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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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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26 16:01
최근연재일 :
2020.10.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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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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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85

작성
20.09.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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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7화 업보는 너의 것 (2)

DUMMY

27화 업보는 너의 것 (2)



“강 비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퇴근 시간이 조금 남았을 때 나는 문자를 받고 말했다.


“약속을 잡을까요?”

“아니요. 직접 만났다는 증거를 남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얘기는 해봐야겠는데 어떤 방법이 있겠습니까?”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 같은 내 요구가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계좌로 삼천만 원 입금하세요.”


나는 메모지에 문자에 적힌 숫자를 옮겨 적은 후 강 비서에게 주었다. 늦게 준다 싶더니 내 기대보다 훨씬 양질의 정보를 보내주었다.


보나 마나 오후에 주식 장이 마감하고 나서야 움직였을 거다. 이 정도 정보료라면 나라면 하루 정도는 재끼고 이 일부터 처리했을 텐데.


‘아니면 어차피 내 정보비는 받을 수 있으니 주식부터 한 걸까? 하긴, 이 이상 바라면 양심이 없는 거겠지.’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해야 합니까? 간단한 질답 정도라면 서로 대리인을 시켜 만나게 할 수 있습니다.”


대리인이 둘 추가 된다? 좋지 않다.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또한, 한 다리 건너 설명하는 건 내 의도가 희석되거나 왜곡될 가능성도 있었다.


“정확히는 내가 누구인지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에게 어떠한 일을 해주기를 요구하고 싶습니다.”

“본부장님의 말씀은 협박의 정의와 아주 유사합니다. 대화를 따라갈 수 없으니 문자를 보여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전후 상황을 모르면 일을 정확하게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은근슬쩍 내가 받은 문자 내용을 노리지만 그럴 수 없어 고개를 저었다.


“저를 못 믿으십니까? 저는 본부장님의 수행비서입니다.”

“나에게 강 비서는 밖의 최 비서나 황 비서하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솔직히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사람인 거 아시지 않습니까.”


서로 일 때문에 함께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붙어 있은 지 몇달 정도 됐고, 함께 먹은 식사도 적지 않으니 정은 좀 쌓였지만, 이 이상 친밀해지는 건 어렵다.


처지가 다른 것이다. 나는 나를 가장 우선할 사람이 필요하고, 강 비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얘기였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혼자서는 큰일을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잘 쓰는 것도 배우셔야 합니다. 이건 선택이 아닙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버지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계셨죠. 기분이 나쁘다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그말은 언제든지 제 일에 개입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언제라도 제지당할 수 있다는 가정이 들어가면 일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없다. 어느 단계에서 막힐지 모르기에.


“회장님은 원월드그룹 현금보유액 사용의 최종 결제권자십니다. 당연히 전후 과정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그래서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 말은 현금보유액과 관계없는 일이었다면 말하지 않았을 거라고 들리는군요. 맞습니까?”


웃기는 소리.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한다.


왜냐면 강 비서는 애초에 아버지의 사람이니까.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역시 세상의 진리였다.


정의, 도덕, 상식. 이런 가치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 앞에서는 신기루처럼 부질없다.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속성을 마주하면 같은 사람이 되거나 집단에서 튕겨 나가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습니다. 본부장님이 현금보유액을 건들지 않으신다면 제가 회장님이나 전략실에 설명할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 좀 더 솔직해집시다. 나는 강 비서를 믿어서 곁에 두는 게 아닙니다. 내 행동을 읽혀도 그룹의 힘을 사용할 일이 있을 때를 위해 두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은 마트직원 몇 매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그리고 파급 효과 역시 다를 거다.


“그렇다면 수행비서인 저는 더더욱 알아야 합니다. 그만한 일을 독단으로 진행하실 수는 없습니다.”

“제가 강 비서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까?”


지금 얻은 정보를 어떻게 요리할지 생각하기도 바쁜데 소모적인 논쟁은 사양이었다.


“사업은 진지한 것입니다. 어떤 사업이라도 다각도로 검토 후 진행해야 하며, 가장 측근에게도 이해 못 시킬 일이라면 시작해서도 안 됩니다.”

“제 말의 요지가 전해지지 않았습니까? 저는 강 비서를 측근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뒤통수를 맞기 싫다. 적으로 돌아설지 모르는 사람에게 패를 까지 않는다는 말이다.

“본부장님은 사실만 놓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공식적인 본부장님의 측근입니다. 아니면 누가 있으십니까?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도.”


나는 잠시 강 비서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뚫을 수 있다면 아마도 그렇게 됐을지 모른다.


귀찮게 정론처럼 들리는 얘기를 꺼내 대화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나는 아직 강 비서에게 아버지보다 내 쪽에 붙겠다는 어떠한 신호도 받은 적이 없다.


내게 필요한 건 그것 하나인데. 이 사람이 나와 끝까지 함께 갈 사람인가?


적어도 삼천만 원에 내게 필요한 정보를 넘긴 이정훈은 확실한 내 사람이었다. 이정훈이 어떤 사람인지도 잘 파악하고 있고, 조금 과장하면 보증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 비서는 아니었다.


“좋아요, 이건 내 쪽에서 알아서 진행하죠. 그룹의 도움도 필요 없습니다. 내가 요구할 때 입금만 바로바로 하시면 됩니다. 가보세요.”


나는 이 의미 없는 대화를 끝내기로 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으니까.




“후우.”


김수현이 자신에게 가지는 불신의 뿌리는 상상보다 깊었다. 원인은 알고 있다.


