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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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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24.01.16 12:58
최근연재일 :
2024.06.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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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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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86화. 도원결의. 형제의 예를 나누다.

DUMMY

***


하나쿠마성에서 치러진 연회.


찻잔을 들어 술처럼 마셨다. 히데요시를 이기고 즐기는 연회이니 즐거웠다.

자연히 지어지는 미소.

내 웃음에 곽재우가 술잔을 들면서 권했다.


“찻잔으로 만족하십니까? 이럴 때는 술을 드셔야 하는데...”

“나도 그러고 싶네. 하지만 한잔 마시고 뻗을 수는 없지 않나? 연회의 주인이 사라지면 안 되겠지.”

“그것도 그렇습니다. 정이대장군께서 술을 못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니 말이지요.”

“나도 이런 내가 싫어. 솔직히 내가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하하하. 그러십니까? 술을 드셔보기는 하셨습니까? 술을 드셔보지도 못하고 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요?”

“이 사람아. 안 마셔 보기는 노부나가 때문에 두 차례나 크게 마시고 취했네.”

“그건 억지로 마신 게 아닙니까? 그렇게 마시면 저라도 뻗습니다. 술이란 적당한 안주와 술 자체를 음미하면서 마셔야 하지요. 술에도 법도가 있음은 분명합니다.”

“성리학 말인가? 중용의 도리를 말하는 것 같은데.”

“아셨습니까?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지요. 어릴 때부터 듣는 이야기가 그것이니 자연히 입에서 나오는 말도 성리학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지나치면 독이 되니, 장인이자 스승인 조식 선생께서 조선이 지나친 폐단에 빠졌다고 한탄하셨습니다.”

“조식 선생이 뭐라고 했기에?”

“조선은 이대로 가다간 큰 낭패를 당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낭패?”

“세상은 변하고 있지요. 그러나 조선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변하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식 선생께서 그러셨어?”

“물론입니다. 스승께선 수많은 제자를 두고 그들과 토론하기를 아끼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상인과 유생, 불가의 사람까지 만나시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꿰뚫고자 하십니다. 제가 이곳에 온 계기에도 스승의 권유가 있었습니다.”

“조식 선생이 자네를 보냈다고?”

“일본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깨달은 게 많습니다. 특히나 포르투갈 함선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 크기가 판옥선의 몇 배나 되는지 참 크고도 빠른 함선입니다.”

“대항 항해를 위해 크기를 키울 수밖에, 그리고 자네가 제대로 보았어. 그래서 말인데...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오는 건 어떤가?”

“넓은 세상이라면, 핫산의 함선을 타보라는 말씀인가요?”

“그래. 옛 말라카 왕국은 물론 인도의 고아(포르투갈 총독이 있는)와 그 너머의 세상을 구경하고 온다면 크게 달라질 테야. 아마도 조선이 얼마나 작은지 알게 되겠지.”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아니, 저 혼자가 아니라 저와 친분이 깊은 친우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래, 얼마든지 데려오게. 세상이 어떤지 보고 싶다면 언제든 와도 좋네.”

“그러려면 스승께(조식)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조식 선생이 허락하면 온다는 말이지. 좋아. 약속했네. 자네 친우들과 함께 오게.”

“.....”


곽재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정겹던 연회장에 침묵이 돌았다. 곽재우는 말하다가 멈추고 술을 머금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아니 그 말을 이미 보고 있었다.


상태창을 통해 곽재우의 진심을 보았다.


아쉬웠다. 떠난다니...


그것도 병조판서의 명령이고,

곽재우의 마음은 그것이 아닌데 어쩔 수 없다고 말이다.


이해한다.

떠날 사람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 간다니 아깝기 그지없었다.


이번 전공으로 곽재우는 관직에 나아가겠지...


선조에게 미움을 샀지만, 그래도 공은 공인데? 그냥 무시하지는 않겠지. 어쩌면 북방을 한직을 떠도는 무관의 삶을 살던지? 그것도 아니면 미관말직이 되어 구색을 맞출지도 모른다.


그럴 봐에야 차라리 나에게 오면 좋은데...

그건 힘든 건가? 고향을 떠나 먼 타국으로 오는 건 말이다.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술잔을 가져오라고 명령하고 내 앞에 두었다. 그걸 본 곽재우의 눈이 커진다. 이 사람이 왜 이러나? 하는 눈빛이 그것이다.


이제 얼마 후면 헤어지는데,

곽재우와 마실 술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데,


마셔야지.

조선의 영웅 곽재우와 부딪칠 술잔은 지금뿐이다.


“따라보게. 내가 연배가 높으니 형님이라고 부르고.”


내 말에 곽재우가 미소 짓는다. 정이대장군이란 관직을 내려놓고 사적으로 말하자 허허허, 하고 웃는다.


