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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아키로스-라쿠이 노동자

웹소설 > 자유연재 > SF

Juyep
작품등록일 :
2016.01.03 14:01
최근연재일 :
2017.08.07 18:17
연재수 :
1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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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79
추천수 :
73
글자수 :
803,544

작성
17.06.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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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38.

DUMMY

"그렇게 쉬고 있어. 그거 지나치게 상대를 의식해서 그런 거야. 푹 쉬어."


하드시트의 팔걸이를 위로 들어내어 임시 침대로 만든 곳에 주엽을 엎드리게 해 놓은 채 윤구철이 한 말이었다.


정경석을 한 번에 해치우고 감독관들의 난동을 제압해 버리기는 했지만, 주엽은 그 이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힘이 다 빠져 폭삭 주저앉았을 뿐. 정말로 드라마에서나 있을 것 같았던 감정 폭발 장면을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고 생각하니 그는 허탈해했다.


"뭐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참 웃기죠."


"맞아. 우리가 해결할 수 있었어. 경호원 분들이 총을 못 드는 상황이라 확실히 어렵기는 했지만."


"그거 말고 전 감독관들이요. 우주선 내에서 이런 걸 해봤자 뭐 좋을 게 있다고."


"아마 너와 같은 심정이었겠지."


"저한테 복수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자세한 건 아무도 몰라. 입을 안 열거든. 무슨 목적이 있는 건 확실할 텐데. 그렇다고 당장 부려야 할 사람들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잖아."


윤구철이나 다른 지원자들, 그리고 경호원들도 이런 난리를 일으킨 사람들을 차마 그냥 부려먹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만약 그래서 정말로 전 감독관들이 작업에서 제외된다면 골치아픈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지원자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는 전 감독관들이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산출한 인원이었다.


"게다가 한 사람이 다쳤으니 이제 8명...어쩌면 이렇게 작업에서 열외되는 것을 노리고 한 것이 아닐까요?"


"그럴 리가요. 그랬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안 한다고 했을 겁니다. 실제로 안하겠다고 한 사람들은 여전히 하루 2끼라는 점을 제하면 아무 불이익이 없었습니다."


윤구철과 용병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지만 주엽은 끼어들 생각은 못하고 그냥 듣고만 있었다. 엎드린 채 턱을 하드시트에 대고 있는 자세는 말하기에 상당히 불편함을 주는 자세였다.


“뭐가 됐든, 지금은 사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단계는 아닙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식량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물론 저 양반들은 하나도 받지 못하겠지만.”


“그럼 완전히 강경하게 돌아서는 겁니까?”


“저희는 우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족하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움직임을 제한시키는 등 식구들과 같은 수준이 못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편의는 봐 줬는데...”


“알겠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어음은 갖고 계시죠? 믿을 만 합니까?”


“사장님이 구속 직전에 만들어 놓은 것이고, 구속당했을 경우 바로 회사 유보금에서 지불하라고 규정을 잡아 놓은 것이라 괜찮습니다. 그 코셔 클럽이란 데서 사장님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어쨌든 규정은 신뢰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없으면 준비하고 갑시다.”


그러나 그때 주엽을 보고 있던 분대원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의 상태를 보고했다.


“아, 여기 보호해 줄 사람이 필요해. 게다가 뒤통수 깨졌다는 게 덧난 것 같아. 며칠 되었다던 상처에서 피가 다시 흐르네.”


“허, 그 정도였습니까? 엎드려 놓았을 때는 없었던 것 같았는데!”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우주선 창 아래의 벽밖에 보지 못하고 있던 주엽의 시야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의 머리에서 다시 출혈이 난다는 소식에 놀란 모양이었다.


“아니, 근데 제 머리에 출혈을 어떻게...?”


주엽은 고개를 돌려 눌린 턱을 빼내어 겨우 말했다. 자신조차 자기 두피에 액체가 흐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그의 옆에서 그를 보고 있던 분대원은 이걸 금방 알아차렸다.


“의무병으로 겸직 뛰다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딱지 앉은 곳이 째져서 딱지 사이로 다시 피가 흐르는 건데, 붕대가 벌겋게 젖으려고 하는 걸 보니 틀림없을 겁니다.”


“그럼 뭘 해야 합니까?”


“사실 딱히 방법은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붕대를 새 걸로 갈아서 오염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최선일 뿐.”


자칭 전투원과 의무병을 겸직한 그는 어디 있는지 구급상자를 꺼내어 붕대 교체를 시작했다. 그의 머리를 살짝 손으로 들고 기존의 붕대를 풀어 버린 뒤, 뭔가 약통 같은 것에서 나온 액을 면봉에 발라 상처 부위에 톡톡 발랐다. 그리고는 붕대 대신 거즈를 상처 부위에 대고 테이프를 붙여 마무리했다.


“이 정도면 이걸로 되는데. 머리카락이 문제구나...”


상처 주위부를 손으로 톡톡 건드린 그는 곧 상자를 치우고 뒤로 물러섰다.


“하...이거 괜찮냐?”


“네. 뭐 쓰러지고 난 뒤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요. 정신이 없으니 고통도 못 느낀 것 같긴 한데, 지금도 많이 아프지는 않네요.”


“일어나서 행동할 수 있겠어?”


주엽은 대답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전반적으로 몸에 힘이 빠진 터라 손바닥을 의자 바닥에 대고 팔에 힘을 줘서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그래도 땅에 발을 대고 일어나 앉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동작이 좀 시원찮은데?”


“그래도 움직일 수는 있어요.”


