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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의 서재

사막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922
작품등록일 :
2020.05.11 21:30
최근연재일 :
2021.01.18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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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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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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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2쪽

107. 그라운드 제로 3

DUMMY

그래, 시험해 보는 거다. 내가 들고 있는 이 오질나게 무서운 폭탄이랑 네놈의 운 중에 뭐가 더 억센지 말이야. 지는 쪽은 말할 것도 없이 작살이 나는 거다. 자, 그럼 시작하자. 물론 어느 쪽이 이기든 간에 난 먼저 가 있을 테지만.



01.

마드는 정신없이 뛰었다. 그녀의 곁에 블랑과 즈린까지 새롭게 만난 지저인 동료들과 함께 뛰었다.


플랑코에서도 결국 마황탄 조각을 발견했다. 찾은 것은 마드였다. 까만 암석 조각은 소용돌이치는 폭심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식당 벽에 박혀 있었다. 품고 있던 열을 한꺼번에 뿜어낸 폭탄 조각은 사랑의 열정을 잃어버린 연인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역시나, 여기에도 있군요. 마황탄. 대체 놈들이 얼마나 준비한 것인지."


마드가 찾아낸 조각을 향해 다가오며 블랑이 말했다. 마드는 마황탄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 것이 있어요. 이 마황탄이란 것이 흔한가요? 이 세계에......"


"설마요. 매우 희귀한 물건입니다. 생각해보세요, 폭약이 아니라 마나를 담는 폭탄입니다. 실제로 보는 것은 저도 겨우 두 번째일 뿐입니다. 첫 번째도 왕실 가드의 교보재로 견본을 하나 보았을 뿐이죠."


마드로부터 조각을 받아든 블랑이 유심히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실제로 사용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만들기도 극히 까다로울 테니까요."


"폭약 대신 마나를 넣어야 한다면 말이에요, 그 얘기는......"


"맞습니다. 마황탄을 제조할 만큼 강대한 마나를 가진 인물이 저쪽에 있는 겁니다. 물론 한 명이 아닐 수도 있고요."


"알라딘 왕자가 직접 한 것은 아닐까요?"


"글쎄요." 블랑이 조각을 뒤집어 안쪽을 마드에게 보여주었다.


"자, 여기 희미한 문양이 보이시나요? 이건 마황탄 내부에 새기는 <마법식>입니다. 마황탄에도 폭약은 들어갑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마황탄에 주입된 마나가 마법식을 통해 증폭되고 이것이 폭약의 폭발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작은 구체로 건물 하나를 날려버릴 만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죠."


블랑의 말에 마드가 문득 플랑코 내부를 둘러보았다. 극도로 압축된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친 듯 식당의 내부는 한 개의 집기도 성하지 않고 온통 박살이 났다.


"아무리 '마법식'이 마나를 증폭시킨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강한 마나가 주입되어야 합니다. 제 생각에 알라딘 왕자가 그만큼 큰 마나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마나 사용자로서 알라딘 왕자는 알란 전하께 크게 못 미칩니다."


'정말 그럴까?'


마드가 붉은빛을 떠올렸다. 형제간의 해후에서 보았던 동생 왕자의 그 시뻘건 힘을.


바로 그때 기어이 또 한 번의 폭발이 발생했다. 육중한 폭발음이 으르렁대자 플랑코 가게 내부가 지진이 난 듯 요동쳤다. 마드와 블랑, 즈린이 동시에 식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새까만 연기가 잠에서 깨어난 거인처럼 높다랗게 치솟았다.


"제기랄, 또! 어서 가봅시다!" 블랑이 외쳤다.



02.

그들은 길 위에서 패닉 상태에 빠진 시민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달렸다. 지저인 시민들이 길 위를 달리는 왕실 가드를 바라보며 무슨 일이냐고, 대체 무슨 일이 난 거냐고 절규했지만 블랑은 애써 무시했다. 시간도 없었지만 블랑도 그들과 거의 마찬가지였다. 사건의 진상을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면에서.


"아무래도 블랑님의 생각이 맞는 모양이에요!" 마드가 앞서 달리는 블랑을 향해 소리쳤다.


"아무래도요. 하지만 한발 늦었어요. 제기랄."


"아직 몇 개의 마황탄이 남았는지 모르잖아요. 더 피해가 커지기 전에 어떻게든 막아야 해요!"


