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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일본 원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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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24.01.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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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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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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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7화. 변곡점.

DUMMY

*


하루가 지나고 숙취에 시달린 나는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러나 두 동생이 떠났다는 말은 들었다.


나에게 말도 없이.


아니지, 말은 했겠지.

내가 일어나지 못하니 그런 것이지.


그리고 떠나기 전 정여립은 한 장의 서신을 남겨두고 갔다.


그 서신을 전하는 김충선이 나를 올려다가 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내주는 서신과 다른 손의 시원한 물 한 사발을 그 자리에서 마신 뒤에 물었다.


“인백이(정여립의 자) 다른 말은 없었어?”


“매우 아쉬워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도 꼭 찾아오겠단 말을 남기셨습니다. 그동안 잘 부탁한다고 제 손을 꼭 움켜쥐기도 하였습니다.”


“정이 많은 동생이야. 그러니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지. 아무튼 온다고 약속했다면 꼭 돌아올 테야.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고.”


“함선을 30척이나 남겨두셨습니다.”


“어째서? 그 함선으로 규슈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나??”


“전쟁 상황이 어렵다면, 그 함선을 타고 대마도로 가시라고 하셨습니다.”


“떠나는 날까지 나를 걱정해주는군. 무슨 말인 줄 알겠다.”


정여립의 우려에 웃음을 보였다.


교토에서 이어질 전쟁 상황.


오다의 잔당은 물론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코쿠 섬의 쵸소카베의 움직임까지 세세히 살피고 있으니 아군에게 닥칠 위험이 얼마큼인지 지켜보고 있었다.



***



도톳리성.

모리의 옛 영지였다가 히데요시의 공격에 의해 함락당한 영지.

그 영지의 주인인 히데나가(히데요시의 동생) 높은 자리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이시다 미츠나리를 치켜보고 있었다.


이시다 미츠나리는 모리가 전한 서신을 히데나가에게 받쳤고, 그걸 읽어본 히데나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시다 미츠나리를 쳐다 보았다.


“모리에게 톳도리 성과 우에시성을 내주라고? 형님이(히데요시) 어떻게 얻은 영지인데 그걸 모리에게 내주란 말인가?!”


그 말에 고개를 푹 숙인 이시다 미츠나리가 대답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주군께서 돌아가시고 5천 정예병은 물론 칠본창 모두가 잡힌 상황입니다. 그들 모두를 송환하는 조건으로 내건 영지 반환입니다.”

“칠본창! 그 멍청이들을 구하자고 내 영지인 톳도리 성을 내줘야 한단 말인가?!”

“주군의 복수를 위해서도 칠본창은 물론 지장智將 오오타니 요시츠구, 고니시 유키나가, 와키자카 야스하루, 같은 미래가 촉망되는 장수들을 데려와야 합니다.”

“그만! 무슨 말인 줄 알겠다. 하지만 모리에게 그냥 내준다면 내 체면은 뭐가 되겠나?!”

“지금은 체면이 문제가 아닙니다. 아케치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는 5천 정예병과 장수들은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안다, 그리고 그들이 아니더라도 아케치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이미 만들어졌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이걸 보게 도쿠가와가 보낸 서신이야.”


히데나가는 품에서 서신을 하나 꺼내 이시다 미츠나리에게 툭, 내던졌다.


이시다 미츠나리는 그걸 읽고는 손을 떨었다.


서신의 내용은 군령서.

그것도 도쿠가와가 아닌 오다 노부나가의 명령이었다.


“어떻게? 정말 노부나가 공께서 살아계신 겁니까?”


그 말에 히데나가가 대답했다.


“나도 믿지 않았어. 하지만 그 필체는 분명 노부나가 공의 글씨가 분명해. 또한, 4천왕 중 하나인 니와 나가히데와 오다 공의 3째 아들이 도쿠가와에게 갔지 않던가.”

“그건 아케치 부하에게 패배하고 그곳으로 몸을 의탁한 게 아닙니까?”

“아니야.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들은 노부나가 공의 군령서를 받고 도쿠가와에게 합류한 게 분명해. 그리고 나머지 4천왕 모두가 도쿠가와에게 집결하고 있다고.”

“그렇게 되면 대병입니다. 못해도 20만 이상의 군병이 집결하겠습니다.”

“20만? 아니지. 그 정도로 모이지는 못할 테야. 잘해야 12만일 테지.”

“어째서 입니까?”

“이런, 형님의 참모가 바보가 되었나? 아케치에게 혼쭐이 나더니 생각이란 걸 멈췄냔 말이다.”

“송구합니다. 먼 곳의 상황이니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크크크. 그렇기도 하겠지. 우리는 모리만 상대했지. 우에스기, 호조, 사나다 마사유키와 전쟁 상황을 모르니 말이야. 아무튼, 놈들과 협상이 있었던 것 같다.

우에스기 놈들에게 노토 반도 일부를 내주고, 호조 놈들에게 타케다 가문이 가졌던 몇몇 영지를, 그리고 사나다 마사유키에게 가문의 종속을 위한 가이의 몇몇 영지를 내주기로 하였다.”

