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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아키로스-라쿠이 노동자

웹소설 > 자유연재 > SF

Juyep
작품등록일 :
2016.01.03 14:01
최근연재일 :
2017.08.07 18:17
연재수 :
1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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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98
추천수 :
73
글자수 :
803,544

작성
17.08.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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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마지막.

DUMMY

비행장에서 200m도 안 되어 보이는 공터에서, 1000명은 되어 보일 정도로 많은 인원이 둘러싼 가운데 두 직책을 가진 사람이 마주보고 섰다.


“이제 모든 갈등을 끝냅시다. 한 사람은 노동자들의 대표로서, 또 한 사람은 사용자의 대표로서. 이제 두 패가 갈려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영원히 멈춥시다.”


문정유가 먼저 윤구철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윤구철은 그 손을 잡지 않고, 대신 한 마디 했다.


“하지만,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못하겠습니다.”


“예?”


갑작스러운 변심이라도 부린 것인지, 윤구철은 악수를 거부했다. 물론 그가 분쟁을 계속하자는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사장님은 사용자들만의 대표십니까?”


“···아!”


문정유는 자신의 말실수를 자각했다. 윤구철은 그의 말을 정정한 다음에야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사장님은 우리 모두를 대표하시는 분입니다.”


“이거, 결례를 범했습니다.”


“아닙니다.”


문정유는 스스로 그동안 겪은 일을 통해 자신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몇 년을 허수아비 노릇 하며 보낸 그는 윤구철이 보기에 아직 젊었다.


“일단 이렇게 있는 것도 힘드니, 안으로 들어갑시다. 워낙 누추한 곳이라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지만.”


“어디든 만족합니다. 들어가죠.”


윤구철이 문정유와 관서인을 뒤에 세우고 걷자 그 많은 인파가 빠르게 길을 비켰다.


“이거, 노동자 조직이 굉장히 잘 조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하. 식구들이 정말 잘해 줬습니다. 비협조적이었다면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웃으며 답한 윤구철은 그를 본관 건물로 이끌었다. 본관의 용병들이 거수경례를 하는 것에 역시 경례를 붙이고 들어간 둘은 로비에서 왼쪽으로 계속 이동했다.


“다른 사람들도 떨어뜨려 놓고 두 사람만 가는데, 뭔가 있습니까?”


“네. 뭔가 있습니다.”


윤구철은 뭔가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계속해서 윤구철을 따라갔으나, 보여주기로 한 것이 나타나자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저 사람은 뭡니까?”


“전 책임관입니다. 지금은 그저 실업자 신세지만요.”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난 이는 아주 비루했고, 다리가 휘기라도 한 건지 일어선 자세도 비뚤어져 있었다. 양팔을 용병들이 잡고 있었기에 앞으로 뛰어나갈 수는 없었으나, 그는 어떻게든 움직이려 휜 다리를 움직였다.


“정경석 책임관 말입니까?”


“맞습니다.”


“이사님이 아냐! 사장이라고!”


30m 정도 떨어져 보이는 곳에 있는 그는 문정유를 알아보고 절규했다. 그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애처로워 보일 지경이었다.


“아니, 그런데 왜 이렇게···.”


“아, 아시지 않습니까.”


아마도 그간 쌓인 노동자들의 분노가 담긴 구타를 당하고 저렇게 되었으리라.


“저 인간이 하도 이제만 이사를 찾아서, 제가 직접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이사가 아닌 사장님이 왔다고 말입니다.”


“어째서 당신이 온 겁니까? 감옥으로···.”


“감옥은 무슨. 이사가 감옥으로 가야지!”


윤구철은 저거 또 저러냐며 씨근거렸다. 정경석은 자기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려 몸부림쳤다.


“그리고 또 저 인간을 포함한 감독관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의논하기 위해서 온 거기도 합니다. 물론 해고하고 내쫓아야겠죠?”


“물론, 그렇습니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씻겨 주고는 내보내죠?”


“여기도 용수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닙니다. 정수되는 물은 한계가 있어 지하의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데, 이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 장차 이 단지를 철저히 재개발하겠습니다. 당연히 사용 가능한 물도 늘 겁니다.”


“오, 정말입니까?”


“일단 이곳 자체가 거대 건설 현장이라고 하기 부끄러운 수준으로 낙후된 곳입니다. 뜯어고칠 구석이 아주 많습니다.”


“그렇다면야, 마지막 자비라도 베풀죠.”


결국 감독관들의 거취는 그렇게 결정되었다. 감독관들 역시 못 볼 꼴을 당한 노동자들과 같이 일하고 싶어 하지는 않았고, 그렇기에 이 문제는 빨리 결정되었다.


“됐네. 정경석! 이제 너는 여기서 끝이야!”


정경석은 몸부림치는 것을 관두었는지 조용했다. 기어이 현실을 받아들인 것일까.


“결정되었으면 나가서 알려 주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죠.”


문정유는 어느 새 본관 앞으로 가려는 인파와 마주했고, 그는 제대로 단상에 오를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이 사실을 발표했다. 당연히 노동자들은 환호했고, 뒷줄에 있어 무슨 일인지도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던 이들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 듣고 같이 환호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죠?”


“그래 보입니다. 이런 현장의 상황을 몰랐다니 나도 문제가 많군요.”


“아닙니다. 누구 때문인지 아시잖습니까.”


그때 한 노동자가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왔다.


“감독관들을 해고한다면, 그럼 저 인간들을 당장 팰 수 있는 겁니까?”


“예? 그래도 그런 건 허락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온 노동자는 아쉬워하는 기색이었으나, 그래도 그 지긋지긋한 인간들이 떠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긍정적이었다.