세 번째 폭발 역시 왕궁과 가까웠다. 어쩌면 점점 다가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연기가 솟는 방향을 보니 아마도 '화랑'이나 '금은방'인 것 같아요." 블랑이 말했다.


"이제 곧 성 축일입니다. 아울리와 플랑코, 그리고 화랑이나 금은방까지. 커피, 소고기 요리 등은 성 축일에 가신들이 선물로 주고받기 좋은 기호품들이죠. 그림과 보석도 마찬가지고요. 정말로 왕가의 가신들이 주로 오갈만한 곳을 겨냥한 모양입니다."


"그럼 지금 폭발이 일어난 곳을 확인하면 다음 예상 장소를 좀 더 좁힐 수 있겠군요."


"맞아요. 그러니까...... 좀 더 빠르게 가봅시다."


그들이 예상했던 폭발 장소는 화랑이었다.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과묵한 화랑 주인이 된 쥬르가 싸늘하게 앉아있는 곳. 그리고 까만 사슬을 내려뜨린 채 생각에 잠긴 공화국 검사와 그의 뒤를 노리는 테러범이 함께 있는 그곳.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자 마침내 마드의 눈에 화랑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사자의 뒤에서 까맣고 조그만 구체, 세상에서 더없이 불길하게 생긴 공을 막 집어던지려는 사내가 보였다.


"사리안!"


마드가 외쳤다.



03.

마드의 눈에 들어온 두 명의 사내.


한 명은 마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 지저인 특유의 창백한 피부를 가진 남자였다. 까만 로브 사이로 드러난 살갗이 온통 하얬다. 마치 거머리에 피를 다 빨려버린 사람처럼 창백했다. 퉁퉁 부은 턱만이 시뻘건 핏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누군가에게 된통 얻어맞았고 그 원한이 핏자국이 되어 턱에 새겨진 것 같았다.


사내는 두 손으로 무언가를 소중하게 품고 있었다. 까맣고 조그마한 공. 온몸을 불살라버릴 열광을 품은 모양으로.


'저거구나. 저게 마황탄이야!'


마드는 보자마자 알았다. 그리고 사내와 구체의 소유관계를 알아챘고 사내가 그 구체로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지 한 발짝 시간을 앞서가 본 것처럼 선명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 사막처럼 드넓은 어깨와 사막의 하늘처럼 파란 눈을 가진 남자. 사리안(대사막). 위기의 순간마다 그녀를 구해준 사람. 그리고 호기로운 사내들을 우습게 여겨왔던 그녀가 마침내 마음을 준 사나이.


아아, 그러나 사리안은 평소의 그라면 생각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무방비하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의 눈은 멍하니 현실이 아닌 어딘가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사리안!"


사리안의 눈이 비로소 마드를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는 듯 몸을 돌렸다. 하지만 지저인은 이미 한참 전에 폭탄을 내던졌다. 바로 코앞이었다.



04.

사자는 한순간 넋을 잃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지저인들의 왕자를 옭아매는 매듭들로 가득했고 때를 맞춰 피어오른 세 번째 폭발은 완전히 넋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말하자면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화국의 검>이었다.


사자의 넋 나간 듯한 표정이 어느새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함으로 변하더니 더없이 냉철한 그의 평소 낯빛으로 바뀌었다. 그를 깨운 건 마드였다. 갑자기 불쑥 길 위에 나타난 낯익은 얼굴이 간절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사리안, 그리고 뭐?'


그녀가 사자를 부르고 연달아 뭐라고 외쳤지만 (조심해!) 그는 전혀 듣지 못했다. 입모양조차 보지 못했다. 그저 불현듯 솟아오른 직감, 벼락처럼 내리친 깨달음에 따라 몸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가 재빠르게 돌아섰다. 그리고 날아오는 구체를 포착했다.


마황탄을 던지고 의기양양해하는 우볼라의 얼굴은 보지도 않았다. 그저 날아오는 폭탄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사자는 뼛속까지 타고난 검사였고 전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요소는 철저하게 감각에서 배제했다. 뭔지 확실하게는 몰라도 위협적이라면 일단 반응하고 보는 것이 검사였다.


하물며 그는 <공화국의 검>, 대륙 최강의 마스터급 검사.


