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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에서 헌터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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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땅
작품등록일 :
2024.06.27 16:17
최근연재일 :
2024.07.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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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04

작성
24.07.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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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숨겨진 비밀(4)

DUMMY

9화-숨겨진 비밀(4)


“진이 다 빠진 얼굴이군. 알베르가 그렇게 심하게 압박했나?”


“아닙니다. 그냥...그분은 너무 대단하신 분이라 말입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리 계획한대로 보고했고 집사장님은 그럴 줄 알았다며 코웃음만 치셨습니다.”


“어렵지 않을 거다. 알베르는 널 아직도 자기 말 한 마디에 벌벌 떠는 신입으로 알고 있을 테니까.”


내 방에 돌아 온 헤르만의 대답에 피식 웃었다. 기어이 제국 전역을 감시하는 정보국을 만들어 낸 알베르는 분명 대단한 사람이지만 그도 사람이다.


모든 부분에 신경 쓸 수는 없고, 방심하는 부분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다수의 정보원들이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들어 냈지만 그 시스템의 일부인 헤르만을 포섭한 이상 당분간 그쪽에 걸릴 일은 없어졌다.


“유용하긴 한데, 지금은 좀 거슬려.”


정보국으로 바뀐 황실 집사부의 힘은 분명 강력하다. 근위대가 황실 최후의 칼이라면 집사부는 황실 최선의 칼이니까.


어지간한 개수작은 그들 선에서 정리 가능하다. 문제는 원작의 사건 대부분이 주조연이 모여든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일어났는데, 그 아카데미에는 집사부의 힘이 닿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언젠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아군인데 지금 당장은 피아구분 못하고 날뛰는 상태라 봐도 무방하다.


“...그게 좋은 겁니까?”


“아니? 그러니 빨리 집사부가 제대로 일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헤르만의 반응이 사실 맞는 반응이었다. 그 반응을 보고 웃음을 지우지 못한 나는 집사부 이야기는 나중에 하라며 손을 저었다.


“다음 계획 이야기나 하지. 다음 휴일에는 다시 도시로 나가서 마르코를 만나고, 새로운 던전도 공략할 예정이다. 그때 엘레나도 불러.”


한결 편하게, 더 이상 숨길 필요 없이 헤르만과 계획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구상한 계획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중 하나는 미리 확보할 수 있는 힘들을 전부 선점해 두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미래를 위해 방해되는 모든 것을 다 치워버리는 것이다.


전자는 그냥 내 마음대로 하면 된다. 왜냐하면 지금 이 세상에서 유일한 헌터는 나뿐이니까. 경쟁 대상이 없다. 설령 다른 헌터들이 각성해도 그들이 내게 도전하는 입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후자는 역으로 내가 도전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미 이 세상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돌부리들을 직접 깨부수고 끌어내야 하는 일이다.


아무리 황자라지만, 실권 하나 쥐고 있지 못한 지금의 나는 그들에 비하면 아무 힘없는 애송이에 불과하다.


실권에 무력까지 모두 쥐고 있는 레온에게 모든 일을 사실대로 털어놓고 도움을 받을까 생각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여유가 있었다면, 이전 회차에서 조금이라도 더 희망을 봤었다면 그렇게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우선은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가 지난 번 던전에서 본 힘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통하는 힘 말이야.”


“맞는 말씀이십니다. 결국 법도를 지켜야 하니까요.”


“상인인 마르코를 만나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나를 대신해서 움직이면서 내 힘을 대신 키워줄 사람이 필요하거든.”


가장 확보하기 쉬운 힘은 바로 돈이었다. 하급 귀족들보다 돈 있는 자본가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는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려거든 돈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것도 눈치 보며 타 써야 하는 황실의 용돈이 아닌, 순전히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돈이.


‘주식이나 코인이 있었으면 편했겠지만.’


주식 비슷한 것은 있지만 코인 같은 건 없는 세상이다. 미래 지식이라는 힘으로 가장 쉽게 돈을 벌 수단이라면 역시 그런 것들이겠지만...지금의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다.


[생활 퀘스트: 육체 단련(1)]


[팔굽혀펴기 1천회하기]


“가서 푹 쉬어. 나도 오늘은 쉴 테니까.”


