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OON™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가 마이웨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JOON™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26 16:01
최근연재일 :
2020.10.02 11:2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52,739
추천수 :
5,122
글자수 :
192,285

작성
20.09.13 11:20
조회
5,963
추천
146
글자
10쪽

19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4)

DUMMY

19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4)



“여기 와본 적 있습니까?”

“예, 본부장님! 저는 아주 어릴 때 한번 와본 적이 있습니다.”


나는 컴퓨터 PB 상품을 기획할 담당자를 끌고 용산 전자상가를 찾았다.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이곳에 올 수 있었다.


‘여기도 많이 변했군.’


전자상가 건물은 이제 지어진 지 삼십 년도 지나 내가 일할 때보다 훨씬 을씨년스러워진 분위기가 됐다. 내가 일할 때부터 재개발 얘기가 진행 중이더니 정말로 허물어버리고 공사 중인 구역도 있다.


“보시는 대로 휑하죠? 요즘에는 오프라인 판매로 먹고사는 점포는 없습니다. 온라인 판매가 주력이 되어 직접 손님을 받을 일이 없죠.”

“네, 우리 전자제품 코너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입니다.”

“그래도 여기가 거기보다 매출이 높습니다.”

“윽.”


아무리 상품이 진열이 잘 되어있어도 우리 마트의 전자제품은 인기가 없다.


“그런데도 찾아오는 사람은 컴퓨터를 제값 주고 사지 못한다고 보면 됩니다. 일단 눈탱이를 치고 보거든요. 좋은 먹잇감이다 이거죠.”

“네에···.”


나는 강 비서와 PB 상품 담당자를 끌고 전자상가 안으로 들어갔다. 상인들은 우리가 오든 말든 열심히 컴퓨터를 조립하고 박스에 포장하고 있었다.


“여기 용팔이들은 임금, 임대료, 수수료, 배송료 등. 늘 저런 걸 붙여 상품 정가에서 올려 팝니다. 온라인 검색으로 한 상품의 가격이 십만 원이라고 보고 옵니다. 하지만 용팔이가 부르는 건 십삼만 원이죠. 이래도 되는 동네입니다.”


한 부품에 그만큼 올려받으면 각종 부품의 합은 또 가격이 얼마나 올라가겠는가? 이들은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인건비와 각종 비용을 쓰면서도 과자에 정가가 천 원이라고 적혀있으면 천 원에 파는데 말이에요. 뭔가 이것과 비슷한 것이 있는데 아시겠습니까?”

“그건···.”


PB 상품 담당자가 대답하지 못하자 이번에는 강 비서에게 화살을 돌렸다.


“강 비서는 알고있습니까?”

“시장입니다.”

“아!”


맞다. 상인이 마음대로 상품의 가격을 정해 판매하는 자리. 시장이었다.


대형마트 나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생필품을 책임져주었던,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외면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가짜 저울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수산물시장의 상인들? 망해야 합니다. 한 철 장사로 직장인의 일 년치 월급을 버는 관광지의 상인들? 망해야 합니다. 불법으로 노점을 꾸려서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모두 자기 주머니에 챙기는 상인들? 역시 망해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네에, 당연히 그렇습니다.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만 손해 보는 거 아닙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갈수록 돈 쓸 곳이 많아지는 소비자는 자신을 벗겨 먹으려는 행태를 받아줄 여유도 없습니다. 소비자는 이미 시장보다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라져야만 할 곳이고, 그 방아쇠를 당신이 당기는 겁니다.”

“예···.”


내가 전자상가 안에서 용팔이 용팔이 하며 길을 걸으니 따가운 시선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뭐 어떤가. 용팔이를 용팔이라고 하는데.


“조만간 이 전자상가도 허물 예정이라고 합니다. 비싼 동네에 오래도 붙어있었죠. 앞으로 이들이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그렇군요. 없어지는군요···.”


전자상가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PB 상품 담당자의 목소리는 작아진다. 하지만 눈만은 주변을 분주하게 둘러본다. 그는 지금 눈에 보이는 모든 걸 흡수하는 듯했다.