이런 게 좋은 것 같았다.

소탈한 사람.

이런 식이 좋으면 좋다고 말하지.


예전 팀원 중에도 이런 성격이 있었다. 일은 꼼꼼하게 해내고 까탈스러운 성격처럼 보였지만, 사석에서는 이런 걸 좋아하는 후배녀석.


나는 그 마음을 보고 곽재우에 대해 알아갔다.


“짠!”


술잔을 부딪치자 곽재우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짠이 뭡니까? 일본에선 이렇게 술을 마십니까? 조금 경망스럽군요.”

“하하하. 그런가. 이건 일본식이 아니라 대한민국식이네. 내가 살던 고향에선 이러고 술을 마시지.”

“고향이요? 그리고 대장군. 술잔이 너무 작은 게 아닌지요? 개미만한 술잔을 가져와서 저와 대작이 되겠습니까?”

“하하하. 미안하네. 이렇게 작게 마셔야 나도 숨 좀 쉬지. 이렇게 한 모금씩 홀짝 마시고 물을 많이 마셔야 버틸 수 있네.”

“하하하하. 형님도 참 재미나십니다.”


드디어 곽재우가 형님이라고 불렀다.

정여립 다음으로 동생을 얻는 순간이다.


역시 사람은 마음을 열면 통한다. 곽재우 같은 동생을 얻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 형님이라고 계속 불러주게.”

“하하하. 그렇게 좋으십니까? 형님.”

“좋고말고, 곽 동생을 얻어서 천하를 다 얻은 것 같아.”

“형님, 천하는 아직 멀었습니다. 교토에 영지를 얻으셨지만, 싸워야 할 적이 아직 많습니다.”

“알아. 4천왕을 비롯해 도쿠가와가 상대이고, 다음이 모리, 쵸소카베, 우에스기, 호조로 이어지는 대영주들이 남았지. 그들을 상대하려면 한세월이야.”

“그렇겠지요. 그것이 조선이 원하는 것이고 말입니다.”


곽재우가 진심을 드러냈다.

지금껏 숨기고 있던 말들을 꺼내놓았다.


나는 술잔을 부딪치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정여립이 나왔다.


규슈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정여립의 이야기.


오토모 가문을 궁지에 몰고, 그의 영지를 야금야금 먹어가고 있다는 정여립의 승전보.


우리는 정여립을 이야기하며 또 웃었다.


북부 규슈를 거의 점령해 가고 있다. 중립국인 아소 가문이 남았고, 남부의 시마즈 가문이 버티고 있지만, 북부 규슈는 아군이 가지기 시작했다. 이건 나의 또 다른 비밀 무기로 교토에서 일이 잘못되어도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다.


“정여립이 잘해주고 있어.”

“어디, 혼자서 다 했겠습니까? 듣자니 형님의 막내딸(가리샤)의 도움도 컸고, 수리검과 사이토, 그리고 핫산의 도움으로 그만큼 한 것이지요.”

“아니야. 재력과 군병을 몰아준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정여립의 능력이 출중하니 가능했던 일이야.”

“그래서 보내지 않으시려고요? 병판께서 돌아오라고 몇 번이나 서신을 넣었는데도요?”


그 말에 한숨이 나왔다.


곽재우는 떠날 것이 확실하고 정여립마져 떠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이제, 지금 전쟁은 나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껏 도와줘서 고마웠고, 떠난다니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정여립은 이미 예조정랑이 예정되었고 곽재우도 비슷하겠지...


나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조선으로 돌아가야지. 붙잡는다고, 붙잡아지겠던가? 나야,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겠지만, 자네들의 의지는 그것이 아닐 텐데 말이야.”


그말에 곽재우도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짠이라고 말하며 술잔을 가져가 되었다. 그러자 곽재우도 술잔을 내밀며 화답했다.


“형님, 저도 잔을 부딪치겠습니다.”

“그래 내 동생. 다시 또 언제나 볼까? 이별주는 마시고 싶지 않았는데.”

“형님이 조선에 오면 되지요. 제가 사는 고향으로 오십시오. 크게 대접하겠습니다.”

“그래. 조식 선생도 만나고 싶고, 꼭 한 번 가겠네.”

“형님. 약속하셨습니다. 제 고향, 의령 음식이 어떤지 맛보여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그러지. 자네 고향에서 술 한잔하세.”

“형님께 어울리는 술잔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웃었다. 내가 들고 있는 작은 잔을 보면서 웃었다. 그리고 우리가 크게 웃고 있자 다른 부하들이 즐겁게 바라본다. 승전 연회는 화기애애해서 저마다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이 문밖까지 넘어가자 또 다른 자가 들어왔다.


