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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형사刑事 이야기, 윤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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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6.12 09:43
최근연재일 :
2024.02.28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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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5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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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92. 뉴스 속보

DUMMY

*


“···흠.”


김민식은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랜턴을 켰다. 불빛이 밝았다. 뿌연 먼지가 다시금 일어났다. 정리를 한다고 하고, 먼지를 한 번 닦는다고 닦았는데도 여전히 많다.

짧은 시간 안에 모조리 처리하기는 조금 힘든 공간이었다.


다른 장소는 모두, 주인이 결벽증이라도 있는 것처럼 깔끔했지만. 이 창고 속만은 달랐다. 뭐, 노인 혼자 살면서 집 안의 모든 부분을 정말 깨끗하게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김민식은 창고 안을 살피면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 창고가 더러운 이유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았다.


정말로 박상혁, 혼자 살고 있는 저 노인이 기력이 없어서 여기를 더럽게 놔두었을까?


고용인을 부려서 집 안을 다 청소한다면, 그리고 굳이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부분을 청소하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말은 된다만.

사람을 부려 청소를 할 때 굳이 이 장소만 건드리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어차피 청소하는 데 돈이 든다면.

그게 아니라, 노인이 고용인을 쓰지 않고 직접 청소를 하는 거라면. 거실의 모든 부분은 서랍장의 밑단이나, 잘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조금의 먼지가 없게끔 정리를 하는 정도의 인간이.

기력이 없어서 여기만 청소하지 않는 게 말이 될까.


김민식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 둔 게 있는가, 랜턴을 켜고 그런 생각을 하며 샅샅이 뒤졌다. 쿵.


“······.”


그리고,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소리가 내부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바깥이라는 건, 창고의 밖이다. 자신이 지금 창고 안에 문을 열고 들어와서, 발을 딛고 있으니까 간신히 들릴 정도의 희미함이다.


김민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가.

진원지가 이 곳인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기색을 흘긋 살펴본다. 고개를 돌려서. 두런두런, 다시 어느새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들은 듯한 느낌은 아니었다. 창고 안에서 난 소리가 맞았다.


창고의 어디가 소리의 근원지인가.


김민식은 작은 책 꾸러미들을 틈도 없이 쌓아둔, 창고의 바닥을 살폈다. 무언가 물건이 무너진 흔적은 조금도 없다. 자신은 정리를 잘 해두었다. 그러나 소리는 계속해서 난다.


바깥도 아니고, 창고 안에서.


이 창고는, 분명히 건물의 구조도로 봤을 때 있을 리가 없는 공간이었다.


간신히 들어와 서 있을 정도의 공간이라는 걸 생각하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건물의 기둥 역할을 하는 두터운 외벽을 깎아서 굳이 왜, 이런 공간을 만들었을까. 이유가 없다면 불합리, 비효율의 극치이다. 건물의 안정성을 포기하고, 사람 한 둘이 간신히 서 있을만한 수납 공간을 확보한다?


그렇게 바보같이 리모델링을 하는 인간은 없다. 기왕 공사를 하고, 품을 들인다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할 테다.


이 집은 기이하다. 주인도 이상하고. 특히나, 먼지 구덩이 속에서 여전하게 나는 희미한 약품의 냄새. 추억 속에 인이 박혀 새겨진 그 약품의 미향微香은 착각할래야 할 수가 없는 종류다.


김민식은 다시 한 번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박상혁과 눈이 마주쳤다.


“······.”


언뜻 인자하던 노인의 얼굴이 굳어진 것도 같았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저 기분 탓일 확률이 높았고. 누구나 시종일관 웃고 있지는 않는다. 사람의 근육은 그렇게 되어 있지 않으니까. 웃는 얼굴로 박제를 해버린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결국 근육은 풀어지고 평범한 무표정일 때가 훨씬 많으리라.


그러나 노인의 눈빛이 조금 싸늘한 것 같다고, 김민식은 문득 생각을 했다.


김민식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는 랜턴을 켜고 이런저런 곳을 살펴보았고, 결국 물건을 다시 꺼내기로 했다.


자신이 차곡차곡 쌓아두어서 발 디딜 곳도 없게 만들었던 잡동사니 꾸러미들을, 다시금 천천히 바깥으로 꺼냈다.


“뭐가 좀-.”


바깥, 거실에서 노인이 말했다.


김민식이 대답한다. 허리를 굽히고 물건을 나르면서 말이다.


“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었고. 박상혁은 자리에서 슬쩍 일어선다.


*


“왜 그러십니까,”


윤계식이 물었고, 박상혁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김민식이 한참이나 창고에서 나오지 않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다.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는지. 노인의 얼굴 표정은, 인자하던 상에서 일순 굳어진 모습을 잠깐 보였다.