“내가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혹여라도 당신이 이들의 밥줄을 끊어놓는다는 등의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나는 PB 상품 담당자의 어깨를 잡아 세웠다. 그리고 두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최선을 다하세요. 가성비가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드십시오. 그런 고민마저 상품에서 덜어서 십 원이라도 더 싸게. 예술적으로 가격 거품을 덜어낸 상품을 보여주세요. 나머지는 제 책임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대형마트와 이들이 공생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누군가는 이득을 보려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한다.


대형마트도, 이들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 오롯이 소비자만 당해야 한다. 나는 그게 싫다.


열심히 일해서 받은 월급은 정말 그들이 원하는 곳에 사용한 후 잠시나마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나는 돈을 빼앗고 싶지 않다. 동등한 가치의 교환을 바란다.


그게 내가 원하는 세상이다. 나의 사람들, 내 그룹의 직원과 그 가족들 그리고 내 그룹의 상품을 사랑할 소비자들.


그들이 모여 살 세상. 바로 그게 나의 지향점, 나의 왕국이다.


나는 나의 왕국을 위해서 산다.


용팔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지는 모른다. 관심 없다.


우리가 진입할 수 없는 특수한 분야의 조립 컴퓨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도 있고,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 진입이 의미 없는 부분. 혹은 전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직업은 사람의 수만큼 많이 있는 거니까.


그러니 미안하지 않다. 전혀!


“당신은 이거 하나만 기억하세요.”


착한 용팔이는 죽은 용팔이뿐이다.




“부르셨습니까.”

“네. 총무팀장님, 우리 얼굴은 처음 보죠? 앉으시죠.”


용산에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집무실로 찾아온 감사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지 오십대로 보이는 나이치고는 왜소했지만, 건강한 몸매를 가졌다.


‘그리고 약간 신경질적인 인상. 아니 깐깐한 건가?’


나머지는 대화를 통해 알아가 보자.


“네, 그런데 어떤 용무이신지···.”

“몇 가지 확인차 불렀습니다. 총무팀에서 원월드마트의 내부계약을 담당하는 거로 알고있습니다. 맞습니까?”

“네, 그게 총무팀의 일입니다, 본부장님.”


총무팀은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한 많은 일을 한다. 직원들의 사무 지원부터 각종 문서, 지침, 공문을 관리하고, 시설관리와 각종 근로계약, 공사, 용역 계약까지 담당한다.


그래서 총무팀은 사업팀만큼이나 일이 많은 곳이다.


“그 계약의 대원칙이 제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가이드라인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예···. 새겨듣겠습니다.”


팀장님께서는 기분이 나빠 보이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그룹의 후계자인데.


“앞으로 모든 계약은 계열사를 우선합니다. 계열사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때는 계열사에 요구하여 기준을 올리게 하고, 그때까지 기존 계약을 유지하거나 기다립니다. 관련 계열사가 없는 경우에만 외부 계약을 인정하겠습니다.”


말하면서도 지켜질까 싶은 기준. 당장은 크게 삐걱거릴 수밖에 없는 방식.


하지만! 정착하면 그때부터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삼층의 구내식당, 일 층의 카페테리아, 이 층의 어린이집과 헬스장, 법인차량 렌탈 등 계열사를 통하지 않은 기존 계약을 조기 종료하고 재계약을 하는데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식으로 그룹의 자금이 밖으로 흐르지 있지 않았다면, 그 돈이 모두 태민그룹과의 전쟁자금으로 쓰일 수 있었을 거다. 내가 오기 전까지 흐른 시간이 괜히 아깝기만 하다.


“협조요? 하지만 본부장님, 그건 저희 팀의 업무입니다.”


총무는 총무팀에서. 그건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원래 제 할일을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감사팀이란게 있는 거니까. 이번에는 내가 그일을 했을 뿐이다.


“맞습니다. 총무팀의 일인데···. 제가 각 계열사의 계약을 하나씩 뒤져볼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수조사를 시켰고, 모든 계열사는 방금 말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계약을 검토를 시작합니다. 팀장님은 같은 회사에 있기에 제가 직접 말씀드리는 겁니다. 모두 팀장님 덕분입니다. 참 감사합니다.”


