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등급 포탈 (1)
강민수를 팀장으로 한 대한민국의 정예 중의 정예만을 뽑은 X등급 포탈 공략대가 드디어 X등급 포탈에 진입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정석과 김범주는 모두가 무사히 포탈 공략을 마치고 귀환하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헤... X등급 포탈이라서 긴장했는데 일단은 별 거 없네요?”
유정태의 말에 포탈에 진입한 헌터들 대부분이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태의 말처럼 포탈 안은 특별하다고 말할 만한 것이 없었다. 청주 A등급 포탈처럼 전신을 옭아매는 듯한 불길한 느낌도 없었고 견디기 힘들만큼의 더위나 추위도 없었다.
그들이 들어선 입구로부터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들은 절벽이 만들어낸 넓은 공터에 서 있는 모양이었다.
“저기를 보세요.”
조금 앞에서 탐색하던 헌터가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공터를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원형의 절벽이 완전히 닿지 않아 생긴 샛길이었고 두 사람이 나란히 서면 어깨가 닿을만큼 좁았다.
“좁아 보이지만 일단은 외길이니 무조건 저기로 가는 수밖에 없겠군요.”
강민수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언제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니 주의해야 합니다.”
“그럼 내가 앞장서죠.”
강민수의 말에 백천린이 나섰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자 백천린 헌터가 선두에 섭니다. 1,2,3팀이 차례로 진입하겠습니다.”
“일단 여기는 안전해보이니까 저도 백천린 헌터와 함께 가겠습니다.”
서무진이 강민수의 허락을 받고 백천린과 나란히 섰다.
“내가 앞장서지.”
백천린이 앞장 서서 외길로 진입했다.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거의 5분 이상을 걸었을 때 백천린의 뒤를 조용히 따르던 서무진이 말했다.
“앞 쪽에 무언가가 있군요. 조심하십시오.”
서무진의 말에 백천린이 조금 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50도 정도로 굽은 길을 돌자 외길의 끝이 보였다.
“길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있는 것 같으니 준비하십시오.”
길의 끝을 본 서무진이 뒤에서 따르던 강민수에게 말했다. 그 사이 백천린이 길을 벗어났다. 그곳은 거대한 분지였다. 산이라 부르기엔 낮고 언덕이라기엔 높은 구릉이 큰 타원을 그리며 거대한 분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백천린이 외길을 벗어나 분지에 들어서자 분지 가운데 쯤에 모여있던 몬스터들이 백천린을 보며 괴성을 질렀다.
“우와! 첫 판부터 강력하네.”
백천린이 공략팀이 나올 수 있도록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서며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 뒤를 서무진을 따라 나와 몬스터들을 본 강민수가 중얼거렸다.
“라이칸스로프...”
늑대의 얼굴에 사람처럼 직립을 하고 키는 거의 3미터에 달하며 온 몸이 털로 덮여있으며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그리고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C등급 몬스터 라이칸스로프 무리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많기도 하군. 200마리는 되겠어요.”
강민수의 뒤에서 유정태가 말했다.
외길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헌터들을 본 라이칸스로프들이 다시 괴성을 지르더니 헌터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C등급의 몬스터들 중 최상위권. 늑대의 습성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몬스터죠. 보통 10~20마리 내외가 뭉쳐다니는데 200마리라니 확실히 스케일이 다르긴 하네요.”
유정태가 서무진의 뒤에서 말했다.
“어쨌거나 우리 편은 아직 다 나오지도 못했는데 기다려 주지도 않고 공격해오다니. 예의없는 몬스터들이야. 예의없는 것들은 매가 약이지.”
백천린이 검을 꺼내들며 중얼거리고는 라이칸스로프들을 향해 마주 뛰었다. 백천린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절레 저은 서무진이 유유히 백천린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백천린과 라이칸스로프의 선두의 거리가 10여 미터까지 가까워졌다. 달릴 때는 네 발로 달리는 라이칸스로프가 큰 혓바닥을 내밀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백천린은 왠지 으르렁거리는 라이칸스로프의 입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곱게 죽자! 예의 없는 개새끼들아!”
백천린이 손에 든 검에 힘을 주었다.
크와와앙!
백천린의 외침에 맞대응이라도 하듯 라이칸스로프들이 커다란 소리로 울었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선두에서 달려오던 라이칸스로프 십여 마리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순간 맥이 빠진 백천린이 뒤를 돌아보았다. 서무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저도 예의없는 것들을 아주 싫어하는 편이라... 그나 저나 조심하세요.”
서무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서 달려오던 라이칸스로프 몇 마리가 땅을 박차고 뒤를 돌아보고 있는 백천린을 향해 덤벼들었다.
