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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워커(Knight Walker) - 공모전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어린꿈
그림/삽화
어린꿈
작품등록일 :
2019.04.01 23:46
최근연재일 :
2019.05.03 16:5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472
추천수 :
0
글자수 :
102,799

작성
19.04.27 22:31
조회
35
추천
0
글자
10쪽

18화

검무의 시작.




DUMMY

- 어째서?




금발, 타오르는 듯한 루비색 눈동자가 날 상기시켰다. 처음 만났을 때와 죽기 직전까지의 기억을, 천천히 내 뇌에 동영상을 틀어놓은 듯이 하나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난 그 때, 알고 있었다.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분명히, 내가 잘 알고 있다. 누구보다도 더.





"세르... 맞아요?"




말이 떨린다. 죽어있어야만 하는 인물이 앞에 있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걸까.




세르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세르 루마니아지. 누구겠어?"




"거짓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고 비참하다. 자신의 생각을 산산조각내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세르는... 분명히, 죽었잖아요... 제 앞에서. 제 눈이, 그것을 봐서! 이렇게까지 절망하고! 여기까지 무기력하게..."





목이 메었다. 덕분에 올라오려는 감정이 넘쳐오지 않았고, 어느새 나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기쁨? 슬픔? 무언가의 해방되어 고통이 끝났다는 뜻의 눈물이였을까? 나 자신도 모르겠다.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지. 어디서 시작되는 것 조차마저.





나는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어떻게 그녀가 살아있는 가에 대해서.




"결과가 중요하잖아? 나는 이렇게 살아있는걸."





"결과보다는 과정이...!"





입이 갑자기 막힌다. 내 입을 가로막은 것은 다름아닌 세르였다. 그것도 손이 아닌 세르의 입으로, 내 말을 가로 막았다. 달콤한 입술이 느껴지고, 향기로운 그녀의 냄새가 코로 통해 들어온다.




억지로 세르의 어깨를 밀어낸 후, 나는 얼굴을 붉혔다.





"이게... 무슨...!"





츄릅, 하면서 입술에 묻은 내 침을 삼킨다. 뭐야, 왜 이렇게 캐릭터가 변했어?! 이건, 내가 아는 세르가 아니다. 분명히 내가 아는 세르는 성질 사납고, 이상한 데에 애교 부리고, 이런 여잔데! 그런 녀석인데!





갑자기 다른 사람의 말을 자기 입으로 막는 세르가, 아니 이런 여자가 대체 어디에 있어?!






"레오... 얼마나 걱정했는데."






진정시킨 거구나. 하지만 방금 전의 키스로 감정이 가라앉혔는데 다시 올라온다. 나는 내뱉듯이 말했다.





"전 세르가 죽는 그 날부터...! 얼마나 절망했는데..."





말끝이 다시 흐려진다. 분노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은 슬픔과 절망에 의한 것인지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나저나, 제일 궁금한 것.





"...그나저나, 세르... 어떻게 살아있는 거에요...? 그 때 분명히... 습격자에게 살해 당했잖아요. 그것도... 뒤에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한다. 이 이상 말했다가는 구역질이 올라와서 힘들다. 더 이상 말하기도 싫고.




시선을 떨궜다. 이를 악물고, 팔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세르의 대답도 늦어진다. 자신도 말하기 싫어하는 것인가.





"...지금 말해야 돼...?"




"아니라고 말하면, 거짓이겠죠. 그저 당신이 살아있는 이유를 알고 싶은 뿐인 거에요."





그렇구나, 하고 세르가 끄덕였다. 세르는 허리 뒤로 깍지를 끼더니 살짝 몸을 흔들었다. 나는 세르를 주시하면서 세르의 이야기를 집중했다.






"사실, 나는 죽었어.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하지만 나는 눈을 감았을 때에 누군가가 날 부르더라고. 누구라고 물어봤는데, 살고 싶냐고 물어보더라. 정말로 어이없지?"





"..."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믿기지 않았다. 너무나도 현실적이지가 않다.





세르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야 나는 그 때 살고 싶다고 말했지. 그러고는 뭐라고 말하는 지 알아?"




그야 그건 모른다.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당신의 살아남은 이야기를.





"그랬더니 마지막 말로... [ 다음에는 존엄있는 삶을 ] 이러면서 눈을 떠보니 성 안의 병원 침대 위에 누워있더라. 죽어있는 시체를 바라보면서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서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면서... 참 별 일이지. 죽은 시체에 쓸 데 없는 신경을 쓰다니."




그래, 참 쓸 데 없는 신경을 써줬다. 1%도 안 되는 확률로 죽은 사람을 살리려고 하다니.





하지만 그 1%도 안 되는 확률이 기적을 일으켰다. 그 1%가, 이런 기적을 만들어 세르를 살렸다. 나는, 세르에게 다가가려고 발을 뻗은 순간...





스릉, 날카로운 칼날이 목에 닿았다. 뭐지...? 습격자?





살짝 고개를 돌려봤더니 루마니아 병사 복을 입고 있는 나이가 든 병사를 봤다. 이 사람... 분명히 루마니아 황제 곁을 지키는... 친위대... 3명인가...?




"어디서 또 세르 님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건가."




"...무슨 오해인 지 모르는 겠는데요..."





내가 세르를 죽인다고? 뭣 때문에?





"입 닥쳐라! 루마니아에서 빠져나와 이 나라 데가르까지 온 이유가 네 놈의 속셈이 훤히 보인다! 자, 어서 떨어져라!"





나는 울컥하여 반복했다.





"닥쳐야할 건 당신네들이야! 내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근거있어?!"





