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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도토리의 글방

귀멸의 아저씨가 나타났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연필도토리
작품등록일 :
2019.12.17 23:54
최근연재일 :
2020.12.05 18:29
연재수 :
159 회
조회수 :
95,254
추천수 :
1,948
글자수 :
733,599

작성
20.02.11 12:00
조회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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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9쪽

역병이라고 불렸던 것#09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DUMMY

와인을 마시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와인 잔을 테이블에 놓으며 약간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배신자를 잡아 두었는데 그게 잘 못 된건 아니잖아?"


여자가 좀더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아마도 그 남자에게 뭔가를 부탁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 누군가를 대신한 변명을 할 때의 목소리다.


"배신자라는 이유가 이상하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오래 우리와 함께 한 동지인데...마약을 몰래 팔아서 돈을 따로 챙긴게 큰 잘못인가요?"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 남자는 다시 와인을 마셨다.

조금씩 마셔야하는 와인인데 한 번에 원샷이다.


"우리 조선인을 미국으로 태워주는 조건으로 김구 선생의 군자금까지 그에게 주었소. 그런데 알고보니 조선인을 데려다 주는 게 아니라 마약을 밀매하고 돌아왔소,"


그는 테이블을 한 번 강하게 쳤다.

화가 잔뜩 난 모양이다.


"그렇다면 우리 군자금을 돌려줘야하는거지. 오히려 그는 몇 배의 장사를 하고 온거요."


하지만 그 여자의 목소리를 여전히 같은 톤이다.

그에게 열심히 변명하는 쪽의 목소리.


"그건 그 돈으로 다시 일본인의 입막음에 사용하려던 거라고 하잖아요?"


"만약 그 배가 중간에 일본인들에게 잡혔다고 해도, 그 마약 판매까지 조선인들에게 덮어 씌우려고 했을거요.

몇 번 그런 오명을 쓴 우리 조선 독립 운동가들이 개죽음당했소. 게다가 평생을 바친 그들은 그 누명 때문에 조선에서는 죽일 놈의 취급을 받고 있단 말이오."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렇다면 저 남자는 내 가설에 맞지 않는다.


이 이야기의 중심은 리쉐이펑일거라고 생각했다.

리쉐이펑이 배신하고 사친위씨를 감금하여 죽였을거라고 생각했다.


손톱을 뽑아가는 고문을 하면서...


그 고문을 일본인이 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정도로 돈을 일본에 가져다 바친 밀정들을 일본인들이 잔혹하게 대하진 않는다.


차라리 그냥 죽이면 죽였지.


서로에게 잔혹하게 대하는 경우는 "감정"의 격앙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세운 가설이었다.


리쉐이펑이 사친위를 죽인 것이다.

근데 그 여자가 설명되지 않았다.


그 여자의 존재가 이야기 속에서 설명되지도 않았고, 내 가설 속에 넣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직접 봐야할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자면, 저 남자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


그는 슬쩍 지나가면서 이야기 들었던 사람이다.


3년전에 죽었다고 하는 그 사람.


"북조선의 영웅 김 길환"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직접 확인했어야 했다.

너무 그 여자 밀정에 초점을 일찍 잡은 것에 대해서 후회했다.


다니엘.

왜 3년 전에 그가 죽었다고 그 상황에서 말했을까?

정말 3년 전에 죽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렇게 죽은 것일까?

북조선의 인민 영웅이었던 그가 죽은 이유를 그 때 물어봤어야 했었다.


이렇게 잘못된 판단은 전체의 논점을 흐려버리니까.


"시발. 일이 이렇게 꼬인 거였군."

좀 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


"리쉐이펑! 그 자식은 그래도 배신자 새끼라는 걸 스스로 밝혔다고 치더라도. 사친위 저 녀석은 아직도 우리의 피를 빨아먹으며 뒤로는 돈을 꼬불치고 있어.

사실 자기가 살기위해 우리 독립군 몇 명을 팔아먹기도 했잖아."


화가 난 김길환과 달리 그 여자는 조용히 와인 잔에 다시 와인을 따랐다.