나는 빙긋 웃었다.


“이제 가보세요. 정식 명령은 조만간 전략실을 통해 전달될 겁니다.”




“씨발···.”


김수현 본부장을 마주할 때까지는 참았지만, 총무팀장이 벌게진 얼굴로 욕설을 내뱉으며 지나갔다. 김수현 본부장의 밀폐된 방 밖, 집무실 앞에 앉아있는 황 비서도 안중에 없는 듯했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새끼가···. 부모 잘 만난 것밖에 없는 새끼···. 못 배운 새끼···.”


아직 젊고 청력이 멀쩡한 황 비서가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황 비서는 씩씩거리며 나가는 총무팀장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직접적으로 매출에 연관된 부서와 임직원이 대우받는다.


그래서 돈을 벌기는커녕 쓰기만 하는 재무팀이나 총무팀은 대접이 안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체질에 맞는 사람도 따로 있었고, 그들이 하는 일 역시 중요했다.


회사가 망하는 이유에도 매출이 시원찮아 망하는 예도 있지만, 내부 관리를 못해 망하는 경우도 잦을 정도였으니까. 회계장부를 엉터리로 작성하다가 걸리거나, 내부비리, 내부자거래, 내부자고발 등이 대표적인 예였다.


그들이 동시에 미쳐서 기업에 피해를 주려고 한다면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최악의 적은 내부에 있는 아군이었다.


“흐응···.”


황 비서의 입가에 담긴 미소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황 비서는 조금 전에 들은 말을 김수현 본부장에게 전달할 마음은 없어 보였다.


그건 확실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가 마이웨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 +8 20.10.02 916 0 -
공지 연재일정 공지입니다 20.09.06 6,080 0 -
36 35화 불가능한 시도 (5) - 1부완 +5 20.10.02 1,887 48 13쪽
35 34화 불가능한 시도 (4) +6 20.10.01 1,989 57 14쪽
34 33화 불가능한 시도 (3) +7 20.09.30 2,221 65 10쪽
33 32화 불가능한 시도 (2) +4 20.09.29 2,572 77 12쪽
32 31화 불가능한 시도 (1) +9 20.09.28 3,189 78 15쪽
31 30화 업보는 너의 것 (5) +8 20.09.25 3,531 89 18쪽
30 29화 업보는 너의 것 (4) +11 20.09.24 3,640 97 13쪽
29 28화 업보는 너의 것 (3) +6 20.09.23 3,943 104 10쪽
28 27화 업보는 너의 것 (2) +6 20.09.22 4,299 104 11쪽
27 26화 업보는 너의 것 (1) +4 20.09.21 4,791 100 13쪽
26 25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5) +11 20.09.19 4,809 104 9쪽
25 24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4) +3 20.09.18 4,701 107 12쪽
24 23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3) +4 20.09.17 5,021 111 16쪽
23 22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2) +4 20.09.16 5,409 115 12쪽
22 21화 우리가 싸우는 이유 (1) +4 20.09.15 6,155 130 12쪽
21 20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5) +5 20.09.14 6,150 144 14쪽
» 19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4) +4 20.09.13 5,964 146 10쪽
19 18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3) +8 20.09.12 6,204 141 13쪽
18 17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2) +8 20.09.11 6,412 142 11쪽
17 16화 용팔이가 없는 세상 (1) +6 20.09.10 6,919 137 10쪽
16 15화 소비자의 입맛 (5) +10 20.09.09 6,881 144 12쪽
15 14화 소비자의 입맛 (4) +7 20.09.08 6,928 171 16쪽
14 13화 소비자의 입맛 (3) +7 20.09.07 7,232 141 8쪽
13 12화 소비자의 입맛 (2) +6 20.09.06 7,550 150 12쪽
12 11화 소비자의 입맛 (1) +4 20.09.05 8,188 158 9쪽
11 10화 삼겹살 가격의 진실 (5) +7 20.09.04 8,603 163 9쪽
10 9화 삼겹살 가격의 진실 (4) +6 20.09.03 8,953 181 16쪽
9 8화 삼겹살 가격의 진실 (3) +6 20.09.02 9,374 18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