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OON™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가 마이웨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JOON™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26 16:01
최근연재일 :
2020.10.02 11:2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52,733
추천수 :
5,122
글자수 :
192,285

작성
20.09.16 11:23
조회
5,408
추천
115
글자
12쪽

22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2)

DUMMY

22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2)



“본부장님, 홍보팀 준비됐습니다. 들여보낼까요?”


강 비서가 핸드폰을 보고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판매담당 입장에서 노리는 건 다섯 개 지역이지만, 고심한 방법을 거기에만 쓰는 건 낭비였다. 이제 홍보팀과 손발을 맞추는 회의를 할 때였다.


홍보팀 직원들이 들어오자 우리는 어제 팀장들을 모아 나누었던 내용을 간단히 말해주었다.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넘어갔다.


“매입담당 본부에서 현재 진행 중이긴 한데, 우리가 도축장과 직계약이 마무리되면 낮출 수 있는 가격이 있습니다.”


미트센터 내에 도축장을 짓는 건 시간이 꽤 필요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됐다.


”보수적으로 10%라고 하죠. 다섯 개 지역에는 이 할인된 가격으로 미리 판매하겠습니다.”

“좀 부담되는 금액입니다.”


홍보팀 팀장이 대신 대답했다. 미트센터를 거친 축산품의 이익률은 좋은 편이었다. 다른 업체의 상품은 팔아봐야 1%가 남지만, 자체 상품은 10% 이상을 남긴다.


마트는 다른 곳에서 보는 적자를 자체상품으로 메꾸고 있는데, 내가 가격을 10% 내린다면 적어도 축산품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거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있다. 단지 축산품이라는 품목을, 다섯 개 지역에서만, 한정적인 기간에 팔 거라고.


“미끼 상품이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소비자의 머리에 최저가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됩니다. 나중에 가격이 원상 복귀되어도 그건 남겠지요. 그게 꾸준한 매출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것도 힘들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우선 가격을 설정해보고 꼭 10%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우리가 할인하는 금액이 지역 최저가가 되게만 설정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홍보팀 팀장이 수긍하고 뒤로 물러났다.


“두 번째로 소비자에게 가공식품을 사게 해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예, 가공식품은 마트의 이익과 소비자의 이익이 일치하는 품목입니다.”

“왜냐면 신선식품은 짧으면 일주일 안에 모두 먹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 이상 냉장고에 오래 두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죠.”


내가 잠시 말을 멈추자 이번에는 홍보팀 팀장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냉동식품은 다릅니다. 냉동실에 쟁여놓을 수 있어서 신선식품보다 많이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양을 사가는 편입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냉동실의 상품을 먹는 동안에는 경쟁마트로 돌아가 사지 않을 겁니다.”

“맞습니다···.”


나는 홍보팀장을 새롭게 보았다. 적어도 가공식품에 한해서는 나와 뜻이 맞는 모양이다.


“원월드푸드에서 생산하던 가공식품은 가격을 5% 정도 낮추어 놓았습니다. 별도로 고급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네, 개중 잘 먹히는 상품은 살리고, 아닌 것은 물량을 줄이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이다. 너무 많은 상품을 팔 필요는 없다. 소수의 소비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대형마트는 다수의 요구를 부합해야 돈을 벌 수 있다.


‘김치 타코 같은 건 앞으로 미국에나 가서 드세요. 한국에서는 안 팔립니다.’


“우리 마트를 이용한 적 없는 소비자는 그걸 먹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섯 개 지역에 할인해서 우리 상품으로 냉동실을 가득 채우게 하지요. 그들이 우리 상품이 먹고 싶어서라도 마트에 오게 한다면 성공입니다. 상품 선별은 홍보팀에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말이 잘 통하니 진행이 팍팍 빠르게 된다.


“우리 대표적인 미끼 상품인 푸드코너도 해볼 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회를 팝니다. 하지만 회만 할인해서 파는 건 임팩트가 약합니다. 그러니 회 한 접시와 소주 한 병을 구천구백 원. 이런 식으로 묶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소주 회사에 마케팅 비용 일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담은 줄고, 할인폭은 늘릴 수 있습니다. 저는 찬성입니다.“


이제 슬슬 강 비서와 홍보팀 팀장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육십개 계열사 전부를 아울러야 하는 그룹 후계자가 아닌 원월드마트 임원이었다면 분명히 그렇게 했을 거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궁합은 그것만이 아니죠. 치킨 한 마리에 맥주 두캔이 구천구백 원이라면? 수육과 보쌈김치에 막걸리가 구천구백 원이라면? 이인 가구 기준으로 저녁 대신 먹을 만 하지 않을까요?”

“아, 그건 저도 좋아합니다. 저라면 사 먹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음식량 대신 술이 조금 늘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절대 제가 혼자 자취를 해서가 아니라 최근에는 일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저 다섯 개 지역에 사는 소비자의 가계 동향부터 봐야지, 누가 너 혼자 사는지 궁금하대?”

