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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다라의 서재입니다.

27회 차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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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다라
작품등록일 :
2024.08.21 15:42
최근연재일 :
2024.09.01 17:0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664
추천수 :
53
글자수 :
92,564

작성
24.08.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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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공포와 용기

DUMMY

세 사람은 한바탕 참극을 구경하고 얼이 나갔다.

준기의 마지막 말은 듣지도 못한 것 같았다.


“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일단 저 문이 뚫릴 때라도 대비해야죠. 여럿이 문을 밀거나 당기면 다 부숴 질 겁니다.”

“맞아요. 절대 저 꼴로 죽고 싶지 않습니다. 후우!”


경일과 희찬의 초조함이 극에 달했고 신애는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잠시 잠깐 썰물처럼 멀어졌던 공포가 밀물처럼 되돌아왔다.


“그러면 일단 2층 계단부터 막을까요?”

“계단을요? 아! 그게 좋겠네요. 계단이 하나뿐이니까요.”

“일단 2층으로 가시죠.”


준기의 권함에 따라 세 사람은 다급하게 움직였다.

잠깐이나마 안도했던 이들은 다시금 공포를 목도했고 끔찍한 상상에 빠져버렸다.


“강의실 의자하고 책상부터 나르죠.”


경일의 말에 손에 잡히는 대로 책걸상을 나르기 시작했다.

계단을 틀어막아서라도 저 끔찍한 것들이 접근하는 걸 막겠다는 심정은 준기가 보기에 좋은 반응이었다.

음료수를 확보하러 내려올 때만 해도 약간 느긋했지만, 공포의 실체를 다시 보게 되자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덜거덕!


1층과 2층 중간 계단에 책걸상을 쌓는 네 사람은 소리에 주의하며 나름 힘을 냈다.

신애 역시 하얘진 얼굴로 의자를 나르며 힘을 보탰다.

그렇게 계단 바리케이드가 조성됐고 쉽게 넘어오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런데 저것들이 이걸 손으로 잡고 빼내면 허물어지지 않을까요?”


경일의 걱정이다.

준기가 답을 줬다.


“그러면 2층과 3층 사이 계단을 또 막아야죠. 복도에 책걸상 잔뜩 꺼내놓고 위에서 밑으로 던지기만 해도 어느 정도는 막힐 겁니다.”

“그래요. 그겁니다. 그러면 또 나르죠.”


없던 힘도 솟는 순간이다. 경일과 희찬은 3층으로 올라가 강의실의 책걸상을 복도로 빼냈다. 신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준기는 그들의 대비를 도우며 생각했다.


‘생존 욕구가 얼마나 큰 힘을 불러오는지 이들이 증인이지.’


세 사람의 적극성은 마치 광기 같았다.

죽음의 공포는 때로 괴력을 불러온다.

방금 전까지 자판기를 뜯어도 되는지 고민하던 태도는 송두리째 사라졌다.

준기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들의 노력에 동참했다.

힘은 힘을 쓰는 이들에게서만 생성된다.

바로 지금의 이들처럼 말이다.


*


한바탕 난리를 피워가며 계단에 대한 대비를 마쳤지만, 경일과 희찬, 신애의 초조와 불안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혹시 벽을 타고 올라오진 않을까요?”

“그러면 창문은 어떻게 막죠?”

“그럼 어떡해요.”


세 사람의 공포는 끔찍한 상상력으로 이어졌다.

준기가 말했다.


“열쇠 찾아서 강의실을 잠그도록 하죠. 행정실에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에 세 사람은 열쇠를 찾으러 행정실로 몰려갔다.


잠시 후 진짜로 열쇠와 자물쇠를 찾아온 그들은 강의실을 잠그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학원 외부 출입문만 신경 쓰면 되던 건물이었지만, 오늘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문이란 문은 전부 막고만 싶었다.


“하아! 땀이 다 나네요. 이제 또 뭘 해야죠?”


경일이 의견을 구했고 희찬이 대뜸 말했다.


“사주 경계요. 건물 외벽에 케이블 선이나 전선 타고 올라올 수도 있으니 그것도 다 끊어버리죠.”

“좋아요. 그러면 선생님이 칼을 갖고 있으니 전선 끊는 거 맡아주세요. 그리고 옥상에서 밖을 계속 살필 사람도 있어야 하는데······.”


두 사람의 시선은 자연스레 신애에게 향했다.


“제가 할게요.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요.”


두려움에 움츠러들었던 신애는 더 큰 두려움이 닥치자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때 준기가 나섰다.


“내가 신애 씨 데리고 옥상으로 갈게요. 두 분은 여기서 다른 필요한 방비가 있는지 살펴보시죠. 먹을 것도 다시 찾아보면서요.”

