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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가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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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26 16:01
최근연재일 :
2020.10.02 11: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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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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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2,285

작성
20.09.19 11:20
조회
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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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글자
9쪽

25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5)

DUMMY

25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5)



재계서열 7위 태민그룹. 손을 안 뻗은 곳이 없는 문어발 중의 문어발 재벌이다.


태민그룹은 수십 년 간 전국 곳곳에 유통망을 뻗어 나가 편의점, 마트, 백화점, 면세점, 물류센터와 택배 사업까지 모든 걸 내부 계열사로 처리할 수 있다.


‘그건 우리도 비슷하지만.’


그룹의 규모는 우리의 1.5배 정도다. 그래서 물량에서 상대가 안 되니 우리는 질로 승부를 보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태민그룹이 저렇게 잘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스무 살부터 막노동이나 아르바이트, 일용직을 전전할 때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런 걸 물어보기도 했다.


‘정말 궁금했으니까.’


딱히 가격이 더 싸지도, 품질이 더 좋지도, 그룹의 평판이 좋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사람들은 태민마트에서 장을 보고, 태민백화점에서 옷을 사거나 푸드코트에서 먹을 걸 집어오는가.


이유는 하나였다. 그냥. 네 글자로는 익숙해서.


그냥 어릴 때 부모님이 자신을 끌고 장을 본 곳이었기에, 어릴 때 이 그룹의 과자를 먹고 자라서, 아는 야구선수가 이 그룹의 구단에 들어가서. 모두 쓸데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게 먹혔다.


그저 오래 살아있어서 재벌이 된 인간.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회장 자리에 앉아있는 저런 영감탱이를 귀신은 안 잡아가고 뭐 하나 모르겠다.


“오랜만이구나.”

”네에.”


그쪽 사람들에게 끌려오다시피 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인간은 아니다.


“내가 갑자기 불러서 놀랐나?”

“아닙니다. 하지만 연락 한 번만 주셨으면 제가 약속을 잡았을 텐데요.”

“뭘 약속까지. 그 정도 일은 아니야.”


‘그 정도 일도 아니면 부르지도 말아라. 이 영감탱이야.’


“그보다 내가 초대한 건 한 명인데.”

“네, 들었지만 제가 머리가 나빠서 저 대신 일해줄 사람이 필요해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강 비서는 언제나처럼 내 뒤에 바짝 붙어있다.


“크크. 그렇게 멍청했다는 기억은 없는데. 무튼, 좋아.”


나는 어릴 때부터 술, 마약, 폭행 등으로 사고나 치던 애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크게 똑똑하지도 않았다.


‘정말 똑똑했다면 이미 주류에 편승해서 살았겠지. 역사 공부를 해보면 그렇게 살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니까.’


“집을 나와 막장들과 어울려 살다 보니 더 그렇게 됐습니다.”


이 늙은이는 아직도 앉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알아서 손님용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말이다. 원래는 내가 신경 쓸 정도의 일은 아닌데, 해도 내 자식놈이 하면 그만이지. 그런데 뭔가 찜찜해서 말이야···.”

“···.”


내 약속이나 의사도, 이곳에서의 행동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한다.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묻어나온다.


자신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사람은 당연히 맞춰주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다. 그게 심지어 다른 그룹의 자제라고 할지라도.


저 나이대의 재벌은 대부분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아 머리가 굳은 인간이다. 그래서 상대하고 싶지 않다.


“금현이에게 직접 물어봐도 되지만, 겸사겸사 한번 확인하고 싶어서 불렀다. 우리의 약속에 대해서.”


약속이라는 말을 듣고 속으로 혀를 찼다.


“그건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호오, 그러면 알고도 시작했다는 말이지?”


태민그룹 호병무 회장의 눈가가 뱀처럼 가늘어졌다.


“오해가 있으십니다. 제가 한 일은 아주 사소한 일입니다.”

“우리 마트의 직원을 갑자기 빼가거나, 일인 시위를 시키고, 언론에 뿌린 것 등이 말이지. 나도 사소한 일을 한번 해볼까?”


물론 나보다 훨씬 잘하시겠지. 그게 태민그룹의 진짜 주특기니까.


그룹에 투자할 돈은 없어도 언론사에 돈을 주고 우리 그룹을 살살 긁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까.


“그게 태민그룹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겠습니까?”

“음?”

“회장님, 그런 개돼지들이 잠시 설친다 한들 무엇이 바뀌겠습니까? 회장님도 알고 저도 아는 사실입니다.”

“상관이 없지 않지. 덕분에 마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매출이 줄어들 테니까. 아랫놈들은 꽤 길게 보는 것 같더군.”


호명무 회장은 여전히 턱을 치켜들고 거만한 표정을 고수했다.


“제가 언플을 ‘약간’ 했음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건 저를 포장하기 위한 사소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실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낙하산인 제가 판매담당 자리에 앉았다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아는 게 없는데요. 언플 정도가 다입니다.”


호병무 회장의 눈치를 살짝 보았지만, 더 해보라는 듯 가만히 나를 보고 있자 나는 이어서 말을 했다.