아주 찰나의 표정이었지만 윤계식은 보았다.

뭐, 세월이 지나가며 인생은 여러가지 일들을 인간에게 보여준다. 한 가지 감정만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도리어 미친 사람일 테였고.

실실 웃기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무표정일 때는 있는 법이다.


그러나 노인의 분위기가 순간 바뀌었다고 윤계식은 생각했다. 그건 오랜 시간 사람을 마주하고 관찰하던 그의 직감으로 인해 깨닫는 것들이었다.


박상혁은 찰나의 변화 끝에 다시금, 인자하게 웃는 따스한 분위기의 노인이 되었다. 박주영이 보았는 지는 알 수 없다. 윤계식은 노인의 걸음에, 자신도 천천히 일어나 그를 따라간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쿨럭.


박주영은 감기라도 걸렸는지, 난데없이 기침을 했다. 혹은 먼지 알레르기라도 있던가. 자기도 모르는 알레르기가 발견되거나, 생기는 건 의외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김민식은 부지런히 물건들을 바깥으로 뺐다.


박상혁은, 느릿하지만, 천천히, 조금도 멈추지 않고, 굳건히, 나아가서 김민식의 바로 뒤에 섰다.


턱.


허리를 굽힌 채, 고개를 숙인 채.

자기가 넣었던 짐들을 도로 빼는 김민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두툼한 손이다.


김민식은 그렇게 느꼈다. 살결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손만 맞잡아도 상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될 때도 있었고 말이다.

사람이 행해온 모든 것들은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그 왜,


질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물질 세계에서 자신이 행했던 것들은 모조리 기록이 되어 현재, 현실, 실재에 남는다.


등재登載라고 해도 좋다.


어느 사이비, 혹은 전설, 혹은 잡설이나 삼류 종교에서 등장할 법한 ‘아카식 레코드’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말이다.


사람이 노력했던 건 손에 흔적으로 남는다. 펜을 쥐었던 작가는 펜의 모양대로 굳은 살이 생기게 마련이고.

주먹을 쥐고 무언가를 때렸던 싸움꾼, 혹은 무도가의 너클 파트에는 굳은 살이 배기기 마련이다.


많이 맞았던 인간은 피부가 질겨지고, 살아남는다면 신체의 탄성과 강성이 조금 오를 지도 모른다. 무한하게 인체가 바뀔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단련이 되리라.

그런 것들은 모조리 흔적으로 남는다. 사람의 기억 역시 마찬가지이고. 몸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 번 잃어버렸던 순결을 다시 되찾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남자던, 여자던 말이다.


신체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비유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렇다. 첫 입맞춤. 혹은, 처음으로 가슴 설레는 어떤 작품을 읽거나, 본 일. 처음 기타를 잡고, 음악을 제대로 연주해본 일.


그런 것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기억을 완벽하게 잃어버린다면, 정신적으로는 깔끔하게 지울 수 있으리라. 육체적으로는 흔적이 또 남겠지만.


한 번 깨진 도자기는, 완벽하게 녹여서 재활용해 새로 만들지 않는 이상에야 붙을 수 없다. 신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요즈음의 과학 기술을 본다면 또 혹시 모르지만. 요지는, 일단 변화한 것은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그건 다시 그 옆에 있는 물질에 영향을 미치고.


이미 발생한 일이란 건 엄정한 기록이라, 현실에 흔적을 남기고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을 묘사하는 많은 철학자던 과학자던, 있지만.

그들의 복잡한 사색과 사변을 차치하고서.


시간은 그저 앞으로만 흘러가지 않겠는가. 만물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어제는 돌아오지 않고. 사람은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박상혁의 손은 김민식의 어깨에 닿았고, 김민식은 분명하게 인지했다.


아주 두터운 손이었다. 얇은 셔츠 너머로 조금 힘을 주는데, 그 악력이나 근육이 느껴지는 듯했다. 피부가 질기고. 단단한 손이다. 단련되어 있다고도 느껴진다.


착각일까, 순간 생각했지만 선명하게 와닿는 질감을 잘못 알기도 어렵다.


내가 이 노인과 손을 맞잡은 적이 있던가?


김민식은 잠깐 생각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지금은 노인의 신체와, 힘을 느꼈다. 김민식은 굽은 등을 하고 아래를 보던 자세에서,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은 자, 는 박상혁이다. 인기척을 느끼고 짐작했던 듯이.


윤계식의 손이라고 하면 차라리 자연스러울텐데.


힘없는 노인이 비식, 웃으면서 물었다.


“그만 치우게.”

“예?”


김민식은 멍청하게 되물었다.


박상혁은 웃는 낯을 지우지 않는다.


툭, 툭.