절체절명의 위기를 품고 폭탄이 얼굴 바로 앞까지 날아들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더없이 평온했다. 지저인 왕자의 목을 옭아매는 매듭이며 사막의 변질 같은 모든 고민들이 일순간에 싹 사라졌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 그의 본능이 즉각 몸을 지배했다.


<공화국의 검>이 무서운 속도로 팔을 휘둘렀다. 그곳에 있었던 어느 누구도 사자의 팔이 움직이는 속도를 쫓아가지 못했다. 수 천 마리의 벌이 한꺼번에 날아드는 소리가 났다. 일찍이 세이마르 민병소 지하 유치장의 벽이 박살 나기 전에 났던 소리였다. 까만 암석으로 만든 사슬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그림자 같은 잔상을 길 위에 드리웠다. 거대한 악마가 날개를 펼친 채 달려는 모습 같았다.


그리고 그대로 마황탄이 반으로 갈라졌다. 뿐만 아니라 사슬이 닿은 모든 것이 잘려나갔다.


우볼라는 회심의 일격이 먹혔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었다. 사슬이 휘둘리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그는 사자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완벽하게 사슬의 반경에 놓여 있었다. 그가 기대한 열광의 순간은 없었다. 그저 까맣고 영원한 침묵이 찾아왔을 뿐이었다.



05.

사자가 휘두른 사슬이 마황탄을 반으로 갈랐다.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불발로 그친 폭발의 꿈은 구체가 산산조각 나자 그 즉시 위대한 천정까지 솟구쳐 사라졌다. 붉은빛이 마드의 눈앞에서 일순간 번쩍였다가 사라졌다. 폭발음은 없었지만 못지않은 굉음이 마드의 귀를 먹먹하게 했다. 사자가 휘두른 사슬 때문이었다.


'맙소사.'


마드가 부들거리는 몸으로 사자에게 다가갔다. 사자는 힘껏 휘둘렀던 사슬을 어느새 다시 거두어들이고 있었다. 까만 사슬의 끝에 사자로서는 이름을 알 턱이 없는 지저인의 살점이 묻었다. 우볼라는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던 부어오른 턱 위로 얼굴이 날아가 버렸다.


사자는 사슬을 거두어 손에 둘둘 감은 뒤 마드를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큰일 날 뻔했소. 깨어난 자가 있을 줄은 몰랐어. 아주 운 좋게 당신이 불러주지 않았다면-"


마드가 손을 뻗었다.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제발, 제발, 제발. 이번엔 그냥 눈치껏 가만히 있어줘.'


그리고 사자의 목에 팔을 두르고 끌어안았다. 사자도 이번엔 그녀의 손을 잡아 내치지 않았다. 검사는 한숨을 짧게 내쉬고 다정한 손으로 마드의 등을 쓸어주었다.


"나는 괜찮소. 그리고 고맙소."


"응. 다행이야."


마드는 아주 오래, 더없이 오래 사자의 품을 느끼고 싶었지만 금방 떨어졌다. 블랑이 다가오며 환하게 웃었다. 즈린은 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여기 대장님으로부터요. 저는 왕실 가드 브랑코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리안."


"그러고 보니 왕궁에서 뵌 적이 있는 것 같구려. 반갑소."


마드는 이제 사자에게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새빨갛게 익어버린 얼굴을 보여줄 수 없기도 했고) 떨어진 마황탄 조각을 주워들었다. 불발탄에 다가가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새까맣게 식어버린 조각을 보자 마황탄의 수명이 완전히 끝나버린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게 뭔지 알았어, 사리안?"


"응? 폭탄이지 않소?"


"맞아, 폭탄. 펑 하고 터지는 거. 폭탄이란 게 원래 잘라버리면 안 터지고 그래?"


"글쎄. 하지만 대부분의 폭탄은 불붙은 심지째 잘라버리면 위험을 회피할 수 있소. 이 폭탄은 어째 심지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랬구나. 일단 휘두르고 봤단 말이네.'


주워든 마황탄 조각을 보며 마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 사자를 보며 말했다.


"맞다. 우리 아무래도 이 테러의 목적을 알아낸 것 같아. 놈들이 뭘 꾀하는 건지도."


"정말이오? 반가운 얘기군. 어서 내게도 알려주시오."


사자가 말했다. 그의 손에 들린 '비살상무기'는 어느새 얌전히 사자의 손에 다시 감겨 들어가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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