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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다라의 서재입니다.

27회 차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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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다라
작품등록일 :
2024.08.21 15:42
최근연재일 :
2024.09.01 17:0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659
추천수 :
53
글자수 :
92,564

작성
24.09.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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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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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부유하는 유령처럼

DUMMY

다음날 아침 신애의 상처를 돌봐준 후 옥상으로 올라왔다.

먼저 올라온 경일은 학원 앞 도로를 내려다보더니 기함했다.


“이럴 수가! 저것 좀 보세요.”


어제까지만 해도 숫자가 줄어가던 감염체는 몇 배나 많아졌다.

희찬과 신애도 옥상 밑을 확인하고 놀란 얼굴을 했다.


“어제 총성 때문인 것 같아요.”


준기는 추정인 듯 원인을 알려줬다.

경일이 의문을 제기했다.


“어젯밤 총성 때문에 저렇게 몰렸다 해도 지금은 안 들리잖아요.”


아직 감염체의 특성을 모르니 이런 의문을 갖는다.


“원래 총성은 아주 멀리까지 들립니다. 그것도 한두 번만 들리고 말았으면 모르겠는데, 너무 길게 쏴댔어요. 방향을 잡기 좋죠.”

“아아! 그러면 아주 먼 곳에서까지 이 동네로 몰려들었다는 말이네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당분간은 버틸 식량이 있으니 흩어지길 기다려야죠.”


감염체들의 밀도가 올라가면 위험지수도 기하급수로 증가한다.

준기의 담담한 말에 희찬도 의견을 보탰다.


“가청거리 안의 놈들은 죄다 몰려든 모양인데, 마치 첫 날 같습니다. 이럴 때는 쥐 죽은 듯이 있어야겠어요.”


희찬의 의견이 상식적이다.


“그게 맞을 것 같네요. 어제 그 인간이 또 총을 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부주의하게 총성을 울려 위험을 자초한 대부분의 생존자들이 감염체에 포위된 채 목숨을 잃었다. 사태 초반의 혼란에 두문불출하던 일부 생존자들은 총을 획득한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현대의 만병지왕인 총으로 감염체의 숫자를 줄이려 애를 썼단 말이다.


‘소리가 크면 클수록 각인효과가 명백해지지.’


아직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르지만 소음의 크기와 감염체의 이동에는 깊은 상관성이 있다. 총성처럼 큰 소리에 노출된 감염체들은 소음의 근원에서 쉽게 멀어지지 않는다.


“일단 며칠은 외부 출입을 자제해야겠어요. 모두 여기에 계세요.”


신애의 걱정 어린 권유에 경일과 희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준기는 시계로 날짜를 확인하고 이렇게 말했다.


“난 오늘밤에 혼자 나갔다 오겠습니다.”


그러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만류했다.


“지금 저 상황을 보고도 나가신다고요?”

“왜요?”

“안 돼요. 그러다 큰일 나요.”


하지만 준기는 준비된 답을 내놨다.


“안 나가면 더 큰일이 생겨요. 나 혼자면 어떻게든 돌파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말고요.”

“더 큰일이라니요?”


신애의 물음이었다. 준기는 신애의 다리에 맨 붕대를 가리켰다.


“신애 씨 상처치료 멈추면 안 되잖아요.”

“거의 나은 것 같은데요.”

“그건 제가 판단합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경일이 만류했다.


“차라리 셋이서 나가는 건 어떻습니까. 경험도 있고 합도 어느 정도는 맞춰서 괜찮을 겁니다.”

“지금 우리의 팀워크 정도로는 어려울 것 같아요. 난 첫날 혼자서도 이곳까지 왔어요. 걱정 말아요.”


준기의 생존능력은 입증됐으니 완전히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희찬 역시 준기를 말렸다.


“그때는 운이 따라줬을 겁니다. 도대체가 저 많은 숫자를 보고서도 혼자 밖으로 나갈 생각을 어떻게 하십니까. 저는 절대 반대입니다.”


