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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에서 헌터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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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땅
작품등록일 :
2024.06.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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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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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되돌아오다(2)

DUMMY

2화-되돌아오다(2)


“네가 온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미하일. 이렇게 함께하는 자리에는 잘 오지 않던 녀석 아니냐.”


“그...랬었지요.”


오랜만에 만나는 부황의 안색은 역시 그리 좋지 않다. 내가 빙의하기 이전부터 병을 앓고 있던 부황은 이미 수명이 다하는 중이었고, 용맹한 사자왕이라 불리던 젊은 날의 위상과 달리 지금은 많이 연약해진 상태였다.


이렇게 사냥을 나온다 해도, 수레에 앉아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정도다.


‘후,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어린 시절 제대로 애정을 주지 못한 늦둥이 막내 자식인 내가 어떤 짓을 하든 좋게 봐주려 하는 사람이기에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나, 노환이 겹친 병은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이나 힘을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혹시 S급 치유의 각인 같은 것을 미리 얻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확신할 수 없는 문제다. 때문에 나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부황을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곧 짐승들이 올 겁니다!”


몰이꾼들을 다수 동원한 사냥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길목에 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다가 몰아진 짐승들이 튀어나오면 가서 잡으면 그만이니까.


나도 일단 활을 들고 있다. 다만, 빙의하기 이전의 내가 왜 이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다시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열심히 해보아라. 가장 많이 잡는 사람에겐 내 특별히 포상하도록 하겠다.”


안 올 줄 알았던 내가 자발적으로 와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 보이던 부황은 껄껄 웃더니 나를 포함해 열 명이 넘어가는 자신의 자식들과 조카들에게 경쟁을 주문했다.


본인 스스로가 심신을 단련하며 용맹을 떨친 기사이니 이런 가벼운 경쟁은 분명 이상할 것 없는 일이지만 밑에 사람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는가.


“조를 나눈다. 5명씩 한 조로, 양측으로 돌아가 두 길목을 지키도록 하자.”


자연스럽게 레온이 우리를 지휘했다.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황태자인 내 친형 레온은 이런 환경에서 반드시 자신을 증명해야만 했다. 그리고 레온은 또 그런 무리한 요구를 언제나 완벽히 수행해냈고.


‘멍청하긴. 너와는 태생부터 다른 사람이었다고.’


내 의지와는 다르게 시큰거리는 이 가슴 한 쪽 역시 이미 한 번 겪어 본 일이었다.


이 시점의 몸에 남겨져 있는 이 감정의 편린은, 내가 빙의하기 전 미하일이 왜 유독 그렇게 비뚤어지고 타락해갔는지에 대한 증거였다.


이 어리석은 애송이가 감히 자기보다 10살 넘게 많은 형에게 질투심을 품은 것이다. 이 세계관의 남주인공 중 하나로 선택된 자기 형 보다 잘난 점은 하나도 없으면서 주제도 모르고.


“운이 좋군요. 3황자님과 함께 하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말입니다.”


다만, 억울한 게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지금 다가 온 저 뺀질이처럼 대놓고 내게 시비를 거는 놈들이 있었으니까.




“3황자님은 개인적으로 사냥을 좋아하신다면서, 이런 자리에는 별로 참석을 안 하셨죠.”


‘왜겠어. 너 같은 놈들 때문이지.’


부황의 친동생 데미안 공작, 즉 내 숙부의 아들 중 하나인 카를 데미안. 나는 친근하게 다가 온 그를 탐탁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의 나보다 몇 살 더 많은 이 치기 넘치는 젊은이는 전형적인 까불이였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지금 다니고 있는 아카데미에서도 그러고 있다지만, 아마 사는 세계관이 달라 신분제가 없는 현대 지구의 평범한 고등학교를 다녔다면 더 확실히 티가 날 것이다.


흔히 일진이라 불리는 불량아 집단 말이다.


그런 놈이니, 감히 황자인 나를 이렇게 긁어댈 수 있는 것이고.