“아, 협상이 된 겁니까? 4천왕의 군병을 집결할 수 있게, 우에스기, 호조, 사나다 마사유키와 전쟁을 멈춘 겁니까?”

“지금 당장은 싸우지 않는다고 하더군. 하지만 그건 봐야 아는 일. 아케치와 노부나가 중 약한 쪽을 공격할 건 분명해. 그러니 최소한 영지 수비병을 남겨둬야 하니깐.”

“그래서 20만 군병이 아니라 더 작은 숫자가 교토로 진군하겠습니다.”

“작은 병력이라도 12만 이상일 테야. 그 정도 숫자면 아케치의 본영인 아즈치 거성은 물론 교토의 여러 영지를 되찾을 수 있겠지.”

“12만이면... 아케치 패망은 확실합니다.”

“그렇지. 형님의 복수는 시작인 거야. 그러니 모리 따위에게 머리를 굽신거릴 필요가 있을까?”

“맞습니다. 모리가 원한 사항을 모두 들어줄 필요는 없겠습니다.”

“크크크. 그렇지. 그래도 5천 정병과 칠본창을 비롯한 장수들은 데려와야 하니깐. 자네가 사절로 다녀와야겠어. 모리에게 노부나가 공의 소식을 알리고, 우에시성 하나로 끝내자고 해.”

“우에시성 하나로 협상을 끝내란 말이지요?”

“그래. 그 정도면 모리의 체면도 세워주고, 우리와 척을 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해.”

“알겠습니다. 제가 협상을 하겠습니다.”

“그래. 모리가 노부나가의 생환 소식을 접하면 깜짝 놀랄거야. 거기다가 12만 병력을 동원했다는 말에 마음이 떨리겠지.”

“예전보다 군병이 작아졌지만, 효과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다 아케치 때문이지. 놈만 배신하지 않았다면 30만 이상의 군병으로 모리를 압박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도 모리와 협상을 통해 노부나가 공께 전할 말은 생겼습니다.”

“크크크. 그래야지. 형님의 복수는 물론, 노부나가 공께 우리의 사정을 알려야지.”

“꼭 해내겠습니다.”

“그래. 자네가 협상에 성공하면, 나는 아케치 퇴로를 끊을 생각이야.”

“퇴로를 끊으신다고요? 아! 얼마 후면 아케치도 상황을 알겠군요.”

“그럴 테지. 아마 깜짝 놀랄 테야. 모든 4천왕은 물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군병이 집결했을 테니 놈이 벌인 반란이 실패했다고 생각하겠지.”

“아즈치로 급하게 회군하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놈이 가는 길목만 잘 막으면 아즈치 거성을 함락하는 건 더 쉬운 일이 되겠습니다.”

“하하하. 맞아. 맞는 말이야. 형님의 복수도 하고, 노부나가 공께 칭찬도 받을 수 있어.”


히데나가는 웃었다. 그리고 휘하 군병을 준비시켰다.



***



상황이 미묘하게 흘렀다.


아즈치에서 올라온 급보.


4천왕이 도쿠가와에게 집결하고 있다. 거기다가 연합이라고 믿었던 놈들이 4천왕과 전투를 멈췄다. 그 이유를 확인하니 노부나가가 살아있단 소문이었다.


그리고 모리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처음 며칠 동안은 히데나가가 가진 톳토리성, 우에시성으로 진군하던 모리의 군대가 어느 순간 멈추고 기다렸다.


그것에 여러 말들이 오갔다.


김충선을 비롯한 요여문, 난여문, 사백구, 사쇄문 등 가신으로 들인 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놈들이 야합을 부린 게 분명합니다.”

“맞습니다. 그러지 않고는 모리와 히데나가가 싸움을 끝낼 이유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소문이 사실일지?”


웅성웅성. 확실한 정보가 없으니 이럴 듯 혼란한 것이다. 나는 부하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정여립이 떠나자마자 변한 상황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떠나면서 쓴 서신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 함선들을 내주고 떠나지 않았던가.


30척의 함선이면 하나쿠마 영지에 갇힌 게 아니라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아직 모리와 연합이 끝나지 않았고, 모리도 아즈치에서 올라온 정보를(4천왕이 도쿠가와에게 집결한다는) 모를 때 바다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척후로 떠났던 서아지가 돌아왔다.

서아지는 헐레벌떡 뛰어와 아뢰기 시작했다.


“히데나가 군병 일부가 아즈치로 돌아가는 길을 막고 있습니다. 놈이 교묘하게 매복하고 있지만, 제 눈은 속일 수가 없습니다. 아군이 회군할 때를 노리는 게 분명합니다.”

“우리가 회군할 걸 어떻게 알고?”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회군한다면 히데나가의 매복지를 지나가야 함은 분명합니다.”


상황이 미묘했다.


히데나가는 우리가 회군한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아즈치에서 보낸 개선 스님의 서신도 상황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분명 배신한 것이다.

호조, 우에스기, 호조, 사나다 마사유키는 물론 쵸소카베 녀석도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최악의 수로 노부나가가 살아있다면...


