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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에서 헌터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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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땅
작품등록일 :
2024.06.27 16:17
최근연재일 :
2024.07.05 15:1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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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수 :
48,213

작성
24.07.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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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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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화-숨겨진 비밀(1)

DUMMY

6화-숨겨진 비밀(1)


‘3황자 미하일 단데르크.’


처음 그가 보낸 편지를 받았을 때. 엘레나는 자신이 대체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면식도 없는 3황자가 자신을 은밀히 불러낼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딱히 3황자에게 잘못한 게 없다는 걸 확신하고 나서부터는 매우 불쾌한 기분에 시달려야 했다.


3황자가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불러대는 여자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그녀 역시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취향이 확고한 것인지 여기사를 상대로는 하룻밤 놀잇감으로도 삼지 않던 사람이 왜 하필 자신을 지목한 것인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 따지러 가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 들어 온 근위대인데, 머저리 같은 황자의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쫓겨날 순 없었다.


“...운명이라는 건가?”


싫은 티 팍팍 내면서도 결국 미하일에게 답장을 보낸 날. 엘레나는 멍한 얼굴로 달을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가장 혐오하는 행위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누군지 모를 아버지의 하룻밤 여흥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났다는 죄로 그녀는 사실상 어머니와 똑같은 길을 걷게 될 상황이었다.


사창가에서 자기 아버지 같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그것을 견딜 수 없어 그 어린 나이에 혼자서 도망쳤다. 천운이 따라 스승을 만나고 재능을 각성한 덕분에 신분을 숨기고 기사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벗어던진 줄 알았던 굴레가 황자의 말 한 마디에 다시 몸에 얽혀드는 것 같았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게 분명한 짙은 흑발과 흑안을 제외하면 어머니를 닮아 절세미인이라는 이 얼굴 가죽을 뜯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강인한 기사에게 미모 따윈 필요하지 않으니까.


-난 네가 찾는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다. 신분을 속이지 마라.


“...!”


그러나 2차로 받은 미하일의 편지를 받은 순간 그 모든 생각은 싹 날아가게 되었다.


정당한 항의나 저항은커녕, 그의 말 한 마디에 벌벌 떨어야 하는 목줄이 잡힌 것이다.


‘대체 어떻게?!’


그녀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셋이다. 그녀 본인,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친모, 이미 몇 년 전 숨을 거둔 스승.


적어도 철부지로 소문만 3황자 따위가 알만한 일은 절대 아니었다.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십시오. 황자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너무 큰 충격에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던 엘레나는 자신을 찾아 온 헤르만에게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미하일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헤르만은 그 이후로도 아무런 동요 없이 날짜와 장소가 적힌 쪽지 하나를 보내 올 뿐이었다. 그 이후, 그녀는 미하일이 대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몰라 하루하루 피 말리는 일정을 보내야 했다.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잡아먹으려 온 거 아니니까.”


초조함은 미하일과 직접 만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평소 들려오는 미하일의 평판과, 그가 입만 벙긋해도 커질 일을 생각하면 차라리 몸을 한 번 내주는 것 정도로 막는 게 싸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마침 미하일이 그녀를 부른 곳도 은밀하게 있을 수 있는 호텔방이었다.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는데, 정작 직접 만난 건 처음이지 않나? 우리 모두 서로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대화하진 말자고.”


그러나 그녀와 만난 미하일은 소문처럼 굴지 않았다. 그녀를 겁박하지도 않았고 대놓고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후드가 달린 검은 재킷으로 얼굴을 가리고 온, 얼핏 보면 평범한 귀족가의 귀공자로 보이는 이 금발 적안의 소년은 정말로 그저 그녀와 대화를 하고자 할 뿐이었다.


‘거짓은 아닌 것 같아. 하지만 대체 왜?’


미하일 같은 애송이의 마음 따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한 엘레나는 싱글싱글 웃고 있는 그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몸에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은 것이 그녀가 미하일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였다.


“황자님께서 어떻게 제 아버지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그분이 직접 말씀해주신 겁니까?”


결국 엘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감히 먼저 질문하는 것이 무례한 행동일 수 있지만, 안 그래도 생각이 복잡한 그녀는 아직 미하일이 도대체 뭘 원하는지도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놀아나기 싫었다. 적어도 결말은 빠르게 보고 싶었다.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조금 나중에 할까. 엘레나 네가 내가 원하는 걸 해준다면 말해주도록 하지.”


“...보잘 것 없는 일개 기사계집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미하일이 대답을 회피하자 대답을 기다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생각보다 부드럽고 상식적인 미하일의 태도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움켜쥐고 양 무릎 위에 올리고 있는 두 손이 덜덜 떨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가 자신의 몸에 손을 뻗쳐올 것만 같았다.


“밖에 나가서 좀 걷자. 지금 당장.”


그러나 미하일이 어깨를 으쓱이며 내뱉은 말은 그녀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순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들고 두 눈을 꿈벅거릴 정도였다.


“뭐해? 나가자니까?”


미하일은 이미 벗었던 외투를 다시 챙겨 입고 있었다.



***



“화, 황자님. 이 시간에 번화가 외부로 나가는 건 위험합니다. 평소에도 이렇게 멀리 나가시지는 않았잖습니까.”


“그렇습니다. 호위가 너무 부실합니다 황자님.”


헤르만도, 엘레나도 미하일을 뜯어말렸다. 미하일이 마차를 타고 대로변 주변의 번화가를 벗어나 도시 외곽, 더 나아가 그 바깥까지 가겠다고 주장한 탓이다.


