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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에서 헌터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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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땅
작품등록일 :
2024.06.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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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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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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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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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되돌아오다(5)

DUMMY

5화-되돌아오다(5)


“빌리 자네도?”


“그렇습니다 각하.”


어딘가 멍한 얼굴로 황자궁을 나온 로델 백작은 훈련용 목검과 방패 같은 교보재를 든 시종들을 데리고 있던 한 남자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의 이름은 빌리, 로델 백작 본인이 미하일의 학문적 소양을 위한 과외선생이라면 빌리는 현역 기사로 미하일이 황실의 일원으로 익혀야 할 기본적인 무예를 알려주는 무예 스승이었다.


“황자님께서 최근 굉장히 빠른 성취를 보여주고 계셔서...시험을 통해 제대로 측정할 예정입니다. 이것 참, 이러다 3년간 배운 것보다 지난 며칠 동안 배우시는 게 더 빠를 것 같습니다.”


빌리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자연스럽게 미하일의 성취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들은 로델은 침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자신도 그렇게 뺀질거리고 불성실하던 미하일이 보여주는 성취에 놀라 다급히 평가 시험을 준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미하일은 학문적 소양만 빠르게 성장하는 게 아니었다. 빌리의 말에 따르면 활쏘기도 검술도 승마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해졌다.


“물론 수업 태도가 그리 좋아진 건 아니지만 말일세.”


“하하, 각하 앞에서도 그러십니까?”


딱히 미하일이 성실한 학생이 된 건 아니었다. 이전처럼 대놓고 버르장머리 없게 구는 대신 애써 웃어 보이기도 하지만, 수업에 들어가면 좀이 쑤시고 지루해 죽겠다는 듯 삐딱해지는 건 여전하고 시킨 것 이상의 공부는 죽어도 하지 않았다.


단지 이전과 다른 건 이미 배우는 내용을 전부 다 이해하고 외우고 있다는 것 하나였다.


성적이 잘 나오니 태도가 불량해도 혼내기 힘들어졌다. 로델은 그런 점을 미루어 미하일이 타고난 천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단지 성향이 게으를 뿐.


“하긴, 3황자님도 황실의 적통이신데 말입니다. 조금 자유분방한 성격이시라 그렇지 그 재능은 분명합니다.”


빌리도 그 말에 동조했다. 이전 회차에서 바닥에 있던 평판을 올리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과 공부를 했던 미하일이 알면 코웃음을 치겠지만, 어쨌든 현재 남들에게 보여지는 미하일의 모습은 재능도 행실도 모두 꽝인 황실의 오점에서, 그 좋은 머리 썩히고 있는 나태한 놈 정도로 격상되었다.


“난 이번에 황제 폐하께 정식으로 황자님의 성취를 보고하고 처리할 생각이네. 여차하면 이번 가을부터 3황자님을 아카데미로 월반시킬 수 있겠지. 내 생각에, 3황자님에겐 우리보다는 아카데미의 교육이 더 어울릴 것 같으니.”


“으음...그 부분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다만 더 이상 저희가 전담해서 지도해드릴 이유가 없음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좀 나아졌다곤 하지만 사실 두 사람도 미하일의 스승 노릇이 힘겨운 건 여전했으니 명분만 있다면 떠나고 싶었다.


아카데미 월반은 딱 좋은 구실이었다. 마침 미하일 본인도 딱히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어차피 계승권에서 한참 떨어진 막내 황자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이 나라에 조금이라도 이바지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지.’


로델은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미하일이 학자가 되어 나라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성장하길 원했다.


비록 마나를 각성하지는 못했지만 명석한 두뇌는 있지 않은가. 그것이 고귀한 피 중 가장 고귀한 황실의 피를 타고난 존재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황자님이 정말 그렇게 하고자 하시며 도움을 요청하신다면, 난 기꺼이 그 부름에 응할 것이야. 모두 이 제국을 위한 것이니까.”


“그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미하일의 두 스승은 웃으면서 헤어졌다. 황자이기 이전에 자신들의 제자이지 않은가. 악의를 가지고 미운 짓을 할 때는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갱생한 모습을 보이는 이상 제자를 도울 수 있다면 언제든 손을 보태줄 수 있었다.


