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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형사刑事 이야기, 윤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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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6.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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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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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78. 일요일

DUMMY

***


뚜벅.


박시윤의 감각은 현실보다 조금 느렸다. 미세한 시차가 있는 것 같다. ‘소리’가 물체라고 한다면, 돌아가는 통 안에 넣어놓고 한 번을 흔들고 비로소 멈췄을 때 시윤에게 들리는 정도였다.

울리는 느낌이 와서 지금인가, 라고 속으로 생각을 했을 때.


실체는 이미 박시윤의 앞에 와 있었다.


“······.”


누군가는 지하실의 울리는 계단을 지나, 콘크리트 바닥을 밟고 시윤 앞에 섰다. 어둠 속이라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를 납치할만한 솜씨가 있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에 하나 뿐이었다. 일반적인 납치가 아니라,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고 깔끔하게 인간 하나를 업어다가 사라질 수 있는 사내였다. 괴물이나, 마술사라는 별명이 어울린다.


살인범에게 붙여진다면 가장 끔찍한 류의 별명이 될 것이었는데. 남자는 아직 잡히지 않은 살인범 중에서 가장 끔찍한 놈이었다. 이미 잡혀버린 작자들을 포함하더라도, 변함이 없는 수식어일 테였다. ‘가장’은.


완벽한 어둠 속이다. 보통 사람은 오래 있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사내는 아무렇지 않았고, 또 평안했다. 밤도 아니고 잘 시간도 아니었지만.

그리고 자신이 있는 지하실 속은 완벽하게 구조를 익혀두었기 때문에, 빛이 있든 없든 다닐 수 있었다. 문을 열고, 지하실에 들어와 도로 닫은 뒤에. 아무렇지 않게 가운데로 정확히 걸어올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평평한 판이 있었다. 침대라고 해도 좋았다. 제 의지로 거기에 눕는 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황량할 정도의 지하실. 넓이를 가늠하자면, 그래도 제법 넓었다. 6평 정도는 될까. 그보다 조금 넓을 수도 있다. 복잡한 기구 류 따위를 구석에 배치하고, 다양한 도구들을 놓고, 가운데에는 어떤 체형의 사람이든 누울 수 있는 ‘침대’를 설치해 둘 정도가 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침대는 철제 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차갑고, 딱딱하리라. 사람의 편안함을 배려해서 만든 물건은 아니었다. 쓰잘데기 없는 배려가 될 테였다, 오히려. 푹신하거나 하면 재질 상의 어려움이 있다. 어차피 피를 흘려야 하는 자리였는데, 쓸데없는 흔적이 남게 되리라.


상하수도 시설이 있는 지하실이었다. 그대로 물을 뿌려서, 청소를 할 수 있었다. 특수한 약품도 함께 있었으니. 철제 침대에 피가 흐른다고 하더라도 금방 흔적을 지울 수 있었다.

보통 이 침대 위에 눕는 자들은 정신을 잃은 뒤다. 그리고 다시 깨어나는 일이 보통은 없다. ‘약물’을 이용해서 납치를 해오고, 그 다음에 시간이 지나 적당한 타이밍이 오면 ‘천산혁’은 일을 치른다.


잡혀 온 사냥감이 얼마나 길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지는 그 때 그 때 다른 일이다. 단순히 기분의 문제로 오래 놔두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다음 일을 생각해서 잠시 내버려두는 때가 많았다.


사냥감을 잡아오고, 목줄을 끊는 일까지는 일의 절반 즈음 되는 구간이다. 정말로 복잡한 건 이 도시에서 살해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뒤처리 부분이다, 늘.

사람의 몸뚱이는 그대로 불태운다면 어마어마한 양의 연료로 써먹을 수 있을만한 덩어리다. 온갖 복잡한 화학물들의 총합이 인체를 구성하지만, 기본적으로 말을 하자면 고기와 기름,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뼈 따위도 문제가 된다만.


완벽하게 끓이고, 불태울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면 뼈를 치우는 것도 특별한 어려움은 아니다.


지하에서 '작업'을 한다고 해도, 사람의 혈향은 지독하다. 기본적으로 유기물로 구성이 되어 있으니까 그것이 남아서 썩는다면 훨씬 더 멀리 가고 오래 남게 된다. 향이.

'작업자'이자 지하실의 방문자인 천산혁에게 그 향이 묻을 수도 있으니 늘 문제가 된다.


