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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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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26 16:01
최근연재일 :
2020.10.02 11: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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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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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5화 불가능한 시도 (5) - 1부완

DUMMY

35화 불가능한 시도 (5)



조선 시대부터 서울의 중심이었던 서울시 중구, 지금은 고층빌딩이 즐비한 장소로 바뀐 그곳에는 많은 외국계 회사가 들어와 있다.


“이번 일은 꽤 재미있었어. 민혁 씨, 그렇지 않아?”

“그런가요?”

“대답에 영혼이 없네? 내가 컨설턴트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지?”

“저는 어서 휴가를 가고 싶은데요-.”

“안돼, 사무실의 두 명하고 회식하고 가. 이게 내 스타일이야.”

“현지화 반대. 수직적 조직문화 반대. 회식 강요 반대.”

“닥치렴.”


맥킨지 서울 사무소 매니저인 정민정과 나민혁은 오랜만에 종로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둘은 첫 미팅 후 이동 시간도 아끼기 위해 원월드마트 본사 주변의 호텔에 상주하며 마트 본사 회의실에서 자료를 만들었다.


원래도 한정된 시간 안에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전략 컨설팅은 일이 빡빡한 편이지만, 이렇게까지 프로젝트에 올인하는 건 드물었다.


하지만 했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였기 때문에.


아니, 단순히 학교 후배가 아닌 앞으로 한국에서 살아간다면 어떻게든 마주칠 수밖에 없을 재벌가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도저히 그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던 고등학생이 끝내 도망쳤다가 돌아올 수밖에 없었기에 준···선물이리라.


모 아니면 도. 김수현의 동생인 김목현의 부고 소식은 들었다. 후계 구도가 불안한 그룹은 여럿 있지만, 원월드그룹은 특히 심한 편이었다.


‘특이한 곳이야. 집안 내력일까?’


겉으로는 재계서열 10위인 재벌의 일원이지만, 사업 방향은 약간 궤를 달리하는 모습. 그래서 성장도 크게 하지 못하는 곳이 원월드그룹이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만난 김수현은 유약하던 어릴 때의 모습을 많이 걷어내었다. 하얗던 피부색이 진해지고, 몸이 두꺼워진 것도 있지만···눈빛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목표가 있는 사람의 눈이지.’


정민정은 재계서열 2위인 홍라그룹 회장의 손녀였다. 그 말은 태어나면서부터 재벌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것과 같은 말이었다.


때문에 주변이나 마주하는 사람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모두 성공한 사람이다? 그것도 맞다.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걸 꼽고 싶다. 그건 실적이 뒷받침된 자신감이 묻어 나오는 표정이었다.


사람은 거짓말은 할 수 있어도 눈빛은 숨길 수 없다. 눈빛에는 그 사람이 묻어나온다.


언제나 성장 지향적으로 조금씩 실적을 쌓고, 성공의 계단을 밟아 나름의 정상에서 자신이 속한 분야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되면 사람은 표정이 달라진다.


성공해본 사람은 포기하는 법이 없다. 성공의 방정식을 찾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지 정확히 알기 때문에.


정민정은 그런 사람들 틈에서 자라왔다. 긍정의 에너지는 주변에 영향을 주기도 해 정민정 자신도 그런 사람으로 자라게 되었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늘 방황하고 눈빛에 부정밖에 담지 못하던 김수현이 눈빛이 그들과 비슷해졌다는 게 신기했다. 자신이나 다른 후계자들과 달리 쌓아온 게 쥐뿔도 없었으니까.


그래도 김수현이 무엇을 쫓고 이루고 싶어하는지 일면을 볼 수 있었으니, 그게 이번 컨설팅이었다.


한국이기에 가능한 택배 시스템을 부정하고 어찌하려는지 말도 안 되는 생트집이라 생각했으나, 김수현이 말한 건 조삼모사였다.


‘약간은 괜찮았지.’


