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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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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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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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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전쟁(5)

DUMMY

대공가 쪽에 투신하여 전쟁에 참가한 어느 플레이어는, 공중전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 플레이어임을 알아보았다.


날아다니는 거대한 매, 와 또 그와 함께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소문은 은연 중에 퍼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대공가 쪽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왕국군 쪽도 그러하다. 온전히 NPC들로만 구성이 된 건 아니었다. 물론 대부분이 NPC들이었지만. 소수, 아주 일부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모두 사르삿과 알사드슈트 등지에서 활동을 하다가 퀘스트를 받고 전쟁에 참여한 인물들이었다.


거대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휘말리게 하기 마련이었다.


제냐 일행. 헌터즈 길드는 딱히 명예 점수에 신경쓰는 집단은 아니었지만.


어쩄든 그들의 실력과 전투 능력이 평균보다 높아지기 시작하고. 또 다양한 장소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 같은 자리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슬슬 입소문이 돌 수 밖에 없었다.


대공가 측에, 용병으로서 퀘스트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은 헌터즈 길드와 엮이지 않으리라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을 먹었다.


마스터 급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플레이어들의 수는 급감하게 마련이었고. 또 그 이상의 경지를 바라보고 달려가는 이들은 더욱 소수였다.


결국 게임의 메인 스토리를 깨고자 하는 이들은 한정된 이들일 수 밖에 없었다.


메인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자들도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고는 있었고.


헌터즈 길드와 같은 실력자들과 상대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도 그런 부류들이었다.


그네들은 그저 전투에서 전공을 세우고, 보상치를 얻고. 자신들 나름의 페이스대로 게임을 플레이하길 원할 뿐이었다.


플레이어들에게 뿐만이 아니라.


NPC들 쪽에서도. 전장에 갑자기 모습을 보이며 기행을 일으키는 무리들을 주시하는 이들은 아주 많았고.

요드먼 백작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찌보면 제냐 일행이 선택한 방식이 정답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일단 전투력을 높이고, 플레이에 매진하다가. 퀘스트를 얻어 충실히 이행하다보면. 명예 점수라는 건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는 법이었다.


대공 측의 엘리트 병사들을 무력화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장년인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요드먼 백작 말이다.


약간 구불거리는 금발을 어깨 부근까지 늘어뜨린 인물이었다. 수염이 나 있었고, 주름이 졌다. 형형한 눈빛에 훤칠한 이목구비였다. 노신사의 외모였고. 체격은 아주 탄탄하다. 아주 눈에 띄지는 않는. 평범한 색깔의 판금 갑옷을 걸치고 말에 올라타 있는 사내다.


그를 보호하고 있는 아티팩트들이 세기 어려울 정도였고. 그 스스로도 실력이 뛰어난 기사였다.


전선이 이루어져 맹렬하게 싸우고 있는 와중에 그가 달리 지시할 것은 더 없었다.


엘리트 병력들만 처리가 된다고 하면, 그대로 정면에서 밀어붙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대군을 제압하고 그대로 알사드슈트까지 들어가서, 대공의 면상을 보아야만 결국 끝나는 일이었다.


세르게이 알사드.


산슈카 국의 기인이었다.


알사드 백작보다 연배가 높은 인물이었는데. 그 스스로의 위치, 직책에 비해 드러나는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작자였다.


그럼에도 가끔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면.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불쾌함을 간혹 느끼게 하던 인간이다.


근래 산슈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벌어지던 심상찮은 사건의 전조들이.

알사드 대공이 저지른 일이 맞는지. 직접 그 입으로 들어야 했다.


왕실에 고하지 않고 이처럼 무수한 병력을 축적하고 있던 것이나.


국익과 상관없이 동맹국에 선제 공격에 준하는 짓거리를 저지른 일이나.


모두 국왕의 이름으로 엄정히 처벌해도 달리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확실하게 밝혀질만한 물증이 없다 뿐이었는데.


