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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아르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 최강의 악당은 인생 2회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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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아르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8
최근연재일 :
2023.06.12 10:42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190
추천수 :
143
글자수 :
166,086

작성
23.05.24 13:57
조회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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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인류 최강의 악당은 인생 2회차를 시작한다. 18

DUMMY

다음날 현준은 집사인 최하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각성자 아카데미로 향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하실 일이 하나 더 있군요.”


아카데미의 정문 입구에서 내리기 전에 개인용 타블렛으로 작성하던 전자 문서 하나를 넘겼다.


“음? 이건?”


“집 지하실을 좀 사용하려고 합니다.”


“훈련실인가요? 거기다 다른 쪽도 사용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네. 한쪽은 훈련실이고 나머지 한쪽은 약재실로 쓸 생각입니다.”


“상당한 추가 지원이 필요한 사안이군요. 하지만 건한그룹에서 이 정도 지원을 해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시겠지만 현준님에 대한 지원은 이미 상당한 수준입니다.”


정확히는 9등급에도 오르지 못한 루키에 대한 지원 치고는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준은 그럼에도 확신하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추가로 그쪽에 공개해야 할 자료도 아래쪽에 따로 정리해 뒀죠.”


현준의 말에 최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해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동생분의 각성 소식은 최대한 숨기겠다고 하신 것 아닙니까?”


“기업의 입장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스폰서가 붙어서 이제 상관없습니다.”


건한그룹이 아무리 대단해도 성황청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현준과 어울리(?)는 중인 일리시아가 성황의 딸이라는 점은 아직 대외적으로 비밀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완전한 비밀은 없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현준은 이쪽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건한그룹쪽에 일리시아와 친밀감을 유지중이라고 하세요. 무리 없이 추가 지원을 얻어 낼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건한그룹이라면 일리시아가 성황의 딸이라는 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위치다. 그리고 그런 인물과 인맥을 쌓고 있는 현준이라면 이 정도 추가 요구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일단. 노력해 보겠습니다.”


“믿고 있겠습니다.”


현준이 담담하게 말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정문을 통해 아카데미 내부로 들어갔다.


[일리시아를 껄끄러워하는 줄 알았는데?]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마음속 존재가 말을 걸어왔다. 들려오는 목소리, 의념을 보니 화는 많이 풀린 것 같다.


‘맞아. 사실은 지금도 많이 껄끄럽다.’


[그런데 이용하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제대로 이용하고 있잖아?]


‘그거와 이거는 다르니까.’


피식 실소를 흘리며 현준이 품속에서 짙은 푸른색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플렌 C도 확실히 준비해 뒀구나.]


‘그래. 그년이 무슨 의도에서 나와 접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친구 먹었으니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어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현준이 들고 있는 카드는 성황청에서 일부 고위 인사들에게만 지급하는 블루문 카드다. 현금 무제한 인출에 사용자 신변보호까지 되는 암행어사의 마패와 비슷한 물건이다. 그런 카드가 지금 현준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돈이 필요하다는 현준의 말에 일리시아가 아무 고민 없이 냉큼 내민 카드를 현준도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표정을 지으며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블루문 카드는 사용처를 묻지도 않고 사용한도도 거의 무한에 가까운 카드인 만큼 건한그룹에서 추가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해도 지하실은 계획대로 개조, 증축할 생각이다.


[그런데 일리시아라는 수녀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카드를 대뜸 너한테 넘겨준거냐?]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고 있던 현준의 움직임이 삐꺽거리며 고장난 기계처럼 멈췄다.


‘어··· 글쎄. 그냥 아무 생각 없었던 것 아닐까?’


[크흐흐···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병신이겠지.’


[알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으음··· 하지만 너무 귀하게만 자라서 경제 관념이 없을 수도···’


말을 하면서도 아무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현준이 말을 멈췄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파악한 그녀는 인간의 기준으로는 최상위에 들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너에게 접근한 것도 아닐테고 아무 생각없이 그런 지원을 약속한 것도 아니겠지.]


현준은 부정할 수 없었다. 실제로도 일리시아가 의도적으로 접근해 왔다는 점은 그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과연 이용당하는 게 누구일까 궁금하구나. 하지만 급할 건 없겠지. 골수까지 빨아먹는 게 너일지 아니면 그녀일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테니까.]


마음속 존재의 말에 조금전까지 좋았던 현준의 기분이 바닥을 뚫고 수직 낙하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쁜 건 나쁜 거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일이다.


현준은 다음날 아카데미 행정처를 찾아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자원봉사? 뭔가 너 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것 같은데?]


‘말만 자원봉사지 실상은 실전 훈련이야.’


그라운드 제로는 신서울의 동쪽과 서쪽 그리고 북쪽에 각각 존재한다.


그라운드 제로는 거대 도시인 신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신서울에 열리는 차원균열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옮겨 놓은 장소다. 차원균열이 열리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열리는 위치를 밀어낼 수는 있기에 고안된 방법이다.


‘이번에 차원균열을 밀어 놓은 곳은 동부지역이지.’


현준의 출생지인 서부지역과는 완전히 반대쪽이다. 하지만 상황은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그리고 현준은 과거 그쪽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해본 경험이 있다.


