본 지형과 조건이 포위 공격을 시도할 만했다.

자신이었다면 지형을 충분히 이용했을 법했다.

올리버 사단장은 2차 세계대전에서 탁월한 무용을 뽐낸 전쟁 귀신이었다.

전장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만에 하나가 문제다.


[정말 저 산 어디에선가 적들이 매복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글쎄....!]


영하 30도를 웃도는 엄동설한이다.

8만에 가까운 병력이 흔적도 없이 설원에 매복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알몬드 군단장은 물론이고 최고 사령관 맥아더도 중공군이 매복했다는 정보를 믿지 않았다.

중공지원군9병단이 미10군단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을 때도 최초의 반응은 웃어넘기는 정도였다.

미군에 쫓긴 잔여부대의 소동 정도로 취급했다.

그런데 9병단을 지휘하는 인물은 쑹스룬이란 자였다.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의 맹장이었다.

그럼에도 미군 수뇌부는 쑹스룬을 우습게 봤다.

장진호 포위매복 작전을 지휘하는 인물이 쑹스룬이란 사실을 몰랐다고 하지만.

설령 알았어도 무시하는 태도는 변치 않았을 터.

어쨌든 중공군이 수문교를 폭파하는 장면부터 영화 속에서 미해병대의 올리버 VS 중공군 쑹스룬의 지략대결이 펼쳐진다.

마치 <위 워 솔져스>에서 무어 중령과 베트콩 지휘관이 수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Christmas Cargo>가 <위 워 솔져스>보다는 좀 더 다이내믹하게 묘사된다.

올리버 사단장이 장진호 전투부터 흥남부두까지 철수 과정에서 사단 규모를 지휘하기 때문이다.

그로인해서 영화 속에서 다양한 작전 상황이 제시될 수 있다.

멋진 장면도 나온다.

중공군에게 포위당해 옴짝달싹 못하는 부하들을 구출하기 위해 올리버 사단장이 직접 헬기를 타고 지원을 나가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내가 볼 때 올리버와 바버는 너와 성향이 비슷해."


앨런 포스터의 말에 류지호도 일정 부분 동의했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한 성격의 리더지.”

“......”

“영화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어떻게 경우의 수까지 일일이 고려해서 콘티를 하냐고. 영화감독이. 거기다 프리비주얼까지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감독은 전 세계에서 네가 유일할 거야.”


류지호가 생각하기에 한국전쟁영웅이라 추앙받는 맥아더 원수는 올리버 스미스 사단장 같은 신중한 성격이면서 직언을 서슴지 않던 야전지휘관들과 F중대 바버 대위 같은 용감한 하급장교들의 헌신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직언하는 야전지휘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역사에 ’IF‘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지만.....!’


미해병 1사단 7연대는 장진호 북쪽으로, 5연대는 무평리 쪽을 향해 북상해 덕동고개를 넘어갔다.

덕동고개 북쪽은 유담리(柳潭里)라고 불리는 곳으로 장진호에서 최북단 지역이다.


11월 26일.


의미심장한 사건이 발생한다.

윌리엄 바버 대위(클리프 레저)가 이끄는 F중대가 유담리 남서쪽 2마일 지점에서 중공군 3명과 조우한다.

중공군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F중대에 투항한다.


[주엔 중위에게 데리고 가.]


중국계 미국인 리 주엔 중위가 투항한 중공군을 심문한 결과를 보고한다.


[저들은 닷새 전에 중공군 제60사단에서 탈영했답니다. 다른 부대와 함께 11월 11일 만포진에서 압록강을 건너와 닷새 전 유담리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병력은 어느 정도라고 하던가?]

[우리 편제로 치면 3개 사단 정도 될 겁니다.]

[....제기랄!]

[그 뿐만 아닙니다. 중공군 2개 군단도 매복을 완료했을 거라고 합니다.]

[저 자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우리 1사단은 완전히 포위된 거잖아.]

[저들의 임무가 우리 두 개 연대가 유담리 서쪽에 있는 자기네 진지를 통과하고 나면 유남리 남서쪽에서 주보급로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공격은 밤에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장진군 주민들도 중공군들이 어두워진 후에 이동한다는 말을 꾸준히 전달한 바 있다.