“네. 그게 좋겠네요.”

“이 잡듯이 뒤져볼게요.”


모두가 한 번에 동의했다.

두려움이 주는 단합력은 기가 막힐 정도였다.


*


한바탕 바삐 움직인 덕에 몸이 땀에 젖었다.


“이제 더 해야 할 일이 없을까요?”


경일이 물을 때 희찬은 생각하고, 신애는 건물 아래쪽을 내려다봤고, 준기는 구해온 식량을 쳐다봤다.


“옥상 문에 화분이나 더 갖다 놓죠. 옥상 벽은 쉽게 올라오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저분은 왜······.”


경일은 신애가 옥상 외벽에서 자세를 바짝 낮추고 도로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고개를 난간 밖으로 자꾸 내밀다보면 누군가 여기에 사람이 있는 걸 알게 될 확률이 높아요.”

“그게 왜요?”

“우리를 발견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그것도 곤란할 수 있어요. 오는 길에 죽을 수도 있고요.”

“아! 그것도 그러네요. 일단 알겠어요.”


잠시 후 두 사람이 찾아낸 식량을 내려놓고 심각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걸로는 하루도 못 버틸 것 같습니다.”


경일의 말이었다.

컵라면 셋과 즉석 밥 2개, 과자 몇 개가 전부라 턱없이 부족했다.

야식으로 컵라면에 밥을 말아먹던 습관을 가진 누군가가 없었다면 과자 부스러기만 건질 뻔했다.


“물은 계속 나올까요?”


희찬의 걱정에 준기가 알아듣게 설명해줬다.

중력낙하방식과 물탱크의 존재, 어떤 경우에는 직접 탱크에서 물을 퍼 날라서 써야 한다는 말들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쩌죠? 당장 우리부터 굶어 죽게 생겼네요. 이런 줄도 모르고 아까는 제가 생각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다른 생존자를 구하자는 말을 했던 경일은 현실을 자각했다.

턱을 괴고 있던 희찬과 밑을 살피던 신애도 이 말을 듣고 심각한 얼굴이었다.

다들 주렸는지 눈들이 퀭했다.


‘먹을 게 없으면 배도 빨리 고픈 느낌이 들 테지.’


풍요의 반대편 세상에선 밥맛이 없다거나 밥을 먹기 싫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찬 투정이나 다이어트라는 개념도 완전히 사라진다.

밥 먹듯이 굶느라 심각한 기아를 겪고 정신착란이 일어난 경우도 있었다.


“일단 최대한 아껴서 먹고 내일 새벽에 나가서 먹을 걸 구해보죠.”


준기는 이렇게 제안했다.

경일이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밖으로 나가서 식량을 구하자고요?”

“안 그러면 굶어 죽으니까요.”


세 사람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휘발유통을 짊어지고 불속으로 뛰어들자는 말처럼 들렸을 거다.


“제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지 모르지만 조금 버텨보면 안 될까요?”


경일의 주저함에 준기가 물었다.


“어떤 도움이라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인가요?”

“이상하게 변한 몇쯤은 기꺼이 상대할 수 있겠지만, 밖에 있는 숫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밖에 나갔다가 좀 전에 그 사람들처럼 당할까봐······.”


참극을 자꾸 목격하며 심리적으로 짓눌린 모양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발휘되는 용기와 투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논의를 이어가는 지금도 멀리서 비명이 간혹 들렸었다.


“안 나가면 굶어죽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아침도 굶고 점심때라 준기도 배가 고팠다.

이들과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고픈 건 고픈 거다.


“아무래도 이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이게 지금 어지간한 사태가 아닌 것이 통신이 완전 두절됐잖아요. 문제가 심각해요.”


현실 인식이 다소 빠른 희찬의 의견이다.

신애도 마찬가지였는지 조심스럽게 첨언했다.


“저는 항공기가 이렇게 많이 추락하는 거 듣지도 못했어요. 전화도 안 되고 이러다 앉아서 굶어 죽을 것만 같아요.”


민항기 추락은 지구 반대편 사건도 국내 뉴스로 전해질 정도로 희귀했다.

그런데 오늘 가시거리 안에서 추락한 항공기만 3대나 된다.

세상이 끝장났다는 인식은 다시금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하아! 그러면 무조건 나가야 한다는 거네요. 그것도 내일 새벽에요?”


경일의 질문에 준기가 이후를 그려봤다.


“만약 너무 늦으면 쇠약해진 상태로 나가야해요. 그러면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굉장히 위험해요.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닌 것 같고요. 마치 광기가 휩쓰는 느낌 같잖아요.”


이 사태는 첫 날이 가장 위험했지만 이를 세세히 설명해줄 수는 없었다.

