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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아르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 최강의 악당은 인생 2회차를 시작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투덜이아르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8
최근연재일 :
2023.06.12 10:42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187
추천수 :
143
글자수 :
166,086

작성
23.05.10 10:32
조회
413
추천
9
글자
11쪽

인류 최강의 악당은 인생 2회차를 시작한다. 01

DUMMY

똑··· 똑··· 똑···


차가운 무언가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차갑고 불쾌한 끈적거림이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익숙한 느낌도 들었다.


이건 피다. 머리 어딘가가 깨져서 피가 흐르는 것 같다. 하지만 현준은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안심하고 있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이정도 상처는 대단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건 아니다. 단지 두피를 긁힌 정도라면 흔하고 흔한 일이다. 그것보다···


“음···”


현준이 작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눈을 떴다. 자연스럽게 몸 상태를 확인했다.


“··· 여기는 어디지?”


[헛소리할 시간은 없을 것 같은데?]


현준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비웃음 가득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 자신에게만 들리는 목소리에 현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멍청한 질문이었어.”


그렇다. 그의 말처럼 지금은 1분 1초가 아깝다. 헛소리할 시간은 없다.


이건 꿈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다. 아니 애초에 예상 못한 상황 자체가 아니다. 이미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알고 머릿속으로 열심히 시뮬레이션까지 해왔으니 말이다.


“진··· 유진아 어딨니?”


현실을 인지하기 무섭게 동생부터 찾았다. 이미 해가진지 오래인듯 건물안은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래도 달빛이 있어 한치 앞도 구분 못 할 수준은 아니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눈앞을 가리고 전신이 욱신거리며 쑤셔 왔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바닥을 기다시피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찾았다. 자신이 살아오며 가장 후회했던 과거를, 이제는 바꿀 수 있는 현실이 되어 버린 과거를 바라봤다.


“유··· 유진아?”


동생이 보였다. 이제 기껏해야 세네살 정도의 아이다. 실제로는 다섯살이겠지만, 못 먹고 학대만 받은 아이는 깡마르고 제 나이보다 훨씬 작았다. 그 작고 마른 아이가 두려움 가득한 시선을 보이고 있었다. 방문 틈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 뿐 감히 다가올 생각을 못했다.


‘왜 저러···. 아···’


[뭔가 달라졌다는 걸 아는 거지. 아이들은 순수한 만큼 민감하니까.]


‘하지만···’


두려움 가득한 눈빛을 하고서도 결국 아이는 그에게, 현준에게 다가왔다.


“오··· 오빠. 많이 아파?”


그리고 말을 걸어왔다. 조그마한 손을 뻗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냈다.


“괜찮아. 그것보다 오빠 따라 나갈까?”


“어··· 어디로? 아빠가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동생이 조금 더 경계심을 보이는 것 같았지만, 현준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 보면 알아. 오빠 믿지?”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말 아닌가?]


‘닥쳐! 그거야 다른 놈팽이가 할 때고 친 오빠와는 아무 관계없어!’


[그러냐? 그런데 그렇게 살기를 내뿜고 있으면 그 귀중한 동생님께서 무서워하실 것 같은데?]


‘헉!’


다급히 고개를 돌리니 당연히 동생 유진이가 창백해진 안색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실수다. 명백한 실수였다.


“오빠가 미안해.”


“괘··· 괜찮아···”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알았으니 넌 좀 닥쳐!’


다급히 유진이를 토닥거린 후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허름한 가죽 가방에 대충 필요한 것들만 간단히 챙겨 나왔다.


[계획대로 할 건가?]


‘그래.’


현준은 차가운 눈으로 이제는 다시 돌아올 일 없을 장소를 바라봤다.


이곳은 빈민가인 신서울의 0번지구 통칭 그라운드 제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외곽에 있는 허름한 빌라의 꼭대기 층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라는 쓰레기가 그들을 학대하던 장소다. 생각 같아서는 전부 태워 버리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그럴 능력도 시간도 없다.


[지금 네가 가진 마력은 각성 전 일반인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일 거다.]


각성 전 일반인의 평균? 쉽게 말해서 마력이 거의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상관없다. 인류 역사상 최강이며 최악의 악당이었던 과거의 기억과 경험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 말이다. 조금만 시간이 주어지면 한번 갔던 길이니만큼 순식간에 그 경지를 회복할 자신이 있었다.


‘우선 그 놈이 오기 전에 013 보호소로 간다.’


[미안한데 서두르는 게 좋을 거다. 시간이··· 아무래도 조금 빠듯하게 돌아온 듯하니까.]


그렇지 않아도 아래쪽에서 1층 로비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름칠 한 번 하지 않은 강철 문은 끼이잌 거리는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빌라 전체를 울렸다.


5층짜리 빌라다. 규모도 꽤 있고 부서진 곳도 거의 없는 곳이었지만, 눈앞에 인류 최악의 위험지역인 그라운드 제로의 중심지가 있다. 아무리 가진 것 없는 인간이라도 이런 곳에 살고자 하는 자는 없다. 그렇기에 지금 이곳에는 현준의 가족만이 살고 있다. 이런 곳의 문을 열고 들어올 인간은 아비라는 이름의 저 찢어 죽여도 부족할 쓰레기가 전부다.


“오··· 오빠?”


동생인 유진이는 아래층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만 듣고도 새파랗게 질렸다. 현준도 과거에는 똑같았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지금은 저런 쓰레기를 놔두고 도망쳐야 한다는 점이 짜증스러울 뿐이다.


“쳇···”


현준이 짧게 혀를 찼다.