눈앞에 아른거리는 생활 퀘스트를 보며 헤르만을 숙소로 보내 쉬게 했다.


나도 쉰다고는 했지만, 팔굽혀펴기를 1천 번이나 하려면 쉴 틈이 없을 것 같다.



***



[미하일 단데르크(E)]


[칭호: 불멸(S)]


[특성: 심연의 그림자(S)]


[추가 능력치: 근력 F 체력 F 감각 F 마력 F]


[보유 장비: 모글레이(S)]


“...”


살면서 이렇게 이상한 상태창은 본적이 없다. 모든 능력치는 처참하게 바닥인 주제에 낮은 등급 하나 조차도 가지기 힘든 칭호, 특성, 장비 모두를 S급으로 도배를 해놨으니 말이다.


덕분에 종합 등급도 F에서 한 단계 올라 E였다.


‘능력치야 올리면 그만이지.’


딱히 걱정하진 않았다. 내 재능 처참한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래도 추가 능력치는 가장 보충하기 쉬운 수단이라 다행이다.


생활 퀘스트만 줄기차게 깨도 능력치 전부 E등급까진 오를 수 있다.


“오늘로 황자님을 전담하는 건 마지막이군요. 가을부터는 아카데미로 가시게 되니 부디 뜻을 잃지 마시고 꾸준히 학문에 정진하셨으면 합니다.”


“명심하죠.”


그렇게 멍하니 상태창만 보고 있을 때 마지막 수업을 끝낸 로델 백작의 말이 책을 탁 덮으면서 멍하니 딴 생각만 하던 내 정신을 일깨웠다.


인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와의 수업은 그 말대로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 의도대로 조기에 수업을 종료하고 한 학기 더 빠르게 아카데미로 가게 된다.


[생활 퀘스트 클리어: 스승의 칭찬(5)]


생활 퀘스트 완수는 덤이었다. 나는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궁 입구까지 나가면서 스승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금쪽이 가르치느라 화병을 얻었던 원작은 물론 배움이 더 느렸던 이전 회차보다 더 빠르게 성과를 내고 떠나는 것이다.


이미 헤르만에게 듣길, 제발 자기들 자식을 가르쳐 달라고 애원하는 학부모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다고 했으니 이만하면 은혜는 다 갚은 셈이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동안의 가르침은 잊지 못할 겁니다.”


‘와, 드디어 자유다.’


안타깝고 슬프다는 듯 정중히 인사하는 입과 달리 솔직히 내 마음은 기뻤다. 더 이상 이미 배운 일 따위에 시간 낭비 할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가을이 오기 전 두 달은 온전히 내 마음대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정식으로 졸업했으니 이제 좀 쉬어야 하지 않겠나?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로델이 모습을 감췄을 때. 나는 헤르만을 포함한, 나와 함께 황자궁 입구까지 나와 있던 사용인들을 돌아보며 히죽 웃었다.


헤르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쓰게 웃었지만 다른 이들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다. 아니 한 만큼 노는 게 대체 뭐가 이상해서?


“헤르만, 나갈 준비 해. 오늘 저녁에 나간다.”


나는 그런 시선들은 개의치 않고 헤르만에게 지시해 나갈 준비를 시켰다.


다른 이들에겐 졸업 기념으로 놀러 나가는 것처럼 굴었지만, 사실 오늘 외출은 며칠 전부터 계획된 일이었다.


“채비를 도와 드리겠습니다 황자님.”


“됐다. 다들 퇴근이나 하도록.”


헤르만을 제외, 집사부를 포함한 다른 이들의 끄나풀이 분명한 다른 사용인들은 전부 방 밖으로 내보내 퇴근이나 하라고 지시했다.


내가 혼자 행동하기 시작한 기간이 좀 길어져서 그런지 딱히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동안 하도 내게 시달린 사람들이라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두 사람에게 확인 연락은 받았나?”


“그렇습니다. 엘레나와 마르코 모두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 나올 것입니다. 그보다 황자님...”


“왜?”


입고 있던 답답한 예복을 훌렁 벗어버리고 몰래 마실 나갈 때 입는 편안한 옷들로 갈아입었다. 후드 달린 재킷을 포함해 적당한 귀족가 공자로 위장할만한 옷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 몸을 본 헤르만이 안타깝다는 듯 작게 탄식했다.


