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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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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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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90
추천수 :
2,686
글자수 :
473,904

작성
22.12.2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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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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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9쪽

23. 소녀 한아름(3)

DUMMY

분장실에서 전문가 분들이 분주하게 출연자들을 꾸며주고, 그 뒤에선 방송국 직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심각한 얼굴들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분장실을 나와도 촬영장 근처를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화가 가득하거나 굉장히 예민한 상태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다.


그들의 입장에선 촬영 자체를 무사히 이끌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테니까 예민한 상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름은 그런 방송국의 분위기에 익숙해 질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대기실로 이동했고, 사람이 적은 그 곳에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아름씨, 맞으시죠?”


대기실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작스레 인사를 건네 온다. 아름은 얼결에 그 인사를 받았다.


“요즘 젊은 분들 사이에서 최고의 유명인을 제가 이렇게 뵙게 되네요. 반갑습니다.”

“아, 아니에요. 저도 반갑습니다.”


잠깐의 침묵.


그 남자는 눈치를 한 번 살피더니 이내 장난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혹시··· 제가 누군지 아시나요?”

“예? 아. 죄송해요. 제가 티비를 잘 안 봐서······. 티비에 나오시는 분들은 제가 진짜 아무도 모르거든요.”

“아뇨! 죄송하다뇨. 당연히 모르실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유명한 연예인이나 가수나, 뭐 아이돌이나 그런 분들 중에 진짜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신가요?”

“예.”

“단 한명도?”

“으음. 글쎄요. 일부러 이름을 기억하고 무슨 일 하는 분인지 관심 있게 찾아보고 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아름이 심사숙고해본 뒤 답을 내놓자, 그 남자는 정말 신기하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분은 진짜로 찐인가보네! 이거 대본이 그냥 적은 게 아니었구나? 아참. 대본 보셨죠?”

“예. 기억하고 있어요.”

“그거 꼭 기억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냥 가이드라인일 뿐이거든요.”


남자는 아름의 한 발자국 떨어진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떠들기 시작한다.


어색하지 않게끔 도와주려는 건지, 아름에게 개인적인 관심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진 모를 일이었지만 아름은 슬슬 조용히 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즈음 또 다른 남자가 대기실로 들어와 모두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의 남자와는 확연하게 다른, 누가 봐도 연예인다운 멋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연예인은 먼저 와 있던 남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그 다음으로 아름에게 악수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프로게이머 아름씨 맞으시죠?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어··· 네. 안녕하세요.”

“야, 민아. 이 분 진짜 프로야. 완전 장인이라고. 방송이나 너튜브나 그런 거 안보시고 오로지 자기 일에만 몰두하시는 분이라니까. 진짜 멋있지 않냐?”


남자의 말에 연예인은 코웃음을 쳤다.


“형님보다 제가 이분에 대해 더 잘 알거든요?”

“아 그래?”

“형님은 또 하루 전에 인터넷에서 검색 좀 해보고 오셨겠죠. 저는 이 분 국내대회 우승하셨을 때부터 팬이었거든요?”

“정말? 아 맞네! 너도 그 게임 한다고 했었지?”

“저 골드라고요. 골드. 고오올드.”

“그게 대단한 거냐?”

“저처럼 바쁜 사람이 골드 달 정도면 재능이 있는 거죠.”


두 남자는 서로 익숙하게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눈다. 누가 봐도 사적으로 친한 사이인 듯 했다.


찐친같은 그 대화를 넋 놓고 듣고 있던 아름에게 남자가 돌연 질문을 던졌다.


“아름씨. 혹시 이 친구는 본 적 있으세요? 어디 오가면서 얼굴 한 번 정도는 본 것 같다거나? 아니면 목소리를 들어봤다거나?”

“예? 음······.”


그 연예인은 굉장히 반짝이는 눈동자로 아름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름이 곧장 대답을 꺼내지 못하자 갑자기 혼잣말 비슷하게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열심히 힌트를 주려는 모습에 아름도 응해주고는 싶었지만,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였기에 결국 이렇게 대답하는 수밖엔 없었다.


“음······. 노래 부르시는 모습을 봤던 것 같아요.”

“예쓰!”

“야. 네가 옆에서 그렇게 티를 내니까 그렇지! 그렇게 노래를 부르면 가수인 걸 누가 모르겠냐?”


남자의 핀잔에 그 가수는 고개를 숙였다.


“와, 이게 자극이 되네요. 저 진짜 노력해야겠어요.”

“그래 임마. 대한민국에서 네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노력을 하란 말야.”

“근데 형도 못 알아봤다면서요?”

“······나도 노력해야지.”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직원들이 들어와 사인을 준다.