김수현은 숫자로 사업을 판단하지 않고, 모순적인 사람의 마음을 짚어내었다. 현금으로 오천만 원을 주는 것과 삼천만 원과 이천만 원의 다른 무언가로 주는 것은 같은 얘기지만 다르기도 했다.


김수현은 그걸 비틀어 마치 두 번째 방법이 받는 사람에게 이득인 것처럼 느끼게 했다. 대기업이 주는 복지는 좋게 말하면 사회적인 보호였지만, 경영적으로 접근하면 기업이 돈을 주는 직원에게까지 빨대를 꽂는 것이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영향을 주는 모습은 중국의 음양 사상 속 태극처럼 아름다울 수도 있고, 기괴한 생물의 모습일 수도···.


이후에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은 이후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원월드마트의 자료를 분석하면서 보았던 김수현의 행보가 떠오른다. 쥐뿔도 없는 김수현의 선택에 마트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처음이라면 우연. 두 번이라면 인연, 세 번이라면 필연이고 네 번이면 숙명.’


김수현은 가진 눈빛에 걸맞은 성공을 할 수 있을까? 거기에 한 팔을 보태준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래, 옳은 방향으로 노력하면 너도 달라질 수 있어.’


김수현의 옆에는 강 비서도 있었다. 강 비서의 눈빛은 젊은 나이에도 아버지나 아버지의 비서실장 같은 깊이가 있었다.


여태까지 그래왔듯, 강 비서가 있다면 김수현의 막무가내식 지시도 그럴듯하게 바뀔테니. 둘은 썩 괜찮은 조합이었다.


원월드그룹의 마지막 후계자 김수현은 아직 더 할 수 있을 거다. 사무실로 걸어가는 정민정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이쪽 세계에 어서 와.’




같은 시간, 강 비서는 원월드그룹 김금현 회장의 집무실에서 최근 있던 일의 마무리 보고를 했다.


“저번에 시킨 일은?”

“잘 끝났습니다.”


이제 김무라 대표와 김무라 대표의 현금의 흔적은 모두 지웠다. 태민그룹에서 찾아내 지나가던 똥개가 땅을 파 발견될 일도, 강에서 불어터진 시체로 떠오를 일도 없을 것이다.


“시간을 더 벌어.”

“태민그룹의 가족 싸움으로 돌리겠습니다.”

“그래.”


강 비서가 김금현 회장이 원하는 바를 짚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함께한 시간이 그만큼 길었다.


“이번 일로 마트에 현금을 지원해야 하나?”

“아닙니다. 마트 예산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아직 반응은 문제가 없고?”

“네. 도련님의 아이디어는 어차피 써야 하는 비용을 쪼개서 그룹 계열사의 일감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잘 포장했습니다.”


김수현은 만 명의 직원을 ‘언제’까지 ‘더’ 채용한다고 한 적이 없다. 이미 고용 중인 택배기사의 소속을 원월드그룹으로 옮기는 것을 말함으로, 거짓말인 듯 거짓말이 아닌 그런 말이었다.


원월드마트는 이번 기자회견으로 명분과 실속을 모두 잡았다. 또 한 번 사람들의 뇌리에 선행으로 기록될 것이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사회가 성숙해질수록 근무시간은 주 육 일에서 오 일로 줄어들었고, 주 근무시간도 차근차근 선진국을 따라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도 비정규직 이슈가 있어 대형마트에서는 법에 맞추어 울며 겨자먹기로 수만명의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었다.


그러나 그 일에 대해 칭찬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왜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인지를 걸고넘어졌다. 그게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김수현은 사람들이 생각하던 선에서 딱 한 걸음을 더 앞으로 내디뎠다. 별로 해주는 건 없지만, 어찌 됐든 기업에는 손해가 되는 그런 행동을···.


종합적으로 사회에 받아들여들 수 있다는 컨설팅 자료가 받아들여져 강 비서의 지휘 하에 진행되었다.