믿을만한 이들을 통해서 국왕이 얻게 된 정보들이 있었다.


그리턴 가를 통해 상달된, 헌터즈 길드원들의 보고 역시 그에 섞여 있었고.


세르게이 알사드 대공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으나.


적어도 그리 유쾌한 짓거리를 꾸미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확실했다.


국가 전복, 왕권을 노리는 게 아닐까 싶게 대담한 짓들이었고.


국왕은 대공의 진의를 듣고자 대장군을 파견했다.


공식적으로는, 별다른 발표도 없이 곧장 대장군이 움직이는 꼴이었고.


자세한 상황을 듣지 못한 여타 지역의 귀족들 사이에서는 ‘요드먼 백작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둥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요드먼 백작 역시 짐작했던 바였으나 상관은 없었다.


그가 다른 이들의 평판을 신경쓰는 인물은 아니었으니.


그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해야할 바를 할 뿐이었다.


그는 정통파도 아니고 신진파도 아니었다. 국왕의 명을 따르며. 산슈카의 질서를 위해 움직일 뿐이었다. 어딘가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인물이었으나. 다르게 말한다면, 누구보다도 얽매여 있다고 할 수 있으리라.


다른 귀족들이 자신들의 입장, 안위, 소소한 이득에 매여 있을 때. 보다 큰 가치, 국익을 위하는 일에 매여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엄정한 가치와 기준에 대하여서는. 남들에게 모두 털어놓을 수도 없고. 오롯이 홀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때도 많았다. 개인의 기준보다는, 하늘의 법에 따른다고 하는 게 보다 맞는 이야기이겠지만.


어쨌든 요드먼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고.


그는 알사드슈트 영지를 향해서, 계속되는 진군을 유지한다.


“가자.”

“예!”


대장군, 백작의 근처에 있던 부관들이 외쳤다.


대장군이 운용하고 있는 기사단들 또한 있었다. 왕실 기사단과는 또다른 무력 집단이었고. 전체적인 수준에 있어서는 최고의 기사단이라 할만한 이들과 비교해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그들은 기사보다는 병사에 가까운 정신을 갖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어떤 사병 집단보다도, 훌륭한 보급을 받고 있었고.


요드먼 백작도 그러하고. 그들을 따르는 왕실군의 엘리트 집단들. 산슈카 기병단원 모두가 양질의 아티팩트로 몸을 치장하고 있었다.


기사로서의 기량과 함께, 아티피서로서의 기량이 필요한 집단이었다. 그들은.


왕궁에 있을, 산슈카의 핵심 전력들은 오지 못했지만.


요드먼 백작이 이끄는 그들만 하더라도 대공가의 굳건한 진형에 큰 구멍을 낼 수 있으리라.


미리 예정된 움직임이었고. 그들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트며 자리를 내주었다.


사람이 바람에 눕는 풀들처럼, 떼로 누워 죽어가는 전장이다.


그중 왕국군 진형의 중심부 즈음에서 자그마한 길이 열렸고. 그 사이를 요드먼 백작과 수십 여 명의 기병단원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길다란 창을 들고 있는 인물들이었고.


훈련받은 병사들은 전장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넓은 길을 만들어내었다.


전선이 맞닿는 지점에서는 미리 공백이 생겨 있었다. 요드먼 백작이 갈 길을 생각해 그 부근에는 애초에 많은 병력을 배치하지 않고 있었다. 훈련받은대로, 시간이 될 즈음에 왕국군이 비키며 일시적인 공백이 생겨났고.


대공가의 병사들이 밀고 들어오려고 했으나 왕국군 측에 속한 워메이지 등이 화력 전술을 펼치며 진공 상태로 유지하고 있던 자리였다.


넓은 대로를 달리듯 요드먼 백작과 기병단원들이 달렸다.


왕국군 소속이 아니라 사병 집단이었으면 기사단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충분했으리라. 실질적으로도 그런 취급이었고, 다른 기사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불리기도 그러하고.


