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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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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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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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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28. 계획, 본격적

DUMMY

*


왕도의 결계는 찬란한 물건이었다.


그것을 물건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대물이나 거물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리라.


왕도 사르삿의 넓이는 어마어마하다.


백만 단위의 인구를 거뜬히 수용할 수 있었고, 그만한 인구의 주거 공간을 성벽으로 모조리 감싸고 있었으니.

왕도 사르삿을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성벽’의 규모는 가히 초월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생활 반경을 근거로 도시의 넓이를 잰다면, 성벽 바깥에 있는 마을도 포함되게 되리라. 거대하고 찌그러진 원형의 성벽 도시가 사르삿이었고. 그 외곽을 감싸고 있는 바깥 마을 역시 당연히, 그 넓이가 엄청났다.


바깥 지역을 지나가 굳건하게 서 있는 성벽을 보노라면, 짐작이 가지 않는 세월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듯하다.

고대에 산슈카는 어마어마한 문화와 건축 양식 따위를 자랑한 나라였고. 중부 대륙 필리아의 맹주였으며, 유일한 제국이었다.


다른 모든 나라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고. 그들은 중부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한 통제로 인해 찬란하게 꽃피운 것이 초상학과 다양한 공학들이다. 건축공학 역시 포함되는 일이었고.


당시의 인력과 자원으로 만들어졌던 거대한 상징물들은, 지금에 와서 필리아 대륙인들이 따라하고자 해도 할 수 없는 위업이 되어 있었다.


언제나, 산슈카의 국민들이 살아온 긴 역사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있던 성벽이다.


바로 앞에 다가가서 고개를 쳐들면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양 옆으로 뻗는 거대한 외곽성벽은 사내로 하여금 괜스레 떨리는 모험심을 자극케도 한다. 여성 역시 그런 웅심을 충분히 가질 수도 있겠고. 모험을 즐기는 자라고 한다면.


기나긴 세월. 고댓적부터 흘러온 역사의 잔재가 성벽에 켜켜이 묻어 있었고. 그건 희미한 흔적들이었으며. 곧 성벽 자체의 기능적 결함이나 쇠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계속해서 각 시대별로 보수 작업이 들어가는 이유도 있었고.


단순히 물리적인 보수 공사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아티팩트와 초상 스킬을 이용해 초자연적인 힘을 추가한 덕분이기도 했다.


왕도 사르삿의 성벽은, 그래도 제국기 당시의 위용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무수한 쇠락을 겪고 무너져가면서 대부분 제국기의 흔적이 사라진 산슈카 왕국이었지만.

그래서 당시, 제국기의 유물들은 제대로 사용하는 것조차 힘든 면이 있었지만. 성벽에 대한 각종 자료, 기록들은 그나마 온전하게 보존이 되고 있었으니까.


초고대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성벽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건 어려웠으나. 그래도 그 내부에 스며든 오래 전 초상술사들의 MP는 어느 정도 뽑아내고, 또 사용할 수도 있었다.


주변에 있는 다른 국가들이 산슈카를 쉬이 보지 못하는 것 역시 그런 이유였다. 사르삿 성만 그러한 것도 아니었고. 제국기로부터 이어져 오는 다른 고대 유물들이 몰래 감춰져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지나치게 긴 시간이었기에 기억하는 것조차 어려운 간극이 있었지만. 그 시간동안 산슈카 왕국의 기술자들이 무기로서 유물들을 복구해 놓았다면. 주변에 있는 다른 나라들로서는, 산슈카와의 전쟁 따위를 생각할 때 한 번 더 고려를 할 여지가 되는 것이다.


그토록 긴 시간이 지났어도 산슈카 제국의 위엄은 전해지고 있었으니까. 세부적인 내용들, 실속적인 것들이 많이 유실되어서 그렇지.


초상학이 시대가 흘러 점점 발전을 하면 할수록, 고대의 기록들이 점차 선명하게 이해되는 점도 있었다. 제국기에 찬란했던 그 기술력은, 몇 번의 시대적 혼란들을 겪으면서 사라지고 말았으니까.


제국은 본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무너지기 어려울 정도의 집단이었는데. 제국에 속하지 않은 변방의 여러 국가들과. 또한 제국에 속해 있는 여러 귀족, 세력가들이 함께 손을 잡고 내외부에서 동시에 반란을 일으켜 무너진 경우였다.


극심한 혼란 속에서 무의미하게 사라져버린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제국에 속한 공학자, 과학자들이 또한 그들의 무기가 훗날 스스로의 후손들을 죽이는데 쓰일까봐서 폐기를 하기도 했고.


