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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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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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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6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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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3,904

작성
22.11.0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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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18. 세가지일(6)

DUMMY

“3천500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부모님일로 다른 동네를 갔던 현우는, 근처 카페에서 낯익은 인물을 만났다.

주변 사람의 생김새에 별 관심 없는 현우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갈 정도의, 별로 안 꾸민 것 같은데도 맵시부터가 일반인과 다른 느낌이 팍팍 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거 쿠폰으로 부탁드릴게요.”

“네 잠시만요. ···음, 손님? 죄송하지만 이거 유효기간이 끝난 쿠폰이세요.”

“아 정말요?”


그 손님은 쿠폰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결국 망설임 끝에 카드를 한 장 꺼내어 직원에게 건네었다.


“예. 카드 받았습니다. ···음. 손님. 혹시 다른 카드 없으실까요?”

“예? 결제 안 되나요?”

“예··· 그 정지된 카드라고······.”

“그, 그럼 이걸로 해 주세요.”

“예. 카드 받았습니다.”


두 번째 카드를 받아 긁은 직원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 이거 잔액이 부족하시다고······.”

“아······.”

“······.”

“죄송합니다. 그냥 취소해 주세요.”


그 손님은 결국 결제를 포기하고 카페를 나갔다. 바로 옆 좌석에 앉아있던 현우를 알아볼 여유도 없이 나가는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민망했던 모양이었다.


다음 날, 그 이야기를 전부 전해들은 아름은 놀라서 되물었다.


“그게 서현언니였다고?”

“응.”


이서현. 아름과 현우의 친구인 이슬의 친구이자 모델 일을 하고 있는 대학생이었다.

아름은 오랜만에 들은 이름에 반가워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럼 왜 안 도와줬어?”

“내가 왜? 따지고 보면 그 누나랑 나랑은 친구의 친구. 그냥 아는 사람 정도라고. 그리고 오히려 내가 아는 척 하면서 대신 돈 냈으면 그 누나가 얼마나 부끄럽겠어?”

“······.”


아름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자, 현우는 오해받을까 싶어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그보다 이상하지 않냐? 멀쩡히 일하고 있는 성인이 커피 한 잔 못 사고 돌아갔다는 게? 그 직원이 카드도 정지됐다고 말했고, 또 다른 체크카드는 잔액이 부족하대. 심지어 현금도 없었다는 말 아냐?”

“듣고 보니 이상하네. 그래서?”

“신경 쓰여서 이슬이한테 연락해서 물어봤지. 그 누나한테 무슨 일 있냐고. 그랬더니 아무 일 없대. 자주 연락까지 한다더라.”


현우는 코를 긁적이며 말했다.


“솔직히 원래라면 여기서 관심 끊었을 텐데, 너한테 옮은 건지 오지랖이 생겨서 좀 더 알아봤거든. 그런데 그 누나 일하던 회사 홈페이지가 없어졌더라? 주소 찾아서 직접 가봤는데 건물 자체가 비었더만.”

“허.”

“그래서 그 회사명으로 인터넷 뒤져보니까 기사 난 게 하나 있더라고. 두 달 전에 거기 사장이 뭐 일 크게 벌린다고 투자 잔뜩 받아놓고 잠적했다던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듣던 아름은 그가 갑자기 입을 다물자 다그치듯 물었다.


“왜 그래? 그게 끝이야?”

“이건 그냥 내 추측인데. 그 누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슬이도 모르고 있잖아? 그렇다는 건 무슨 뜻이겠어? 본인의 일을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다는 거겠지?”

“그러니까 더 파헤치지 말자고?”

“이유가 뭐가 됐든, 본인이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일에 오지랖 부리는 건 나한테는 못할 짓이었단 말이지. 그래서 더 이상 안 알아봤어.”


아름은 현우의 표정을 살핀 뒤 답한다.


“그래서 그 이야길 나한테 하는 이유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너는 아닐 수도 있잖아?”

“신경 쓰이면 나보고 직접 알아보란 말이구나?”

“네 마음이지. 그런데 당장 내일부터 롤드컵 준비하느라 빡셀거라며? 다른데 신경 쓸 여유 없지 않아?”

“아예 몰랐으면 몰라. 이미 들은 이상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지. 너한테는 아는 사람 수준일지 몰라도, 나한테 서현언니는 이미 친구라고.”


아름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곤 서현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신호가 가는 동안, 옆에서 현우가 조언을 해 주었다.


“일단은 만나는 약속을 잡아. 음··· 괜찮은 식당 무료쿠폰 같은 걸 선물 받았다고 해. 같이 갈 사람이 없었는데 누나가 떠올랐다는 식으로. 분명 수락할거야.”

“알겠어.”


서현이 전화를 받는다. 아름은 현우의 조언대로 이야기를 했고, 어렵지 않게 저녁 식사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만난 아름과 서현은 가볍게 안부를 나누며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에서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현우와 만나고, 식사를 시작한다.


현우가 예상했던 대로, 만나서 식사를 거의 끝마칠 때 까지 서현은 자기 이야길 꺼내지 않았다. 어렵거나 힘든 티는 전혀 내지 않았고, 자기 근황을 묻는 질문에도 그냥 그렇지, 같은 식상한 말로 넘어갔다.


그녀는 시종일관 아름의 근황을 물었고, 아름의 이야기에 격하게 반응하며 치켜세우거나, 공감해주며 안타까워했다.

얼마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지, 아름은 자기도 모르게 서현을 부른 이유를 까먹을 뻔 했다.