그는 장지문을 스르륵 열고는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리고 나를 보고 웃는다. 나는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왔다. 올 것으로 여겼는데 규슈에서 이곳까지 와버렸다.


정여립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형님하고 크게 불렀다.


또 다른 동생 정여립이 왔다.


“왔나. 올 것으로 생각했어.”

“하하하. 즐거운 술자리가 있단 말에, 북부 규슈에서 한걸음에 달려왔지요.”

“에고. 더 있지. 어째서 왔는가? 내가 규슈로 갈 텐데.”

“형님이 규슈로 온다면, 그때는 교토의 전쟁이 어려운 겁니다. 노부나가 잔당이 형님을 괴롭히는 게 됩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규슈로 오지 않으시는 게 낫겠지요.”

“하하하. 이 사람. 말로는 못 당하겠네. 이리 오게. 술잔을 들고 와.”

“어, 형님? 술을 드십니까? 그 작은 술잔은 뭡니까?? 하하하. 대단하십니다. 꼭 알맞은 술잔을 찾으셨습니다.”


정여립은 오자마자 날 놀렸다. 그만큼 그와 친분이 깊었다. 날 친형처럼 대접했고, 구김살 없는 그가 좋았다.


정여립과 상성이 잘 맞는다고 할까?

나나, 정여립이나 반골의 상이니 그런 건가?


정여립도 선조를 상대로 반란군을 이끌었고, 나도 그랬으니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술병을 들어 정여립의 술잔에 따랐다.

쪼르륵.

술이 가득 찬다. 정여립은 예의를 다해서 받았다. 나와 그 사이에 이별이 있음을 그도 아는 까닭이다. 병조판서의 명령이 그런 거고.


[조선으로 돌아오라.]

[자네가 일본에서 할 일은 다 했네.]

[주상께서도 만족하시니 약속대로 예조정랑의 벼슬을 받고 조정에서 일해야지.]


스승인 이율곡의 간곡한 말이니 안 따를 수가 없겠지. 그리고 이율곡이 살아있을 때는 아무 일 없이 잘 지낼 것이다. 그리고 이율곡이 죽자마자 기축옥사가 터지겠지.


정여립이 반란을 획책했다는 어이없는 고변.

그렇게 기축옥사가 터지고

정여립은 역적이 되어 초라하게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게 원래 역사이고.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내가 있는데 그래서야 쓰나.


바로 그 마음을 정여립에게 드러냈다.


“어려운 일이 있거든 내게 오게. 자네와 식솔들은 물론, 친인척과 지인들 모두를 내가 거둘 수 있어.”


그 말에 정여립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지 껌벅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는 씨익 웃는다.


“형님, 인재가 필요해서 그러시는 게지요. 압니다. 하지만 이 먼 곳까지 올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혹여, 검계와 같은 비천한 사람들도 원하신다면 소개해드리지요. 그러나 유생과 같은 양반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안 되겠는가?”

“어렵지요. 큰 변란이 생기지 않는 이상, 누가 이곳으로 오려고 하겠습니까?”

“그렇겠지. 이해했네. 그냥 해본 말이네. 하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노릇. 혹여, 어려운 일이 생기거든 나를 떠올려보게. 나는 자네를 버리지 않아. 그 어떤 중차대한 일이 생겨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그러니 목숨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나를 떠올리게.”

“형님도 참, 무슨 걱정이 그리 많으십니까? 그런 일 없습니다. 그러나 형님께서 누누이 말씀해주셨으니 기억하지요. 그리고 저는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살아남아 장수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렇게 말해주니 안심이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생기거든 내게 오게.”

“하하하. 형님. 어려운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저보다 형님이 더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규슈에 남은 적은 이제 시마즈 가문뿐입니다.”

“시마즈만 남았다고?”

“제가 떠나오기 직전에 오토모의 마지막 영지를 함락했습니다.”

“규슈 북부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기타큐슈의 작은 영지에 남았던 오토모를 쫓아냈습니다. 놈들은 바다 건너 모리에게 도망쳤습니다.”

“모리에게 갔다고?”

“섬멸하고 싶었지만, 재빠르게 도망치는데 어떻게 잡겠습니까? 그러나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놈들의 영지를 점령한 건 형님의 이름이 아니라 슈니의 이름으로 하였으니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렇겠지. 본토의 대영주가 보기에는 규슈는 아리마 가문과 슈니 일족, 그리고 시마즈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야.”

“노부나가의 눈을 속이기 위해 행동했으니 당연하지요. 그리고 그걸 잘 이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뒤통수를 맞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알아. 이해한다고. 교토에서 일이 어려워지면 북부 규슈로 터를 옮길 작정이네.”