기자회견 직후 원월드마트 주식이 125,000원에서 하루만에 137,500원으로 올랐고, 지금은 145,000원 선이었다.


원월드마트 같은 유통업계는 IT업계처럼 자고 나면 주가가 하늘 높이 오르거나 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안정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시장의 기대가 그 수준을 못 벗어난다는 말이다.


그러니 20%가 오른 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다. 이것만으로 김수현은 주주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국내의 대형 유통업계 셋 중 오직 원월드마트만이 소비자에게 버림받지 않았다. 매입담당과 판매담당 본부는 원월드마트의 모든 것이었고, 김수현은 양쪽의 본부장이었다.


그러니 주가를 반등시킨 건 김수현의 실적이었다.


“이제 다음은 대표이사를 달라고 하겠지. 너무 빨라. 어떻게 생각하지?”

“서른 살 전에 계열사 사장 취임은 전무후무합니다. 도련님은 지금도 충분히 고속 승진하셨습니다. 전문 경영 능력 없이 그 자리에 앉는 건 득보다 실도 크고, 세간의 이목 또한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지금껏 쌓은 친숙한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듯합니다.”


강 비서는 반대였다.


“그건 일반론이지. 우리 그룹 상황으로는?”

“···대안이 없습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제일이나 도련님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실무를 통해 급한 시안부터 주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임원의 업무를 꼭 대표이사의 자리에서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대표이사를 원하는 건 오로지 도련님의 고집입니다.”


김수현의 의사가 문제였다. 아버지로서는 아들인 김수현이 건강하게 가능한 오래 살아있으면 되었다.


하지만 가문의 주인으로서는 가문의 명맥이 앞으로도 이어지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었다. 그게 수십 대를 걸쳐 쌓아온 재산을 물려받은 자의 책임이었다.


아버지로서, 가주로서 모두 만족할 방법은 김수현이 후계자 자리에 끝까지 앉아있는 것이다. 김수현이 정말로 밑바닥 삶에 만족하는지는 몰라도 팔 년이나 묵묵히 참고 살 정도였으니···이번에 뛰쳐 나간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고집만은 김씨 가문답군.’


김금현 회장은 결심을 마쳤다.


“이제 주식을 줘야겠지.”


그건 자신이 보유한 권력을 승계함을 의미했다.


이제 김금현 회장은 후계자에게 힘을 더 실어줘야 하니 대표이사의 자리도 원한다면 주리라.


김금현 회장이 결정을 내렸다면 강 비서 및 전략실 일동은 따른다. 전략실은 그룹에 준비된 계승 프로젝트를 끝마치기 위해 움직일 거다. 아무런 잡음 없이 깨끗하게.


그걸 위해 일조 이상 모아놓은 현금보유액이었다. 다른 그룹의 목적은 모르겠다. 하지만 원월드그룹은 오직 그 하나만을 위해 준비놓았다.


가시밭길이 펼처진 곳으로 떠나는 후계자의 시작에 작은 꽃길이나마 깔아주기 위해.




“···그래서 이제 어쩔 거지?”

“무엇을 말입니까?”


김금현 회장은 조금전까지 원하는 것을 묻고 지시했지만, 지금은 그저 강 비서의 생각을 듣고 싶어했다.


“저런 모자란 놈을 계속 지원할 생각이 있나? 강요하지 않아.”

“전략실의 지원이 빠진 도련님이 회사 일을 잘해낼 확률은 0%입니다. 저는 빠질 수 없습니다.”


원월드그룹의 전략실에는 언제나 김씨 가문 방계의 자리가 있었다. 김금현 회장의 비서실장을 아버지로 두고 어릴 때부터 후계자 수업에 비견되는 고도의 수업을 받으며 여기까지 왔다.


이런 경력과 모아놓은 재산이라면 중소기업 대표가 되어 부족하지 않게 살 수도 있었다. 아니면 어느 대기업의 전문경영인도 노려봄 직했다.