그러나 집단으로서는 기병단이라는 이름을 취하고 있었고.


그들은 기력술에 더해, 온갖 아티팩트의 위력으로 보강을 한 강력한 돌진 전술이 주특기인 인물들이었다.


두두두두두,


곧 전장의 중심부에서 먼지가 일며 기병단들이 대공가의 전선을 꿰뚫었다.


*


꽝!


폭탄이 터지는 것같은 폭음이 전장의 한켠에서 일었다.


정말로 화약이 터지는 건 아니었다.


MP로 인해 만들어진 충격파와 소리였으니 뭐, 비슷하다고 할 수는 있으리라.


기병단들은 MP를 직접 제 몸에 두르고, 전선의 반대편에 있는 적들에게 가 부딪혔다.


어둔 가운데 화려한 불빛마저 함께 터지고 있었다.


전선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대공가의 병력들 말이다. 보병들은 평범한 병사들이었다. 정예로서 훈련이 되어 있는 사내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들은 아니었다.


현대 지구의 병사들에 비교를 하자면. 여러 무구, 장비들을 제외하면 그래도 특전사에 비교할 수 있는 이들일지도 모른다. 대공은 수많은 돈을 들여서 무시무시한 수준의 사병단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 평균적인 질이 높은 편이었고. 뛰어난 이들은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하기 어려운 정도로 단련되어 있기도 했다.


단순하게 용병을 고용한다기보다는. 알사드 대공가에 헌신을 할만한 인간들을 모은 것이니만큼 말이다. 물론 비교적 기간이 오래되지 않은 인물들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대공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그들에게 충분함 이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알사드 가문의 명암에 대해서 다 아는 자들도 있었고. 양지에서만 활동을 하는 자들도 있기도 했다만. 두 종류 모두 대공의 계획을 위해서 분골쇄신의 과정을 거쳤음은 자명했다.


알사드 대공은 사람을 모으는 일에 늘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자원이라고 여겼으니 말이다.

맞는 소리였다. 어떻게 사람을 다루느냐에 늘 조직의 성패가 갈리게 되어 있으니.


그는 산슈카 국내외. 중앙 정부, 왕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무수하게 많은 고아나 빈민들을 모집했다.


그들에게 삶을 주었고, 아주 긴 시간동안 자비를 베풀면서 훌륭한 병사로서 키워냈다. 재능이 있는 자들은 기사단이나 워메이지 전단에 들어가게 되었고. 아닌 이들도 그 절반의 재능만 가지고 있어도. 산슈카 왕국군이 그러하듯 충분히 사병단의 허리 역할을 맡길 수 있었다.


MP를 다루는 일에 전혀 재능이 없는 인물들은, 초인병이나 엘리트 군사로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전사로서 싸우는 일을 계속해서 가르치고. 직업군인으로 만들어 써먹다보면 전체적으로 사기가 높은 정예병의 일원으로 만들 수 있었다.


알사드 군의 최전방 전열을 맡고 있는 이들은 그런 자들이었다. 충성심이 높고 전투 능력이 뛰어난 자들.


그들 사이에 기사에 준하는 엘리트 병력들, 초인 병력들을 가끔 섞어두었고.


그런 전선의 가운데에 폭음을 일으키면서. 찢고 들어가는게 산슈카 국의 기병단들이었다.


요드먼 백작은 금발을 휘날리면서 창대를 조준했고,


차징Charging을 해냈다.


그들이 달리는 앞에 마치 초상술사들이 방어막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반투명한, 푸르스름한 쉴드가 생겼고.


앞으로 쭉 뻗은 창대의 끝에도 MP가 서려 있었다. 기병단들은 어느 정도 MP를 다룰 수 있는 이들로 구성이 된다. 본격적으로 수련을 해서 기사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러한 방식의 성장에 한계를 보이는 자들이 발탁되어 들어가는 곳이었다.