내가 빙의하기 전 미하일이 아무리 막나가는 삐딱한 놈이었다지만 원래 이 나이대에선 어른보다 자기보다 몇 살 많은 형들이 더 꺼려지는 법이다.


덕분에 미하일이 화를 내며 거칠게 반응해도 저놈은 그저 능글맞게 웃어넘길 뿐 오히려 그런 반응을 보고 즐기는 놈이었다.


“어떻습니까. 이미 폐하께서 보상을 약속하셨지만 저와 개인적으로 내기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만약 황자님이 이기신다면 지난번에 말씀하신 물건을 구해다 드리죠.”


“끌리는 제안이지만 거절하지.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아 무리하면 또 피곤해질 것 같거든.”


“...그건 아쉽군요. 지난 며칠 아프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내가 자기 제안을 거부하자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흐릿하게 떠오르는 기억에 따르면 1회차에서도 이런 대화를 했던 것 같다.


내가 빙의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는 자신을 앙숙으로 여기며 자존심만 높은 내가 당연히 내기를 받을 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질 게 뻔한 내기는 받지 않았다.


애초에 내게 더 이상 이딴 자존심 싸움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1회차에선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얌전히 굴어야 했고, 지금은 미리 세운 계획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있었다.


“어쩔 수 없지요. 축복 받지 못한 몸은 연약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카를은 굳이 나를 한 번 더 긁었다. 축복 받았다는 것은 이 판타지 세상에 허락된 특별한 힘인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소수에 해당된다는 것.


반대로 축복 받지 못한 이들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인들이다. 그리고 언급한대로 카를은 각성자, 나는 비각성자다.


빙의하기 전 가지고 있던 열등감의 원인이 무엇임을 생각하면, 어쩌면 이 미하일이라는 삼류 악역이 탄생하게 된 원흉은 저 얄미운 사촌형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쩌겠나. 내 마음과 달리 주변 사람들은 황실의 귀한 몸을 아껴야 한다고 난리인데.”


지금의 내겐 일말의 타격도 없는 가소로운 도발이었다.


비각성? 마나의 축복을 받지 못해? 앞으로 5년이면 그런 말은 별로 의미 없는 시대가 온다. 카를 이놈은 과연 헌터가 되었을까 못 되었을까.


이놈은 원래 첫 번째 작품의 클라이막스인 제국 내전에서 반역자들 편에 섰다가 처단 당했다. 그 난리 통에 딱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도 안 하지만 기회조차 못 받은 놈이란 소리였다.


“맞는 말입니다. 황자님이 무리하시다 다치시기라도 하면 적지 않은 이들이 책임져야 하니까요.”


“그런 부분에선 당신의 자유로움이 부럽군. 공작가의 공자이고 장남도 아니라 짊어진 책임도 별로 없으니 뜻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물론 이 당돌한 애새끼에게 이대로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황실에서 분가해서 따로 떨어져나간 너 따위는 절대 황실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장자인 형에게 후계도 밀리는 놈이라는 말을 먹여준 것이다.


설마 내가 이런 식으로 자기 엿을 먹일 줄은 몰랐는지 고삐를 잡고 있는 카를의 표정이 멍해졌다.


폭소가 나올만한 표정이었지만, 나는 애써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고 말을 반대로 몰았다.


점점 요란한 악기 소리가 가까워지고 분위기가 묘해진다.


몰이꾼들이 모는 짐승들이 다가온다는 증거였다.



***



“황자님! 사슴입니다!”


옆에 있던 집사 헤르만이 외치자 나는 활을 당겨 화살을 날렸다. 전력으로 달아나던 커다란 덩치를 가진 사슴은 화살에 스쳤으나 그대로 도주했다.


역시 내 활솜씨는 여전히 절망적이다. 아직 헌터로 각성하진 않았지만, 차라리 검이라면 어떨까 싶었다.


내가 하급 헌터로 구르면서 쓰던 무기는 검이었으니까.


“평소엔 몰이꾼을 쓸 수가 없어 작은 소동물이나 잡아봤지. 저만한 놈은 잡을 수가 없으니 어색하군.”