"흥, 네가 세키하 일족의 자식이라는 이유가 거기서 거기다!"





"그런 억지 논리가 어디에 존재하는 겁니까!"





세르도 거들었다. 내 옆에 다가가려고 하자, 친위대들이 그것을 제지했다. 그것도 칼날로. 베일 것만 같은 거리로 그녀의 팔에 갖다 대었다.





"그 이상은 멈추십시오. 세르 황녀님. 당신은 저 놈에게 속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시면 저희들도 생각이 있습니다."






"시끄러워! 세르에겐 뭔 짓 했다간 죽는 줄 알아!"





그렇게 소리치며 칼을 빼든다. 역수로 쥔 채, 친위대들을 경계한다.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 무릎을 살짝 숙여 중심을 낮췄다. 한 명, 한 명씩 계속 번갈아보며 칼을 들이댄다.





"모두, 진압해라. 목표는 '레오 세키하'."





친위대가 달려든다. 제길...!




어째서, 일이 이렇게 돼버린걸까. 내가 세키하 가문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고작 그런 이유 하나로, 이렇게 차갑게 검을 겨누다니.




"순순히 투항해라! 1:3은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검을 휘둘렀다. 빗나갔지만 가까이 오는 것을 막았을 뿐. 검을 겨눈 상태는 변함이 없었다. 친위대의 칼 끝이 나를 향했다.




검이 파고든다. 가까스로 허리를 숙여 회피. 나는 그 검의 칼날을 단도로 그었다. 스릉. 궤도를 벗어나 친위대 한 명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다른 한 명이 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허리를 살짝 빼 하얀 머리카락이 짧게 잘렸다. 옆차기로 간신히 밀어내어 남은 한 명과 거리를 벌렸다.






아슬아슬하다. 남은 친위대 한 명. 가장 실력이 뛰어난 한 명이다. 무기는 창(槍). 그가 이곳저곳 찌르기 시작했다. 발바닥으로 차내고, 역수로 쥔 단도로 흘려내며, 몸을 움직여 회피하기도 했다.





반격으로 오른속으로 단도를 휘둘렀지만, 막대기 부분으로 막더니 그대로 창을 돌려 내 팔을 베었다. 크윽. 베인 상처에서 피가 흘러 나온다.




"첫 번째 경고다. 무기를 넣고 투항해라."





"베린 친위대! 그만 해요!"





세르가 소리치지만 나에게 겨눈 검은 내려가지 않았다. 나도 검을 넣지 않고 역수로 쥐어 올려 저 베린 친위대에게 저항했다.





"두 번째 경고다. 무기를 넣고 투항해라."





"으아아아!!!"





쥐가 궁지에 몰릴수록 고양이를 문다고 했나. 단검으로 베린의 어깨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나 다리를 움직여 회피, 그대로 막대기 부분으로 내 복부를 강타.





공기를 통해내는 기분이 들면서 단검을 다시 베린에게 겨눴다. 여기서... 쓰러지면...





"2번의 기회를 줬는데도 다 저버리다니. 역시 배짱 하나 대단하군. 아니면은 무식한 건지."





스릉. 창 끝이 세워진다. 시선이 나에게 향해지며 베린은 땅을 밟았다. 나는 단검을 집어넣고 장검을 꺼냈다.





베린이 창으로 찌르자, 나는 칼 옆면으로 쳐낸 다음 목을 향해 찔러넣었지만, 베린은 막대기 부분으로 빗겨가게 했다.




계속해서 공격하는 베린. 창으로 내려찍고, 허리를 베려고 해도, 찔러도, 체술로 공격해도, 나는 그 때마다 알맞는 대응을 했다.





"세키하의 자식이라곤 하지만... 솜씨가 좋군."





"말이라고 묻습니까? 루마니아 제국이 어린애를 교습소로 보내는데 싫어도 배우게 되잖아요."





"그렇군. 하지만 장난은 끝이다."





뭣...! 어느새 등 뒤로 온 베린. 황급히 뒤돌아 검으로 막아보려고 하지만 늦었다.





퍽. 막대기가 내 광대뼈를 강타. 뇌까지 충격이 가더니 이윽고 온 몸에 힘이 풀렸다. 끝인가...


******


"레오!"




세르의 외침. 베린의 싸늘한 시선이 레오에게 향했다. 땅에 힘없이 쓰러지는 레오에게 달려가봤지만 베린이 창으로 막아세웠다. 더 이상 다가가면 황녀 님이여도 때릴 듯한 행동을 보이면서, 베린이 말했다.





"황녀님. 세키하 가문의 자식에게 동정을 표하시면 안 됩니다."





"이게 무슨 짓인가요! 그는 제 친구라고 왕궁에서 말했고, 또 왕궁에서 레오는 가문의 자식이지 범죄자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하지만 그는 황녀님을 죽였습니다. 그것은 반역죄에 해당하지 않습니까?"





"레오는 절 살려준 은인입니다. 자책과 절망에 빠진 그를 구원해야하는 것은 저, 세르 루마니아가 할 일이지, 제 3자인 당신들이 나설 자리가 아닙니다."





"황녀님..."





"입 다무세요."





차갑게 끊는 세르의 말에 베린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말상대가 자신보다 높은 지위여서 그런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세르는 생각했다. 레오를 보호하면서, 친위대의 공격이 닿지 않게 하는 방법.





"베린. 명령합니다."





베린은 조용히 세르의 말을 듣는다.




"레오를, 루마니아로 이송하십시오. 목적지는 왕궁 내의 병실까지 입니다."





벌레씹은 듯한 표정으로 베린은 예, 라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검무의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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