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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에서 헌터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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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땅
작품등록일 :
2024.06.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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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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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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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되돌아오다(3)

DUMMY

3화-되돌아오다(3)


“아직 다 낫지 않은 몸으로 사냥을 나갔더니 피곤하다. 헤르만, 얼마 남지 않은 휴일은 푹 쉴 테니까 굳이 건들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하겠습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헤르만에게 내 곁에, 내 방에 다가오지 말라고 일종의 출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담당 집사인 헤르만은 물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방에만 틀어박혀 있을 작정이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조치였다. 앞으로 내가 할 짓거리를 생각하면, 혹시라도 누군가가 멋대로 들어왔다가 기겁을 하다못해 경악을 하면서 황궁 전체가 발칵 뒤집어질 수도 있으니까.


“농담하는 거 아니야. 누구든 날 방해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무, 물론입니다 황자님. 이 방문을 철통 같이 지키겠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단호하게 헤르만을 다그쳤다. 여차하면 네가 몸을 던져서라도 내 방에 들어오려는 사람을 막으라고 말이다.


그것이 설령 내 친형, 황태자 레온이라 할지라도.


다행히 헤르만은 아직 망나니 모습을 가지고 있는 내게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명령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은 적었다.


“...좋아.”


덕분에 커다란 방 안에 홀로 남게 되었다. 무려 방 안에 화려한 거실이 따로 있는, 사실상 집 한 채와 맞먹는 큼직한 방이다.


이 세상에 빙의한 이후 많이 익숙해졌지만 원래 원룸 방을 전전하던 내게는 참 호화스럽고 커다란 공간이었다.


‘오늘이다. 나는 오늘 헌터로 각성한다.’


되돌아 온지 10일이 넘어가는 지금, 나는 드디어 계획의 첫 단추를 채우기로 결정했다.


이제야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로맨스 판타지를 헌터물로 개조하기 위해 내가 세운 모든 계획은 이 첫 단추를 채우지 않으면 진행이 불가능한 것들뿐이었다. 이미 이 세상에는 또 하나의 세상이 깃들어 있다.


그 세상의 문을 미리 열어젖히고 미래에 닥쳐 올 위기에 대비한다. 그것을 위해 나는 이 로맨스 판타지 세상에서 헌터가 되어야 했다.


‘충분히 가능해. 나는 이미 선택 받았다.’


이미 수십 번 이상 머릿속으로 이 순간을 시뮬레이션 해왔다. 헌터로 선택 받는 이들 역시, 태어나는 순간 마나의 축복을 받는 것처럼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는 분명 헌터로 선정되어 각성했었다. 비록 그 재능은 하급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시스템에 속했던 존재로, 시스템이 부여해준 권능을 통해 이 시점으로 되돌아 온 사람이다.


즉 지금의 나는 상태창도 불러올 수 없는 일반인임과 동시에 헌터로서의 힘이 깃든 혼을 그대로 들고 있다는 뜻.


내가 계획한대로 ‘강제로 각성’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최초의 각성자 야무트, 그 빌어먹을 용병놈은 사실 시작의 날에 각성하지 않았다던데. 그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우연히 각성하게 되었다더군.”


내가 돌아오기 전,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던 때.


인연을 맺었던 장사치 한 명을 통해 이 세상 최초의 각성자와 그놈이 가진 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분명 나를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작의 날이라 불리는 그 시점에 일제히 각성했다. 세상을 뒤덮을 무수한 게이트들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존재했다. 선발 각성자라 불리는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알게 모르게 약 1년 전부터 일부나마 시스템과 접촉, 헌터로 각성했다.


적어도 1년 전부터 이미 시스템은 이 로판 세상에서 헌터로 각성할 이들을 선별하고 있던 것이다.


“어쩐지 이상했다고. 야무트 그놈을 포함해서, 갑작스럽게 세상에 두각을 드러낸 놈년들이 한 둘이 아니었잖아. 그 빌어먹을 놈들은 이미 세상이 이 꼴이 될 걸 알고 있던 거야.”


내게 소식을 전해준 장사치는 그들을 혐오했다. 그들이 세상의 비밀을 미리 알고도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그것을 알리거나 미리 대비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말이었다.


