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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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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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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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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3,904

작성
22.11.0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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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8. 세가지일(7)

DUMMY

회사에 취직한 서현은 정말 행복했었다.

열심히 일해서 대출금도 갚고, 자기가 동경해왔던 잡지 속 모델이 되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취직에 성공한 이후부터, 안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재수 옴 붙었다. 마가 끼었다. 세상이 자신을 억까한다는 표현들이 딱 어울릴 정도로 그녀가 하는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실패하고, 망했다.


에너지 넘치는 서현조차, 마지막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본가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부모와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고, 집안 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본가에도 자신의 불운이 옮겨 붙은 모양이었다.


어머니는 사기를 당했고, 아버지는 졸음운전을 하다가 고급 외제차를 들이받고 골절로 입원한 상태였다.

여기도 빚.

저기도 빚.

마이너스 통장.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이자.

의지가 꺾인 서현은 그냥, 악몽을 꾸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기 싸인하시면 됩니다.”

“여기요?”

“예. 됐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저희가 책임지고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이틀 안에 다시 연락을 드릴 거예요.”

“그럼 이후에 저희가 특별히 더 해야 하는 건 없는 거죠?”

“예. 혹시 나중에 더 궁금한 점 생기시면, 괜찮으니까 언제라도 먼저 연락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두 남자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인사를 했다.

정장의 남자가 서류를 챙겨 돌아가자, 중년의 남성도 일어나면서 말했다.


“서현씨도 며칠 동안 여기저기 이끌려다니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예? 제가요? 제가 무슨 고생을 했다고 그러세요! 삼촌분이 저 때문에 고생하셨죠.”


서현이 호들갑을 떨며 일어난다.


아름의 삼촌이 허허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무튼 빚 상환이 끝난 거,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제가 뭐 감사받을 일을 했나요. 나중에 우리 아름이한테 많이 고맙다고 하세요.”


며칠 전.

아름이 대뜸 돈을 빌려주겠다고 말한 다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름의 삼촌이라는 사람이 회생전문 변호사와 함께 나타난 것이었다.


삼촌과 변호사는 빠른 일처리로 서현과 부모의 이자를 탕감하고, 빚을 갚아 주었다.


그 며칠간, 서현과 그녀의 어머니가 대체 몇 번의 감사인사를 했는지. 입원 중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도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감사하다며 수차례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오늘은 그 모든 일정이 끝나는 날.

아름의 제안으로 그녀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 서현은 조심스럽게 비밀번호를 눌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안쪽에서 현우가 모습을 드러내며 서현을 맞이한다.

왜 아름의 집에 현우가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아무튼 그의 안내에 따라 집을 구경했다.


“이 방을 쓰시면 돼요. 원래는 아름이네 어머니가 쓰실 방이었는데, 뭐. 언제 퇴원하실 지는 미지수니까요.”

“응.”

“짐은 오후에 도착한다고 했죠? 제가 짐 옮기는 것 좀 도와드릴게요.”

“아··· 응. 고마워.”

“아름이는 앞으로 세네 달. 그러니까 대충 내년까진 계속 엄청나게 바쁠 거예요. 거의 집에 못 들어온다고 보시면 돼요.”

“응.”


이야기를 하던 현우가 잠시 말을 멈추고, 서현의 얼굴을 살피다가 물었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시나 봐요?”

“······.”


멍하니 이야기를 듣던 서현은 현우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쉰다. 그리곤 터덜터덜 소파로 걸어가 풀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어떻게 실감이 나겠어.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은데.”

“이해해요.”

“이해한다고?”

“예.”

“너도 빚이 있었던 거야?”

“그 말이 아니고요.”


현우는 잠깐 옛 일을 떠올리며 대답한다.


“저도 아름이한테 도움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걔 방식이 뜬금없고, 황당한데다 좀 어이가 없기도 하잖아요?”

“조금, 그렇긴 했지.”

“그래서 고맙기는 한데, 사람 별 생각을 다 하게 만들죠. 처음엔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냥 그런 애더라고요. 그러니까 누나도 그냥 얌전히 호의를 받아들이세요.”

“······.”

“그래요. 이야기는 이쯤 하고, 요 며칠 정신 없으셨을 텐데 좀 쉬세요. 저는 근처에서 시간 죽이고 있을 테니까 짐 오면 전화 주시고요. 제 번호 아시죠?”

“응. 고마워.”

“저한테 고맙다고 하지 말고, 아름이한테 하세요.”

“······그러고 보니까 아름이네 삼촌분도 계속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뭔가 의미가 있는 거야?”

“아, 그게 말이죠.”


현우는 신발을 신으며, 지나가듯 설명했다.


“걔는 안 그래 보일수도 있는데, 일종의 애정결핍 비슷한 상태거든요. 옛날에 좀 복잡한 일이 있어서요. 그러니까 고맙다, 사랑한다, 예쁘다, 착하다, 그런 애정표현 같은 거 많이 해 줘요.”

“어··· 응··· 알겠어.”

