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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드라마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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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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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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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4. 마지막 정리(2)

DUMMY

열등감이란 참 기묘한 감정이다.


내가 절실히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지고 있는 타인.

거기서 오는 열등감은 말 그대로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상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열등감은 간단하게 뒤집히기도 한다.


열등감이 존경, 선망, 동경.

혹은 사랑으로 변하기도 하는 것이다.


LAC게임즈의 미드라이너였던 진수는 압도적인 실력차를 지닌 아름에게 열등감이 있었다.


처음에야 배울 점이 많은 동료 정도의 인식이었지만, 그녀와 함께 게임을 해 보면 해 볼수록 두 사람의 갭차이를 통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름의 본직, 주 종목이 미드라이너라는 점이 더더욱 진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가 꿈꾸는 것은 세계 최강의 미드라이너 자리였고, 아름이 존재함으로서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차라리 적이라면 시원하게 부딪혀보기라도 하겠는데, 같은 팀원인데다 리더인 아름의 오더에 따르는 입장인 것은 굴욕적으로까지 느껴졌었다.


그런데 긴 시간동안 축적되어왔던, 절대 해소되지 않을 것 같던 그 열등감이 어처구니없게도 1초 만에 증발해버리고 만 것이다.


바로 여장을 한 아름 덕분에 말이다.


라이벌.

경쟁자.

절대 넘을 수 없는 벽.


그런 이미지였던 아름이 한 순간에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지닌 이성’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아름은 명백한 여성이었지만, 외견이나 행색 언사 모든 부분에서 이성으로 느껴지질 않았었던 탓이었다.


거기에 더해 지금까지 느껴왔던 그녀와 다른 부당한 대우들도 모두 당연한 일로 납득이 되었다.


이론으로서가 아닌, 마음에 저항 없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덕분에 아름의 반전된 이미지는 그에게 큰 충격, 아니 쾌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 일련의 감정변화를, 진수는 한 마디로 요약했다.


“너한테 반한 것 같다.”

“······에?”

“너, 남자친구란더가 없었지?”

“없긴 한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잘됐네. 그럼, 내가 네 남자친구 해도 돼?”


진수는 그렇게 말하며 아름의 손을 붙잡는다.


콩깍지가 씌면 분위기파악도 못하게 되는 모양이었다. 아름은 손을 빼낸 다음, 있는 힘껏 녀석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헛소리 그만하고, 왜 이런 선택을 했냐니까?”

“그거 말이지······.”


정강이를 부여잡고 쓰러졌던 진수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얼굴 표정을 확인한 뒤, 현실감각이 돌아오기 시작 한다.


그는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직설적으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전부 취소할게요.”

“뭐?!”

“진수씨?!”

“너 지금 뭐라고···!”

“그럼 전부 거짓말이었단 뜻인가요?”


진수의 발언에 모두가 놀라 소란스러워질 뻔 했으나, 남자의 묵직한 한 마디에 다시금 조용해졌다.


회사의 간부인 남자는 진수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며 다시 한 번 반복했다.


“전부 거짓말이었단 뜻인가요?”

“저희끼리의 일들은······. 없던 일을 지어내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제가 일을 과장해서 이야기했고, 팀원들을 선동했어요.”

“······!”


진수의 부모가 놀라서 쳐다보자, 진수는 고개를 숙였다.

다른 동료의 부모들도 덩달아 웅성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 변호사분은 저희가 부른 게 아녜요! 저희는 재윤이를 만난 적도 없고요. 재윤이 일을 까발리면서 저한테 이런 일을 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저 변호사분이랑 한통속일 거예요!”


이번엔 모두의 시선이 변호사에게로 향한다.


“그렇다고 제가 잘했단 말은 아닙니다. 저는 벌을 받을게요. 하지만 이 사람은 진짜 수상해요! 재윤이 일을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아름이 계약내용도 알고 있었고, 아무튼 뭔가 수상하다니까요?!”

“음······ 그··· 하, 합의는 잘 된 것 같으니까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변호사는 진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짐을 챙기곤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코치가 쫓을까 물었지만, 회사 간부가 됐다고 손짓했다.


“저런 놈 보단 여기서의 이야기를 먼저 마무리 짓죠. 김진수 선수가 잘 설명해 줬습니다만, 다른 선수들은 어떤 생각입니까?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습니까?”

“······.”


다른 선수들은 말없이 죽어라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부모님들은 어떠십니까?”

“아무래도 저희 아들이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네요. 이걸 도대체 어떻게 사과를 드려야 할지······.”


부모들, 특히 진수의 부모는 민망함과 송구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일은 해프닝으로 생각하도록 하죠. 나머지 문제는 이기문 감독의 재량 하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간부는 이기문 감독의 어깨를 두들기곤 사무실을 나섰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깜빡했다는 듯 발을 멈추곤 말했다.


“한아름 선수.”

“······예? 저요?”

“그렇게 꾸미니까 아주 예쁘네요. 정말 보기 좋아요.”

“앗. 감사합니다.”

“선수 활동을 할 때도 그런 식으로 꾸미고 게임할 수 있겠어요?”

“괜찮을 걸요?”

“좋습니다. 나중에 복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합시다.”