역사책에 다 실리지 못한 지독한 전쟁과 거대한 불길이 필리아 대륙을 휩쓸었었고. 제국기가 지나 왕국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산슈카는 몇 번을 더 영락했다.


작금의 산슈카 왕국 영토는 결국, 이전 제국기 때 대귀족 가문의 영지 정도 되는 넓이에 불과하다.


지금의 아릿시안 제국보다 훨씬 더 역사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던 나라였고. 당시의 유물들이 실전되었다고 할지언정 남아 있는 문화적 영향력이 있었다.


그런 산슈카가 다시 한 번 무너지는데.

누구의 손도 아니었고, 제 스스로의 손으로 인해서였다.


그것도 산슈카의 정기를 가장 잘 이어받았으며, 정통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는 가문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세르게이 알사드가 보낸 인물들은 성공적으로 왕성의 방위 체계를 점령했다.


멀린과 제레샤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뛰어난 능력자들이 침입을 한 상태였고.


덕분에 사르삿 지방에 머무르고 있던 수백만의 사람들은 기이한 장면을 목격하기에 이른다.


*


“어.”


바깥 마을에 살고 있던 어느 농부는 탄성처럼 소리를 냈다.


어, 하고 말이다.


그가 아니라 누구였어도 그렇게 소리를 뱉고 말았으리라.


늘 같은 왕도, 사르삿의 경치가 있었는데.

그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 농부의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끝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대한 성벽은, 바깥 마을 먼 곳에서도 쉽사리 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장관이다.


사르삿의 성도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벽이었지만. 그것이 단절이나 차별을 의미하지는 않았기에. 바깥 마을에 사는 이들에게도 사르삿 왕도의 성벽이라는 건 나름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바라보는 즐거움도 있는 멋들어진 건축 작품이기도 했고.


그런 성벽의 위로, 반구형의 막이 떠올라 있었다.


성벽의 기능과 위력에 대해서, 사르삿의 시민들은 대개 알고는 있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전설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산슈카가 사르삿 성벽 근처에까지 수세에 몰린 것은 지난 긴 세월간 별로 없었던 일이었지만.


그 성벽의 기능에 대해서만큼은, 노인들의 넋두리같은 이야기속에 실려 아이들에게 전해지곤 했다.


성벽을 기준으로 반투명한 유색의 막이 떠오르며. 그것이 성도 사르삿 전체를 감싸안는다, 는 식의 설명이었다.


단순한 말이었고. 평범한 보호막의 생김새였지만 성도 전체를 뒤덮는 보호막이라는 건 생각보다 더 장관이었고 가슴 떨리는 광경이었다.


농부가 그걸 본 것은, 운이 좋았던 걸지도 모른다.


보호막은 순간 떠올라 옛날 이야기처럼 성도 사르삿을 통째로 감싸안았다.


그리고-.


쩌억,


하는 소리가 날법한 균열이 그 보호막 여기저기에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깨지고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어?”


농부.

사내는 기이한 소리를 다시금 냈다. 아까보다 훨씬 더, 깊은 당황이 서린 목소리였다.


어.


아무리 보아도 이상하지 않은가. 왕도 쪽에서 무언가 보호막을 조작하고 있는 중이라면. 평범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졌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마치, 왕도 사르삿이 침략을 받아 보호막이 깨지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바로 눈앞에서 장면을 목격하고 있음에도 농부 에드거는 자신이 본 바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은 밤이었다.


이런 밤중에, 무슨 소란이라는 말인가.


왕도에서 조금 떨어진 평야에서는 지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고.


왕성 내에서 출격하는 군대의 모습을 보기도 했고.


온갖 소란스럽고, 흉흉한 소문과 소식들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고 있고.


산슈카가 어떻게 될런지 걱정이 되는 순간이었는데.


자신의 집에서 나와 잠시 바람을 쐬려던 사내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보인 참이다.


에드거는 눈을 꿈뻑거렸고.


찬연히 빛나는 달빛 아래에서 자신이 잘못 본 게 없는가 눈꺼풀을 비비적거리며 다시금 확인했다.


어느새 나타났던 보호막은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


농부 NPC, 에드거가 본 바대로.


사르삿 왕성의 보호막은 그 날로 사라졌다.


저녁 무렵 이어지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병사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지루한 교전으로 어마무시한 수의 인명이 목숨을 잃고 있었는데.


대공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계획의 핵심이라고 할 부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분명 대공이 스스로 모아둔 거대한 사병 부대는 위협적인 수준이고. 본격적인 전쟁의 수행이 가능한 규모의 군대이다. 그러나 그게 대공의 온전한 저력은 아니었다.


철저하게 훈련시킨 정병들이었지만.


결국 알사드 대공을 따르는 다른 여러 귀족들의 사병을 모으면, 일반병은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었다.