“형님. 그래서 군략을 하나 제안하고자 합니다.”

“군략?”

“대영주가 바글거리는 교토를 떠나 규슈를 통일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마즈와 결전을 벌이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교토에 있는 3만 군병이면 충분합니다. 기존 군병으로 전방을 압박하고 그 후미를 교토 병력 3만으로 어지럽힐 수 있습니다. 못해도 1년이면 규슈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1년이면 충분하다.”

“교토에 산재한 대영주와 힘 겨루기하는 것보다 규슈를 통일하는 게 전략적으로 나은 선택입니다.”

“교토를 버리란 말이지.”

“계륵과 같습니다. 교토를 가지고 있어 명분이야 좋겠지만, 수많은 적에게 둘러싸인 형국입니다. 가까운 곳의 모리를 시작으로


호쿠리쿠 방면의 시바타 가쓰이에 군단.

나카센 방면의 다키가와 가즈마스 군단.

주고쿠 방면의 히데나가(히데요시 동생) 군단

시코쿠 방면의 니와 나가히데와 오다 노부타카 군단

혼간지 방면의 사쿠마 노부모리 군단

도카이도 방면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그들 모두와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어디 그들뿐이겠습니까?


우에스기, 쵸소카베, 호조까지 그들 모두가 교토를 노리는 전쟁이 이어질 겁니다. 힘의 집중을 하지 못하면 아마도 어려울 세월이 될 겁니다.”

“알아. 그것이 조선 왕이 원했던 일이 아닌가?”

“그 말도 맞습니다만, 사적으로 형님께 드리는 제안이니 교토에서 버티는 것보다 규슈를 공략하는 걸 추천들이겠습니다.”

“고맙네. 자네 마음을 알겠어.”

“서두르셔야 합니다. 교토를 버리는 것으로 명성이 크게 꺾이겠지만.”

“내가 명성을 탐내는 사람처럼 보였나? 나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아. 그리고 내가 규슈에 집중한다면 자네가 남겠나? 내가 규슈를 자네에게 주면 나에게 오겠나?”

“하하하하. 형님. 농담도 진하게 하십니다. 저에게 규슈를 주신다니 저보고 왕이라도 하라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정여립은 웃었다. 반골의 상인 그에게 넌지시 말하자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상태창의 문구들을 보았다.

야심은 있지만, 역적은 아니었다. 선조가 우려했던 정여립은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술잔을 들게. 오늘이 지나면 자네들을 또, 언제 보겠나?”

“아닙니다. 형님 전주로 오시지요. 음식하면 전주가 아니겠습니까.”

“들어오면서 엿들었는가? 곽재우의 고향 의령으로 가기로 한 것을.”

“들었지요. 의령보단 전주입니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제 고향부터 보고 가시지요.”

“하하하. 좋네. 좋아. 전주에서 자네와 만나고 의령에서 곽 동생을 만나야지.”

“동생이라고요? 아, 계수(곽재우의 자)가 형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랬지. 이제부터 내가 형이네.”

“그거 잘 되었습니다. 이참에 도원결의라도 맺을까요?”

“유비, 관우, 장비처럼 말인가?”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마음이 맞는데 의형제가 어렵겠습니까? 형님께서 저에게 규슈도 내준다고 하셨는데 의형제면 싸지요. 아암, 싸고 말고요.”


정여립이 술잔을 내밀었다. 그리고 의형제를 말했다. 그걸 본 곽재우도 술잔을 내밀었다.


나는 두 동생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내민 잔에 작은 술잔을 부딪쳤다.


오늘이 지나면 이들은 떠날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나는 두 동생을 얻을 것이다.


내 몸은 교토에 남겠지만, 이들은 조선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님은 분명했다.


정여립은 기축옥사가 터지기 전에 데려올 생각이고, 곽재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때까지 잘 버텨봐야지.

교토를 근거지를 명성을 날리고 차근차근 규슈도 점령해봐야지.


바로 그 이야기들을 하였다.


우리는 밤이 새도록 술을 마셨다.


의형제가 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한 마음이 되었다.


기쁘다. 둘째 동생 정여립, 막내 곽재우.

나는 그들의 큰형 아케치 미츠히데.


한국 이름 이광수가 나였다. 서울시경 마약반 팀장이던 내 이름이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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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6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 +3 24.05.08 382 17 13쪽
116 115화. 큰 전쟁의 서막3 +4 24.05.07 379 14 16쪽
115 114화. 큰 전쟁의 서막2 +4 24.05.06 380 14 15쪽
114 113화. 큰 전쟁의 서막. +1 24.05.05 396 14 12쪽
113 112화. 조선의 오판 +1 24.05.04 384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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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화. 커지는 전화의 불길 +1 24.04.28 418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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