간부가 문을 닫고 나간다. 이제 사무실의 실세를 잡게 된 이기문 감독은 헛기침을 통해 모두의 시선을 주목시켰다.


“다소 일이 황당하게 마무리 된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란 건 알고 있겠지?”

“예.”


진수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갔다.


“제가 원인제공을 했습니다. 팀원들을 끌어들인 것도 저고, 과장하고 선동한 것도 접니다. 감독님도 잘 아시잖아요. 애들이 제 말을 잘 따르는 거요. 적어도 아름이가 오기 전까진 그랬죠.”

“그래서?”

“제가 2군으로 내려가겠습니다. 연봉도 아마추어 선수들만큼 받겠습니다. 아니, 최소시급만 받아도 좋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팀원들은 용서해주시면 안될까요?”

“뭐? 2군? 최소시급? 너 지금 장난 하냐?”


이기문 감독의 얼굴이 또 일그러진다.


“넌 계약서를 위반했어. 팀원들도 전부 다. 전원 해고에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벌금과 상금 반환까지가 기본으로······.”


설명을 하던 감독의 입이 점점 다물어진다.

슬쩍 곁으로 다가온 아름이 팔을 쿡쿡 찔러댔기 때문이었다.


이기문 감독이 물었다.


“뭐냐. 왜 그러는데?”

“그런 이야기하기 전에요. 먼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왜 갑자기 말을 바꿨는지 말예요.”

“끙······. 좋다. 그것 먼저 설명 해봐라.”


진수는 아름 덕분에 한 숨 돌리긴 했지만 감독의 전원 해고란 말에 가슴이 철렁한 상태였다.


그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이래저래 불만이 쌓였던 것 같아요. 재윤이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녹음된 대화내용이 있었거든요. 그거 듣고 나니까 진짜로 저희도 억울한 대접을 받은 것 같고. 속으론 그게 아닌 건 알았는데 눈이 뒤집혀가지고 막, 뒤집어버려야겠다는 이상한 생각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누가 죄송하단 말 듣고 싶다고 그랬냐? 왜 도중에 말을 바꿨냐고 묻고 있잖아.”

“그건 그러니까······ 아, 아름이를 보고······.”

“아름이가 왜?”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랬더니 머리가 환기되면서, 냉정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아이고.”


이야기를 듣던 부모가 차마 더는 못 보겠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름은 피식 웃으면서 감독에게 말했다.


“보세요. 어차피 애들이죠?”

“너는 그럼 무슨 어른이란 소리냐?”

“헤헤. 아무튼요. 제 말은 애들이 할 만한 실수라는 거죠.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꼬드김 당한 거니까 용서해 줄 만 하지 않아요?”

“용서해 주라고?”

“예. 최저시급 정도로요.”

“······.”


이기문 감독이 다시 진수를 노려본다. 진수는 얼른 고개 숙여서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고, 그의 부모도 함께 와서 사과했다.

다른 동료들도 쭈뼛쭈뼛 나와선 마찬가지로 사과를 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보던 아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애들 보세요. 고작 고등학생 언저리잖아요. 실수할 수도 있죠. 게다가, 얘네 해고하면 앞으로 감독님 계획은 어쩌고요? 얘네 실력 좋은 건 명백한 사실인데, 어느 세월에 대타를 찾으려고요? 저도 이 친구들이랑 연습하고 손발 맞춰온 시간이 아깝단 말예요.”

“······.”

“그리고! 감독님도 잘못했잖아요. 재윤이 이야기는 왜 그런 건데요? 백번 양보해서, 서로 합의해서 그랬다 칩시다. 적어도 같은 팀원인 저희한텐 말 해줬어야 하는 것 아녜요?”

“끙······.”


감독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한숨을 푹 내쉬곤 졌다는 얼굴로 말했다.


“넌 왜 갑자기 이놈들을 그렇게 감싸는 거냐? 같은 팀원이라서 그러냐?”


아름은 속으로 생각했다.

자신도 지금까지 많은 실수와 멍청한 짓을 저질러 왔지만, 그 때마다 좋은 친구들과 동료들, 그리고 감독님이 도와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그리고 기회가 온 김에, 자기도 받은 만큼 베풀고 싶었다고.


하지만 낯간지러운 이야기였기에 아름은 대충 둘러댔다.


“맞아요. 팀이란 게 그런 거잖아요?”

“거참······.”

“그러면 팀원들은 용서해 주시는 거죠?”

“그래 알았다. 아름이를 봐서, 이번엔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가마. 하지만 너희 전원 옐로카드다! 한 번만 더 문제를 일으킨다면 두 번의 기회는 없을 테니까 그리 알도록.”


이기문 감독의 결정에 팀원들과 그 부모들은 동시에 아름에게 달려가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코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제야 마음 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결국 그 변호사는 누구였고, 모든 사실을 알고서 진수에게 접근했다는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코치는 잠깐 생각을 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접었다.


‘높으신 분이 무슨 생각이 있으니까 그 변호사를 그냥 보낸 거겠지. 내가 알바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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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23. 소녀 한아름(1) 22.12.21 208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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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22. 롤드컵 결승전(2) 22.12.20 203 9 9쪽
105 22. 롤드컵 결승전(1) +1 22.12.05 222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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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21. 롤드컵 4강전(1) 22.12.01 220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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