그들 모두가 과연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최초로 각성한 야무트 그놈은 절대 그만한 힘을 가진 자격이 있는 놈이 아니란 점이다. 때문에 나도 그 사람의 말을 굳이 부정하진 않았다.


“그놈은 술만 취하면 자기 부하들에게 자랑하듯 떠벌리고 다녀. 자신이 어떻게 각성하고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세상에 그게 말이 되나? 그저 우연히 죽을 뻔한 위기에 처했을 뿐인데 그만한 힘을 준다고?”


야무트는 생판 모르는 남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이 어떻게 미리 각성할 수 있었는지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이 선택 받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넘쳤던 것일까 싶지만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이렇게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죽음의 위기라.’


야무트는 각성하기 전. 일개 용병대장으로 일하며 제국내전에 참전한 시절에 낙마함과 동시에 절벽 밑으로 떨어져 숨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었다. 만약 그가 선택 받은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죽었을 것이나 이미 그놈을 선발 각성자로 점찍어 둔 시스템은 원망스럽게도 그놈을 되살렸다.


그것도 굉장히 강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 보상과 함께.


본래 저 죽음을 통한 각성은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두 번째 작품, 헌터물의 주인공이나 가질 수 있는 힘이었다.


속에 든 것은 탐욕뿐인 일개 용병 따위가 가장 먼저 죽을 뻔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거창한 보상을 통해 극강의 헌터가 되어 이 아실리아 제국을 붕괴시키는 선봉장이 된 것을 생각하면 이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딴 놈도 했는데 내가 못할 게 뭐야.”


피식 웃은 나는 미리 준비한 단도를 슬쩍 뽑아보았다. 서늘한 칼날에 내 얼굴이 비쳤다.


죽음에 대한 각오? 난 이미 두 번이나 그걸 겪어 본 사람이다. 첫 번째 죽음은 날 이 세상으로 떨어트린 빙의였고 두 번째 죽음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게 도와준 회귀의 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죽기 직전까지 몰렸던 적은 훨씬 많았다.


같은 사람에게, 말도 통하지 않는 마물과 몬스터들에게 죽임 당할 위기는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러니 나는 오늘 내 손으로 나를 찌른다. 이 세상이 진정으로 나를 필요로 한다면 그런 나를 야무트처럼 되살려 낼 것이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그래. 밤에도 마찬가지로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계획은 남들이 다 잠들어 있는 밤에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잠옷을 입은 채 태연하게 헤르만의 보고를 받은 나는 육중한 방문을 닫고 철저하게 잠가두었다.


그리고 잠을 자는 대신 화장실로 직행했다. 혼자서 뒤처리하기에는 화장실이 가장 알맞은 장소였다.


“편하네.”


화장실 주제에 어지간한 방보다 큰 이곳에 발을 디딘 나는 버튼 하나로 물줄기를 뿜어내는 샤워기를 보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법 문명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상이라는 게 참 사기적이다. 난 마법사도 마도공학자도 아니니 그 원리 같은 건 모르지만, 작가가 만들어 놓은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을 전부 현실로 구현해 두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타일이 깔린 고급 화장실은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불편함을 느껴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이정도 설비라면, 내가 오늘 피를 얼마나 쏟아내든 다 치워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뻔하고 흔하다.’


잠옷을 벗어버린 나는 거울 앞에 서서 가져 온 단검을 꺼내들었다.


거울 속에는 금발 적안의 소년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단검을 들고 나를 보고 있다. 저 단검이면 아직 미숙한 몸 따위는 단번에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죽음의 위기를 통해서 역으로 각성하는 것도, 그 각성을 위해 사건을 기다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스스로를 자해하는 것도 사실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속하게 될 또 다른 세상에서는. 그러니 더더욱 망설일 필요가 없다.


“큭.”


...그렇다 해도 내가 미친 사이코도 아닌데 정말 단숨에 스스로를 찌를 수 있을 리가 없다. 손잡이를 쥔 손이 덜덜 떨리고 안 그래도 하얀 몸과 얼굴은 핏기가 사라져 귀신처럼 창백했다.