“그 헌터로 각성하는 사람들...모두 몸에 그런 낙인이 새겨지는 것입니까?”


“보기 안 좋은 건 인정하지만, 이것도 자격 있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인데.”


내 등과 어깨에 새겨진 칭호와 특성, 아티팩트 때문이었다.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그의 눈엔 이 각인들이 야만족 전사들이 하는 타투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더 선명해질거다. 그냥 신경 꺼.”


사실 지금은 흐릿한 흔적 수준이다. 내 숙련도가 너무 낮다는 뜻으로, 숙련도가 쌓일수록 각인은 점점 진해지고 선명해진다. 아무리 좋은 무기를 들고 있다 해도 결국 휘두르는 자의 실력이 제일 중요한 것처럼 고등급의 칭호와 특성도 마찬가지다.


등급 높다고 자만하다가 고꾸라지는 놈들도 한 둘이 아니었다.




“내가 준비하라고 지시한 건?”


“모두 가져왔습니다.”


내가 헤르만에게 준비시킨 건 단순한 외출준비가 전부가 아니었다.


옷을 전부 갈아입은 나는 그가 가져 온 문서를 펼쳐들었다.


“이게 내 앞으로 있는 모든 재산인가...”


제국 중앙은행에 내 이름으로 들어가 있는 돈을 보증하는 서류였다. 내가 빙의하기 10년이나 이전에 돌아가신 친모가 그렇게 귀여워하던 늦둥이인 내 이름으로 넣은 내 개인 재산.


여자에게 선물할 보석이나 이름 난 명마를 사느라 흥청망청 돈을 쓰던 철부지도 어머니의 유품이나 마찬가지인 이 돈은 건드리지 않았다.


황실에서 주기적으로 타다 쓰는 용돈이 아닌, 순전히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이다. 집사부 정도라면 이 돈도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겠지만 귀찮은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날 감시하지 않을 거다. 나는 그런 돈을 지금 전부 다 써버릴 작정이었다.


“정말 그 돈 전부를 그 마르코라는 상인에게...”


“말은 제대로 해야지. 투자하는거다. 맡기는 게 아니라. 마르코는 내가 고용할 경영자야.”


일종의 시드머니가 될 이 서류를 품에 챙겨 넣었다.


마르코, 내가 이전 회차에서 만들게 된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형제들과 경쟁하고 있는 젊은 청년인 그는 내 제안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며칠 전부터 접촉을 시도한 내 제안에 매달리는 모습만 봐도 그랬다.


“돈은 신분을 가리지 않는다. 그 누구든 돈으로 정점에 설 수 있단 말이야.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자신 만만하게 떠들면서 궁을 나섰다.


물론 나는 장사에 조예가 없다. 그걸 보충하기 위해 찾아가는 마르코 역시 지금 당장은 재능을 개화하기 전인 풋내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차피 언제나 모험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것이 두 개의 작품이 한데 뒤섞인 이 미친 세상에서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회귀를 겪은 내 신념이었다.


“목적지까지 하루는 걸릴 것 같습니다.”


“우리 일주일 놀기로 했잖아. 편하게 가자.”


약속 장소는 가장 번화한 도시, 제국 수도가 아니었다. 그 근처에 있는 위성 도시 중 하나였다.


열차를 타도 넉넉히 하루를 잡아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아예 여유롭게 기간을 설정했다. 일주일이면 어지간한 일은 다 처리하고 돌아올 만큼 충분하다.


“그리고...분명 비밀 호위가 붙었을 겁니다.”


“어쩔 수 없지. 그들까지 포섭하는 건 힘들지도 모르니.”


황실이 미쳤다고 내가 헤르만 하나만 데리고 쏘다니게 둘리가 없다. 그것도 코앞인 수도도 아니고 일주일이나 걸리는 여행에서.


아직 감각에 걸리는 건 없지만 은밀하게 파견한 호위들이 내 뒤에 붙었을 게 뻔하다. 그들 눈엔 흥청망청 놀러 나온 것처럼 보여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첩보물까지 찍게 생겼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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