로멜리아 가문의 기사들이나, 견습들처럼. 초보에서 중수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 정도 기력술이 재능의 한계인 이들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아티팩트를 잘 다룰 수 있을만한 여지가 있어야만 했고. 산슈카 왕실에서 국고를 털어 충당해주는 수많은 아이템들의 힘을 활용하니, 전투력이 극적으로 상승했다.


요드먼 백작도 당장 그런 식의 싸움법을 보이는 인물이었다.


기병단들 하나하나는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통일된 진형과 움직임으로 전선에 강력한 충격을 줄 수 있었고. 또한 월등히 수준이 높은 초인 병력과 마주하더라도. 걸고 있는 각종 아티팩트들을 소모해 일시적으로 막아설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대장군이자, 왕국군의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요드먼 백작이 직접 움직이는 건 사실 비상식적인 일이기는 했으나.


대장군 스스로가 아주 노련하며 탁월한 전쟁꾼인 이유도 있었다. 지휘관으로서의 능력도 탁월하고, 정치적인 감각도 있었지만.


직접 전선을 내달리면서 칼과 창을 휘두르고. 말을 타서 기병단을 이끄는 것이 그의 장기였다.


숙련된 전사인 칼드릭 요드먼 백작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노련한, 그러니까 마스터Master급에 이른 초일류 기사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는 능히 고수급의 기사 둘, 셋과 마주하고 시간을 끌다가 빠져나올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작금의 전황에서는 도리어 전선에 악영향이 될만한 일이리라.


그가 마스터 급의 기사 몇 명과 대치하며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은. 어지간한 난적이나 괴물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의 진격을 멈출 수 없다는 말과도 동일했다.


차징을 해낸 기병단들의 기세는 무서웠다.


그들의 갑옷 곳곳과, 또 그 속에 장비하고 있는 여러 종의 아티팩트들은 MP의 배터리 역할을 하고. 들고 있는 창은 제식으로 제작된 아티팩트였다. MP가 서리고, 그것으로 어지간한 기력술사나 초상술사의 비장의 기술만한 파괴력을 낼 수 있었다.


산슈카 왕국군 기병단. 요드먼 백작이 직접 지휘하는 그들의 위력은 어지간한 기사단이라 할 지라도 물러날 수 밖에 없을 정도였다.


차징에 당한 병사들은 그대로 창대에 꿰였고, 그 직후 터져나갔다. 혹은 꿰이기도 전에 충격파에 빌려 몸이 부서지는 경우도 많았고.


히히힝,


하고 말들이 울며 기병단을 옮겼다.


전선을 크게 할퀸 것처럼, 중앙에서 튀어나간 기병단은 선회를 하며 다시금 아군측 전선 내부로 돌아왔다.


그들이 움직이는 궤적은, 병사들에게 이미 하달이 된 상황이었다.


서로 길항 상태를 유지하며 땅을 반반 갈라 유지하고 있던 전선이다.


대공군 측으로 수십 여 보 정도를 들어갔다가 유유히, 반원을 그리며 빠져나온 그들이었다.


기사단은 최초의 돌격 이후에 좌측으로 틀어서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아군측 전선에서 입구에 해당하는 전선의 병사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텄고.


그런 기병단의 움직임을, 왕국군 중앙부에 있는 워메이지들의 원호 사격이 도왔다.


쾅, 하고 터지는 건 기병단의 실드와 랜스 차징으로 인한 폭음도 있었지만. 워메이지들의 포격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정확한 위치에 떨어질 때 나는 소리이기도 했다.


전장은 찢어질듯한 폭음과 비명이 계속해서 울려대고. 냉병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전투가 장기화되면 어차피, 피차 소득도 없는 소모만 할 뿐이었다. 요드먼은 수적인 우위를 최대한 살리면서 전투를 끝낼 셈이었고. 장기전으로 갈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직접 나서는 것이기도 했다.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두 마리 괴조. 썬더스와 브라운의 덕도 있었다. 그들이 허공에서 포격을 날려대며 알사드 군의 워메이지들의 시선을 빼앗아주어서. 기병단이 조금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점도 있었다.