작업은 철저해야 한다. 시기를 따져서.


웬만하면, 한 번에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다.


'박시윤'을 대상으로 한 짓거리는 깨나 오래 걸린 편이었지만. 이처럼 자세한 조사나,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금방 다음 건을 해낼 때도 있었다. 계속해서 반복 작업을 하다보니, 어느 때는 쉽게 되는 날도 있는 것이다.

반대급부로 아주 어려운 경우도 있으나.


두어 명 정도를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이 낫다.

텀이 아주 길어지면 사냥감을 살려두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지만. 물 정도만을 흘려준다면 의외로 사람의 숨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시체가 되어 썩기 시작할 때, 그것의 방부 처리를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치느니. 살아있는 동안을 잘 이용해서 보관을 하다가, 한번에 뒤처리를 하는 것이 편한 일이었다.


천산혁에게도 체력의 한계라는 건 존재를 했으니까. 조금 더 효율적이고 편한 쪽을 추구하는 건 당연스런 일이다. 인간인 이상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리라.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그런 것도 같았다. 한 번 바짝 힘을 쓰고 나면 쿨다운 타임이 필요해진다. 가혹할 정도의 운동과 약물 보조제 따위로 노화를 막고 있기는 했으나. 아예 체력의 반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천산혁 스스로 '숨이 찬다'라는 느낌이 드는 때가 점점 잦아지고, 또 빨라지고 있었다. 힘을 쓸 때, 순간적으로 고점에 오르고 나서 바로 풀썩 꺾인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괴물같은 운동 능력을 보이고 있는 이였으나. 천산혁 개인의 기준에 있어서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쇠락하고 있는 육신이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 '서서히 쇠락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점에서 그의 타고난 유전자의 강인함을 알 수 있으리라.


확실히 젊은 시절의 그는 막을 수 있는 자가 없었다. 물리적으로는 말이다. 어떤 운동 종목에 들어가도 메달을 차지할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에 비하자면, 조금의 흥미도 감흥도 일지 않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대단한 부와 명예를 거머쥔 다음에, 그것을 바탕으로 죄악을 저지르는 것 역시 재미는 있었으리라. 그런데,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되어서도 과연 지금처럼 편하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천산혁은 그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어지간한 일도 아니었고. 무고한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커다란 부와 명예. 입지를 얻은 뒤에 공범을 잔뜩 만들어서, 조직화된 범죄를 저지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겠다. 그러나 그건 천산혁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는 오롯이 개인만의 '득점'을 원했다.

그에게 있어 극악한 범죄는 스포츠같은 일이었으니까. 이미 인생이 무너져 있는 인간이라, 그런 식으로밖에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셈이다. 천산혁의 정신은 애초에 부서져 있었는지. 후천적으로 점점 더 망가져갔는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사이코패스라고 하더라도, 개중에서도 천산혁과 김재영은 지독한 정신머리를 가진 괴물들이었으니. 경찰학, 수사학, 또는 범죄심리학 따위에 포함되어 있는 정신병력 테스트가 있었다.

범죄자가 어쩌다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발달한 검사 도구였다. 심민아 경위도 익숙하게 알고 있는 테스트다. 김재영은 '사이코패스 지수' 테스트에서 일반적 기준에서 만점으로 보고 있는 구간을 훨씬 뛰어넘었다.


테스트 상으로 나올 수는 있으나, 실제적으로 사용하는 구간은 아닌 점수 구간에 그의 결과가 있었다. 김재영을 신문하고, 회유하려고 하는 전문 경찰 인력들의 의욕이 꺾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정, 인간스러움, 을 흰 빛으로 표현했을 때 검은 면밖에 없는 산혁은 어쨌건 자신의 이유로 인해 박시윤을 살려두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아래를 빤히 바라본다.


눈으로는 아주 희미한 윤곽만이 보인다. 그의 눈은 어둠에 아주 잘 적응한 상태였다. 지하실 바깥도 온통 커텐을 치고 어둡게 해둔 상황이다. 한 건을 어느정도 마무리한 다음에는 늘 그렇게 했다.


언제나 말하듯 인간의 정신 역시 육신처럼 한계와 실체가 있어서, 사이코패스의 그것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유지를 위해서 쉬는 구간이 필요하기에 말이다.

육신을 쉬듯이.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천산혁은 그렇게 어둠 속에 자신을 가린다. 그러 시간을 두지 않는다면, 다시 바깥에 나가서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는데 아주 약간의 티가 생길 지도 몰랐다.