강 비서도 그런 삶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직계가 모두 사라진다면 다음 기회는 분가에게 주어진다. 자신이 회장이 될 가능성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가슴이 뜨거워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원래 사명처럼 받은 일을 하자.’


강 비서는 잠시 원월드마트의 황 비서를 떠올렸다. 재계서열 1위인 우주그룹의 마수가 코밑까지 올라와 있다.


이유는 알 수 있었다.


‘불안정한 후계 구도.’


만약 김금현 회장이 주식을 양도하기도 전에 갑자기 죽거나 하는 경우, 그룹은 사분오열해 찢어질 수밖에 없다. 그룹이란 물고기가 하나의 물고기를 연기하듯 떼로 뭉쳐 다닐 때 강해 보이는 것.


홀로 떨어져나온 계열사는 그들의 입맛을 당기는 성찬일 뿐이니, 재계서열 10위의 계열사를 손쉽게 빼앗을 기회를 마다할 재벌은 없으리라.


김금현 회장이 소년 시절부터 함께 대학을 가고, 후계자 모임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던 그렇게 수십 년 간 같이 해온 관계일지라도, 이익 앞에서는 모두 부질없다.


그러니 김수현은 훨씬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들의 계획에 김수현의 존재는 필요가 없다. 없어지기를 바랄 것이다.


김수현은 혼자서 그런 시도를 모두 피하고 물리쳐 회장까지 오를 수 없다.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았다.


그건 경영 외의 일이니까.


경영 하나조차 익히지 못한 김수현은 대응하지 못할 거다.


그리고 자신은 아직 원월드그룹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가문의 것은 가문에게.


어려서부터 늘 듣고 자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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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화 불가능한 시도 (4) +6 20.10.01 1,988 57 14쪽
34 33화 불가능한 시도 (3) +7 20.09.30 2,221 65 10쪽
33 32화 불가능한 시도 (2) +4 20.09.29 2,572 77 12쪽
32 31화 불가능한 시도 (1) +9 20.09.28 3,189 78 15쪽
31 30화 업보는 너의 것 (5) +8 20.09.25 3,531 89 18쪽
30 29화 업보는 너의 것 (4) +11 20.09.24 3,640 97 13쪽
29 28화 업보는 너의 것 (3) +6 20.09.23 3,943 104 10쪽
28 27화 업보는 너의 것 (2) +6 20.09.22 4,299 104 11쪽
27 26화 업보는 너의 것 (1) +4 20.09.21 4,791 100 13쪽
26 25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5) +11 20.09.19 4,808 104 9쪽
25 24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4) +3 20.09.18 4,701 107 12쪽
24 23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3) +4 20.09.17 5,021 111 16쪽
23 22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2) +4 20.09.16 5,408 115 12쪽
22 21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1) +4 20.09.15 6,155 130 12쪽
21 20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5) +5 20.09.14 6,150 144 14쪽
20 19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4) +4 20.09.13 5,963 146 10쪽
19 18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3) +8 20.09.12 6,203 141 13쪽
18 17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2) +8 20.09.11 6,412 142 11쪽
17 16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1) +6 20.09.10 6,919 137 10쪽
16 15화 소비자의 입맛 (5) +10 20.09.09 6,881 144 12쪽
15 14화 소비자의 입맛 (4) +7 20.09.08 6,927 171 16쪽
14 13화 소비자의 입맛 (3) +7 20.09.07 7,232 141 8쪽
13 12화 소비자의 입맛 (2) +6 20.09.06 7,549 150 12쪽
12 11화 소비자의 입맛 (1) +4 20.09.05 8,188 158 9쪽
11 10화 삼겹살 가격의 진실 (5) +7 20.09.04 8,602 163 9쪽
10 9화 삼겹살 가격의 진실 (4) +6 20.09.03 8,953 181 16쪽
9 8화 삼겹살 가격의 진실 (3) +6 20.09.02 9,374 18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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