미군의 상식으로 믿기 힘든 행군이었다.

험준한 산악지대를 그것도 혹한 속에서 행군한다는 것이.

이 같은 전장을 경험해 보지 못한 연합군으로써는 믿기 어려웠다.


[심문 결과를 종합해 보면, 중공군 제20군의 4개 사단이 지금 장진호 지역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잖아.]


이 놀랄 만한 첩보는 즉각 제10군단에 전달되었다.

장진호 동쪽에 자리 잡은 미 육군부대에 전파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영화에서나 실제 역사에서나 당시 상황은 어딘지 묘한 구석이 많았다.

장진호전투를 통틀어 이상한 일 중의 하나가 해병 제1사단과 육군 제31연대전투단 사이에 통신이 두절되었던 점이다.

그들의 무전기는 같은 주파수에 연결되지 않았다.

다른 어떤 수단으로도 교신되지 않았다고 한다.

암튼, 리 주엔 중위는 역사상 아시아계로는 최초로 해병대 장교가 된 인물이다.

그는 하갈우리 사단 본부를 출발하기 전까지도 동료 백인 장교들로부터 곱지 않은 눈길을 받았다.


[중국인 세탁부 자식.....!]


리 주엔의 등에 대고 백인 동료 장교가 빈정거린다.

세탁일은 이 당시 미국의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던 직업이었다.

사실상 중국인을 경멸하는 표현이다.


[과연 중공군과 전투가 벌어지면 저 세탁부 녀석이 그들에게 총이라도 쏠 수 있을까?]

[일부러 엉뚱한 곳에 총구를 겨눌지도 모르지.]

[위기 상황에서 미군에게 변하지 않는 충성을 할지 의심스러워.]


하급 장교들 사이에서 리 주엔은 왕따와 다름없다.

그런데 유담리 출동 전에 바버 대위가 리 주엔에게 4정의 기관총 화기 담당 소대장 보직을 맡긴다.

리 주엔이 바라고 바라던 초급 전투 지휘관이 된 것이다.

실제 역사와 다른 설정이다.

윌리엄 바버와 리 주엔은 장진호 지역에서 전투를 벌였지만, 연대가 달랐다.

당연히 전투지역도 달랐다.

실제로 윌리엄 바버는 11월 7일에 F중대 중대장에 임명되었다.

유담리에 도착했을 때는 중대장이 된지 채 20일이 안 된 시점이었다.

리 주엔과 엮일 일 자체가 없었다.

어쨌든 해병1사단 7연대는 유담리쪽으로 진입한다.

중간에 지나치는 마을들은 미군 폭격기의 공습으로 폐허나 다름없다.

가끔 정찰활동 중인 중공군과 총격이 벌어진다.

소소하다.

서로 간을 보는 정도.

원산, 흥남에서 미육군 2개 군단이 김일성이 있는 강계를 치고, 10군단이 일직선으로 압록강을 향해 진격한다는 도쿄사령부의 구상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실제 지형이 너무 나빴다.

도쿄에서 지도만 보고 알 수 없는 험준한 지형이었다.

따뜻한 도쿄 사령부에 앉아서 자신들을 장진호 지역으로 몰아넣은 작전부서 장교들에 미해병대원들은 분노 한다.


[상륙작전이나 해안에서 싸워야 하는 우리가 왜 이런 두메산골에 와 있어야 하는데! 빌어먹을 책상물림 놈들!]


해병들이 항의하지만, 별 수가 없다.

명령은 명령이니까.

미해병 1사단은 산악전투를 각오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미해병 1사단이 역사상 최악의 3대 동계전투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의 수렁으로 진입하게 된다.

무적의 미해병1사단은 최악의 지형과 함정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 ❉ ❉


북한군(소련제) T-34 전차들이 장진호 진입로가 너무 좁아 올라가지도 못하고 입구 부근에서 은폐하고 있다.

장진호 일대의 고약한 지형을 암시하는 에피소드다.

이를 발견한 미 제7보병 31전투특임부대(배런 랜프로가 속한 부대)의 정찰대가 무전으로 항공지원을 요청한다.

항공 지원으로 북한군 탱크를 파괴한다.

이 북한군 T-34 탱크 4대는 서울에서 도망친 것이다.