역시 현실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충분히 걸어 내려갈 시간이 됐어야 한다. 하지만 뭔가의 이유로 시간대가 조금 뒤틀렸다.


“움직이자.”


다급히 유진이를 등뒤로 들쳐 없고는 집 문을 열었다. 빌라 복도로 뛰쳐나갔다.


과거 그가 살던 빌라는 긴 복도로 집과 집 사이가 이어진 복도형 집단주택이다. 그리고 복도의 중앙에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다. 물론 엘리베이터는 멈춘 지 오래고 계단으로는 내려갈 수 없다.


[지금 마주치면 승산은 없다.]


그렇게 확인해 줄 것도 없다. 아버지라는 녀석은 상이병사다. 오른팔이 어깨에서부터 날아가고 왼쪽 다리도 쩔뚝거리고 있지만, 그래도 12등급의 각성 등급 중 9등급에 오른 각성자다. 마력을 사용하는 데다가 전투 경험도 충분한 이상 지금의 현준이 이길 확률은 없다.


‘상관없어. 처음부터 싸울 생각도 없었으니까.’


물론 정면에서 싸운다면 말이다. 다만 지금은 정면이 아니라 해도 싸울 생각이 없다.


“오빠?”


유진이의 목소리를 귓가로 흘리며 아파트 복도의 담벼락 위로 기어 올라갔다.


1m 조금 더 되는 높이였지만, 어른에 비해 신장이 작아진 만큼 꽤나 높아 보였다.


“유진아. 오빠 목 꽉 잡아 그리고 입 막고 눈 감아! 오빠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응···”


유진이가 뭐라 말 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느다란 팔이 목을 휘감고 푹하고 등뒤로 얼굴을 묻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불안하다. 동생의 손에는 힘이 없었다.


혹시 몰라 들고 온 가방에서 옷가지를 하나 꺼내 동생을 휘감아 등뒤로 둘러메고 허리에서 조였다. 그렇게 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옷가지를 하나 더 꺼내 또 한 번 휘감았다. 그러자 마치 포데기로 아기를 업은 듯한 모습이 되었다. 유진이가 가볍기도 하니 잠시 무게를 버티는 정도는 가능할 거다.


툭툭.


마지막으로 제자리에서 가볍게 한 두 번 뛰며 확인을 끝낸 현준이 이내 공중으로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툭하고 가볍게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휘잌.


짧은 바람이 스치고 아래층 복도의 담벼락이 보였다.


착.


두 손으로 담벼락을 움켜쥐며 한 차례 멈춰섰다.


‘크읔···’


저절로 비명이 흘러나왔지만 애써 참았다.


[그러고 보니 팔도 정상이 아니었군.]


두 손으로 잡는다고 했는데도 실제로 움직인 건 왼팔 하나뿐이다. 다만 이쪽은 사전에 알고 있던 부분이다.


‘오른팔은 부러졌으니까.’


왼팔 하나로 자신의 몸에 동생의 몸무게까지 지탱하니 왼팔이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 아파왔다. 하지만 현준은 묵묵히 다시 한번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다음층의 복도 벽을 움켜쥐고 멈춰 세웠다. 그렇게 반복하며 지상으로 내려섰다.


[아무리 마나를 사용한다지만 겨우 일곱살 아이가 5층 건물을 뛰어내려온 건가? 그것도 동생을 등에 업고 한쪽 팔로? 이거 참 재밌군.]


머릿속에서 반쯤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와장창. 챙강.


“야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애비가 왔다! 내가 분명히 내가 들어올 때는 다들 나와 있으라고 했어 안했어!”


위쪽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당연히 그것도 무시했다.


“유진아. 눈 뜨고 내려와.”


떨리는 손을 움직여 동생을 휘감고 있던 옷가지를 풀었다.


등뒤에서 내려온 유진이가 넘어질 듯 휘청거렸지만, 유감스럽게도 잡아줄 손이 없다. 오른손은 처음부터 부러져 있었고 왼손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미안한데 더는 업어줄 수도 잡아줄 수도 없어. 그러니까 알아서 잘 따라와야 한다. 일단 오빠 따라 움직이자. 알았지?”


“우리··· 여기서 나가도 되는 거야? 아빠가 화낼 텐데···”


그래. 지금도 저 위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다. 그러니 더 서둘러야 했다.


“유진아. 오빠 믿지?”


“어··· 믿어.”


“그래. 그럼 조금만 달리자!”


다만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할 시간은 없었다. 저 쓰레기가 언제 다시 아래로 내려올지 몰랐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앞서 걸었다. 비틀거리며 달려 나갔다.


“어서 와!”


“어··· 응···”


그러자 조금 망설였던 유진이도 다급히 등뒤로 따라붙었다. 현준의 귓가로 타닥 거리는 아이의 작은 발소리가 확실히 들려왔다.


[오래는 못 달릴 것 같은데?]


현준이나 유진이 모두 어린아이고 오랜 학대로 그나마도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다.


사실은 걷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현준은 애써 그런 현실을 무시하며 묵묵히 앞으로 내달렸다. 물론 실제로는 걷는 것과 달리는 것의 중간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이정도가 한계다. 그리고 어차피 멀리 갈 생각도 없었다.


반쯤 부서진 허름한 건물을 돌아 쭉 뻗은 길을 따라 움직이자 저 멀리 어둠속에서 빛이 보였다. 전기가 들어와 있는 건물이 있었다.


[저기가 목표인가?]


딱히 대답은 하지 않았다. 아니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그 불빛을 향해 걷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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