세 사람의 걱정 어린 태도에 준기는 속으로 기뻐했다.


‘참으로 따뜻하고 선량하다니까.’


이런 따뜻함이 이들과 함께하는 이유였다.


물론 모든 생존자들이 서로를 아끼진 않는다.

누군가 위험에 처한다 한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이 망하기 전에도 많았다.

음주와 난폭 운전으로 타인을 죽고 다치게 만드는 이들,

근로자의 안전을 무시함으로 산재를 유발하는 사업주들,

부하를 사지로 몰아놓고 제 살길만 찾기 바쁜 군 지휘관들,

외래 진료로 막대한 이익이 생겨도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이 찾는 응급실에 투자하지 않는 병원 경영진들,

속임수로 타인의 삶과 생명까지 뺏는 사기꾼들,

그저 술이 취했거나 기분이 나빴단 이유로 약한 이들만 골라 때리는 이들,

약한 학생들을 괴롭혀 자살까지 몰고 가는 학교폭력 가해자들······

그런 이들이 세상이 바뀌었다고 본성까지 바뀌겠는가.


‘지금 당장은 선량한 척, 약한 척하겠지만, 이제 살았다 싶으면 전부 본성이 드러나는 자들이지.’


준기는 그런 인간들을 많이 봐왔다.

인간의 본성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악당들의 씨를 말려야 하는 이유였다.


*


밤이 되기 전까지 준기의 단독행동을 만류하려는 세 사람의 노력은 계속됐다.


“아무리 필요한 일이어도 안 됩니다. 선생님을 잃으면 우리는 누가 치료해줍니까.”

“맞습니다. 하루만이라도 더 기다려보면 좋겠어요. 그러다 큰일 난다니까요.”

“두 분 말씀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해요. 너무 위험해요.”


준기는 세 사람의 이런 말을 매 회 차마다 들어왔기에 자연스레 답했다.


“신애 씨 상처는 습윤 드레싱을 유지해야 정상적으로 아물어요. 앞으로도 계속 멸균 거즈가 필요한데 그때는 어떻게 하겠어요. 또한 우리 남자들도 밖에 나갔다가 쉽게 다칠 수 있습니다. 두 사람 손도 아직 상태가 안 좋고요.”


이 말로 반대의견은 갑자기 힘을 잃었다.

신애의 다친 다리는 매일 상처를 돌봐줬기에 점점 나아지고 있었지만, 밖을 오가는 남자들에게도 자잘한 부상은 계속 생겼다.


“저는 이젠 많이 나았어요. 더는 치료 안 해주셔도 돼요.”


신애는 이렇게 말했지만 음성이 불안했다.

준기는 두 남자에게 물었다.


“신애 씨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어요. 또한 앞으로의 부상도 즉각 처치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예를 들자면······.”


준기는 감염과 합병증, 출혈의 위험성, 후유증에 대해 길게 설명을 시작했다.


“찰과상과 열상 모두에서 드레싱이 필요해요. 피부는 외부 감염에서 신체를 보호하지만 상처가 생기면 감염의 통로가 됩니다. 지금 제가 챙겨온 소독약도 언젠가는 떨어질 겁니다. 그리고 우리 가운데 누군가 크게 다치면 붕대와 거즈는 상상이상으로 많이 필요해요.”


매일 상처를 돌봐줄 때마다 세 사람도 인식하고 있던 사실이다. 빵빵했던 응급가방이 홀쭉해진 모습에서 느끼는 바는 있을 테니까.


“이렇게 고집이 센 분인 줄 몰랐네요. 의사로서의 소신이시라면 더 못 말리겠습니다.”


경일의 포기 선언에 다른 두 사람도 고개를 떨궜다.

준기는 최대한 담담하게 약속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돌아올게요. 걱정 말아요.”