미해병대를 밀어 넣은 함정 속으로 이동하던 참이다.

투톱 주인공인 배런 랜프로와 카투사 역의 유진우를 위한 에피소드였다.

나름 기지를 발휘해 기갑전력을 처리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북한군 T-34 탱크는 기동하지 않는 고물이었다.

겉만 그럴 듯한 소품이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부분은 F-4U Corsair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비행할 수 있는 항공기다.

<Christmas Cargo>에서는 실제 비행이 가능한 전투기와 폭격기를 하늘에 띄웠다.

Eye-MAX MSM 시리즈 카메라의 무게는 40Kg을 가볍게 넘는다.

그런 카메라를 항공촬영용 경비행기 전면부와 후면부에 한 대씩 달아서 공중전 장면을 리얼(Real)로 촬영했다.

안타깝지만 헬리콥터에는 카메라를 장착해 찍을 수 없었다.

F-4U F-4U Corsair보다 헬기가 느리기 때문이다.

헬기 촬영으로는 전투기의 속도감과 그 맛을 살려낼 수 없었다.

보통 조종석 클로즈업은 지상에서 찍기 마련이다.

류지호는 사실감을 위해서 조종석 장면까지도 실제 비행하며 찍었다.

F-4U Corsair를 조종하는 비행사는 실제 미해군 파일럿이다.

그것도 베테랑이다.


“디렉터... <탑건> 찍은 감독과 친합니까?”

“친한 편이라고 할 수 있죠. 왜요?”

“혹시 후속편 안 만듭니까?”


레온 브룩하이머와 앤서니 스콧 둘 다 류지호와 친분이 있다.

해군 관계자들과 만날 때마다 <탑건> 같은 영화는 제작하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영화권리가 패러마운틴에 있다.

류지호가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미해군 파일럿들이 환장하는 영화는 단연 <탑건>이다.

반면에 육군이 엄지를 추켜올리는 영화는 <블랙호크 다운>이다.

현역들 사이에서 다소 논란이 있긴 하지만, 최고의 밀리터리 영화로 손에 꼽는 영화들이다.


“그거 아십니까, 디렉터. 한국전쟁은 세계 전쟁사에서 제트기종이 첫 공중전을 벌인 전쟁이라는 사실을?”

“개전 중후반에 소련이 본격적으로 공중전을 지원하면서 제법 치열했다지요.”


<Christmas Cargo>를 기획하며 한국전쟁에서 F-80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를 궁리해 본 적이 있었다.

잠정적으로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전쟁의 공중전과 관련해서 소련·중국의 전공기록 및 증언과 미국 측의 차이가 무척 크기도 하고 미국 내부에서도 미국 공군 역사연구실이 기록한 공중전 전과가 엉터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객관적인 전공과 기록이 정립되기 전에는 한국전쟁 공중전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암튼 시속 250Km~300Km로 비행하는 F-4U Corsair에 Eye-MAX 카메라를 장착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개조가 이루어졌다.

전투기의 부분 개조뿐만 아니라, 카메라 렌즈도 특수 제작했다.

<다크나이트>에서 렌즈와 뷰파인더를 개조해준 파나플렉스 소속의 사사키라는 엔지니어가 잠망경 모양의 렌즈와 특수 광각렌즈를 만들었다.

헬기 촬영도 일부 있었다.

헬기에 Eye-MAX 카메라를 장착해 공중전 장면을 촬영할 때는 1/5 스케일의 RC 비행기가 사용되었다.

이번 <Christmas Cargo>에서는 전투기 폭격 장면이나 탱크 기동, 포 사격까지 실제 그대로를 필름에 담았다.

최대한 실제 상황처럼 보이도록 환경을 조성해 놓고 촬영했다.

디지털 기술이 들어간 화면은 단 한 컷도 안 들어갈 예정이다.


“와! 대단해!”


절대 대단하지 않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영화나 액션영화에서 공중전은 <Christmas Cargo>처럼 찍었다.

