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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아키로스-라쿠이 노동자

웹소설 > 자유연재 > SF

Juyep
작품등록일 :
2016.01.03 14:01
최근연재일 :
2017.08.07 18:17
연재수 :
153 회
조회수 :
46,278
추천수 :
73
글자수 :
803,544

작성
17.07.1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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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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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4-7.

DUMMY

“자자, 이제 출발할 시간 다 되었습니다. 10시가 될 때까지 엔진 점화까지 마쳐 놔야 한다니까 여기 가까이 계시면 위험합니다. 여러분!”


주엽은 내려가서 관광객들을 몰아내고 윤구철이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출발 20분 전에 CP 직원 일동이 내려와 그들에게 고개를 숙였고,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인사였다.


이경태 연구원이 노동자 일동에게 달려와 출발 시간인 10시 정각이라고 말하는 순간, CP의 우주선의 엔진이 발화하더니 이내 치솟았다. 우주선의 이온 엔진은 특성상 강력한 후폭풍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가속이 붙기 시작하자 단숨에 하늘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엔진이 저거라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우리 모두 후폭풍으로 사라져 버렸을 겁니다. 경찰선이 뜨고 내릴 때 봤죠?”


일부 가까이서 이륙 장면을 보고 싶었던 이들을 향해 윤구철이 한마디 했다. 아마 엔진실 일을 돕다가 이를 알게 된 것 같았다.


“돌아갑시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모레에 CP가 내보내는 라디오를 청취하는 일 뿐입니다. 주파수는...이거 국가 설정 기능을 넣어야 하지 않습니까?”


“책임관 사무실에 있던 라디오에 그 기능이 달린 걸 봤습니다. 뜯기는 했는데 공간 문제로 바로 달지는 못하고, 따로 리모컨을 만들었습니다.”


연구원은 손바닥만 한 직사각형 물체를 내밀었다. 15개의 버튼 아래에 각각의 국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걸로 각 국가의 주파를 잡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역시 우주 라디오는 뭔가 특별하군요. 뭐, 우리는 꿈도 못 꿨지만.”


“저도 그렇습니다. 지하 생활은 아주 힘들었지요.”


둘은 허탈한 웃음을 나누었다. 그 뒤에 선 노동자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데이나가 가르쳐준 주파수를 맞추고 국가 설정을 독일로 바꾸자 정말로 독일어 방송이 들리기 시작했다. 통신탑에 달린 스피커에서 독일어가 들리자 그제서야 그들은 CP가 독일 언론사라는 것을 깨닫고 패닉에 빠졌지만, CP의 방송은 기본적으로 독일 내 외국인들을 위해 타국어를 지원했기 때문에 청취 언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비록 보이스웨어 목소리이기는 했지만, 그들은 타국에서 만든 방송을 자국어로 듣는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그리고 주엽과 윤구철이 우려했던 보복성 왜곡도 없었다. 그들은 주엽과의 인터뷰 내용을 잘랐을 뿐 그 이외에는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았다.


후일담으로, 라디오로 나오는 다큐를 모두 들은 이후 누군가가 어차피 라디오로 나올 거면 배경 촬영은 왜 했냐고 지적했다. 물론 그는 이 방송이 TV로도 나온다는 주엽의 지적을 듣자 입을 다물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이전의 공사를 재개시킬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점점 더러워지는 환경을 개선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있었기에 일부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건설 현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주엽은 그들의 청소를 도우면서도 한편으론 정경석을 계속 찾아갔다. 데이나의 앞에서까지 한바탕 한 그를 찾아가기는 이전보다 더 어려웠으나 다행히 이후 정경석은 달관한 건지 별 난동은 피우지 않았으며, 그냥 이사가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기만 했다.


“이제 사장님이 돌아오면 이 일도 슬슬 끝날 텐데 아직도 기대하는 거에요?”


“사장이 아니라 이사님이 돌아올 거다.”


“뭐, 언젠간 올 수 있겠지만 좋은 건 못 볼 텐데, 괜찮아요?”


“어휴······. 말하지 마라.”


대략 이런 식이었기에 주엽은 뭐라 정보를 얻어내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그의 말에 일일이 토를 달 수도 없었기에, 그는 그냥 정경석을 찾지 않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식량은 여전히 그들에게 도착했고, 넉넉하게 남아 있었다. 이제 문정유만 복귀하면 모든 것이 갖춰지는 것이었지만, 문정유는 데이나와 CP가 떠난 지 1주가 되도록 오지 않았다.


계속되는 문정유의 부재에 일부 노동자들은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윤구철은 그가 떠난 지 아직 3주도 되지 않았고, 재판은 그렇게 빠르게 끝나는 것이 아닌데다가 2심, 3심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좀만 더 기다리자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일단 예전과 같은 식량 부족 등의 문제도 없었고, 그 외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일단 가만히 있기로 결정이 났다.


그리고 그 결론이 난 지 다시 1주가 지났을 때, 주엽은 숙소 외벽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에는 점 하나가 떠 있었다. 점은 그의 시야에 점점 가깝게 들어왔고, 서서히 그 외형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주선의 하강 속도는 충분히 빨랐고, 지금쯤이면 이미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의 생각대로, 숙소 밖으로 사람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닌 척하면서도 오지 않을까 불안해했던 이의 귀환을 보러 비행장으로 뛰어나갔다.


“이제 오는가. 근데 또 저렇게 가까이 갔다간 위험할 텐데."


대기권을 타고 내려오는 그것은 분명 호르니세 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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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재판-9. 17.08.05 54 0 11쪽
151 재판-8. 17.08.03 65 0 12쪽
150 재판-7. 17.08.01 68 0 12쪽
149 재판-6. 17.07.31 68 0 12쪽
148 재판-5. 17.07.28 368 0 12쪽
147 재판-4. 17.07.25 63 0 11쪽
146 재판-3. 17.07.23 103 0 11쪽
145 재판-2. 17.07.22 67 0 12쪽
144 재판-1. 17.07.19 65 0 11쪽
» 4-7. 17.07.17 80 0 5쪽
142 4-6. 17.07.16 75 0 12쪽
141 4-5. 17.07.13 77 0 11쪽
140 4-4. 17.07.11 372 0 12쪽
139 4-3. 17.07.09 71 0 11쪽
138 4-2. 17.07.07 588 0 12쪽
137 4-1. 17.07.05 59 0 13쪽
136 3-45. 17.07.03 74 0 12쪽
135 3-44. 17.07.01 74 0 12쪽
134 3-43. 17.06.28 66 0 12쪽
133 3-42. 17.06.26 96 0 11쪽
132 3-41. 17.06.24 88 0 12쪽
131 3-40. 17.06.21 53 0 12쪽
130 3-39. 17.06.19 109 0 12쪽
129 3-38. 17.06.18 48 0 11쪽
128 3-37. 17.06.15 77 0 11쪽
127 3-36. 17.06.13 73 0 12쪽
126 3-35. 17.06.11 85 0 12쪽
125 3-34. 17.06.09 84 0 11쪽
124 3-33. 17.06.07 2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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