연기의 완벽성을 위해서 정신적으로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 길게 가질 필요는 없으나, 어쨌든 최근의 3일간은 계속 그러했다.


'박시윤'의 윤곽과, 그것이 숨을 쉬는 소리 따위를 듣는다. 체온 역시 느껴진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존재감과 무게감이다. 철제 침대 위에 묶여 있는 인간.

오르락 내리락하는 가슴께이다. 눈은 감고 있는 듯했고.


아마 뜬다고 해도 별다른 게 보이지는 않으리라. 정신이 깨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가 사용하는 '포획용 약물'은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으나, 사람에 따라서 그 지속력이 다르다.


신체 내부 장기의 활발함과 상관이 있는 듯도 했다. 꼭 체구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성인 남성이라고 효력이 빨리 사라지는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조금 일찍 깰 때도 있었고, 사냥감이 아예 깨지 못할 때도 있었다.


베스트는 어쨌든 의식을 완벽하게 잃는 것이다. 약간의 반응이라도 하지 않는 쪽이 확실하게 목숨을 끊기에 좋았다. 쓸데없는 발버둥이나 반항을 천산혁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와 비슷한 범죄자들 중에서 어떤 이들은 피해자의 울부짖음이나 고통을 더욱 반기는 부류도 있는 듯했지만. 천산혁은 그런 류는 아니었다. 인도적인 이유에서는 물론 아니었다. '의미가 없다'라는 게 이유의 전부이다.


천산혁은 쓸데없이 비계를 먹는 타입이 아니었다. 맛있는 가장 좋은 부위, 희귀한 한 점을 먹는 걸 즐기는 부류였지. 그가 관심이 있는 순간과 행위는 누군가의 생명이 끊어지는 순간을 보고, 제 손으로 그리 만드는 때다.


자신이 어떻게 해도 절대로 알 수 없는 비밀. 생명의 비밀. 그것이 끊어지고, 부서지는 순간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그에게 주었다.

선천적으로, 또 후천적으로 괴물이기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기에. 반증적으로 중요한 무언가를 부수면서 '소중한 어떤 것'을 찾는 것일지 모른다.


가만히 있어서는, 스스로는 생명의 숭고함이나 기본적인 윤리관에 대해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기에. 제 손으로 부수면서 그것이 '있다'고 실감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쓸데없이 반항을 하면서, 그의 그 중요한 순간을 망치는 건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치미는 일이다.


천산혁은 오롯한 결정자이자 행위자가 되어야 했다. 그가 주관하는 검은 암실. 사방 몇 미터 정도 되는 공간 내에서는 그만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눈 아래의 소녀는 다행히, 곱게 누워 있었다.


몸께를 살핀다. 조금의 미동도 없는 듯하다. 불수의근의 작용 외에는 마치 죽은 듯하다. 얼굴께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도 불지 않는 고요한 공간. 이 속에서 그는 초능력에 가깝도록 미세한 감각을 느낀다. 아주 약간의 움직임이 근처의 공기 따위에 영향을 주고.


다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움직임이나 흐름은, 매질을 타고와 천산혁에게 닿는다. 조금의 근육반응도 없는 걸 보아하니,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고 여겼다.


천산혁은 가만히, 박시윤을 느꼈다.


언제 죽여야 할까.


머릿속으로 조금 더 가늠을 하다가, 천천히 걸음을 뒤로 했다.


저벅.


그대로 노출된 콘크리트 바닥을 밟는 발소리였다. 지하실로 들어올 때는 신발을 신는다. 지하실용으로만 두고 있는 신발이 따로 있었다. 아래로 통하는 문 앞에 두고 있다.


저벅, 달칵, 철컥.


느리게 인기척이 들렸다.


철제 문이 단단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제법 오래된 구조물이다. 정확한 건축년도는 천산혁도 잘 모른다. 노인에게 매물을 산 것에 불과하니까. 아마 이런 용도로 쓰기 위해서 애초에 지었으리라.


‘노인’은 불법적인 일들에는 모두 손을 벌리고 있는 괴이한 상인이었고, 사람의 목숨도 조건에 맞다면 사고 팔았으니까. 한국에 그를 위한 시설을 지어두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다만, 시설을 만들어두는 일과 그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건 분명 다른 이야기였다.


아마 천산혁같은 괴물이 없었더라면 이 시설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쓰이지는 못했으리라. 끔찍한 일이었다. ‘활발하게’ 쓰였다는 건.