현우가 슬쩍 눈치를 줘서 겨우 정신을 차린 아름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전에 같이 놀았을 때도 그랬지만, 역시 언니랑 같이 이야기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니까요.”

“나도 간만에 아름이 근황을 들어서 너무 좋았어. 서로 바쁘겠지만, 꼭 한 번씩 이렇게 만나서 놀자. 응?”

“언니는 뭐 하느라 바쁜데요?”

“그야 당연히 나도 내 일이 있으니까?”

“그치만 언니 일하던 회사 없어졌다면서요?”

“응?”


갑자기 그 이야기를 들을 줄 몰랐던 서현이 깜짝 놀란다. 아름대신, 현우가 설명을 이었다.


“인터넷 기사로 봤어요.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고,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어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살 돈이 없어서 돌아가는 것도 봤고요.”

“······.”

“이슬이 걔한테도 잘 지낸다고 말했죠?”

“······.”


현우는 거기까지만 말하곤, 다시 등을 의자에 기대며 물러난다. 그 사이, 식당 직원이 와서 접시를 가지고 간다.


물끄러미 방을 나가는 직원을 바라보던 아름이 입을 열었다.


“속여서 불러낸 것처럼 돼서 미안해요. 전화로만 이야기 했으면 분명 이슬이한테 말한 것처럼,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잘 지낸다. 그런 이야기로 끝날 것 같아서 그랬어요.”

“···그래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아니, 그것도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좋으니까,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아름은 서현의 표정을 살핀다.

처음의 ‘아무 문제없고 즐겁다’는 가짜 얼굴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이제는 초연해진 얼굴로 서현이 대답했다.


“고맙지만 됐어.”

“왜 그렇게까지 사양하시는 거예요?”


또 다시 현우가 묻는다.

서현은 무미건조한 말투로 대답했다.


“이슬이한테 들은 적이 있어. 너희 집에 돈 많다며? 용돈도 엄청나게 받는다던가. 하지만 그래봤자 용돈이잖아.”

“무슨 뜻이죠?”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하든 의미가 없다는 뜻이야. 돈의 단위가 다르거든.”

“돈이요? 돈 문제인거에요?”

“그래. 항상 돈이 문제지.”


직원이 노크를 하고 들어온다.

그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디저트들을 내려놓고 돌아갔다.

서현은 포크를 집어 들었다. 조각 케잌을 반으로 잘라서 입 속에 집어넣고 우물우물 씹어 삼킨 다음, 커피까지 한 모금 마셨다.


“답도 없고, 무겁기만 한 이야기를 친구들한테 해서 뭐하겠어. 분위기만 망칠 뿐인데.”

“그럼 기왕 말 나온 김에 설명해 주세요. 무슨 일이 있던 건데요?”

“글쎄. 즐겁지도 않은 일 길게 설명하고 싶진 않은데.”


그녀가 다시 남은 케잌을 반으로 잘라 입에 넣는다. 그리고 진한 커피를 보리차 마시듯 꿀꺽꿀꺽 마신다.

서현은 회사의 일을 떠올렸다. 밀린 월급. 늘어가는 대출 이자. 엄마가 사기 당했다는 소식. 아빠의 사고. 입원. 그리고 합의금과 수리비.

정신이 아득해진 서현은 생각을 멈추고 말했다.


“그냥··· 불행한 일이 연달아 일어났어.”

“아무튼 돈 문제라고 하셨으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거죠?”

“어린애들 용돈으로 어떻게 해 볼 문제가 아니라니까.”

“그럼 어쩌시려고요?”

“몰라. 파산신청을 하든. 감옥에 가든. 몸을 팔든. 어떻게든 되겠지.”


서현의 자포자기한 대사에 어째선지 화가 나기 시작한 아름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얼만데요.”

“잘사는 집 아들이 받는 용돈으로······.”

“누나. 내가 아니에요.”


현우가 서현의 말을 끊는다.

그는 아름을 향해 손을 펴 보였고, 서현은 황당하다는 듯 반문했다.


“아름이가?”

“저 돈 많이 벌거든요?”


서현이 생각하기에, 아름이 버는 돈이란 것은 이제 막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아이가 열심히 일해서 알뜰살뜰 모은 돈이었다. 프로라고 해도 게임이잖아? 게임하면서 버는 돈이 얼마나 되겠냐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다.

서현은 헛웃음을 지으면서, 허탈하게 말했다.


“얼마면 되냐고? 한 50억만 있으면 시원하게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네.”

“알겠어요.”


······.

잠깐 동안, 아름이 즉답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서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아름은 즉각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입과 재산관리에 대한 부분은 전부 삼촌에게 맡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네 삼촌. 다름이 아니라 급한 용무가 있어서요. 50억이 당장 필요한데요. 예. 어떻게 마련이 가능할까요? 예. 아니, 그런 건 아니에요. 예. 그래요? 알겠어요. 그럼 자세한건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아름은 전화를 내려놓고,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 서현에게 말했다.


“50억 이랬죠? 제가 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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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21. 롤드컵 4강전(2) +1 22.12.02 227 10 9쪽
103 21. 롤드컵 4강전(1) 22.12.01 220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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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19. 롤드컵(5) +1 22.11.22 218 8 10쪽
98 19. 롤드컵(4) 22.11.21 22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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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세가지일(6) 22.11.05 237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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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18. 세가지일(4) 22.11.03 235 8 10쪽
90 18. 세가지일(3) 22.11.03 237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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