“남의 것을 빼앗는 것도, 순서를 지키지 않는 것도 예의 없는 행동이야.”
서무진을 향해 괜히 눈을 부라리던 백천린이 그대로 검을 뒤로 휘둘렀다. 백천린이 휘두른 검은 눈이라도 달린 듯 정확하게 가장 앞서 달려오던 라이칸스로프의 머리를 날렸다. 머리를 잃은 라이칸스로프가 달려오던 관성에 의해 백천린을 덮쳤다. 그러자 백천린은 허리를 뒤로 굽히며 라이칸스로프의 몸을 피하고 그 뒤를 달려오던 라이칸스로프의 무리 사이로 뛰어들었다. 머리를 잃은 라이칸스로프가 발 밑까지 미끄러져오자 서무진은 그대로 머리 잃은 라이칸스로프를 발로 차서 다른 쪽에서 달려오는 라이칸스로프들에게 날렸다.
크웩!
갑자기 날아오는 동료의 몸뚱이에 어쩔 줄 몰라하다 몇 마리의 라이칸스로프가 부딪혀 튕겨나갔다. 그리고 튕겨나가는 라이칸스로프를 따라 달려온 서무진의 검이 번뜩였다. 그리고 천인보를 사용해 서무진이 다시 라이칸스로프의 무리들 사이로 달려가자 그제서야 튕겨나갔던 라이칸스로프들의 몸에 여러 선이 그려지더니 그대로 몇 조각으로 갈라져 바닥에 떨어졌다.
“저... 저...”
그제서야 외길을 다 빠져나온 헌터들이 백천린과 서무진이 라이칸스로프 무리들 사이를 종횡무진(縱橫無盡)하는 모습을 보았다.
“하하... 저 인간들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들이라더니... 팀장 말이 맞구만...”
주석진도 어이없다는 듯 강민수에게 말했다.
“벌써 저런 걸 몇 번째 보는데도 저도 아직 적응이 잘 안되는군요.”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듯 강민수가 대답하고는 손뼉을 쳤다.
“자, 우리도 놀고 있을 순 없죠. 1조는 가운데로, 2조는 우리가 보는 왼 쪽, 3조는 오른 쪽으로 바로 돌격합니다.”
강민수의 지시에 따라 세 조의 헌터들이 일사분란하게 라이칸스로프 무리들을 향해 뛰어갔다. 마치 산책을 하는 듯 편안한 걸음의 서무진이 지나가면 라이칸스로프가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죽어나갔고 백천린의 검이 휘둘러지는 곳마다 라이칸스로프의 머리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합(合)을 맞추어 진격하는 세 조의 공격에 라이칸스로프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잠시 후 주석진의 거대한 도가 라이칸스로프의 몸을 머리부터 정확하게 두 조각냈다.
“그 놈이 마지막이네요.”
손에 든 채찍을 갈무리하며 손창균이 빙긋 웃었다.
“라이칸스로프 200마리가 왜 이리 쉬운 거지? 이 놈들이 원래 이렇게 쉬운 몬스터가 아니었잖아.”
“서무진 헌터와 백천린 헌터가 앞에서 많이 잡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옆에 서 있던 고려 클랜 소속의 헌터가 말했다.
“아니야. 그들은 초반에만 많이 잡았지. 뭐 많이 잡기는 했지만... 어쨌건 후반에는 두 사람은 그냥 쉬었어.”
주석진의 말에 손창균이 웃으며 말했다.
“서무진 헌터랑 엮이면 원래 이래요. 잘 생각해 보세요. 아마 서무진 헌터에게 조언을 듣기 이전보다 조금은 더 강해졌을 겁니다.”
“그런 것 같군. 확실히 우리가 강해진 거야.”
주석진이 손창균을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치우는 지금까지 서무진 헌터에게 계속 지도를 받았다는 거지. 그래서 이렇게 말도 되지 않게 강해진 것이고.”
“뭐, 강해진 건 사실이죠. 말도 되지 않게라는 표현은 좀 쑥스럽지만...”
손창균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주석진이 그런 손창균의 어깨를 살짝 쳤다.
“그런 소리 하지 말아. 솔직히 지금은 네가 나보다 강하다는 걸 나도 알아. 서무진 헌터는 정말 엄청난 존재군. 스스로도 엄청난 강자이면서 동시에 주위를 강하게 만들다니. 치우가 복을 넝쿨째 받았군.”
주석진의 말에 손창균이 빙긋 웃으며 유정태와 조대현에게 수다를 들으며 귀찮다는 표정을 역력히 짓고 있는 서무진을 자랑스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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