준기는 이러한 설득 과정을 무수히 반복해왔기에 이들의 속마음이 어떤지도 알고 있다.


‘언제나 고마워.’


세 사람의 만류는 의사를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컸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어느새 깊어진 정 때문이기도 했다.

생사를 오가는 한계 상황을 함께 겪고, 서로를 의지해 싸우고, 다 같이 먹고 자는 생활을 반복하면 정은 쉽게 들기 마련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만큼 깊지는 않겠지만.’


준기는 200년의 상당 기간을 이들과 함께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깊게 정이 들었는지, 하늘만 알 정도였다.


*


자정이 되자 감염체들의 움직임은 낮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다녀올게요.”


1층까지 따라 나온 세 사람의 불안한 시선을 뒤로 하고 준기는 담을 넘었다.

조심히 다녀오라는 신애의 속삭임에 물기가 가득했다.


‘저 눈물도 언젠가는 마르겠지.’


신애는 눈물이 많았다.

물론 시일이 지나며 점차 건조해지지만, 아직은 많이 울 때이다.


*


준기는 이면도로를 따라 걸으며 오랜 만에 자유를 만끽했다.

지나치게 강한 모습을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질문이 많아지면 피곤하거든.’


몇 회 차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초반부터 가공할 실력을 보여준 후에 질문 세례에 휩싸인 적도 있었다.

대체 그런 싸움 실력은 어디서 나온 것이냐, 혹시 의무 주특기를 가진 특수부대원 출신이냐, 아니면 어릴 때부터 무술을 연마한 사람이냐 등등.

그러한 질문은 지나치게 뛰어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있었고 점차 준기를 의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자력생존의 의지와 열의는 항상 강렬해야하며 이를 회피할 작은 핑계조차 만들어주면 안 된다.


드르륵! 드르륵!


멀리서 뭔가 긁히는 소리가 들리며 가까워오고 있었다.

빌딩에 가로막힌 달그림자 밑이라 형체도 보이지 않았다.

준기는 그림자 속을 향해 눈을 크게 떠봤다.


‘뭐지?’


의문은 금세 풀렸다.

바닥에 버클이 긁히는 소리였다.

젊은 남성이었던 감염체는 청바지와 속옷이 무릎에 걸린 채 어적대며 걸어오고 있었다.


‘똥 싸다 변했구나.’


생전의 마지막 모습이 그대로 남은 경우다.

나체로 돌아다니는 감염체가 간혹 보이는 이유도 같았다.


‘더러워서 가까이 가고 싶지도 않네.’


보나마나 못 볼 꼴을 보게 될 것이며 역한 냄새를 맡게 될지 모른다.

준기는 칼을 뽑은 후 주변을 살폈다.


‘연습을 못했지만 되겠지?’


준기는 놈이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는 순간 칼을 던졌다.


핏!


칼은 어둠을 뚫고 20여 미터를 날아가 감염체의 미간에 꽂혀버렸다.


‘굿! 잘되네.’


손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연습해본 바가 있는 비검술은 현생에서도 유효했다. 기억과 신경계의 통합은 첫날에 비해 월등한 상태였다.


턱! 쑥!


이마를 발로 밟고 칼을 뽑은 후 감염체의 상의에 피를 닦았다.


후우!


참았던 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오늘밤은 이 비검술이나 연습하면서 보내보자.’


감각을 일깨우는 일도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


파출소로 가는 길가의 피부과의원이 1차 목표였다.

조심스런 걸음, 청각 집중, 날을 세운 감각은 기억에서 나와 전신을 휘감았다.


우뚝!


우측 모퉁이 너머에서 걸음소리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소리로 파악된 숫자는 네 마리다.

감염체는 먹이를 만나기 전에는 부주의하게 걸었고 대개 신발을 질질 끄는 특성이 있다.


‘칼이 겨우 한 자루뿐인데··· 에라 모르겠다.’


준기는 소리가 들리는 모퉁이를 거침없이 돌았고 감염체 네 마리와 마주쳤다.