윤구철은 주엽이 이미 괜찮다 괜찮다 하며 움직이다가 이렇게 더 크게 일을 벌이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이미 2번이나 전례가 있었으니 그의 마음도 주엽은 이해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다치면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하는 미숙아로 보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그래도 23세이니 성인이고, 그러니까 몸 상태가 어떤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그렇기는 하지...”


“이제 곧 도착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잠깐 쉬고 내리죠.”


다시 뭐라고 언질을 놓기 전에 그는 말을 딱 잘랐다. 기관장 겸 조종사가 이제 곧 하강을 위해 감속하겠다고 말한 것은 그로부터 약 5분 후였다.


"총기를 두고 올 수는 없겠습니까?"


"음...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내려놓을 수는 있습니다."


"총을 들고 내리면 협박으로 보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곤봉만 가지고 가겠습니다. 최대한 숨기도록 하죠. 다만 감독관 무리를 감시하는 당번은 총을 쥐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이윽고 역시 의외로 조용한 착륙 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아무렇게나 놓아 두었던 개인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화물칸은 감독관들이 들어가 있는데다가 개인 짐보다는 널찍한 중화기 등을 실어 놓는 데 더 적합했다.


"도착했습니다! 게이트를 개방합니다!"


착륙 소리가 의외로 조용하다고는 해도 역시 객관적으로 큰 편인 것은 맞았기에 기관장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고 그들은 출입구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위로 올라가 있던 출입구가 아래로 내려가고 바깥에 뭐가 있는지 보일 시점에, 레벤이 가장 먼저 발을 내딛었다.


"역시 여긴 사람이 없습니다. 비행장이 아닌 걸 감안해도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이 말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안전 확보 때문에 떨어져 있었던 것 뿐이었다. 레벤의 말과는 달리 이곳 구역의 노동자로 추정되는 인간들은 5분도 안 되어 이곳에 도착했다.


"거기 당신들! 왜 여기로 온 거요? 아니, 그 이전에 어디에서 온 거요?"


"이크, 역시 총을 가져올 걸 그랬나?"


가장 앞장서 달려나오는 이가 하필 자신들이 가둬 놓은 감독관들과 같은 색깔 작업복을 입은 것을 알게 되자 레벤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실상은 달랐다.


"감독관이 왜 여기 있소?"


결국 최대한 검열은 했지만, 여전히 자기 쪽이 적보다 사정이 좋지 않음을 생각하지 않은 채 레벤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관 차림의 남자는 친절하게도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감독관은 어느 현장에나 있지 않습니까? 지금이야 상당히 특별한 경우이지만."


"특별한 경우요?"


"노동자들이 이곳을 완전히 뒤집을 작정으로 폭럭을 동원한 파업을 실시한 지 보름이나 되었습니다. 게다가 사전에 미리 코셔 푸드 관계자들과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식량을 줄이겠다는 엄포도 놓지 못하고 있고, 전기나 수도 공금중단 등이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의 최대입니다. 게다가 본사와도 연락이 통 닿지 않고 있어요."


"아, 그렇다는 건, 아직 결판이 나기 전이긴 하지만 일단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다?"


"맞습니다. 아니, 그런데 그 이전에 일단 이곳에 왔으면 신분을 대는 것을 가장 먼저 해야 하시 않습니까? 누구시며, 어떻게 왔습니까?"


"그건 말하기 곤란한데. 아, 혹시 이 아키로스 행성의 구조를 아십니까? 만약 안다면 우리가 어디서 왔 는지 조금은 알 텐데."


젋은 감독관은 이게 무슨 의미의 질문인지도 모르고 그냥 곧이곧대로 하나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대화였다. 주엽을 제한 나머지 사람들이 냅다 달려들어 감독관의 온몸을 타격한 것이었다.


"에...왜 이러는 겁니까?"


"감독관이니까. 여기도 나름 노동자와 감독관들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는 건 여기도 우리의 초기 상황과 같다는 말 아냐?"


"그것만 듣고도 상황을 다 알아요?"


"확실하지는 않아. 하지만 보름 동안 폭력을 동반한 파업이 있었다고 했잖아. 뭔가 문제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해. 그리고 감독관들이 노동자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주체라는 것도."


그때, 저 멀리서 감독관 한 무리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작업복과 완장은 그들이 곧 감독관임을 알리는 표시였다.


"음...이러고 싶진 않습니다만, 총을 가져와야 하지 않을까요?"


"무력동원이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아니오. 약간 위협만 합시다. 사람 죽일 단계도 아니고."


"그렇다면 곤봉으로도 충분합니다. 애초에 그쪽이 총 내리고 가자 말하지 않았습니까."


경호원들은 최대한 숨겨두고 있었던 꺼내 들고 혹시 모를 폭력에 대비했다. 감독관들은 멀리서 보일 때와 같이 다행히 날붙이는 쥐고 있지 않았다.


"이게 뭐야?"


쓰러진 감독관을 아무도 숨기거나 치우려 하지 않았기에 이리로 온 감독관 무리는 당연히 가장 먼저 쓰러진 동료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운 그들은 윤구철 일행에게 따져 물었다.


"이게 뭐야. 왜 다짜고짜 사람을 때려눕혀?"


그러나 항의할 시간도 거기까지였다 달려온 감독관들은 10명에 불과했고, 경호원은 화물칸을 감시하는 인력을 제외한 2개 분대 총 14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인데, 여기서 감독관들을 잡게 생겼어."


"뭐라고?"


"우리는 코셔 푸드 쪽과 연락하러 온 것이니 감독관들과는 부딪히지 않으려 했는데, 그건 안 되겠습니다."


윤구철은 한숨을 쉬며 말했지만, 감독관들은 어이가 없어 서로 눈치만 주고받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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