“거, 걱정 마십시오. 분명 다음엔 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딱히 아쉽지도 않았다. 그저 다시 화살을 꺼내 다음에 나타날 동물을 겨눌 뿐이다.


반면 헤르만은 어쩔 줄 모르고 나를 어르고 달랬다. 사냥감을 놓친 내가 자존심이 상해 크게 분노 했을 거라 생각한 것 같다.


안절부절 못하는 신입사원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쓴웃음이 나왔지만 굳이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진 않았다. 이미 경험해본 바, 이럴 때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나았다.


그러면 헤르만도 며칠 지나지 않아서 내가 변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어줄 것이다.


“적당히 하고 돌아가자. 빈 손으로 가는 건 안 되겠지만 욕심 부릴 필요는 없다. 내가 놓치는 놈들이야, 어차피 잘나신 분들이 알아서 다 잡을 텐데.”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앞으로의 활동에 방해 받지 않을 정도로만 내 평판을 돌려두는 정도였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굳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 이유가 없다.


“정말 이 정도로 만족하십니까?”


“폐하께선 내가 오늘 나온 것만으로 기뻐하셨다. 아까 데미안 공자에게 말한 것처럼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지.”


결국 내가 거둔 수확은 꿩 몇 마리가 전부였다.


축복 받은 잘나신 분들이야 사나운 멧돼지든 커다란 사슴이든 활 하나, 창 한 자루 들고도 너끈히 잡아서 모두의 감탄과 부러움을 사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부분엔 일절 관심 없었다.


“역시 레온 네가 가장 뛰어나구나. 황태자가 그 자질이 충분하니 내가 걱정할 일이 전혀 없다.”


“모두가 함께 잡은 것들입니다.”


당연히 1등은 레온이다. 모든 걸 다 가진 캐릭터로 만들어진 사람답게 레온은 황실 식구들 중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레온은 황실은 물론 함께 근위대에 속한 기사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다. 그러니 부황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헤르만, 여기 적힌 엘레나라는 이름의 기사가 저 사람인가? 검은 머리의?”


“어,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내 관심은 어차피 내세울 것 전혀 없는 이 사냥 대회 결과보다 전혀 다른 곳에 향해 있었다.


근위대 기사들 사이에 껴 있는, 아직 앳되어 보이는 여기사 한 명. 커다란 멧돼지 하나를 순수하게 1대1로 붙어서 검 하나로 잡았다는 그녀는 마찬가지로 포상을 받고 있었다.


“설마 여기서 볼 줄이야. 벌써 근위대에 들어와 있었군.”


“혹시 아는 사람이십니까?”


“아니, 아직은.”


내가 그녀를 보고 멍하니 중얼거리자 헤르만이 움찔한 얼굴로 슬며시 물어보았다. 심지어 아직은 이라는 말에 더욱 불안한 얼굴로 눈치를 보았다. 이 시점의 나는 아무 여자들에게나 집적대고 다니던 놈이었으니 헤르만이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당장 내가 건드렸던 시녀나 하녀가 몇 명이던가. 황궁 밖에서 건드린 이들은? 나이도 어린 게 여체에는 일찍 눈을 떴는지 빙의 전의 나는 얼굴 하나 믿고 날뛰던 난봉꾼 그 자체였다.


그러나 지금 내가 저 여기사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단순히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었다.


‘물론 아름다운 것도 사실이지만...설마 이야기로만 들었던 까마귀 군단장을 여기서 만나다니.’


내가 콧대 높은 황자에서 하류층인 하급 헌터가 되었다는 건, 누군가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단숨에 신분이 오르는 강자가 되었다는 것.


제국 근위대 출신 S급 헌터 레이븐은 10년 전인 지금 이 시점 이제 막 근위대에 들어 온 신참 기사였다.


‘이러면 계획 수정이다.’


내가 작성했던 미리 찜할 유망한 동료 목록에 그녀도 들어 있었다. 조만간 수소문 한 번 해볼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 없이 이렇게 만나게 되었으니, 굳이 이대로 놔둘 이유는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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