칼드릭 요드먼이 이끄는 기병단이 화살표처럼 생긴, 쐐기 대형을 하고서 아군의 진형 내로 돌아와서 선다.


기병단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근처에 있는 병사들이 그야말로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이미 진형을 갖춘 상태에서 그렇게 공백을 만들어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애초에 조금씩 공간을 두고 선 상황이었고. 기병단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으려 마치 도형이 변화하듯, 뒤에 있는 진형이 모습을 계속해서 바꾸어갔다.


패닉과 비명, 고통, 절망, 뭐 그런 것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기병단 근처의 진형을 지키고 있는 정병들은 초인적인 집중력과 사기로 그런 움직임을 이행했다. 놀라운 묘기처럼도 보인다.


아군의 중심부를 통해서 돌아온 요드먼 백작은 다시금 말머리의 방향을 돌리면서 적군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고.


크게 할퀴어진 부분의 알사드 군은 그대로 진형이 무너지며 시체 무더기만 근처에 쌓였다. 정확하게 실드, 랜스 차징에 당한 이들만이 아니라 그 근처에 있던 자들도 날아가거나 다치고, 부서지고, 죽었다.


자연스레 왕실군의 부담과 압박감이 줄어들면서 더 수월하게 칼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한쪽이 무너졌을 때, 그 쪽으로 깊이 밀고 들어가는게 아니라. 여력이 남는 이들이 옆에 있는 아군을 도와주면서 전선을 천천히,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피가 맺힐만한 아득한 훈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조직적인 움직임이었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훈련된 동작을 보인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대장군은 형형하게 빛나는 푸른 눈으로 적군들을 쏘아보고 있었고. 그의 뒤편 양익을 지키고 있는 부관들은, 기병단에서도 특출난 능력과 재능을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요드먼 백작의 전투력과 합친다면, 삼색 늑대단의 간부급이 오더라도 크게 어려움없이 버텨낼 수 있을만하다.


기병단의 위력을 강하게 하는 요소에는. 그들이 단일화된 제식 장비, 아티팩트를 걸치고 사용하고 있는 점도 있다. 그것들은 초상술사가 달고 있는 악세사리형 무구들이 공명을 일으키면서 스킬의 위력을 높이는 것처럼. 한 명 한 명이 장비한 아티팩트들의 MP가 모여 거대한 역장을 형성하게끔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초상술사나 기력술사라면 모두 느낄 수 있을만한 역장이 그들 기병단의 전체를 뒤덮고 있었고. 그런 기세는 최고 기사단의 간부급이 오더라도 쉽사리 깰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결국 전장을 내달리는 기병단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 수십 여 명이 하나로 기세를 모으고. 한 박자로 달리는 동안에는 어지간한 워메이지의 스킬에 직격당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요드먼 백작이 말의 고삐를 흔들었고, 사람 못지 않게 갖은 훈련으로 전장에 익숙해진 전마들이 내달렸다.


용맹한 준마駿馬들이 내달리는데, 그 주위로 반투명한 실드들이 펼쳐졌고.


그대로 기병단은 다시금 대공가의 진형을 부수려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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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341. 제어기지 24.06.06 7 1 13쪽
341 340. 광기어린 웃음을 지었다. 24.06.03 10 1 20쪽
340 339. 요드먼. 돌격 24.06.03 10 1 17쪽
339 338. 말리 24.06.03 10 1 12쪽
338 337. 쉴더Shielder 24.06.02 8 1 12쪽
337 336. 폭격 세례 24.06.01 13 1 14쪽
336 335. 전장의 한복판, 제냐 24.06.01 8 1 16쪽
335 334. 아무도 없었다. 24.06.01 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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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330. 착탄 24.05.30 12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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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326. 전쟁, 한창(4) 24.05.27 12 1 15쪽
326 325. 전쟁, 한창(3) 24.05.22 13 1 19쪽
325 324. 전쟁, 한창(2) 24.05.21 10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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