준기는 한 가지를 더 일깨웠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이상하게 변한 사람들은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건 퍼져 있던 위험이 큰 덩어리로 모이는 것과 같다는 말이죠. 우리는 그 틈을 노리는 겁니다. 내일 새벽 여명이 일어날 때로 정하죠.”


세 사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앉아 있어도 죽고 움직여도 죽을 것 같은데다 허기까지 더해지자 첩첩산중이었다.


“일단 당장 먹어야 하니 즉석 밥부터 조리해볼까요?”


준기의 권함에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전자레인지는 안 될 텐데 이걸 어떻게 먹죠?”

“물을 끓이려고 해도 냄비가 없어요.”


신애도 걱정스럽게 말했다.


“종이나 그런 걸로 옥상에서 불을 피워도 될까요? 자칫 저 밑에 돌아다니는 이상한 사람들을 불러오는 일이 되면 어쩌죠?”


정보가 너무 없어 결론을 내기가 힘들었다.

모두가 막막해할 때 준기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무수한 조리 방식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잠재력을 일깨울 때다.

그때 신애가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 물은 있잖아요. 물에 불려서 먹으면 어떨까요.”


현재의 조건에선 이게 최선이다.


“좋습니다. 해보죠.”


준기도 동의했다.

오늘은 되는대로 먹기로 했다.


‘쥐나 뱀 잡아먹는 것보다는 낫지.’


준기는 200년 동안 인간이 무엇까지 먹을 수 있는지 한계를 경험했었다.

이 정도는 양반이다.


*


라면과 즉석 밥을 물에 불린 식사에 모두 속이 좋지 않아보였다.

세 사람과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물어도 될까요?”


준기는 청유화법으로 물었다.

자칫 신경이 날카로운 가운데 분쟁이나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없애기 위함이다.

먼저 희찬이 입을 열었다.

집안에서 바깥 상황을 보고 자신의 트럭으로 도망을 가려할 때, 정신없이 도망치는 신애를 발견한 게 시작이었다.


신애는 아침 출근길에 사태를 만나 숨다가 도망치기를 반복했었다.

자켓도 벗겨지고 핸드백도 떨어뜨리는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희찬은 경일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때 이분이 용감하게 신애 씨를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차를 몰아 두 사람을 태웠는데, 이리저리 피하다가 사고 차량과 시신과 장애물이 너무 많아서 더는 무리였었고······.”


차를 버리고 방황한지 얼마 안 돼 학원 앞까지 왔다는 말로 상황은 전부 들었다.

준기는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듣는 입장이지만 경청하는 자세였다.


“근데 이분 대단하시더라고요.”


희찬이 경일을 칭찬했다.


“두 팔로 밀기만 했는데도 저 이상한 사람들이 발랑 자빠지고 일어나지도 못하더라고요. 무슨 운동하셨어요?”


희찬의 물음에 경일은 씁쓸하게 답했다.


“파워리프팅이 취미였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마라톤을 배울 것을··· 그런데 그쪽도 장난 아니던데요? 무슨 무술 같은 거 배웠나요?”

“저는 공수도 수련을 몇 년 했었어요. 운동 안 한지도 좀 됐지만.”

“아무튼 대단했습니다. 발차기로 뼈를 부수는 것 같았어요.”

“뭘요. 이런 일에 쓸 줄은 몰랐습니다.”


두 사람이 신애까지 구해가며 살아남은 건 우연이 아니었다.

경일은 힘이 남달리 강했고 희찬은 무술에 일가견이 있었다.

과거 준기에게 근력운동을 가르쳐준 사람이 경일이었고 무술을 가르쳐 준 사람은 바로 희찬이었다.


“그랬군요. 고생들 많았어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끼리 돕다가 만난 거라 더 반가워요. 힘냅시다.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준기는 그들을 위로했고 자신이 여기까지 온 경위 역시 술술 말했다.

속을 터놓고 말하면 신뢰감은 상승한다.

서로의 관계와 결속을 위한 시간이었다.

낯선 사람들 간의 이런 대화는 하나의 통과의례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다툼 없이 잘 지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화가 무르익는 가운데 신애가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부터다.


“부모님이 어디 사시는데요?”


경일의 물음에 신애는 순천이라 답했다.

신애는 무남독녀였다.


“아! 순천. 좋은 곳이죠. 저도 사실 부모님 걱정에 전전긍긍입니다. 지금 어찌하고 계실지, 우리 엄마 몸도 안 좋으신데······.”


희찬은 어머니가 없고 늙으신 아버지만 계시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각자 형제가 있었고 서울의 다른 지역에 있다고 했다.


“선생님 가족은요.”


경일이 준기에게 물었다.

이 대답도 얼마나 반복적으로 했는지 모른다.