‘회장님과 나의 연결고리.’


하지만 세상에는 안다고 해서 바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는 법이다. 강 비서는 작게 침음을 흘렸다.


대부분 퇴근하고 한적해진 본사 일 층의 카페에서 커피를 받아 밖으로 나왔다. 바깥바람을 쐬면 좀 나아질 것 같았다.


“···.”


김수현의 피아식별에서 걸러져 나가지 않으려면 언젠가는 양자택일을 할 순간이 올 것은 알았다. 원월드그룹의 회장과 후계자. 둘 중 누구의 뒤에 설 것인가?


아마 전략실뿐 아니라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임원들도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것이다. 마냥 회장 뒤에만 있기에는 가문의 유전병이 신경 쓰일 테니까.


‘원월드병원을 세운 건 둘째 도련님의 병 때문만이 아니었지.’


김씨 가문의 유전병을 더 심도 있게 연구하고 치료하기 위해 세워진 병원에서는 지금도 연구가 한창이다. 그 약점을 가리기 위해 돈에 미친 병원처럼 무조건 화려하고 크게 만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가리고 있지만, 알 사람은 알 것이다.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최악은 양측의 파벌이 비등하게 나뉘어 힘을 깎아 먹는 것.’


그리고 그런 상황을 외부의 세력이 이용하는 것. 강 비서 자신이 가장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이십대였던 둘째 도련님이 허망하게 가버린 다음부터는 어느 것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가는 건 나이순이 아니라는 말이 이렇게 무섭게 다가오는 건 한국에서 김씨 가문 정도일 거다.


어쩌면 회장님의 아들인 첫째 도련님이 먼저 둘째 도련님을 따라갈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도 생겨버렸다.


“한번 일어난 일은 두 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확률은 몇%일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군.”


강 비서는 속이 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입에 부어넣었다. 그 과정에서 딸려들어온 얼음을 깨 먹자 조금 진정이 되는 듯했다.


그때, 요즘 사람치고는 양쪽 시력이 2.0인 강 비서가 저 멀리서 익숙한 뒷모습에 시선이 갔다.


머릿속에서 기억 속에 있는 젊은 여자의 목록을 만들고 거기서 누구와 일치하는지 대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옷차림에서 같은 집무실에 일하는 황 비서라는 걸 알게 됐다.


원월드마트 본사의 건너편, 한 블럭 떨어진 자리에서 황 비서를 만나 임시로 세워진 차로 데려가는 젊은 남자의 얼굴은 당연하게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니, 당연하지는 않았다. 우선 원월드마트 본사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 비서는 본사 직원의 얼굴을 모두 외워 알고 있었다.


‘남자친구 아니면 지인이겠지.’


황 비서도 사생활이 있는 사람이군.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려 했으나 남자가 데려가는 차가 왜인지 신경쓰였다.


단순히 일반 차량 번호판이었다면 넘어갔을 거다. 하지만 ‘허’ 자가 들어가는 렌트 차량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일반인도 차량을 렌트로 운용할 수 있다. 아무 이득도 없지만, 목돈이 없는 사람이라면 비싼 이자를 내면서 차를 끌고 다닐 자유가 대한민국에는 있다.


그런데 그런 차라면 보통은 멋지거나 화려한 외제차를 선호한다. 통계적으로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이런 브랜드가 렌트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황 비서를 데려가는 남자가 타는 차는 삼십대가 몰기에는 조금 나이 들어 보일 검은색 국산 준대형차였다.


‘그래, 여러 가지 성향이 있으니 편한 걸 추구할 수도 있지.’


상사 눈치를 봐야 하는 공무원이나 특수 직종이어서 그렇다거나,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정말 푹신한 시트와 마사지 옵션이 필요했다거나.


모두 가능성은 있었다. 다만 삼십대 남자가 척추질병을 가질 확률, 특수 직종에 다닐 확률, 차에 대한 허세나 동경이 있을 확률 등 그 가능성이 연이어 일어날 확률은 조금만 계산해도 1% 미만으로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았다. 렌트로 이용하는 법인차에도 규칙이 있다.


높은 사람은 좋은 차를, 낮은 사람은 덜 좋은 차를. 우습지만 이런 거로도 사람들은 급을 나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가장 급이 떨어지는 임원은 중형 국산차, 그 위의 임원은 준대형 국산차, 대표이사 정도라면 대형 국산차. 이런 식이다.


‘그리고 그 법인차에는 모두 운전기사가 딸려오지.’


저 삼십대 남자가 황 비서의 지인이나 남자친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운전기사라면? 차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


여러 가지 이유를 댔지만, 사실은 그냥 꼬투리를 잡고 싶어서일지도 몰랐다. 기분이 심란하니까.


그래도 강 비서는 버릇처럼 몸에 밴 동작으로 차 번호를 연락처에 저장된 번호에 문자로 보냈다.


[45허6805. 조회바람]


와드득.


강 비서는 시선을 그 차에 고정한 채로 일회용 컵에 남은 얼음을 마저 입에 털어 넣었다.


문자를 받은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지 답문자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것을 보고 그래도 별일이 있겠냐고 생각했던 강 비서의 표정은 다시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우주물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재계서열 1위인 우주그룹. 그리고 우주그룹의 모든 계열사의 주식을 관리해 우주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로 꼽히는 우주물산.


그런 곳의 임원을 알고 있는 황 비서의 인맥을 칭찬해야 할까?


그럴 리 없었다.


강 비서의 머리가 다시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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