1987년 개봉한 영화 <탑 건>은 미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실제 항공모함과 F-14 전투기 그리고 미해군 현역 최고 파일럿을 촬영에 동원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미국방부에 전담부서가 설치되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부대라고 불리는 담당 부서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미군이 긍정적으로 묘사되도록 이미지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Christmas Cargo> 역시 미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지상의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군인들은 아이오와 주방위군이고, F-4U 전투기를 실제 몬 파일럿은 현역 해군 엘리트 파일럿이며, 촬영 현장에는 엔터테인먼트 부대 담당관(중령)과 해병대 작전관이 파견 나와서 실시간으로 자문과 고증을 해주고 있다.

아이오와 주방위군 관련해서는 대부분 공짜로 지원을 받았다.

다만 현역 엘리트 파일럿은 꽤 돈을 지불해야 했다.

어떤 국가의 공군이든 파일럿 한 명 양성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군대 내에서도 최고 고급인력이다.

따라서 <Christmas Cargo>에서 고난이도 비행만 현역 파일럿이 소화했다.

상대적으로 쉬운(?) 비행은 민간인 파일럿이 수행했다.

한 쇼트 한 쇼트에 워낙 큰돈이 들어가다 보니, 촬영 전부터 시뮬레이션을 상당히 치밀하게 진행했다.

테스트 촬영만 여러 차례 진행했다.

때문에 프리프로덕션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갔다.

준비 과정에서 돈을 쓰는 게 났다.

실제 촬영에서 NG가 수차례 나거나 재촬영을 해야 한다면 그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런 광경을 언론에 공개해야 하는데 말이지....”


앨런 포스터가 아쉬워 죽겠다는 듯 류지호 주변을 맴돌며 중얼거렸다.


"IVE 다큐팀이 열심히 촬영하고 있잖아. 믿어 봐. 이번에도 근사한 메이킹필름을 제작할 테니까.“


이때다 싶어 앨런 포스터가 적극적으로 말을 붙였다.


“여기 로케이션 철수하기 전에 지역 언론과 인터뷰 안 할래?”

“지역 언론 어디?”

“Meredith 산하에 아무 데다 골라봐.”

“라디오와 매거진 각각 한 번씩 나가는 걸로.”

“좋았어. 스케줄 조정해볼 게.”


매러디스(Meredith)는 1902년에 설립된 종합미디어 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매거진 출판사다.

본사가 아이오와주 디모인에 있다.

농사 잡지로 시작해 현재는 텔레비전 방송국, 라디오, 신문과 잡지 등 메이저 미디어기업이다.


❉ ❉ ❉


며칠 간 아이오와 주방위군 위주로 촬영했다.

주로 유담리와 덕동고개를 재현해 놓은 지역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장진호로 향하던 미해병 1사단 선발대가 전술적인 판단을 내린 지역에서 야영을 준비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중공군이 덕동고개를 봉쇄한다.

봉쇄조치로 인해서 유담리로 들어온 해병대 두 개 연대가 중공군이란 바다에 떠있는 외로운 섬과 같은 신세가 되어버렸다.

카메라는 3만 명의 독을 품고 매복해 있는 중공군을 의미심장하게 포착한다.

실제 역사를 알지 못하는 관객은 두 가지 선택지를 받게 된다.

몰살당하거나.

멋지게 승리하거나.


‘주인공이 포함된 부대이니 당연히 승리하겠지.’


두 개 연대는 정말 잘 싸웠다.

그러나 너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사실 중공군 9병단을 지휘하는 쑹스룬 역시 유담리로 들어온 미해병대를 과소평가했다.

겨우 한 개 연대규모였기 때문이다.


[적병력의 열 배 되는 대병력을 투입해서 물 부어버리듯이 휩쓸면... 도리가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용맹한 미해병대라고 할지라도 섬멸하는 것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음 날.

7연대에 이어서 5연대까지 유담리 쪽으로 배치되었다.

부족한대로 대략 8,000명의 병력이 유담리에 들어왔다.

두 개 해병연대를 지휘한 것은 2차 대전에서 전투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7연대장 리첸버그 대령이었다.

<Christmas Cargo>의 주인공 중 하나인 윌리엄 바버 대위가 지휘하는 F중대는 덕동고개에 배치되었다.

사실 F중대의 활약만 뚝 떼어내서 영화를 한 편 만들 수도 있다.

한국전쟁에서도 수위에 드는 기막힌 전투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류지호는 <Christmas Cargo>에서 F중대를 미화할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전투는 장진호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전투는 물론이고, 한국전쟁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힐 수 있는 기가 막힌 전투였다.