준기는 술술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6년 전에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재작년에 돌아가셨어요. 형제도 없고 결혼도 안 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이렇게 가족 이야기를 나누면 거리감이 좁아진다.

무법지대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건 긴장되는 일이지만 이런 대화를 거치면 경계심은 누그러진다.


네 사람은 속을 내보이며 감정을 공유했다.

각자 자신의 사정을 나누고 묻기도 하면서 담배도 나눠피웠다.


“저도 하나 주시죠.”


경일은 처음에는 거절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피워보고 싶은 거다.


“무리하진 말고요.”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다던 경일은 몇 번 뻐끔대며 담배를 피우더니 이내 켁켁 거렸다.


“아휴! 이런 걸 왜 피우나 모르겠습니다.”


준기는 경일이 여러 회 차를 거치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가끔 담배가 위로가 되더라고요. 아니, 어쩌면 유일한 위로일지도 모르겠어요.’


경일은 세상이 망한 이후 흡연자가 됐다.

희찬은 여러 차례 알코올 중독에 빠졌었고 신애는 즐기지 않던 술과 담배를 시작했다.

제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삶을 이겨내다 망가진 것이다.

물론 회 차를 반복할 때마다 점점 나아졌다.

신애가 악몽과 불안증을 벗어내지 못하고 정신병을 얻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전보다 훨씬 나아지겠지.’


잠시 교분을 다지는 시간을 가진 후 준기가 말했다.


“내일 새벽에 나가려면 무기가 좀 필요할 것 같아요. 무기 챙긴 후에는 전략도 짜봐야 하고요.”

“전략이요?”

“네. 어디를 털지, 무엇을 가져올지, 대형은 어찌할지, 무엇보다 과감하게 저들을 죽일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해요. 만약 우리 가운데 누군가 당하면 그때는 어찌할지도 미리 생각해둬야 해요. 우리 네 사람 다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 말에 다시 섬뜩한 긴장이 감돌았다.

경일은 과거에 무수하게 했던 말을 또 내뱉었다.


“그 말씀의 의미는 이상하게 변한 저 사람들을······.”

“네. 제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 것 같습니까. 정당방위라고 생각하세요. 싸우지 않으면 죽는 겁니다.”


이런 고민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게 된다.

감염된 이들이 치료가 불가능한 건 맞는지, 법률적인 문제는 없는지, 자칫 살인이 아닌지 등등의 걱정 말이다.

사람이 이상해졌다고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목격한 바가 너무 충격적이어선지 세 사람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긴, 정상인이라면 사람의 생살을 씹어 먹진 않겠죠.”

“저는 차 몰고 오면서 개 주인이었을 사람이 자기 개를 산 채로 뜯어먹는 것도 봤어요.”


경일과 희찬의 목격담에 신애는 상상조차 싫은지 진저리를 쳤다.


“따라서 무기를 잘 준비해야 해요. 이 건물에 있는 것들을 활용해서 말입니다.”


무기를 제작하는 일은 원시시대부터 있었다.

활과 창만으로 대형 동물을 멸종시킨 인류의 발자취는 아주 오래됐다.


“그러면··· 시작하죠.”


마음을 정했는지 경일이 일어섰다.

꼼꼼하고 사려가 깊은 경일에게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었지만 이건 사실 장점이었다.

한 번 마음먹기가 어렵지 뜻을 정하면 절대 후퇴하지 않는 성향은 이렇게 드러났다.


“내려갑시다. 신애 씨는 여기서 주변 상황을 좀 살펴주세요.”

“네.”


세 남자는 옥상에서 일어났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치명적인 무기를 찾기 시작했다.

오늘은 감염체를 죽일 결심을 했지만 나중에는 더 독한 결심을 해야 한다.

굳센 용기는 공포라는 허들 너머에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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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장거리 사격술의 귀재 24.09.01 56 2 13쪽
13 부유하는 유령처럼 24.09.01 59 1 16쪽
12 멀쩡한 정신 24.08.31 68 2 13쪽
11 죽은 세상을 비추는 빛 24.08.30 71 3 15쪽
10 신선한 식재료 24.08.29 79 2 14쪽
9 용기와 동지애 24.08.28 81 4 16쪽
8 선을 넘는 순간 +1 24.08.27 100 4 16쪽
» 공포와 용기 24.08.26 110 4 16쪽
6 웃음 그리고 죽음 24.08.25 128 5 16쪽
5 망한 세상의 몸과 마음 24.08.24 132 5 14쪽
4 낯선 사람 +1 24.08.23 150 5 13쪽
3 200년의 지식 24.08.22 172 5 14쪽
2 걸어 다니는 재앙 24.08.22 196 4 13쪽
1 27회 차 아포칼립스 프롤로그, 1화 +1 24.08.22 263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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