“이것 이외에도 할 것은 아주 많습니다.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이야기해 드릴 수는 없으니 잠시만 길을 비켜 주십시오.”


문정유의 재개발 계획은 아직 노동자 대표인 윤구철과 의논하여 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것만 살짝 고지했다.


“좋은 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엔 믿어도 되는 거죠?”


노동자들은 그와 윤구철을 위해 길을 터주면서도 살짝 한 마디씩 했다. 물론 그는 이들에게 걱정 말라는 말만 했다.


“일단 우리 방으로 갑시다.”


윤구철은 그를 4호 내국인 숙소 3번대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여전히 바뀐 건 없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 바뀔 때도 됐죠.”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땀 냄새와 군대식 침상, 여기저기 널린 옷 등을 보며 그가 그렇게 말하자 방에 있던 주엽이 끼어들었다.


“오랜만이다.”


“네.”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을 봐서 그런 건지 주엽은 황급히 끌어안고 있던 여자에게서 떨어졌지만, 여자는 남이 들어오건 말건 그와 붙어 있고 싶은 모양새였다. 결국 문정유는 눈을 딴 데로 돌려야 했다.


“사장님은 여전하시지 않습니다. 갑자기 웬 낮술을 드셔서···.”


분명 들어올 때는 없었는데 어느새 온 건지 황인지가 그의 뒤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본 것도 아닐 텐데도 그가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니, 그전에 제가 술을 잘 안 한다는 건?”


“확실하지도 않은 말에 정보를 너무 술술 부십니다. 주사 상태의 인간이 대부분 그러죠.”


문정유는 늙은 노동자의 늙은 익살에 잔잔한 미소만 지었다. 어차피 자신도 40대인 이상 그런 것을 보고 유치하게 반응할 생각은 없었다.


“선생님은 사장의 직책이 안 두려우세요?”


“나는 어차피 내년쯤이면 일도 못할 처지다.”


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김동오가 그리 말했다.


“그러면, 윤구철 씨, 김동오 씨, 황인지···선생님, 주엽 씨, 주설희 씨 다 있는 겁니까?”


“타카하시는 오지 않았습니다. 구정현이도 아마 좀 있다 올 겁니다.”


“아까 비행장에 없었습니까?”


“화장실에 있습니다.”


정말 어떻게 된 건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구정현이 방문 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런데 그는 문정유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머리를 도로 넣었다.


“아, 긴장할 거 없어. 당신이 쓰는 방이잖아.”


문을 연 문정유는 문 뒤에 숨으려는 듯이 까치발을 들고 선 구정현을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구정현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말을 더듬거렸다.


“에···재판에서 이기신 겁니까?”


“맞아. 그러니까 돌아왔지. 걱정할 것 없다. 이제부터는 좋아질 테니까.”


그는 아직도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구정현에게 그렇게 말했다. 구정현은 이런 상황에서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가 결국 어설프게 빙긋 웃었다.


“그거면 충분하다.”


구정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그였지만, 사실 그라고 해서 더 잘 나아갈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아직 지구의 본사에 들르지 못했으며, 그렇기에 본사에 남은 이사들이 그를 배척하려 할 수도 있었다. 일단은 그들부터 어떻게 손봐야 할 터였다.


게다가 그 이후에도 수익을 걱정하는 주주들을 물리쳐야 할 것이며, 자금 조달과 그동안 땜질로 운영되었던 아키로스의 식량 공급, 전력 공급, 수도 공급도 이뤄져야 했다. 이 모든 것을 성공한다면 아키로스는 조금 더 발전하고 좋은 개발 행성이 될 것이었지만, 앞으로 남은 것들이 상당히 많았고,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지저분한 일처리도 정리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면 어떠한가. 문정유는 적어도 지금 순간, 노동자들의 환영을 받는 경영자였다. 회사의 기반인 노동자들이 이 모든 일에서 자신의 수발 역할을 해 줄 것이고, 그렇다면 역경도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


그는 일단은 지금 눈에 들어오는 것만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불확실한 완결입니다. 지금까지 읽어 주신 사람이 있는 것에 놀랄 뿐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낼 것들 중에서도 이곳을 거칠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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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17.08.07 61 0 9쪽
152 재판-9. 17.08.05 54 0 11쪽
151 재판-8. 17.08.03 65 0 12쪽
150 재판-7. 17.08.01 68 0 12쪽
149 재판-6. 17.07.31 68 0 12쪽
148 재판-5. 17.07.28 368 0 12쪽
147 재판-4. 17.07.25 63 0 11쪽
146 재판-3. 17.07.23 103 0 11쪽
145 재판-2. 17.07.22 67 0 12쪽
144 재판-1. 17.07.19 65 0 11쪽
143 4-7. 17.07.17 79 0 5쪽
142 4-6. 17.07.16 75 0 12쪽
141 4-5. 17.07.13 77 0 11쪽
140 4-4. 17.07.11 372 0 12쪽
139 4-3. 17.07.09 70 0 11쪽
138 4-2. 17.07.07 587 0 12쪽
137 4-1. 17.07.05 59 0 13쪽
136 3-45. 17.07.03 74 0 12쪽
135 3-44. 17.07.01 73 0 12쪽
134 3-43. 17.06.28 66 0 12쪽
133 3-42. 17.06.26 96 0 11쪽
132 3-41. 17.06.24 86 0 12쪽
131 3-40. 17.06.21 53 0 12쪽
130 3-39. 17.06.19 109 0 12쪽
129 3-38. 17.06.18 48 0 11쪽
128 3-37. 17.06.15 77 0 11쪽
127 3-36. 17.06.13 73 0 12쪽
126 3-35. 17.06.11 85 0 12쪽
125 3-34. 17.06.09 84 0 11쪽
124 3-33. 17.06.07 2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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