“다 똑같은 제국의 영토 안이다. 도적 무리는 사라지고 마계의 마물들은 퇴치된지 오래지. 호위는 여기 있는 근위대 기사인 엘레나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그리고 둘 다, 언제까지 황자라고 말할 생각이야?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려고?”


미하일은 완강했다. 꼭 두 사람을 그곳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마음먹은 사람처럼 고집을 피우며 기어이 직접 마차를 잡았다.


“믿고 기다려라. 밤 나들이 가기 딱 좋은 곳이 있다니까?”


미하일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두 사람을 억지로 마차 안에 집어넣었다. 그 가운데에 당당하게 탄 미하일은 마부에게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정말 거기만 갔다가 돌아가시는 겁니까?”


“그래. 그게 전부다.”


결국 두 사람은 미하일에게 이 이상의 행동은 없을 것이란 약속을 받고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한적한 밤길을 달리는 마차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도시 외곽에 있는 야산 근처에서 멈춰 섰다.


빼곡하게 모여 있는 도심지가 점차 드물어지면서, 몇몇 민가와 도로, 밭과 소수의 공장들이 자리한 곳이었다.


‘여기 대체 뭐가 있다는 거지?’


엘레나는 마차에서 내려, 망토 속에서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만지작거리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어둑한 곳이었다.


도시의 가로등 빛에 비하면, 하늘에 뜬 달빛은 너무 연약했다. 그녀는 혹시 미하일에게 특이한 취향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내가 분명 들었거든. 여기에 별과 달을 보기에 아주 기막힌 장소가 있다고.”


마차를 떠나보낸 후 팔을 휘휘 저으며 그들을 인도하는 미하일의 모습은 영락없는 철부지의 모습이었다.


요즘 들어 조금 바뀌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엘레나가 보기에는 전혀 아닌 것 같았다. 심지어 계속 붙어 다니는 헤르만도 마찬가지였다.


[반경 100보 이내, 던전 에너지 감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야산을 향해 발길을 옮긴 미하일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없는 빛나는 글자가 떠올라 그 눈을 빛내는 중이었다.




[던전을 개방하시겠습니까?]


‘설마 내가 이런 문구를 보게 되다니.’


어두운 길을 발광석 램프 하나에 의존해 성큼성큼 앞장서던 미하일은 마침내 발견한 장소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떠오른 글귀를 보며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남들이 열어 둔 던전을 따라가기도 벅찬 하급 헌터 시절엔 본 적 없는 문구였다.


“이곳입니까? 여긴 아무것도 없는...”


“아니, 조금 더 가야 해.”


[던전 개방]


미하일은 뒤따라 온 헤르만과 엘레나에게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던전을 개방했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이 연기였고 설계였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던전으로 안내하고, 지금 이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진실의 일부를 알게 한다.


그들이 현실을 깨달았을 때. 자연스럽게 자신의 각성 사실을 밝히면서 자신의 뜻에 따르도록 설득한다.


“황자님!”


“와, 저게 뭐지?”


개방된 던전이 밝은 보라색 빛을 뿜어내며 그 입구를 드러내었다. 동시에 화들짝 놀란 엘레나가 검을 뽑아든 채 미하일의 뒷덜미를 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정작 미하일은 어색한 연기와 함께 차마 숨길 수 없는 웃음으로 눈앞에 열린 던전 입구를 바라보았다.


상태창과 마찬가지로, 본래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다른 장르의 상징. 미하일은 엘레나의 손을 떼어내고 던전 입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뭔가 마법 같지 않나? 저기 한 번 들어가 보자.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저런 해괴한 마법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얼굴이 창백해진 엘레나는 대체 이 철부지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무례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지금 상황은 엄연히 비상사태였고, 근위기사인 자신에겐 미하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미하일의 철부지스러운 명령보다 우선이었다.


단숨에 팔을 뻗어 미하일의 팔을 움켜쥐려 했다. 말을 안 듣는 애는 강제로 끌고 갈 작정이었다.


“...!?”


하지만 엘레나는 자신의 몸이 딱 굳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그녀는 보지 못하는 상태지만, 지금 어둑한 지면에서는 흐물거리는 미하일의 그림자가 마치 뱀처럼 그녀의 몸을 휘감고 있는 중이었다.


“안 됩니다 황자님! 황실집사는 뭐 하고 있는 겁니까! 어서 황자님을 잡으...”


“별 일 없을거다. 나 먼저 간다?”


그녀의 몸이 풀린 것은 미하일이 이미 자기 그림자와 함께 던전 안에 몸을 던지고 있는 때였다.


그대로 얼어버렸다가 뒤늦게 달려든 헤르만도, 서둘러 몸을 날린 엘레나도 일렁거리는 보랏빛 장막 안으로 사라진 미하일을 붙잡지 못했다.


“이, 이 멍청한 인간이!!!”


결국 계속해서 쌓아 온 감정이 폭발한 엘레나가 바닥의 흙을 움켜쥐며 평소의 차가운 표정을 깨고 화를 토해냈다.


어쩔 줄 모르는 헤르만도 그 화를 보며 어쩌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정도였다.


“이제 어쩝니까!?”


“전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집사님은 저희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그렇게 분노한 엘레나가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났을 때.


그녀의 얼굴엔 다시 딱딱한 무표정만이 자리 잡았다.


화가 치솟아도 그녀는 미하일을 구해야만 했다. 그것이 자신의 의무임은 물론, 미하일이 알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진실도 반드시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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