하지만 해야만 했다. 지금 내 손으로 나를 찌르지 않으면 분명 다른 누군가가 칼이든 발톱이든 이빨이든 써서 내 몸을 찢어놓고 뚫어 놓을 테니까.


안 좋은 상상 따위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벌어지게 될 미래다.


“끅...”


그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스스로 쑤셔 넣은 차가운 금속이 내 살을, 내 몸을 파고드는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끔찍한 감각.


비틀거리던 몸이 기울어지더니 쓰러지고 시야가 어둡게 변할 때. 눈앞에서 반짝거리던 뭔가를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



“미하일이 좀 변한 것 같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헤르만의 말에 따르면 최근 며칠은 지난 번 사냥을 제외하면 매일 같이 방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셨다 들었습니다.”


“몸이 좋지 않다고 했으니 그런 것 아니오.”


누군가가 자기 방 화장실 안에서 스스로의 목을 칼로 찌르고 있을 그 늦은 밤.


황태자 레온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 자신의 집사인 노집사 알베르의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막냇동생, 3황자 미하일은 며칠 전부터 스스로 몸이 좋지 않다고 알려왔다.


스승들과의 수업을 빼먹기 위해 꾀병 부리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정말이라는 듯 황궁 밖으로 몰래 나가 놀아나는 대신 얌전히 휴식만 취하고 있었다.


많이 예민해졌는지 자기 방 안에 그 누구도 들이지 않으면서 말이다.


때문에 레온은 이번엔 아프다는 말이 진짜라고 믿었다. 심지어 부황이 직접 포상을 내건 사냥대회에서도 평소 성격과 달리 별다른 소동 없이 얌전히 있지 않았던가.


“물론 황자께서 아프셔서 잠시 기가 죽은 것일 수도 있으나, 전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 모두 그분을 태어난 이래 십 수 년 간 봐왔습니다. 3황자님은 몸이 좀 불편하다고 그 성품이 수그러드실 분이 아니십니다.”


알베르는 레온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오랜 시간 살아 온 ‘노인의 직감’을 강하게 어필했다. 레온도 그 직감을 부정하진 않았다.


알베르가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자신이 가진 실력에 더해 그 직감을 적절하게 믿고 이용해왔기 때문이니까.


“어찌되었든 좋은 것 아니오. 아파서 기가 죽었든, 아니면 정말로 마음을 고쳐먹었든 더 이상 방정맞게 굴면서 황실의 이름에 폐만 끼치는 것 보다는.”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오. 안 그래도 적이 많은 아이인데 지금이라도 행실을 고친다면 조금은 덜해지겠지. 집사장이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는데, 미하일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소.”


레온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집사인 알베르는 황제가 어린 시절 직접 붙여 준, 황태자인 자신에게 매우 충성도가 높은 사람이었다.


레온이 어린 시절 알베르가 충성을 맹세한 황제에게 하달 받은 마지막 명령은 레온을 보필해 반드시, 아무런 문제없게 이 제국의 황제 자리를 이어 받게 만드는 것이었다.


알베르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그것이었다. 설령 그것이 황제의 또 다른 핏줄이자, 레온의 친동생인 미하일을 견제하는 것이라 해도.


“미하일은 마나의 축복을 받지도 못한 아직 미숙한 소년에 불과하오. 괜히 어림짐작하고 먼저 나서서 마음잡으려는 아이에게 반항심을 심어주지 마시오.”


“맞는 말씀이십니다. 명심하지요.”


알베르와 달리 레온은 미하일을 자기 경쟁자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무엇보다 미하일은 너무 약했다.


개인의 무력도 약하고 정신력도 약했다.


무리를 짓는 능력이라도 뛰어나면 모르겠지만 알게 모르게지지 세력을 끌어 모으고 있는 2황자 라시안과 달리 누구에게나 가시를 세우던 미하일은 자기를 따르는 무리라곤 일절 없었다.


그러니 레온도 자꾸 엇나가기만 하는 막내를 그저 안타깝게만 볼 뿐이었다.


[최초 각성자 탄생(S)]


물론 그것은 레온이 지금 황궁 구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소리였다.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일의 한복판에는 질퍽한 피 웅덩이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미하일이 있었다.


레온은 포함한 다른 모든 이들이 얕보거나 무시하고, 일말의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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