“그럼 쉬세요.”


현우가 나가고, 혼자 남은 서현은 우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목욕물을 받았다.


몸을 씻고, 따듯한 물이 담긴 욕조에 몸을 누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이제야 안정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안정감과 안도감이 찾아오고 난 뒤.


이제야 현실적인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한 서현은 욕실 천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고맙기는 한데, 사람 별 생각을 다 하게 만들죠.’


현우의 말이 맞았다.


서현은 실제로 아름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의심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그 큰돈을 선뜻, 그것도 무담보, 무이자로 빌려 줄 수가 있는 거야?


현우가 아름이는 원래 그런 애니까, 고민하지 말고 호의를 받아들이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그게 말이 되나?


삑. 삑삑. 삑.


그 때 현관문 도어락 소리가 들려왔다.

현우는 부르면 오겠다고 했는데, 뭔가 놓고 간 것일까?


“응? 누구 신발이지?”


하지만 들려온 목소리는 여자 목소리였다.


“서현언니껀가? 오후에나 온다고 들었는데.”


틀림없다.

이건 아름의 목소리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서현은 튀어 오르듯 욕실에서 일어나 수건으로 몸을 감고 욕실을 나왔다.


“어? 언니 있었어요?”

“······.”


아름과 마주선 서현의 마음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반갑게 인사해.’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고맙다고만 해.’

‘쟨 엄청난 부자라고! 괜히 밉보일 필요 없잖아?’


아주 당연하고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서현은 물을 뚝뚝 흘리면서 솔직하게 물었다.


“왜 도와준 거야?”

“네?”

“그렇게 각별한 사이도 아닌 나한테, 왜 그렇게 큰돈을 빌려줬냐고.”

“친구니까요.”


아름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리곤 황당하다는 듯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걸 이제 와서 물어보는 거예요?”

“그야, 그 땐 정신이 없기도 했고, 따질 경황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웃고만 있지 말고 대답해 줘! 나 지금 엄청 진지하게 묻는 거라고!”

“저도 농담한 거 아녜요. 진짜 친구니까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한 것 뿐예요. 다른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


친구니까, 라니.


얼토당토 않는 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서현은 그 말을 믿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가 아름을 꽉 껴안았다.


“고마워. 진짜 고마워. 진심으로 너무 고마워······.”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일단 진정하세요. 자자, 몸부터 좀 닦으시고. 이러다 감기 걸리겠어요.”


아름은 거의 울먹이기 시작한 서현을 달래주며, 그녀를 다시 욕실로 들여보낸다.


이후 바닥에 떨어진 물을 닦고, 외투를 의자에 걸쳐놓은 다음, 냉장고에서 캔 커피 두 개를 꺼내 쇼파에 앉았다.


“좀 괜찮아졌어요?”

“응. 고마워······.”


서현은 옷을 입고 나와, 아름이 건네는 커피를 받고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그··· 현우한테 많이 바쁘다고 들었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그럼 오늘은 어떻게 온 거야?”

“바쁘긴 해도, 언니 얼굴 한 번 보고 갈 정도의 시간은 있으니까요. 삼촌한테 이야기 듣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말하고 싶어서요. 고생하셨어요!”

“······나 또 눈물 날 것 같아.”


아름은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언니는 제가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예쁜 사람이에요. 분명 운이 안 좋았을 뿐이지, 금방 유명한 모델이 되실 거예요. 그러니까 힘내요.”

“고마워. 정말로 고마워.”

“아하하하. 대체 고맙단 말을 몇 번이나 하시는 거예요?”

“내가 죽을 때 까지 해도 부족하지 않을까.”


서현은 그렇게 말하곤, 또 아름의 곁으로 가 포옹을 한다.


포옹을 받는 것이 예상보다 힐링이 되었던지라 아름도 가만히 앉아서 한동안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고마워. 덕분에 나 계속 힘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저도 고마워요.”

“네가 왜 고마워?”

“지금 이 포옹이요. 오십억 내고 받을 만 하네요.”


아름의 농담에 서현은 깔깔 웃으며 떨어져 나온다.


그리고 아름이 건넸던 캔 커피를 따 시원하게 마신 다음 말했다.


“좋아. 완전히 정신 차렸어. 당장 오늘부터라도 일자리 알아보러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네요. 응원할게요.”


서현은 아름을 지긋이 바라본다.


이 붕 뜬 것 같은, 싱숭생숭하고 쌉쌀한 마음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것도 일종의 사랑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서현은 입을 열었다.


“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않을게. 반드시 너한테 빌린 걸 갚을 거야. 돈 뿐 아니라, 네가 날 도와준 것에 대한 마음의 빚까지 전부.”


아름은 그녀의 그 말이 낯간지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싫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아니,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굉장한 충족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벌어놔야겠는걸.’


아름은 한 번 더 서현과 포옹을 나누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만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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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18. 세가지일(3) 22.11.03 234 7 9쪽
89 18. 세가지일(2) +2 22.11.02 23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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