“황자님, 근위대 기사 엘레나와 상인 마르코에게서 답장을 받아왔습니다.”


다만 그들은 그 황자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은밀히 부름을 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



“마르코는 괜찮은 것 같은데, 엘레나는 싫어하는 티가 팍팍 나는군. 내가 뭐 잡아먹는다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것이...제가 엘레나에게 편지를 전했을 때 그녀는 자신 같이 딱딱한 여자는 황자님의 취향일 리가 없다며 편지를 받지 않으려 했습니다.”


“뭐 인정해. 지금 내가 여자보고 은밀하게 만나자고 하면 다 똑같이 받아들이겠지.”


난처한 얼굴로 보고하는 헤르만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내가 각성한 헌터라는 걸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엘레나는 지금 나를 과거와 별다를 것 없는 발정난 애새끼로 보고 있을 게 분명하다.


빙의 전의 내가 여기사들은 건드리지 않은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유도 간단하다. 몸이 딱딱해서 싫다는 것이다.


‘엘레나도 헤르만도, 처음엔 충격 요법이 필요하겠어.’


내게는 이 뿌리 깊은 편견을 박살낼 계기가 필요했다.


내가 이전 회차에 이미 했던 것처럼, 스승들이 나에 대한 오해를 푼 것처럼 시간을 조금 두고 진득하게 설득하는 것도 방법이다. 계속해서 만나면서 내가 변했다는 걸 알려주면 엘레나도 분명 알아주겠지.


하지만 나는 이번엔 조금 과격하고 확실한 방법을 쓰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 모두 내 측근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다.


그 뜻은, 이 두 사람에겐 세상의 진실을 일부나마 보여주고 내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소리다.


‘가장 가까운 던전이 여기던가?’


내 개인 금고에서 헤르만을 시켜 이틀 전 가져온 지도를 꺼내들었다. 제국 전역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는 이 지도 곳곳에 남긴, 오직 나만이 그 의미를 알고 있을 이 표식들은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던전들을 표시한 점들이다.


게이트가 디펜스라면 던전은 오펜스. 몬스터들이 열고 나오는 게이트는 막는 게 불가능하지만 이미 이 세상에 깃들어 있는 던전들은 미리 공략하는 게 가능하다.


마침 내가 있는 제국 수도 근처에 가장 낮은 등급의 F급 던전 하나가 있다. 지금의 나와 재능 있는 기사인 엘레나 둘이서도 돌파할 수 있는 던전이다.


“엘레나와의 약속은 예정대로 잡아.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으니까 하룻밤 같이 보내자고.”


“화, 황자님! 그렇게 말하면 엘레나는 분명...”


“내 명령인데 거역할 셈인가? 제복 벗고 근위대 쫓겨나고 싶냐고 말해...는 농담이고. 그래, 이렇게 말하면 아마 거절하지 못할 거야. 나는 네 진짜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으니 신분을 숨기지 말라고 전해. 딱 그거면 충분해.”


아직 내가 쌓아둔 게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은 저렴한 갑질 뿐이다.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신분을 배경으로 하든 나만이 알고 있는 지식을 이용한 것이든.


근위기사 출신 S급 헌터 레이븐이 사실은 귀족 아버지와 매춘부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이며 자신의 핏줄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는 건 내가 하급 헌터로 길바닥을 전전하며 주워들은 일종의 가십거리였을 뿐이지만, 기존의 질서가 명백하게 유지되고 있는 지금은 꽤 강력하게 써먹을 수 있을만한 카드였다.


다만 이 이슈는 딱 이번 한 번만 써먹을 생각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그녀가 진심으로 내 뜻을 알아주는 믿을 수 있는 동료로 만드는 것이지, 협박해서 강제로 복종시키는 게 아니니까.


“그럼...지시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헤르만은 히죽히죽 웃고 있는 나를 보고 무슨 오해를 한 건지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서둘러 방을 나갔다.


사실 내가 이렇게 알고 있는 비밀들이 엘레나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기존의 질서가 부서지고 새로운 질서가 들어서며, 동시에 언제 세상이 망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태가 지속되는 혼돈의 시기.