어린이, 주부, 노인, 편의점 조끼를 입은 젊은 남성 감염체였다.


핏!


가장 강할 것으로 추정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미간으로 칼이 날아들었다.


‘오케이!’


또 성공이다. 준기는 미간에 칼이 꽂힌 놈이 뒤로 쓰러질 때 왼손에 있던 파이프를 들어 올린 채 달렸다.


휘잉, 퍼석! 휭, 빡!


노인, 주부까지 처리하고 가장 마지막이 어린이 감염체다.


‘미안하구나.’


준기의 하복부를 향해 달려드는 어린이 감염체의 머리로 수도파이프가 날아들었다.


빠악!


200년 동안 감염체라면 남녀노소 종류를 가리지 않고 죽였다.

하지만, 어린 개체에게만은 미안한 감정이 매번 들었다.


‘왜지? 너무 오래 돼선지 기억이 안나.’


어쩌면 일부러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잊은 척하는 건지도 모른다.

준기의 잠재의식에는 안타깝게 죽은 어린아이들이 가득했다.

아픈 기억을 덜어내지 않았으면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었을 거다.


*


피부과에 침투해 가방을 가득 채운 후 빠져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감염체들이 에워싸고 있을 파출소다.

목적지에 가까울수록 마주치는 감염체들은 밀도가 부쩍 올라갔다.

그럼에도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려 노력했다.


푸푹! 빠각! 추아악!


칼과 파이프는 더 자유롭게 사용됐다.

신체의 모든 감각정보가 쉬지 않고 작동됐고 균형과 반사작용, 근육의 신장과 수축도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크와아악!


소리를 내는 몇몇 감염체로 인해 다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앞을 가로막는 감염체들도 있었다.


푸푹!


순식간에 두 마리의 목에 각각 구멍을 냈다.

뻗은 팔을 교묘하게 피한 칼날엔 실수가 없었다.

경동맥만 절단하면 인간이든 감염체든 몇 발짝조차 떼지 못한다.


철퍼덕!


두 마리 죽이는데 1초 남짓이었다.


‘아직은 괜찮아. 아직은.’


진화적 변이를 맞은 감염체라면 어림도 없지만 초반 몇 달은 이 방법으로 쉽게 죽일 수 있다.


준기는 감염체를 끈질기게 죽이면서도 파출소 주변만 맴돌았다.

칼을 쓰기 어려울 때는 파이프와 발차기는 물론 팔꿈치와 무릎도 동원했다.


“하악, 하악! 아이고 숨 차라.”


죽인 개체 수가 50마리를 넘었을 때 잠시 몸을 숨기고 쉬는 시간도 가졌다.


‘체력만 돌아오면 아침 몸 풀기로 죽일 숫자였는데, 아직은 무리다.’


감염체 무리의 종심으로 부주의하게 들어가는 바보짓을 할 그가 아니었다.

착실하게 숫자를 줄여나가는 것만이 안전을 보장한다.


휘잉, 뻑! 퍼퍽, 빠각!


쓰면 쓸수록 몸의 감각이 계속 돌아왔다.

혼자서 주변을 야금야금 파먹는 전술이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포위만 피하면 한 번에 하나씩 꾸준하게 죽일 수 있다.


“허억, 헉헉! 이젠 지친다.”


숨넘어가도록 힘든 시간이 지나자 온몸이 땀에 젖었다.

거의 100여 마리는 죽인 모양이다.

둘러싸이지만 않고 큰 무리를 회피하면 가능한 일이다.


‘지친다. 이제 그만하자.’


몇몇 개체들은 남았지만 깔끔한 청소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사람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감염체는 새로 유입되기 마련이다.


*


드디어 도착한 파출소 일대는 부쩍 줄어든 감염체들로 다소 한산했다.

놈이 또 총을 쏘지만 않는다면 상황 변화는 없을 터.


