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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아르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 최강의 악당은 인생 2회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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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아르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8
최근연재일 :
2023.06.12 10:42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192
추천수 :
143
글자수 :
166,086

작성
23.05.17 21:10
조회
144
추천
5
글자
10쪽

인류 최강의 악당은 인생 2회차를 시작한다. 11

DUMMY

저주를 극복한 현준에게 더 이상의 방해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산책하듯 앞으로 걸어나간 그가 드디어 이 세상의 중심이자 숨겨져 있던 제단 앞에 이르렀다.


제단을 지키고 있는 반투명한 존재가 보였지만, 현준의 기운에 겁을 집어먹고 부들거리며 떨 뿐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현준은 주저 없이 제단의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이 세상의 기운이 응집된 세계석을 집어 들었다.


“이게 최종 보상인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걸 가져가면 지구와 차원균열로 연결되어 있는 이쪽 세계는 소멸한다.


“흐음··· 대충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알겠는데 말이야.”


과거의 성녀는 이것을 지구로 가져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멸망하고 부서진 세계의 조각이라 해도 어찌 되었든 하나의 세계가 자신의 모든 힘을 응축해 만들어낸 물건이다. 그런 물건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갔다가 훗날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던 게 분명하다.


거기다 이쪽 세계가 지구에 문제를 일으킬 여지도 없으니 쓸데없는 욕심을 부려 굳이 일을 만들 필요가 없었을 거다.


“다만··· 내 쪽에서는 그런 위험을 짊어지더라도 가져갈 이유가 있지.”


과거의 성녀는 지구가 소멸하고 인류 문명이 멸망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현준은 아니다. 그는 지구가 소멸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그러니 그런 결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소의 위험은 충분히 감내할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그래서 웃으며 자신의 마음속 존재에게 말을 걸었다.


“힘은 충분히 모은 것 같은데 어때? 아직 부족한가?”


거듭된 현준의 물음에 마음속 존재가 입을 열었다.


[이것도 네가 세운 계획인가?]


“새삼스럽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나는 처음부터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었는데 말이야?”


현준이 한쪽 입꼬리를 삐죽 올리며 실소를 흘렸다. 그러자 마음속 존재가 낮게 신음을 흘렸다.


“고민이 많은가?”


지금의 녀석은 과거의 현준이다. 현재의 현준이 돌아올 여지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이 존재에게 세계석을 주는 건 위험했다.


마음속 존재가 단정하는 순간 그것을 읽기라도 한 듯이 현준이 다시 말을 이었다.


“고민할 것 없어. 이걸 제대로 사용하면 너나 나나 다른 쪽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닐 테니까.”


현준의 말에 마음속 존재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이것도 네가 세운 계획인가?]


“계속 같은 말을 하게 하는군. 나는 언제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


마음속 존재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 ··· 계획이 없다고 했던 걸 사과하지.]


이번에는 현준이 마른 웃음을 흘렸다.


“그럼 시작하지.”


현준이 손에 들고 있던 세계석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주저없이 집어 삼켰다.



***




“으음···”


현준이 이마를 찌푸리며 눈을 떴다.


“여긴 또 어디야?”


눈을 뜨니 그는 어딘가의 제단 앞에 서 있었다.


[어디까지 기억하지?]


마음속 존재의 물음에 현준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쥐며 대답했다.


“어디까지 기억하냐고? 저주, 끔찍한 저주를 겪은 건 기억하는데 말이야.”


[글쎄··· 네가 기억하는 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만··· 뭐 상관없겠지.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


“중요한 거? 뭐지? 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그것보다 집중해라. 지금 넌 세계석을 집어 삼켰다.]


“세계석? 그건 또 뭐야?”


[원래 네놈이 계획했던 차원 균열의 보상이지.]


“내 계획? 아니 난 여기 보상이 뭔지 정확히 모르는데?”


과거 이곳을 공략했던 성녀는 저주로 잠들어 있던 사람들을 깨워서 함께 귀환한 걸로 유명한 거지 차원균열을 닫았거나 이쪽에서 뭔가를 지구로 가지고 가서 유명해진 게 아니다.


[글쎄다. 네놈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는 건 확실하군. 뭐 어찌 되었든 집중해라. 나와의 대화도 당분간은 할 수 없을 테니까.]


“대화를 못한다고?”


마음속 존재는 현준을 보조하는 존재다.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은 오히려 현준이 월등하지만, 그 외의 것들, 더 쉽게 말해 세계 이면의 것들은 온전히 마음속 존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나는 당분간 너를 도울 수 없다. 그러니 그 점을 항상 유념하면서 움직여라. 그리고 이제 곧 침식이 시작될 테니 그것도 대비해두고.]