‘아카데미 재학생이라면 자원봉사라는 이름 하에 그곳을 방문할 수 있지.’


방문하다고 해도 어차피 외곽중에서도 최외곽의 안전이 예상되는 곳에나 배치되겠지만, 운이 좋다면 흘러나온 하급 몬스터 한둘 정도는 실제로 처리할 기회가 생길거다.


[그라운드 제로의 동부지역? 그렇군. 뭘 노리는 지 대충 알겠어.]


‘흘러나오는 몬스터 따위에는 관심 없어. 하지만 이 기회에 얼음공주는 확보해 둬야지. 상한가가 확실한 주식은 저점 매수가 답인 법이니까.’


지금이라면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정도면 로또나 다름없다.


“어때 완벽한 계획이지?”


현준은 자신의 계획에 스스로 만족했다.



***



동부 그라운드제로의 외곽 건물.


반쯤 부서진 건물의 아래쪽에는 숨겨진 지하실이 있었다. 그곳에 고아들이 모여 앉아 몬스터가 물러가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들어 이상하게도 몬스터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뭔가 낌새를 느낀건지 지하실 주위를 배회하는 느낌도 들었다.


쿵··· 쿠쿵··· 쿠쿵···


실제로 지금도 근처에서 거대한 생물이 움직이는 울림이 지하실까지 선명하게 전해졌다.


벽이 흔들리고 우수수 천장에서 흙먼지가 흘러내렸다. 이러다 지하실이 무너지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다.


“훌쩍··· 흐읔···”


결국 지하실 안쪽에서부터 아이들의 흐느낌이 시작됐다. 그래도 나름 조심해야 한다는 건 아는지 필사적으로 입을 막으며 울음소리를 줄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더욱 비극적이다.


“하아···”


하지만 그런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곳이 무너지고 당장이라도 몬스터가 쳐들어올 것 같은 공포감보다 더 큰 문제였다.


“역시 이대로 버틸 수는 없겠지.’


어린 고아들을 이끄는 이곳의 수장은 작은 키에 붉은 더벅머리를 가지고 있는 소녀였다.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에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표정이었지만, 지금 그녀는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언니··· 나 목말라.”


“누나. 나도 그래. 우리 물 한 모금씩만 더 마시면 안될까?”


“둘 다 참아. 조금전에 마셨잖아.”


아이들을 이끄는 리더, 루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밖에서 돌아다니는 몬스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나쁘던 식량사정이 더 나빠졌다.


평상시에 최대한 식량과 식수를 모아두려 했지만, 애초에 사정이 좋지 못했으니 모아둔 분량도 적다. 그걸 아껴가며 버티고는 있지만 역시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 같다. 최악의 경우에는 여기 있는 아이들 중 태반이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전부 다 망할 것들이야! 몬스터 녀석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돌아다닐 생각이야. 또 상황이 이 모양인데도 그 잘난 각성자들은 다 어디갔고!’


속에서 열불이 터져 나왔지만, 화를 토해내면 이제야 간신히 잠잠해진 아이들을 다시 자극할까 두려워서 애써 마음속으로 다시 분노를 집어 삼켰다.


‘하아··· 최소한 식수라도 구하지 않으면···’


인간은 먹지 않고 일주일을 버틸 수 있지만 마시지 않으면 삼 일을 버틸 수 없다. 그러니 적어도 마실 수 있는 물은 확보해야 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지하실을 벗어나 지금도 몬스터가 활보하는 저 밖으로 나가야겠지만 말이다.


“쿤. 이도나.”


이름을 불린 아이 두 명이 각자 다른 표정으로 루시아를 바라봤다.


“이도나. 나 대신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


남은 음식을 배분하고 아이들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도나를 여기 남겼다.


“그리고 쿤은 미안한데 나하고 같이 밖으로 나가야겠어. 최소한 마실 물은 구해와야지.”


원래 고아들이 마시던 물은 두 건물 떨어진 작은 광장에 있는 우물에서 떠 왔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 질 나쁜 물이었지만 최소한 마실 수는 있는 물이었고 당연히 평소에는 지역 폭력조직들이 독점한 채 물을 퍼가려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돈 받고 있는 개새끼들이 없겠지.’


루시아는 애써 좋은 쪽으로 상황을 생각하려 했다.


그사이 쿤이라 불린 아이가 낡아 빠진 로브를 걸치고 벽에 기대 세워 놓은 허름한 창을 집어 들었다.


쿤과 이도나는 루시아와 함께 고아 무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쿤은 고아가 되기 전에 약식이지만 전투 훈련을 받은 적 있는 아이였다.


뭐 그래봐야 중형 이상의 몬스터와 마주치면 한끼 식사거리로 전락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이곳에서는 최고의 전력이다.


“우물로 가야 해. 이유는 알지?”


“그래.”


쿤도 그라운드 제로 출신의 아이 답게 겉으로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견 냉정하고 무뚝뚝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루시아와 함께 고아들을 지켜온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속정은 깊은 아이였다.


“그럼 부탁해. 쿤.”


“그래.”


쿤의 대답을 들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킨 루시아가 이번에는 자신의 등짐속에 비어버린 플라스틱 물병을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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