“지금 마트 매출 몇 개만 양보해주시면, 아버지가 저를 인정해주실 겁니다. 그러면 더 핵심 계열사로 보내주시겠죠. 그렇게 제가 후계자로 자리 잡는데 도와주시면 나중에 크게 갚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다 쇼다? 네가 후계자로 인정받기 위한?”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저는 지금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 말고 관심 있는 게 없습니다.”


그래야 내 위의 그룹을 모두 찍어낼 수 있으니까. 거짓말은 하진 않았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금현이에게 대안도 없잖아?”

“아버지가 미친 척하고 모두 놓아버리는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십 년이나 내버린 자식이었습니다. 아마 동생이 갑자기 죽지만 않았어도 평생 저를 찾지 않았을 겁니다.”


이것도 사실이었다.


“그래, 금현이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는 하지.”


원월드병원을 세운 일 같은 걸 말하는 거겠지? 자식이 많은 호병무 회장은 죽는 순간까지 이해하지 못할 거다.


“어차피 마트에 몇 놈 잠시 빠졌다고 무슨 영향이 있겠습니까? 채울 사람이야 널렸지요. 저는 그 잠시의 시간, 이번 분기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이번 분기 실적으로 인정받아 지금 맡은 자리를 털고 나오고 싶습니다. 미리 말씀을 못 드린 건 죄송합니다.“


후병무 회장이 잠시 턱을 쓸며 잠시 고민한다


“흠···. 거래라는 건 동시에 교환을 해야 맞는 거지. 이런 식이면 나중에는 더 큰 걸 내놔야 할 거야. 괜찮겠어? 나는 그때 가서 어떻게든 받아낼 텐데.”

“물론입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회장이 되면 계열사가 육십 개입니다. 그중 하나를 떼서 드린다고 티가 나겠습니까?”

“그 정도까지 바라지는 않을 거야. 준다면 마다하지 않겠지만, 흐흐.”


약간은 기분이 풀려 보이지만 나는 허락을 구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다면 아들놈에게 얘기해둘까?”


됐다! 나는 호병무 회장이 눈치채지 못하게 주먹을 쥐었다.


“아닙니다. 너무 짜고 치는 것처럼 보이면 주변에서 의심할 겁니다. 제가 원하는 만큼 알아서 챙겨가겠습니다.”


그렇다. 원하는 만큼! 천안, 안산, 부산, 구리, 의왕을 접수하고 나머지 지역 모두를 눌러버릴 때까지 알아서 챙겨가겠다.


“그래, 만나서 즐거웠네. 잘 가게, 수현군.”

“저도 오랜만에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회장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 호칭을 ‘너’에서 ‘수현군’으로 올린 것이 얼마나 갈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우선은 호병무 회장과 악수를 하고 방을 나올 수 있었다.


강 비서와 나는 우리를 납치했던 경호원들의 차를 타고 우리의 차가 있는 곳까지 돌아가는 동안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그룹에는 경호사업을 하는 계열사가 없다. 계약을 맺은 곳은 있지만, 그들에게 일정 이상의 충성을 기대할 순 없다.


예를 들면 경호 이상의 일.


‘바로 저들처럼.’


우리보다 규모가 큰 그룹들이 경호사업을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도 경호사업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한국은 좁은 땅덩어리에서 특전사나 특수부대, 귀화 공작원, 국정원 출신들이 끝없이 쏟아져나오는 신기한 나라니까. 그리고 특전사의 역량은 나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내가 그곳에서 이 년간 복무했었기 때문에.


마침내 우리가 원월드마트 안산점에 도착하고, 우리가 원래 탔어야 할 법인차에 들어가고 나서야 강 비서가 입을 열었다.


“본부장님, 이런 식으로 모호한 대가를 약속하는 건 하시면 안 됩니다. 나중에 독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강 비서. 우리가 무슨 얘길 했다고 그러십니까?”

“네?”


내 태연한 대답에 강 비서가 되물었다. 그런데 내가 무슨 약속을 했던가?


“나는 오래 알고 지낸 어르신과 안부를 나눈 기억밖에 없습니다.”


나는 이미 원월드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이다. 실적 같은 데 목매지 않아도 그룹을 이어받는데 아무런 문제 없다.


아버지가 나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해도 나는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매달릴 생각은 없다.


이까짓 자리에 미련 따위 없으니까.


그런 내가 계열사를 고맙다고 떼어준다고? 아니, 뭘 해줬다고?


진짜야?


‘구라지, X년아.’


선빵 필승.


이제 태민마트의 턱주가리를 향해 원월드마트의 체중을 잔뜩 실은 주먹이 날라간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이제 비축분이 다 떨어져서 월-금 연재로 변경됩니다 


앞부분도 좀 더 재밌게 수정할 계획입니다 


재밌게 보셨으면 댓글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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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5) +11 20.09.19 4,808 104 9쪽
25 24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4) +3 20.09.18 4,701 10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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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5) +5 20.09.14 6,150 14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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