“아니, 이거 전국적으로 할 거 아닙니까? 그러면 이게 트렌드 맞습니다.”


그럴듯한 방향을 정해주니 아이디어가 튀어나온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회의가 끝도 없이 길어지니 내가 끊을 수밖에 없다.


“그런 건 돌아가서 다시 회의하시면서 정하시고요, 다음으로 넘어가죠. 강 비서, 사람들이 평균 장을 보는 횟수가 얼마인지 알고 있습니까?”

“원월드마트 소비자 기준 평균 주 1.3회, 편의점, 소형슈퍼, 백화점을 모두 더하면 1.5회입니다. 동일카드 사용내역으로 집계했으니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역시 강 비서는 이런 정보를 알고 있으니 바꿀 수가 없다. 나만의 위키백과인 셈이다.


“이것도 합치면 꽤 시간을 뺏을 일이란 말이죠. 가능하면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장을 봐줬으면 합니다. 온라인 구매만의 마케팅을 하면 효과가 있겠습니까?”

“확실히 한 번 온라인 구입을 경험한 소비자는 꾸준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의 효용성을 오프라인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채널은···.”




“후···. “


나는 의자에 기대어 목을 조이는 셔츠의 단추를 풀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무척 건전하고 건설적인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홍보팀 직원이 모두 회의실에서 나가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지금 몹시 진이 빠져있었다.


확실히 연이은 회의는 정신을 좀먹는 것 같아 머리를 비우고 몸을 쓰던 때가 그리워졌다.


공사장에서 땀 흘리고 점심과 함께 마셨던 소주. 그 순간만큼은 동남아 휴양지가 부럽지 않던 달콤한 낮잠 시간. 시시콜콜하고 아무 영양가 없던 저질대화마저도.


돌아가고 싶다.


“우리는 우리 얘기를 다시 합시다.”

“네.”


그리고 나를 더 지치게 하는 건 이런 일이었다. 음모와 공작은 생각하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준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 있던가? 마트를 살려서 내 실적을 쌓기 위해서라면 싫어하는 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 이 일이 그렇다.


“얼마 전 태민마트의 무기계약직들 말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무 시간을 주 사십 시간에서 삼십오 시간으로 줄인 사람들. 이들은 마트에 불만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반반입니다. 총급여에는 변화가 없고, 퇴근은 한 시간씩 앞당겨졌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


“사십 시간에 끝내야 할 일을 서른다섯 시간 안에 끝내야 합니다. 여태 설렁설렁 놀던 직원이 아니라면 꽤 부담스러운 일일 겁니다. 다들 젊은 사람도 아니니까요.”

“원하는 걸 말씀해주십시오.”


이제 본론을 꺼낼 때였다.


“불만이 많은 직원이 포섭에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

“저번 얘기의 연장이십니까?”


강 비서가 무표정하게 물었다.


“맞습니다. 그들에게 주 사십 시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받아주겠다고 하세요.”

“정규직입니까?”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현재 마트에는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사람이 없다. 모두 고용이 보장된 정규직뿐이다.


하지만 강 비서가 말한 정규직은 무게가 달랐는데, 마트 안의 정규직은 다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나뉜다.


강 비서가 말한 정규직은 ‘진짜’ 정규직이었다. 마트 직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무기계약직이었고.


“하···. 어쩔까요.”

“마트 직원의 인건비는 작년 기준 오천이백억 원입니다. 본부장님의 선택으로 육천억까지 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앞으로 매년 꾸준히 입니다. 그와 관련한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시정 바랍니다.”


강 비서가 잠시 허리를 구십 도로 굽혔다. 이것도 오랜만이다.


“또한, 본부장님은 그만한 돈을 사용할 실적은 아직 내지 못했습니다. 본부장님이 추진하셔도 대표이사 선에서 잘릴 뿐입니다.”


다시 강 비서가 허리를 펴면서 말했다.


“임금이란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한 지급입니다. 팔백억을 써서 회사에 그만큼 이익이 있을 거라 보기 어렵습니다.”

“강 비서는 확실히 반대 입장이군요.”

“저희뿐 아니라 모든 그룹에서 합의한 사항입니다.”


합의. 좋은 단어다. 하지만 그룹 간 합의를 너무 많이 하지 않는가?


여기서는 담합이라고 하는 게 맞았다. 재벌들은 이런 식으로 앞으로는 경쟁하면서도 뒤로는 뜻을 잘 합친다.


“그렇겠죠. 우리도 무기계약직을 서른다섯 시간으로 운영 중이니까. 가능하면 더 줄였으면 할 테고요. 맞습니까?”


아버지가 여기에 동의한 이유는 무얼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겨우 이 정도 일로 그룹 간 유대를 해치고 싶지 않으니까. 분명히 그럴 거다.


“네. 마트의 판매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보고 있습니다. 택배 등의 필요한 분야의 직원 수는 늘어날 수 있어도, 캐셔, 주차요원, 청소 등 단순 업무는 이제 줄여야 합니다.”