여러 생각이 지나쳤다. 경우의 수가 여러 가지로 나왔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과

아즈치에 남겨진 군병과 교토의 여러 영지와 장수들을 떠올렸다.


사촌 동생이 지키고 있는 아즈치 거성.

그리고 그 밑의 부하들인 개선 스님, 막내 사위, 시마사콘, 사나다 유키무라, 아소노, 등 교토에서 얻은 수많은 장군과 병졸이 떠올랐다.


그들을 불러와야 한다.

수많은 군자금을 빼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한다?

하나쿠마성의 1만 군대는 30척의 함선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세토내해를 가로질러 규슈로 숨어들 수 있지만, 아즈치의 병력과 장군들이 빠져나가는 길은 와카사 항구를 이용하는 방법뿐. 이들은 와카사를(북방의 항구) 빠져나와 대마도로 가는 게 유일한 탈출구였다.


나는 위급을 직감하고 아즈치로 서신을 보냈다.


아즈치를 지키는 사촌 동생과 개선 스님, 막내 사위는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


전령을 떠나보낸 뒤,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1만 군병을 집결하라!”


내 명령에 수하들이 웅성거렸다. 그리고 김충선이 대표가 되어 되물었다.


“어디를 공격하실 생각이십니까? 혹여?! 히데나가가 매복한 그곳으로 지나치실 생각이면 피해가 막대합니다.”


“못 지나갈 것 같은가?”


“주군의 능력이면 충분히 지나갈 테지요. 하지만 다치고 지친 병졸로, 다음 전투를 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즈치의 군병을 구할 생각이면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다른 방법?”


“함선을 이용하시지요. 그걸 타고 오사카 항구로 들어가는 겁니다.”

“쵸소카베가 점령한 오사카 말인가?”

“어차피 쵸소카베도 적입니다. 놈이 반적들과 야합만 안 했다면, 아즈치가 위험에 빠질 경우는 없었습니다.”

“오사카 항구를 기습하잔 말인가?”

“맞습니다. 놈들의 함선을 탈취해서 아즈치의 병력을 오사카로 내려오는 것도 방법입니다. 와카사 항구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함선으로 군병을 데려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여립 참모가 한 말처럼 그 군대를 이용해 규슈 시마즈와 일전이 가능해집니다.”

“규슈를 통일하잔 말이지. 그것도 방법이다. 우선 매복지에 숨어든 히데나가를 물 먹이고, 쵸소카베의 함선들도 탈취해보자.”


방향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최악의 수를 가정해 군략을 꾸리니 어떻게 해야 할지가 확연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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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30화. 진주성 전투의 시작 +2 24.05.22 309 13 12쪽
130 129화. 나의 소명이란 +1 24.05.21 300 13 12쪽
129 128화. 조선 선비들을 구하라. 내 부하가 될 자들이다. +1 24.05.20 321 13 12쪽
128 127화. 어딜 가겠다고? +1 24.05.19 321 12 12쪽
127 126화. 노부나가의 분노 +1 24.05.18 321 15 13쪽
126 125화. 시바타와 결전 24.05.17 317 13 12쪽
125 124화. 시바타 농락하기 +1 24.05.16 319 11 13쪽
124 123화. 시바타를 고립시켜라. +1 24.05.15 332 12 13쪽
123 122화. 적정 분열을 노려보자. +2 24.05.14 330 14 12쪽
122 121화. 원균은 매번 그랬다. 24.05.13 328 12 14쪽
121 120화. 노부나가의 출진 +1 24.05.12 352 13 13쪽
120 119화. 정철이 포로를 심문하는 방법. 24.05.11 355 13 13쪽
119 118화. 삼도수군 통제사는 이순신이지. 안 그래? 24.05.10 354 12 14쪽
118 117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2 +2 24.05.09 387 13 13쪽
117 116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 +3 24.05.08 382 17 13쪽
116 115화. 큰 전쟁의 서막3 +4 24.05.07 379 14 16쪽
115 114화. 큰 전쟁의 서막2 +4 24.05.06 380 14 15쪽
114 113화. 큰 전쟁의 서막. +1 24.05.05 396 14 12쪽
113 112화. 조선의 오판 +1 24.05.04 384 13 14쪽
112 111화. 와카사 항구에서 벗어나기. +2 24.05.03 358 13 14쪽
111 110화. 교토에서 탈출하라 +1 24.05.02 382 14 12쪽
110 109화. 교토 기습전. 24.05.01 385 13 12쪽
109 108화. 변해가는 국제 정세 +4 24.04.30 398 16 12쪽
108 107화 조선에서 온 손님은 +1 24.04.29 407 14 13쪽
107 106화. 커지는 전화의 불길 +1 24.04.28 418 14 12쪽
106 105화. 전쟁의 불길이 일어나다. +1 24.04.27 417 14 14쪽
105 104화. 대마도 전투 +3 24.04.26 403 12 15쪽
104 103화. 대마도에서 생긴 일2 +5 24.04.25 410 15 12쪽
103 102화. 대마도에서 생긴 일. 24.04.24 413 12 11쪽
102 101화. 변해가는 노부나가의 상황. +1 24.04.23 44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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