"중국인들로서 일본과 독립운동가들 사이에 서 있다는 건 나름대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는 거니까요. 당신처럼 독립운동 자체에 앞장 서는 것과 또 다른 위험 속에 살아가는 삶이니까.

당신이 어느 정도는 이해해줘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숨어서 듣고 있는 나도 그 여자의 차분한 말투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각자의 맡은 바가 다를 경우 사실 중간에서 정리해야하는 게 좀더 힘든 경우도 있다.


돌격대장은 그 나름대로 위험성은 있지만 그는 적어도 자신의 진형 내에서는 존경받고 적은 더 좁게 좁힐 수 가 있다.

하지만 중간의 밀정들은 양 쪽의 모두를 경계해야한다.

누구의 손에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언제나 리쉐이펑의 편을 드는군. 샤오티엔(小天)."


샤오 티엔.

그 여자의 이름이 드디어 나왔다.


김길환은 샤오 티엔을 이름을 부르며 돌아섰다.


수염이 덥수룩한 장비 스타일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생긴 미중년이었다.

쌍커풀이 없는 찢어진 눈은 북조선의 남자 냄새가 물씬 났다.

작지만 날카로운 코와 단단해보이는 턱.


이 어려운 시국에서도 면도를 항상 하는 지 수염이 없었다.


흑백 사진에서 볼 때도 뭔가 다른 사람들과 달라보여서 내 눈이 갔던 얼굴이 바로 저 수염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당신은 중국 여자라서 그런가? 언제나 중국 밀정들의 편에서 나를 설득하려 하눈군."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이 배를 점령 해버리고, 그를 가두어놓고 고문하는 건 우리가 지금까지 지내온 세월을 생각하면 너무 잔인해요."


"이 배를 점령하려는 것은 아니었어."


김길환은 다시 와인을 살짝 입에 대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개를 돌린 채 창 쪽으로 돌아섰다.

샤오 티엔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배신자라는 걸 알고 나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어. 다시 사친위에게 돌려줄거야. 이 배는 그 자의 것이니까.

대신 다음부터는 배신하지 않게 겁만 줄 생각이야. 리쉐이펑같은 일을 만들 수는 없잖아?"


"알고 있어요. 당신이 그렇게 잔인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샤오 티엔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애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것은 "거짓말"이다.


그는 그 녀가 보이지 않는 앞 모습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있다.

이 웃음을 뒤돌아 지을 수 있는 남자.

샤오티엔은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이 남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난 작은 창 틈으로 그 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작은 동작과 표정으로 숨길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는 혹시나 샤오 티엔이 자신의 거짓말을 알아 챌까봐 뒤돌아 선것이다.


내가 거기서 훔쳐보고 있지 않았다면, 나도 그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목소리에는 변함이 없다.

분명 이 남자는 평생을 거짓말로 살아온 남자다.


거짓말 할때의 신체의 미묘한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방법으로 속임수를 가지고 살아온 남자인것이다.


분명 처음엔 안 저랬겠지.


그러다 몇 번 걸려서 깨지고나서부터 바뀌게 되었을 것이다.

거짓말을 할 때 말하는 방식은 연습으로 해결되지만, 그 신체의 움직임은 연습으로 힘들다.그것은 인간들을 위해서 신이 만들어둔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 방의 문에서 똑똑하는 소리가 들린다.


"응? 무슨 일이야?"

김길환은 문 쪽으로 다가가 전축의 소리를 끄면서 문을 살짝 얼였다.


"순찰 하다 보니 침입자의 흔적이 있습니다. 젼혀 다른 모양의 빗 물의 발자국이 발견되었습니다."


아차.

여긴 나무로 만들어진 비가 내리는 배.


거기에서 빗물 발자국은 평범한 길이나 콘크리트에 비해서 좀 더 오래 남아 있다.


"전혀 다른 모양의 발자국이라고? 어쩌면 사친위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녀석일지 모른다. 나도 지금 그 쪽으로 갈테니 주변 경계를 강화해."


그는 문을 닫고, 서랍을 열어 총을 꺼내 들었다.


"이봐. 샤오티엔. 일단 당신은 지금부터 여기서 기다리시오.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김길환은 샤오 티엔의 어깨를 지긋이 만지며 총을 체크했다.


