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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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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26 16:01
최근연재일 :
2020.10.02 11: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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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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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2,285

작성
20.09.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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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글자
12쪽

12화 소비자의 입맛 (2)

DUMMY

12화 소비자의 입맛 (2)



“팀장님, 원월드푸드의 가공식품도 마트에서 판매하는데 여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으십니까?”

“그쪽하고는···최초에는 합작으로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지향하는 바가 틀리고, 가격도 겹치지 않아서 지금은 각자 개발하고 있습니다.”


각자 개발이란 말을 하기에는 이쪽의 수준이 낮아 보이지만 일단 넘어간다.


“둘을 하나로 합치는 불가능합니까?”

“아무래도 힘듭니다. 그쪽이 원하는 제품과 저희가 원하는 건 너무 다르고, 어차피 가공식품인데 질을 따지다가 어설프게 가격만 올라간 상품이라고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희 제품을 더 많이 선택합니다.”


글쎄? 이건 그쪽 얘기도 들어봐야겠다. 요즘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살아가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현대사회는 문자 그대로 눈감으면 코를 베어 가니까.


먹어서는 안 될 것. 입어서는 안 될 것. 피부에 발라서는 안 될 것. 가까이해서는 안 될 것. 이런 것들이 천지다.


‘사 먹고 보니 발암물질이었던 것, 치즈 케이크인줄 알았더니 치즈향이 첨가된 식용유 덩어리, 따듯한 오리털 이불인줄 알았더니 오리털 5%가 들어간 솜이불.’


두눈을 부릅떠도 모든 부분에서 완벽할 수 없으니 알면서 당하는 그들은 호갱이다. 그리고···그들도 그들이 호갱인 것을 안다.


‘하지만 호갱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돼.’


호갱은 세세하게 살필 여력이 없다. 대신 그들은 크게 보기로 했다.


만약 어떤 사고가 터져 한 그룹이 문제가 된다면, 그 그룹의 물건 전체를 선택에서 배제한다. 대안이 있다면 그 선택은 평생을 가기도 한다.


‘그러니 시장을 선점하려면 신뢰를 주어야 해.’


오히려 영세한 사업자는 상관없다. 찍히면? 폐업하고 새 사업자명으로 새로 시작하면 그만이다.


‘내가 그런 업체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지.’


하지만 대기업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나는 원월드푸드가 하는 일이 사람들이 우리 그룹의 상품을 신뢰하게 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그런 리스크를 고려하고 있을까? 이대로 가다가는 보이지 않아서 더 무서운, 소비자가 그어놓은 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걸.


나는 지금 상상만으로 식은땀이 나려 하는데, 이들의 표정은 왜 이다지도 편안해 보이는 걸까?


“그리고 그쪽 제품은 마트에도 팔지만, 백화점에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희는 마트와 편의점에서만 판매합니다. 노리는 시장도 다릅니다.”

“···맛은 어떻습니까? 원월드푸드의 것이 조금 더 낫긴 합니까?”

“그건···그렇지만 정말 맛을 추구하고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는 그 윗등급의 상품을 선택합니다. 제가 보기엔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머리가 아파온다. 어쩌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 문제가 터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면 상황을 과대해석하고 있는 걸까?


“잘 들었습니다. 우선 추가적인 상품개발은 멈추세요. 팔리지 않는 상품부터 처리하고,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시간을 벌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상품을 보급형과 고급형으로 나누는 것도 괜찮지만, 저는 하나로 통일시키겠습니다. 편의점, 마트, 식음료 사업, 백화점 등에서 같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네에?”


역시나 내 말에 다들 놀랄 줄 알았다.


“대신 고급형 상품의 가격을 보급형에 근접하게 내릴 수 있도록 방법을 찾으세요. 최종적으로는 잘나가는 자체 상품은 모두 우리 공장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이익이 가장 높고, 안전하니까.”

“본부장님! 그건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진행 중인 일도 멈출 수 없습니다.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가공식품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말입니까?”

“저희 일은 계약을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중지시킬 수 없습니다. 위약금도 만만찮습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업체를 쥐어짜는 건 가능하잖아? 왜 나는 가능할 것만 같을까.


“그리고 저희 매출을 원월드푸드에게 주다뇨? 원월드마트를 걱정하는 건 저희뿐입니다. 일을 같이 해봐서 압니다. 원월드푸드는 원월드마트가 원하는 만큼의 상품을 소화할 능력이 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일감을 몰아줘서 공장을 증설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어차피 우리 계열사니까.


한번 증설한 설비는 쭉 쓸 수도 있다. 상품에 따라서 몇년 안에 비용을 회수할지도 모른다.


“또 있습니까?”

“그리고···. 사실 섭섭합니다. 그동안 저희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본부장님이 알아주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저희가 만든 시스템으로 상품을 확대하기 바쁜 타이밍에 제동을 거시니, 이렇게 되면 경쟁마트와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감정론까지 들고나온다. 만약 이들이 내가 손댈 것도 없이 일을 잘하고 있다면 왜 내가 개입하겠는가? 내가 미트센터 센터장처럼 리베이트를 챙길 것도 아닌데.


“팀장님, 저도 마트의 경쟁력을 높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리는 그림은 유통의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한계까지 높여서 모든 걸 그룹 안에서 처리되게 할 겁니다. 모든 것입니다.”


이걸 가장 잘하는 게 바로 재계서열 1위인 우주그룹이었다.