‘어제 발광을 했으니 내일이나 모레쯤에 또 시작하겠지.’


어제 총을 쏜 놈은 원래 혼자가 아니었다.

파출소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무기 획득 장소다.

다만 놈은 파출소까지 오면서 동료 생존자를 전부 잃었고 공포와 긴장으로 반쯤 미친 상태였다.


······!


준기는 길 건너 모퉁이에서 깜깜한 파출소 건물을 관찰했다.

총기를 부주의하게 다루는 놈은 자는 시간도 일정치 않았다.

놈의 가장 큰 문제는 불규칙함이다.

식량이 떨어져 굶어죽기까지 열흘이 넘는 시간동안 잊을 만하면 한두 번씩 총을 쏠 것이다.

그 바람에 이 동네의 많은 생존자가 굶어죽었다.


‘몰려든 감염체들에 겁먹은 많은 사람이 밖으로 나오지를 못했었지.’


이 동네에서 준기가 구한 사람들의 일관된 증언이었다.

신중하지 못하면 관찰력이나 판단력이라도 있어야 했지만 놈에게는 어느 것도 없었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게 했는지, 애초에 관심도 없는 놈이다.

반복된 회 차의 초반에 설득을 시도했던 적이 있어서 놈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도 잘 알고 있다.


휘잉!


텅 비어버린 도심의 밤은 바람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준기는 똑같은 자세로 파출소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K-2 소총을 밖으로 겨누고 있는 저 놈에게 총을 맞은 일도 두 번이나 있었다.


‘신중할 거면 발광을 말던가, 발광할거면 신중하지 말던가.’


절대 피해야할 성향 중 하나가 비일관성이다.

종잡을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인간은 친해지기도 다루기도 매우 까다롭다.


끼릭, 틱!


권총을 빼서 약실을 다시 확인했다.

한 발로 끝내야 후환이 없다.

준기는 파출소 문을 바라보는 망부석 같았다.


*


선 자세를 유지하며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

드디어 놈이 밖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일어났냐. 이 화상아!’


부쩍 줄어든 감염체 숫자에 놀라는 놈의 모습도 오랜 만이었다.


‘아무리 오랜만이라도 저딴 놈까지 반갑다니.’


총성 때문에 놈은 꼭 실내에서 죽여야 한다.

준기의 시선은 파출소 2층 창가에 어른대는 놈에게 고정돼 있었다.

그러다 옥상에 모습을 드러낸 놈이 화단을 향해 돌아섰다.


드디어 놈이 바지 지퍼를 내렸고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준기는 신발을 벗어 손에 들었다.


‘지금이지.’


놈의 움직임을 놓친 상태로 접근하다 총에 맞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저 인간이 소변을 볼 때가 유일한 기회다.

파출소를 향해 가는 준기의 발소리는 놈이 오줌 싸는 소리보다 적었다.

준기는 부유하는 유령처럼 움직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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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 차 아포칼립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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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장거리 사격술의 귀재 24.09.01 54 2 13쪽
» 부유하는 유령처럼 24.09.01 59 1 16쪽
12 멀쩡한 정신 24.08.31 68 2 13쪽
11 죽은 세상을 비추는 빛 24.08.30 71 3 15쪽
10 신선한 식재료 24.08.29 79 2 14쪽
9 용기와 동지애 24.08.28 81 4 16쪽
8 선을 넘는 순간 +1 24.08.27 100 4 16쪽
7 공포와 용기 24.08.26 109 4 16쪽
6 웃음 그리고 죽음 24.08.25 128 5 16쪽
5 망한 세상의 몸과 마음 24.08.24 131 5 14쪽
4 낯선 사람 +1 24.08.23 150 5 13쪽
3 200년의 지식 24.08.22 171 5 14쪽
2 걸어 다니는 재앙 24.08.22 196 4 13쪽
1 27회 차 아포칼립스 프롤로그, 1화 +1 24.08.22 263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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