가볍게 손 끝이, 피부만 살짝 닿아서 그의 어깨를 격려하듯 두드렸다. 아까의 질감은 착각이었나, 싶을 정도로 가벼운 터치였다.


“고생이 많··· 구먼. 김 형사···. 늙은이 집의 청소는··· 내가 늙었어도··· 알아서 할 테니께···.”


노인은 천천히 말을 뱉는다. 약간 사투리조도 들어가 있는 듯하다. 말재간이 좋은 노인이었다. 농담을 위해서 사투리를 섞곤 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자 한다면 완벽하게 표준어를 구사하는 노인이었다. 김민식은 그 너스레에 웃음이 났다.


“하하···. 아···. 아뇨 뭐 좀···. 창고 정리를 제가 좀 잘 못한 거 같아서···.”


김민식이 민망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키가 훨씬 크다. 천산혁보다, 아니, 박상혁보다 말이다.


박상혁은 구부정한 자세였다. 허리나 무릎, 여기저기 관절이 좋지 않은 듯한 꼴이다. 등이 굽은 듯도 했고. 원래의 키보다 훨씬 낮아진 것도 같았다. 문득 김민식은 그가, 온전한 자세로 바로 선다면 얼마만한 덩치가 될까, 생각해 보았다.


별로 작은 키는 아닌 것 같았다. 그리 작은 체구가 아니다. 박상혁은. 도리어 노인이라고 하기엔 탄탄한 체격이다. 젊은 시절에는 힘을 깨나 썼을 법한 모양새. 그의 연식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그렇다.


김민식이 내려다봤다. 근처에는 윤계식이 멀뚱히, 뭘 하나 서서 보고 있다. 박상혁은 됐다는 듯, 천천히 손사래를 쳤다.


구부정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다니지는 않는다.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것인지, 단순히 관절이 좋지 않아도 체력은 아직 정정한 것인지는 잘 모른다.

박상혁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허허, 웃기만 한다. 윤계식이 뒤에서 말한다.


“왜 그래, 창고 물건에 뭐 문제가 있나?”


그의 말에 김민식이 답한다.


“어··· 예. 잘 모르겠습니다. 정리를 분명 한 거 같은데. ······. 갑자기 불쑥 놀러와서 죄송한 마당에 이거 하나라도 좀 제대로 해둘까 해서···.”


김민식은 횡설수설하듯, 적당히 에둘러 말했다. 윤계식은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이었다. 박상혁은 툭툭, 거리면서 김민식의 등께를 쳐댔고.


“됐네, 이 사람아. 충분해. 형사 나으리들 모셔다가··· 이렇게 시키는 게 내가 무슨··· 천벌을 받으려고···.”

“아이고, 아닙니다 어르신···. 민중의 지팡이 아닙니까···.”


윤계식이 뒤에서 그의 말에 너스레를 떨며 웃어보였다.


박주영은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였다. 슬쩍, 리모컨을 가져와 TV를 켜고 있었다. 별달리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소리를 죽인 채 켠다. 삑, 하는 아주 작은 소리와 함께 TV 화면이 켜진다. 마지막에 보고 있던 뉴스 채널에서, 새로운 앵커가 말을 하고 있었다.


속보인 모양이었다. 남자 앵커가 굉장히 다급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한다.


“아, 속보입니다. 경찰 당국에서 이전 지방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에 대한 범인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지방 시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흉악범은 마지막 범행지로 보였던 경북 영덕군 근처의 산림에 숨어있다가 시민들의 제보로 인해 잡힌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당국은 신속히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하여 지난 모든 범행에 대한 자백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최근 동대문구 지방에서 일어났던 실종 사건이 납치 살해 범행으로 밝혀진 뒤, 그 범인을 잡았던 것에 이어서··· 경찰 인력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 특수 근무를 해가며 올해 두 번째 흉악범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에 윤XX 대통령 역시 치하하는 말을 비서실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


남자들은 말이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레 쥐죽은 듯 고요함이 노인의 집에 찾아왔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건 아마 세 명일 테였다. 그 사건을 팔로우하며 현장까지 살폈던 이가 이 중에 윤계식이었고. 나머지 둘 역시 관련 범죄로 수사본에 차출되어 밤낮없이 구르고 있던 차였으니까.

노인은 그들의 기색에 합류를 한 것인지, TV쪽을 보며 일순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삐릭,


하고.


윤계식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작은 소음과 함께 진동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박주영도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메신저로 텍스트 메일이 와 있었다.

몇 줄의 이야기였다. 심 경위로부터 온. 박주영은 심 경위와 김 경위의 연락이 동시에 온 것을 보고 있었고.