그 시기에 밝혀진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엘레나에 대한 이야기처럼, 원작을 전부 읽은 나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적지 않았다.


출생의 비밀, 부정부패, 역모 모의 등등...그 근본이 하나의 작품이었던 세상이니만큼 다이나믹한 사건들이 적지 않다. 전부 다 지금 터트리면 역대급 폭탄이 될 비밀들이다.


‘그럴 수는 없지.’


정말로 터트릴 생각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건 사회의 혼란이 아니라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유지되는 사회질서와 인류의 단결이니까.


그 비밀들은 나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폭탄이 아니라, 내 손에서 춤추는 칼날이 되어야 한다.


“황자님, 엘레나가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헤르만이 좋은 소식을 가져 온 건 그날 밤이었다.


한층 좋아진 기분으로, 나는 그 다음 날에 돌아 온지 약 2주일 만에 황궁 밖으로 마실을 나갈 수 있었다.




“다른 분들이 아시면...호위도 없이 저희 둘만 이렇게 나오다니요.”


“그동안 얌전히 있었고, 성적도 좋게 받았는데 폐하든 형님이든 고작 이정도도 허락해주지 않을 리가 없다. 그리고 나 혼자 나갔다 온 적도 많으니 괜찮아. 걱정하지 마.”


헤르만은 기껏 얌전히 있으면서 평판을 올리던 내가 제 버릇 못주고 또 도시로 나간다고 하니 불안한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별 문제 없을 거라 확신했다. 할 일 팽개치고 놀아나는 건 무책임한 짓이지만 다 해놓고 놀러 가는 건 휴식하는 것이니까.


기대치가 낮다는 게 또 이런 상황에선 장점으로 작용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그러면 그렇지~에서 딱히 벗어나지 않으니 그만큼 운신의 폭이 커졌다.


“꽤 오랜만이군.”


이제 막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때에 제국수도를 상징하는 거대한 대로변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대한 건물들과 수많은 사람들. 누군가는 복잡하다고 싫어하겠지만 나는 이 북적거림이 좋았다.


헤르만은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다. 고작 2주 만에 나왔으면서 뭐가 오랜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오랜만이라며 감상평을 내놓은 건 내가 이 풍경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반란군에 황궁이 함락당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찬란한 역사를 가진 제국의 유산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풍스럽게 만들어진 관청들도, 유서 깊은 기사단의 연무장과 훈련장도, 귀족들과 자본가들의 대저택도 없었다.


대신 유력 헌터들이 세운 길드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이 땅을 자기들 영지로 삼아 쪼개어 가져갔다.


상황 자체는 원작 헌터물에서의 상황과 비슷했다.


다만 원작에서는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강력한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건재하면서 그 아래에서 신인류인 헌터들이 경쟁하는 구도였다.


그 중앙정부가 되어야 했을 제국 황실이 무너진 상태에서 벌어진 경쟁은 너무나 무의미하고, 그렇게 소모된 에너지는 밀려오는 몬스터들의 침입을 막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더 많은 희생자들을 만들어내었다.


이미 한 번 겪어 본 일이지만 정말 절대로 다시 겪어선 안 될 일이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엘레나는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바로 가자. 이야기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걸?”


헤르만이 자기 이름으로 예약한 약속 장소는 대로변에서는 조금 떨어진, 그래도 나름 시설 좋은 호텔이다.


길바닥에서 만날 수는 없고, 혹시 모를 보안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설마 이걸로 또 오해 스택이 쌓인 건 아니겠지.


“처음 뵙겠습니다 황자님.”


“...나도. 밖에서 은밀히 만난 거니까 과하게 인사할 필요는 없다만.”


아무래도 오해가 쌓인 게 맞은 것 같았다.


먼저 방 안에 들어가 기다리고 있던 엘레나의 눈이 인사를 하면서도 차갑기 짝이 없다.


실내에 있으면서도 몸을 가리는 망토로 몸을 둘둘 싸서 가리고 있는 게 대놓고 시위하는 것 같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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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되돌아오다(1) 24.06.27 21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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