지금 알사드를 따르지 않는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전세가 기울면 그의 통솔에 따라올 수 밖에 없을 테였고.


세르게이 알사드가 중요시 여기는 것은 대체할 수 없는 초인병들이었고. 그의 계획의 핵심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수준 높은 기력술사, 초상술사 등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다루는 고대의 아티팩트도.


결국 로멜리아 가문을 몰살시키는 일은 실패했다.


그러나 제어권의 일부를 얻어내는 건 성공을 했고.


네 가문의 약속을 발동시키고, 산슈카 도어의 에너지까지 사용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일단 왕도 사르삿의 보호막이었다.


네 가문의 약속은 제국기 특급에 해당하는 아티팩트였고. 그건 현재의 아티팩트 측정 기준을 한참이나 벗어난 물건이라는 의미였다.


과거의 물건을 완벽하게 해석하고 복구할 능력이 없으니까. 그 위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세르게이 알사드는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 수십 여 년간 결국 제국기의 아티팩트들을 사용하기 위해서 무수한 자원을 투입했다.


오랜 시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 근 몇 년의 일이었고. 그때부터 세르게이의 계획은 최종장에 돌입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확실한, 최종 트리거로서 사대 가문의 일좌인 로멜리아 가문을 멸족시키려고 했는데 실패를 했다.


조금 찜찜하고 기분이 상하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으로 그의 계획이 멈춰지진 않는다.


세르게이는 언제나 여러가지 길을 생각하며 계획을 짜는 인물이었으니까.


어쨌든 네 가문의 약속은 불완정하게나마 발동이 가능했다.

다만 그것이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특급의 아티팩트라고 하더라도, 무한한 에너지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잖아도 위력과 내장된 에너지가 다소 반감된 상태에서 쓰는 상황이었는데. 네 가문의 약속을 막을 정도로 대단한, 사르삿 성벽의 보호막을 부수기 위해 지나치게 남용을 할 수 없었다.


사르삿의 보호막을 부수고 나면, 다시 왕실을 조준했을 때 부숴야 하는 보호막이 있었는데. 왕궁에 성벽에 설치되어 있는 보호막을 깨지 못할 확률이 있었으니 말이다.


조금이라도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면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 세르게이 알사드의 성격이었다.


그는 벨베르 공화국이나, 이슈칼에서 일을 저질렀던 것처럼. 아주 긴 시간 많은 인간들을 조종하고 다루어서 계획의 근간을 수립하고 준비했다.


갑작스럽게 전쟁이 벌어진 것은, 완벽한 그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상황만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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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327. 작업, 한창 24.05.28 13 1 24쪽
327 326. 전쟁, 한창(4) 24.05.27 12 1 15쪽
326 325. 전쟁, 한창(3) 24.05.22 18 1 19쪽
325 324. 전쟁, 한창(2) 24.05.21 14 1 14쪽
324 323. 전쟁, 한창 24.05.20 10 1 15쪽
323 322. 몸을 부대끼며 24.05.19 11 1 14쪽
322 321. 어느, 한 명의 탈락 24.05.19 8 1 13쪽
321 320. 전쟁(5) 24.05.19 9 1 18쪽
320 319. 전쟁(4) 24.05.18 6 1 18쪽
319 318. 전쟁(3) 24.05.18 9 1 16쪽
318 317. 전쟁(2) 24.05.15 9 1 14쪽
317 316. 전쟁 24.05.15 10 1 16쪽
316 315. 호출 24.05.14 7 1 14쪽
315 314. 건너가는 24.05.14 12 1 11쪽
314 313. 로그, 아웃. 24.05.13 11 1 11쪽
313 312. 요식업자 24.05.13 10 1 17쪽
312 311. 영감 24.05.12 13 1 16쪽
311 310. 아이템들Items 24.05.11 9 1 18쪽
310 309. 가쁜 숨을 편히 내쉬며 24.05.11 7 1 20쪽
309 308. 박제가 될 뻔한 천재를 아시오 24.05.11 11 1 23쪽
308 307. 파고 들기 24.05.10 9 1 21쪽
307 306. 제 몸 살라먹기 24.05.10 7 1 12쪽
306 305. 늑대의 뱃속에서 24.05.10 7 1 13쪽
305 304. 뇌검雷劍 24.05.09 8 1 24쪽
304 303. 검은색. 금청색. 24.05.08 10 1 23쪽
303 302. 앞니와 검날 24.05.05 16 1 20쪽
302 301. 눈알 24.05.05 11 1 15쪽
301 300. 나무 위의 사색 24.05.04 13 1 28쪽
300 299. 걸음(2) 24.05.04 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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