"알겠어요. 이 방에서 기다릴게요."


샤오 티엔은 남아있는 와인을 다 마시고, 침대에 가서 누웠다.


김길환은 문을 열고 나가며, 다시 샤오티엔을 쳐다봤다.

음흉한 눈 빛이다.


그는 모든 걸 가지려고 하는 것 처럼 보인다.


북조선의 영웅이라고?

저런 음흉한 눈과 거짓을 가진 새끼가?


난 그를 따라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사친위를 찾아야하는데 고맙게도 그가 직접 거기로 안내해 주실거니까.


아까부터 피우던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을 깊게 빨아 마시고 바다 쪽으로 던졌다.

이런거 싫어하지만, 어쩌겠나. 여긴 재떨이가 없는 곳이니...


아까와 달리 비가 서서히 더 내리기 시작했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구름이 바다를 덮기 시작했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작가의말

세상은 엉키고 설켜있는 사람들의 욕망의 장.

그러나 누군가는 그 속에서도 직선의 삶을 사는거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djsejr
    작성일
    20.06.30 04:00
    No. 1

    북조선 영웅이라서 넘어간 탓에 힘들어졌네요. 역시 보이는게 다가 아니니 사람에 대한 판단은 늘 유보를 해야하나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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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역병이라고 불렸던 것#04 +2 20.02.05 532 13 12쪽
40 역병이라고 불렸던 것#03 +2 20.02.04 573 11 14쪽
39 역병이라고 불렸던 것#02 20.02.03 703 11 12쪽
38 역병이라고 불렸던 것#01 20.02.01 620 15 13쪽
37 항저우에서의 깊은 밤#09 (완) 20.01.31 599 13 11쪽
36 항저우에서의 깊은 밤#08 +2 20.01.30 595 14 13쪽
35 항저우에서의 깊은 밤#07 20.01.28 588 13 13쪽
34 항저우에서의 깊은 밤#06 20.01.26 592 1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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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항저우에서의 깊은 밤#04 +2 20.01.23 652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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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최악의 대지진 속에서#06 +2 20.01.13 823 1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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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최악의 대지진 속에서#04 +2 20.01.10 893 18 14쪽
21 최악의 대지진 속에서#03 +4 20.01.09 947 25 14쪽
20 최악의 대지진 속에서#02 +8 20.01.08 988 23 15쪽
19 최악의 대지진 속에서#01 +2 20.01.07 1,092 21 14쪽
18 고 선생은 여권이 있다. +2 20.01.06 1,125 25 12쪽
17 따뜻한 돼지 국밥 한 그릇#05(완) +8 20.01.05 1,140 24 16쪽
16 따뜻한 돼지 국밥 한 그릇#04 20.01.04 1,199 26 15쪽
15 따뜻한 돼지 국밥 한 그릇#03 +2 20.01.03 1,321 25 13쪽
14 따뜻한 돼지 국밥 한 그릇#02 +10 20.01.02 1,447 29 11쪽
13 따뜻한 돼지 국밥 한 그릇#01 +2 19.12.31 1,557 32 11쪽
12 124만원짜리 이름 +7 19.12.30 1,553 36 10쪽
11 86번 버스의 전설 #04(완) +20 19.12.29 1,575 34 10쪽
10 86번 버스의 전설 #03 +7 19.12.28 1,665 33 13쪽
9 86번 버스의 전설 #02 +8 19.12.27 1,787 39 9쪽
8 86번 버스의 전설 #01 +12 19.12.26 1,929 31 9쪽
7 420호의 빡빡머리 소녀 #04(완) +7 19.12.25 2,050 38 8쪽
6 420호의 빡빡머리 소녀 #03 +6 19.12.24 2,245 41 17쪽
5 420호의 빡빡머리 소녀 #02 +5 19.12.23 2,350 44 11쪽
4 420호의 빡빡머리 소녀 #01 +1 19.12.22 2,636 44 10쪽
3 운명이라는 놈 +4 19.12.21 2,885 47 9쪽
2 딸랑딸랑. 종소리. +6 19.12.20 3,372 57 8쪽
1 죽기 딱 좋은 날 +18 19.12.20 4,519 7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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