F중대 중대장 윌리엄 E 바버 대위.

미국 최고 훈장(Congressional Medal of Honor)을 수여받은 한국전쟁 영웅 중 한 명이다.

태평양전쟁 중에서도 가장 참혹한 전장으로 꼽히는 이오지마(유황도) 전투에서 소대장으로 참전했고, 그곳에서 2번이나 부상당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해서 예비역 소집 명령이 내려지자 뒤늦게 한반도로 날아왔다.

F중대 중대장으로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아 바버 대위는 묘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올리버 사단장처럼 전장의 불안함을 감지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지휘해야 할 중대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고참병들은 어린(?) 해병들을 애송이 취급했다.

반면에 이미 한반도에서 전투를 경험한 어린 해병들은 예비역 출신들을 한국 사정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늙은 신병 취급을 했다.

역전의 용사인 바버 역시 부하들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아야 했다.

그 모욕감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중대원들을 집합시키게 된다.


[나는 전략은 모르지만 전술은 잘 안다.]


바버 대위는 자신이 뛰어난 장교이며 고참 해병을 무시하지 말라고 어린 해병대원들에게 훈시를 한다.


[....?]


바버는 원칙과 야전교범을 철저히 수행하는 스타일이었다.

무시하던 병사들이 그의 진가를 알게 된 것이 인천상륙작전부터였다.

함흥에 상륙해서 유담리까지 진격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했던 훈시가 결코 허세나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작가의말

즐겁고 활기찬 불금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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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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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 기를 쓰고 흥행시킬 생각이다! +6 24.03.23 1,529 87 26쪽
809 Christmas Cargo. (12) +8 24.03.22 1,431 82 27쪽
808 Christmas Cargo. (11) +3 24.03.22 1,273 63 26쪽
807 또 작두 타는 영화 제작해야 하나? +7 24.03.21 1,451 81 23쪽
806 Christmas Cargo. (10) +3 24.03.21 1,294 74 24쪽
805 Christmas Cargo. (9) +8 24.03.20 1,404 81 26쪽
804 Christmas Cargo. (8) +4 24.03.20 1,321 69 23쪽
803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2 24.03.19 1,460 83 23쪽
802 가온그룹의 선전 덕분 아니겠습니까? +3 24.03.18 1,524 91 31쪽
801 Christmas Cargo. (7) +9 24.03.16 1,499 95 23쪽
» Christmas Cargo. (6) +10 24.03.15 1,428 86 23쪽
799 Christmas Cargo. (5) +3 24.03.15 1,297 65 25쪽
798 Christmas Cargo. (4) +8 24.03.14 1,445 81 25쪽
797 Christmas Cargo. (3) +3 24.03.14 1,355 75 25쪽
796 Christmas Cargo. (2) +8 24.03.13 1,515 82 25쪽
795 Christmas Cargo. (1) +8 24.03.13 1,497 78 24쪽
794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3) +6 24.03.12 1,619 88 23쪽
793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2) +3 24.03.11 1,604 86 23쪽
792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1) +5 24.03.09 1,667 82 21쪽
791 광폭행보(廣幅行步)! (4) +3 24.03.08 1,638 87 27쪽
790 광폭행보(廣幅行步)! (3) +2 24.03.07 1,620 80 25쪽
789 광폭행보(廣幅行步)! (2) +4 24.03.06 1,673 79 26쪽
788 광폭행보(廣幅行步)! (1) +3 24.03.05 1,731 85 27쪽
787 빅딜 해볼 생각 없어? (4) +5 24.03.04 1,664 86 24쪽
786 빅딜 해볼 생각 없어? (3) +8 24.03.02 1,687 83 22쪽
785 빅딜 해볼 생각 없어? (2) +6 24.03.01 1,654 77 22쪽
784 빅딜 해볼 생각 없어? (1) +4 24.02.29 1,644 78 22쪽
783 고집쟁이는 아니지만, 지나친 완벽주의자... +9 24.02.28 1,598 79 30쪽
782 돈을 번다는 건 분명 좋다! (2) +2 24.02.27 1,571 82 23쪽
781 돈을 번다는 건 분명 좋다! (1) +3 24.02.26 1,604 8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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