사인이 떨어지자 모두가 무대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채우고, 카메라의 위치와 종류를 확인,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이후 리허설을 시작했고, 아름은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스태프들의 시선을 느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한두 번 말이 끊기거나 생각에 잠겨 말을 먹는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다들 별 말을 하진 않았지만, 실수를 할수록 점점 스튜디오의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눈치 챈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긴장하실 것 없어요. 생방도 아니고, 간단한 토크쇼일 뿐이니까요.”

“네. 괜찮아요.”

“세상에 이 방송을 간단한 토크쇼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형님밖에 없을걸요.”

“야, 내가 지금 아름씨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말하는 것 아냐. 넌 알만한 녀석이 그런 말을 하냐?”

“참나. 누가 누굴 걱정해요? 이분은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우승한 사람이라고요. 그렇죠?”

“바보야. 그게 이거랑 같냐? 이 분 같은 프로선수가 자기 무대에선 당연히 괜찮으시겠지. 그런데 여긴 예능 토크쇼잖아.”

“형님이 그렇게 말해서 더 긴장하시는 것 같은데요?”

“앗! 너 때문이잖아 이놈아!”


아름은 피식 웃어버린다.


확실히 남자의 말대로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고, 자신이 잘 모르는 전장이기 때문에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참여했던 모든 방송의 출연자들과 직원들이 그녀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 주었기에 점점 괜찮아지고 있는 참이었다.


그리고 아름은 그 마음을 실제 토크쇼 녹화가 진행되는 중간에 숨기지 않고 꺼내놓았다.


“···그래서 부담이 되긴 했거든요. 그래도 정말로 만났던 모든 분들이 되게 잘 해주셔가지고,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된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


남자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반대쪽의 가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그럴 리가 없는데?”

“뭐가 그럴 리가 없는데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아름씨 되게 팬이거든요. 그래서 방송 출연하신 거 전부 봤는데, 땡땡의 땡땡에 나가셨었잖아요?”

“네. 맞아요.”

“거기 mc인 김형이 말이 아주 독하기로 유명하거든요. 방송 컨셉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 리얼로 게스트한테 막말하고 멘트 노잼이면 안받아주고.”

“아니던데······.”


아름은 잠시 눈치를 살폈지만, 지금은 녹화방송이라는 것을 깨닫곤 말을 이었다.


“방송 전에 엄청 친절하게 대해주셨어요. 자기가 막대하거나 시큰둥해도 그거 전부 방송 컨셉이니까 너무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걸요.”

“뭐? 진짜로요? 그 김형이?!”


가수의 눈동자가 두 배는 커지며, 진심에서 우러나온 리액션을 선보인다.


mc인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받았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그 형도 계산 다 해가면서 그러는 거였네.”

“아! 그건 그렇네요. 혹시라도 방송 후에 어디 인터넷 기사에 ‘mc김땡땡의 막말에 프로게이머 한아름 마음의 상처 입어’같은 거 올라갔어봐.”

“그럼 방송 못하지.”

“농담 아니고 진짜로 방송 하차했을 걸요? 방송국 민원 게시판이 아주 폭발을 했을 거니까요.”


아름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서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마음 속 어딘가에선 ‘알아서 처신을 잘 하셨죠’같은 농담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스스로를 여자로, 한아름으로 인식할수록 소심하고 내성적인 모습이 튀어나오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아저씨로 살았을 때의 당당함은 언제부터인가 눈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아니, 잠깐만.

그것보다 지금 녹화중이잖아!


아름은 자기도 모르게 또 생각에 빠져버린 것을 깨닫곤 퍼뜩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혼자 생각에 빠졌다가, 또 혼자 놀라서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는 아름의 모습을 바라보던 두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봐요!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어느 누가 불친절하게 굴겠어요?”

“진짜요. 이 분이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친다니까요. 누구라도 아름씨를 보면 챙겨주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실수를 커버쳐 주는 건지 진심으로 칭찬하는 건지는 아름으로선 알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얼른 대화에 다시 합류했다.


다행히 별 문제없이 매끄럽게 진행이 됐고 방송은 계속해서 다음 코너, 다음 코너로 넘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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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23. 소녀 한아름(5) 23.01.09 193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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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소녀 한아름(3) 22.12.22 207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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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23. 소녀 한아름(1) 22.12.21 206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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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22. 롤드컵 결승전(2) 22.12.20 197 9 9쪽
105 22. 롤드컵 결승전(1) +1 22.12.05 219 10 10쪽
104 21. 롤드컵 4강전(2) +1 22.12.02 225 10 9쪽
103 21. 롤드컵 4강전(1) 22.12.01 216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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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18. 세가지일(6) 22.11.05 234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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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18. 세가지일(4) 22.11.03 234 8 10쪽
90 18. 세가지일(3) 22.11.03 234 7 9쪽
89 18. 세가지일(2) +2 22.11.02 23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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