“거기서 마트의 역할은 소비자 뿐 아니라 납품업체, 편의점, 호텔, 레스토랑, 계열사, 자영업자나 경쟁사까지도 원하는 건 뭐든지 구해서 공급하는 허브가 될 겁니다. 예를 들면 적혈구 같은 거네요. 열심히 산소와 영양소를 배달해서 그룹이 잘 움직이게 하면 제 할 일은 다한 겁니다.”


수중의 돈이 외부로 나가는 건 최대한 막고, 외부의 돈은 악착같이 끌어모은다. 나는 앞으로 내가 넘어설 자들의 장점을 훔친다.


‘그리고 넘어선다.’


“자, 그러면 누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죠? 당신입니까?”


말해놓고 보니 팀 하나를 갈아엎는 수준을 넘는 리빌딩이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나야말로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은 필요 없어.’


나는 결심을 마쳤다.




불만스러운 표정의 가공식품팀 직원을 모두 돌려보내고 나는 회의실을 나왔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우리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하도록 문을 모두 닫고 황 비서를 찾았다.


“황 비서.”

“네, 본부장님. 회의는 잘 끝내셨어요?”


자리에 앉아있던 황 비서가 웃으며 대답했다.


“물어볼 게 있는데 모르면 알아내서라도 대답해주세요. 자세하게.”

“네···. 알겠습니다.”


나는 잠시 이 얘기를 황 비서에게 해도 될지 고민했다. 하지만 아직은 내 사람이 없으니 황 비서를 쓸 수밖에 없다.


“가공식품팀 팀장은 누구 라인입니까?”


라인. 회사의 조직도와는 다른 비공식적인 인맥망을 뜻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어느 회사에도 존재하고, 많은 직장인의 기운을 다 빼먹는 암 같은 것이다.


“이지효 팀장이라면···서울대 라인입니다. 그리고 대표이사님 라인입니다.”

“대표이사의 라인은 또 누가 있죠?”

“총무팀장과 판매본부장이 같이 골프를 치러 다닌다고는 들었습니다.”


나는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제가 오기 전의 매입담당 본부장은 누구 라인이었죠?”

“그분은 다른 라인이었습니다. 그 라인은 이번 인사이동 때 대부분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내가 라인을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라인이 비공식적인 지시체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상사인 내 지시와 라인의 지시가 상충할 때 누구의 말을 따를 것인가?


당연히 내 지시를 따르는 게 맞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당연한 게 지켜지지 않는 일이 잦았다. 나는 내 지시가 무리했던 만큼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확률은 황 비서의 대답을 듣는 순간 50% 이상으로 올라갔음을 직감했다. 아니길 바라지만 원래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 법이니까.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고마워요, 황 비서.”

“아, 본부장님. 드릴 말씀이···.”


돌아가려는 나를 황 비서가 붙잡았다.


“얘기하세요.”

“노조 위원장이 재차 면담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본부장님이 해고한 직원의 복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끝나 기억 속에 묻어버린 일이 튀어나오는 건 썩 바람직하지 않았다.


“음, 흠···.”

“역시 계속 미뤄둘까요?”


내 눈치를 보고 황 비서가 물었다.


“예, 미안하지만 이번 일까지만 끝낸 다음에 만나자고 합시다. 아무래도 제가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생각하기 어렵네요.”

“알겠습니다.”

“미안합니다, 황 비서.”

“네? 아닙니다. 이게 제 일입니다, 본부장님.”


나는 손을 저으며 말하는 황 비서를 뒤로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물론 강 비서는 그림자처럼 내 뒤를 따라왔다.


“강 비서.”

“네.”

“강 비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자체상품 라인을 하나로 줄이는 거 말입니다.”


강 비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저가 라인과 고가 라인을 함께 판매하는 건 좋은 전략입니다. 세계적으로 통하는 사례가 많으니 거기서 벤치마킹했음이 틀림없습니다. PB 상품 전략 자체가 해외의 PL상품(Private Label Product)에서 발전된 것입니다.”


나는 경영학 강의를 듣고자 물은 게 아니다.


“내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합니까? 왜 이번에는 전략실의 의견이나 시정해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직원들 앞에서 본부장님의 권위를 낮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 체면을 살려주기 위함인가.


“단지 그 이유뿐이라면 지금부터는 얘기하겠군요.”

“아닙니다. 본부장님은 두 차례 독자적으로 일을 진행해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아직은 제 재량으로 유보하고 있습니다.”


헛웃음이 나왔다. 이자의 눈을 통해 아버지의 감시를 받는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당신 재량입니까.”

“라인 정보는 왜 알고 싶어지신 건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이 팀장은 ‘아주’ 훌륭하게 마트의 매출과 이익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 동기의 근원이 어디인지 확인해봤습니다.”


그리고 대표이사까지 어서 날려버려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팀장의 뒤에 대표이사의 입김이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아닙니까?”

“통계적으로는···그렇군요, 본부장님이 맞습니다.”


분기별로 받는 평가에 목숨을 거는 인종, 그게 임원이다. 그 역시 본인 모가지를 최우선 했을 뿐일 거다.


‘자신의 임기 때 이익률이 적자가 되는 걸 피하고 싶었겠지.’


그러나 그들이 잘 살아남는다고 회사도 살아남는 건 아니었다. 둘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회사의 체력과 힘을 흡수해 끊임없이 증식해, 결국 회사를 망가뜨리는 질병. 나는 이것을 꽤 잘 알고 있었다.


암이다, 암. 언제부터인 우리 김씨 가문 사람의 목숨을 집어먹는 병.


암은 숙주와 공생을 고려하지 않는다. 오직 탐욕스럽게 자신을 늘리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병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회사의 암이었다.


그러니 아무 죄책감 느끼지 않고 나도 내 모가지를 위해 쳐버리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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