박시윤은 한 발 느리게, 천산혁이 바깥으로 나가는 인기척을 들었다.


눈은 여전히 감고 있었다.


조금도 미동을 하지 않는다.


왜인지 모르지만, 박시윤은 바로 앞에까지 다가왔던 인기척의 주인을 괴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단순히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만은 아니었다. 살인마나 납치범인 것을 빼고 보더라도, 순수하게 괴물같은 작자였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왜인지 그가 알아챌 것만 같았다. 눈꺼풀을 깜빡이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어질거리는 감각이 ‘그’가 도로 나갔음을 알려주었다.


미세한 빛이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감은 눈꺼풀 너머로 그런 게 조금 느껴졌다. 들어올 때는 경황이 없어서 알아채지 못한 점이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대로, 시각은 멀쩡했다. 눈을 뜨고 있었으나 단순히 어두웠을 뿐이다. 빛은 정상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어둠 속이었고, ‘바깥’이 있었다.


아마 지하실인 것 같았다. 박시윤은 잘 돌아가는 머리로 그렇게 파악했다.


배가 고픈가?


그녀는 스스로 자문했다. 놀랍도록 이성적인 추론들이었으나. 이미 한계를 넘어버린 상황이다. 박시윤이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의 한계를 말이다. 명료한 정신과는 다르게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져버린 듯했다.

꿈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알았지만, 지나치게 일상에서 벗어난 상황이라 공포를 느끼는 기관이 맛이 가버리기라도 한듯했다.


어쨌든 스스로의 공복 상태를 체크해 본 결과는, ‘아니오’였다.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모른다’였고.

아니, 애초에 복부 쪽에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명료한 정신과 시야가 아니었다면 죽었다고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른다.


“······.”


아주 조금, 입술이 움직였다. 박시윤은 어둠 속에서 입을 벌렸다. 미약하게 말이다. 공기가 스며들만큼. 물을 조심스레 흘려넣을 수 있을만큼.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마비가 풀릴 것 같았다. 일단 사지가 멀쩡하다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아니, 정말 무언가 할 수 있을까?


박시윤의 머리는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물리적인 어둠이 아니더라도. 절망같은 것으로 말이다.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그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배웠고, 알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박시윤은 자신이 짜낼 수 있는 모든 지혜를 짜내려고 했다.


답을 찾아야 했다, 답을.


어떻게 해야 하지?


공부를 할 때보다도 더 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했다.


고요하다. 미약하게 마비가 풀린 입술의 끝에 희미한 감각이 돌아왔다. 추운 것 같았다. 차가운 공기가 입에 닿아 느껴졌다.


희소식일 수도 있지만, 비보일 수도 있었다. 마비가 풀린다는 건.

아까는 그 이상한 괴인, 괴물 앞에서 꼼짝하지 않고 정신을 잃은 채 하는 게 가능했다. 눈만을 제외하면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마비가 풀린 다음부터는 애를 써서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런 미세한 근육 반응을 저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갈까?


박시윤의 결론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소녀의 눈이 어둠 속에서, 불안으로 물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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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6. 김 경위 24.02.26 15 0 11쪽
95 95. 확신 24.02.26 17 0 15쪽
94 94. 선잠 24.02.26 20 0 14쪽
93 93. "부담스럽네." 24.02.25 22 1 14쪽
92 92. 뉴스 속보 24.02.25 20 1 17쪽
91 91. 수요일(3) 24.02.25 18 0 13쪽
90 90. 기어가자 24.02.24 15 0 15쪽
89 89. 수요일(2) 24.02.24 14 1 11쪽
88 88. 수요일(1) 24.02.24 14 1 12쪽
87 87. 대담한 대담 24.02.23 23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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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 재미있는 이야기 24.02.22 20 0 15쪽
84 84. 창고 24.02.21 16 0 18쪽
83 83. 있지도 않은 24.02.21 16 0 26쪽
82 82. 화요일, 결론 24.02.20 18 0 11쪽
81 81. 화요일(3) 24.02.20 16 0 18쪽
80 80. 화요일(2) 24.02.20 16 0 15쪽
79 79. 화요일 24.02.19 19 0 14쪽
» 78. 일요일 24.02.19 18 1 16쪽
77 77. 저벅2 24.02.18 18 0 15쪽
76 76. 저벅 24.02.18 14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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