“침식? 무슨 소리야. 나는 아직 아무 권능도.”


[권능은 이미 사용했다. 세계석을 너에게 귀속시키기 위해서. 지금도 작업이 진행중이지.]


“아니. 그러니까 난 그런 일에 동의한 적이.”


[시간이 없다고 했다. 침식을 준비해라···]


마음속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흐려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부서진 세계의 상황도 급격하게 변해갔다.


현준이 서 있던 멸망한 세계의 파편이 외곽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너진 잔해가 둥글게 회오리 치며 현준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뭔가 대단한 사고를 쳤다는 게 확실하군.”


현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되었든 차원 균열은 클리어 된 것 같다. 그러니 지금은 원래 세계로 귀환할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



도로 공원 주변에 마련된 임시 지휘소.


그 내부에서는 지금 거친 고함이 연신 터져 나오고 있었다.


고함이 어찌나 큰 지 막사 밖에서 뛰어다니는 요원들도 움찔거리며 놀랄 수준이다.


“서둘러! 빨리 움직이라고!”

“아직 사태 파악 못 했어? 그럼 할 줄 아는 게 뭐야?”

“침착하게 연습한대로 행동해! 못한다고? 그럼 할 수 있을 때까지 갈궈 줄까?”


2구역 도시 관리팀의 팀장인 도준혁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러가며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자기 할 일도 제대로 못하는 요원들의 멱살을 잡고 엉덩이를 걷어찼다.


이미 자신이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옷을 벗는 사태는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도준혁은 평생을 일해온 도시 관리팀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신서울이라는 이 도시에 자긍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니 적어도 피해규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에는 부족함이 없어야 했다. 후회를 남길 생각은 없었다.


“팀장님! 2구역 주위 10개 장소에 균열 제어장치를 임시로 설치했습니다!”


“파괴된 장치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가?”


“완전히는 불가능하지만, 당장 2구역에 추가로 균열이 열리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다행이군.”


균열 제어장치는 장치의 범위 안에서 새로운 차원 균열이 발생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미 만들어진 차원 균열을 없앨 수는 없지만, 추가로 차원 균열이 만들어지는 것은 막아야 하니 이것도 1순위 작업이기는 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말이야.”


하지만 지금 시급한 것은 추가 균열을 막는 게 아니라 이미 생겨난 균열을 막는 거다.


“5분 대기조는 어떻게 된 거야? 이미 도착하고도 남아야 하잖아? 왜 이놈들이 한 마리도 안 보이는 거냐고!”


수도방위 사단이 도착하는 것까지 기대한 건 아니다. 수도방위 사단이라고는 해도 신서울의 외곽에 위치해 있을 그들이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5분 대기조는 아니다. 그놈들은 이미 도착했어야 한다.


“이 개새끼들이 도대체 다 어디간 거냐고!”


“그게 출동 중에 R.P.와 교전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R.P.? 망할 것들! 그놈들 생각을 못했군!”


도준혁이 이를 갈았다. 상황이 하도 급해서 깜박했다. 그래 이 난장판은 애초에 그놈들이 일으킨 계획적인 테러다. 그 테러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당연히 이 난장판을 키워야 한다. 5분 대기조가 습격을 당하는 일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어야 한다. 아니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는 개뿔!”


5분 대기조가 하나도 아니고 2구역에만 최소 10개 팀이 배치되어 있을 텐데 그 모든 팀들이 모조리 공격을 받고 있다는 소리에 도준혁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많은 R.P. 녀석들이 도대체 어떻게 2구역까지 스며든 거냐?”


물론 혼잣말이다. 그의 부하들이 거기까지 알 수는 없다. 그건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수도방위국에서 알아야 할 일이다. 다만 제대로 된 수비병력도 없이 차원 균열에서 쏟아져 나올 이계의 생명체들을 상대해야 할 도준혁은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분명히 눈을 뜨고 있는데도 보이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하하하···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그렇게 정신줄을 놓고 있는데 이제는 환청까지 들렸다. 환호성이 들렸다.


“기! 기적이다! 이건 기적이야!”

“차원 균열이! 균열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허허허··· 그렇군. 좋은 일이야.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수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문제 해결이라니 말이야.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이대로라면 그가 옷을 벗지 않고도 끝날 수 있을 것 같다.


도준혁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허허거리고 있으니 부하 직원이 달려들어 그의 어깨를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팀장님! 진짜로 차원 균열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신 차리십쇼!”


“어? 뭐? 진짜? 진짜로? 정말이라고?”


상황이 참 다이나믹하게도 변한다.


신서울 제 2구역 도시 관리팀의 팀장, 도준혁이 현실부정을 그만두고 다시 상황파악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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