“만약 시간도 늘리고 급여까지 늘리는 자리를 만든다면 그때는 젊고, 컴퓨터 잘하고, 빠릿빠릿하게 일 잘하는 청년을 쓰지, 중년은 쓰고 싶지 않다 아닙니까?”

“그편이 효율적이니까요.”


효율도 좋다. 나도 이왕이면 젊은 직원이 좋다. 하지만 지금 그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지 않은가?


“강 비서, 나는 그들을 이용해야 합니다. 팔백억을 쓸 돈은 없지만, 다섯 개 지역에 포섭한 사람 몇은 꽂아줄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못 하면 내가 종이호랑이겠죠. 할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있습니다.”


왜 이런 불필요한 강의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강 비서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그들에게 바라는 건 분위기를 만드는 겁니다. 뭔가 마트에 문제가 있다는 인상과 더불어 불편까지 소비자에게 주어야 합니다. 그들 중 일부가 우리 마트에 발을 돌리게 말이죠. 이해했습니까?”

“네.”


오늘은 더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우연히 우리가 홍보하는 타이밍에 그들 전부가 파업이라도 한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걸 우연히 지나가던 기자가 보고 기사를 쓰기 시작하고, 이슈가 되어도 좋겠죠.”

“알겠습니다.”


[원월드그룹의 내놓은 자식, 낙하산으로 들어오다. 분위기는 술렁]


지금도 내 이름으로 뉴스를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나오는 기사다. 태민그룹의 광고비로 먹고사는 언론사는 꾸준히 원월드그룹에 안 좋은 기사를 쓰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공식적으로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런 식의 견제로 서로 전쟁까지 가길 원하지 않았으니까.


신경을 긁어 몹시 화가 나게 하지만, 공격은 아니다.


‘그런데 왜 너만 긁어?’


서로 원하지 않는데 왜 저쪽만 선을 넘어야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가만히 있으면 호구다. 참는다고 멈춰질 일이 아니다.


똑같이 대응한다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서로 먹칠하는 사이 그룹 이미지만 실추시키고, 다른 누군가가 이득을 취할 뿐이다.


하려면 더 지독하게, 다시는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도록 한다면 대부분은 조용해진다.


‘시작은 네가 먼저 했으니까.’


나라고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누가 더 더럽게 나갈 수 있는지 보자.


미친 척 하는 놈은 진짜 미친놈을 이길 수 없다.


이건 진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가 마이웨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 +8 20.10.02 916 0 -
공지 연재일정 공지입니다 20.09.06 6,080 0 -
36 35화 불가능한 시도 (5) - 1부완 +5 20.10.02 1,886 48 13쪽
35 34화 불가능한 시도 (4) +6 20.10.01 1,989 57 14쪽
34 33화 불가능한 시도 (3) +7 20.09.30 2,221 65 10쪽
33 32화 불가능한 시도 (2) +4 20.09.29 2,572 77 12쪽
32 31화 불가능한 시도 (1) +9 20.09.28 3,189 78 15쪽
31 30화 업보는 너의 것 (5) +8 20.09.25 3,531 89 18쪽
30 29화 업보는 너의 것 (4) +11 20.09.24 3,640 97 13쪽
29 28화 업보는 너의 것 (3) +6 20.09.23 3,943 104 10쪽
28 27화 업보는 너의 것 (2) +6 20.09.22 4,299 104 11쪽
27 26화 업보는 너의 것 (1) +4 20.09.21 4,791 100 13쪽
26 25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5) +11 20.09.19 4,808 104 9쪽
25 24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4) +3 20.09.18 4,701 107 12쪽
24 23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3) +4 20.09.17 5,021 111 16쪽
» 22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2) +4 20.09.16 5,409 115 12쪽
22 21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1) +4 20.09.15 6,155 130 12쪽
21 20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5) +5 20.09.14 6,150 144 14쪽
20 19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4) +4 20.09.13 5,963 146 10쪽
19 18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3) +8 20.09.12 6,203 141 13쪽
18 17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2) +8 20.09.11 6,412 142 11쪽
17 16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1) +6 20.09.10 6,919 137 10쪽
16 15화 소비자의 입맛 (5) +10 20.09.09 6,881 144 12쪽
15 14화 소비자의 입맛 (4) +7 20.09.08 6,927 171 16쪽
14 13화 소비자의 입맛 (3) +7 20.09.07 7,232 141 8쪽
13 12화 소비자의 입맛 (2) +6 20.09.06 7,550 150 12쪽
12 11화 소비자의 입맛 (1) +4 20.09.05 8,188 158 9쪽
11 10화 삼겹살 가격의 진실 (5) +7 20.09.04 8,602 163 9쪽
10 9화 삼겹살 가격의 진실 (4) +6 20.09.03 8,953 181 16쪽
9 8화 삼겹살 가격의 진실 (3) +6 20.09.02 9,374 18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