[-지방에서 엉뚱한 용의자 하나 잡혔다. 수사본 중진들, 경찰 조직 수뇌들 회의 끝에, 일단 범인의 행태를 보자는 의미로 검거했다는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뉴스 보고 무슨 일인가 할까 해서 연락한다.]


김 경위의 연락이었다. 박주영이 본 문자였다. 윤계식의 메신저에는 심 경위의 문장이 그에 추가적인 정보를 알리고 있었고.

오늘 셋은 일단은 휴가를 내고 외부에 있는 상황이었으니, 갑작스러운 상황이나 일들에 무지할 수 있으니 팀의 의리상 바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TV의 몇몇 방송국에서 속보가 나오고,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은 때였다.


[-선배님. 김연수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놈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일단 미디어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선배님이 생각하시기엔 어떤가요.

아마, 김연수는 경찰의 무능함을 비웃으면서,

더욱 날뛸 것 같은데요.

확실하게 김연수가 있다는 걸 검증하기 위해서 도박수를 던졌습니다. 과장님 급 이상 인사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결정난 거고, 곧바로 시행되었습니다. 놀라지 마시고요.

김연수가 어떻게 움직일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할까요?]


윤계식은 심민아의 정중한 물음에 잠깐 생각을 해본다. 진지하게. 머리를 굴려서.

자신이 김연수라면 어떻게 움직일까.

뉴스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허허.”


박상혁이 헛웃음처럼 소리를 냈다.


그가 숨을 삼키곤, 말을 뱉는다.


“크흠. 거 못된 놈이··· 붙잡혔구먼.”


노인은 잘 되었다는 듯이 굴었다. 윤계식은 그 말을 하는 박상혁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텍스트 메세지를 기입했다.


[-글쎄.

유명세 따위에

환장을 한 놈이니까.

더욱 날뛸 거라고 봅니다.

···그래도 용의주도한 새끼라서.

당장 움직이지는 않겠지요. 적당히 간을 보다가, 근시일 내에 다시 일을 저지를 것 같기는 합니다. ···이미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고.]


심민아의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대단한 도움이 되지는 않는 말들이었다. 어쨌든 그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김연수가 어떻게 나올까.

놈은 비뚤어진 사이코패스이고,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놈이다. 자신의 정체를 절대로 밝히지 않으려 하지만, 동시에 유명해지고 싶어한다. 아무도 자신의 정체는 모르면서, 가짜로 만들어둔 ‘김연수’라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유명세는 커지기를 원한다.


그게 놈의 즐거움 중 하나일 테다. 그렇게 늘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면, 그저 여흥거리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지독한 사이코패스는 어떤 것에도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어서. 아주 작은 여흥거리에 그만큼 집착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윤계식은 텍스트 메세지를 보내고, 앵커가 무슨 말을 더 하는가 일단 집중을 했다. 별다른 얘기는 아니었다. 경찰 당국도, 사실 가짜 용의자를 잡은 것에 불과하니까. 당장 낼 수 있는 뉴스 정보에도 한계가 있으리라.

정부 고위층과도 입이 맞춰진 것처럼, 행정부쪽에서 치하의 뜻을 담은 여러가지 메세지가 오갔다고도 한다. 참, 대단한 일이다.


김연수.


쓰레기같은 살인마 하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확실하게 공조하여 움직이고 있었다. 괴물같은 놈. 윤계식은 그리 생각했다.


*

billow926-4zUYkqjdwrY-unsplash.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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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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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 차량, 시내 속(2) 24.02.27 15 0 15쪽
98 98. 차량 속, 시내 속 24.02.27 19 0 21쪽
97 97. 비명 24.02.26 21 0 12쪽
96 96. 김 경위 24.02.26 15 0 11쪽
95 95. 확신 24.02.26 17 0 15쪽
94 94. 선잠 24.02.26 20 0 14쪽
93 93. "부담스럽네." 24.02.25 22 1 14쪽
» 92. 뉴스 속보 24.02.25 20 1 17쪽
91 91. 수요일(3) 24.02.25 18 0 13쪽
90 90. 기어가자 24.02.24 15 0 15쪽
89 89. 수요일(2) 24.02.24 14 1 11쪽
88 88. 수요일(1) 24.02.24 14 1 12쪽
87 87. 대담한 대담 24.02.23 23 0 19쪽
86 86. 재미있는 이야기(2) 24.02.23 18 0 14쪽
85 85. 재미있는 이야기 24.02.22 20 0 15쪽
84 84. 창고 24.02.21 16 0 18쪽
83 83. 있지도 않은 24.02.21 16 0 26쪽
82 82. 화요일, 결론 24.02.20 18 0 11쪽
81 81. 화요일(3) 24.02.20 16 0 18쪽
80 80. 화요일(2) 24.02.20 16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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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 일요일 24.02.19 17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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