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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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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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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웅크린자의 시간 80

DUMMY

-. 7월 23일 초등학교 내부 오전 9:20.


이제는 비가 그쳐 화창해진 날씨. 하지만 어느샌가 학교는 변해있었다.

왠지 지저분해진 학교는 뭔가가 내부를 휩쓸고 지나간 듯 운동장이며 건물까지 온통 어지러져 있었고, 깨어진 유리창에 부러진 나뭇가지 하며 어디서 날아온 지 모를 간판들까지 운동장 내부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는 장비를 갖추고 있는 민우가 등장하고 건물의 내부, 운동장 할 것 없이 강당마저 이 잡듯이 수색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학교는 청소가 예전에 끝난 일로 알고 있다.

그 덕에 엉덩이까지 물려 우여곡절이 있었지 아니한가. 하지만 지금의 민우의 행동은 무엇일까.


완전무장에 새로운 방호복까지 차려입고, 연신 땀을 흘려가며 또다시 엎어대는 저 모습 저 행동이라니, 수색이라면 의당에 있어야 할 조용한 행보도 봄직도 하련만, 연신 내부를 과감히 훑어가며 그 안의 무언가를 뒤져대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체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좀비? 아니면 새롭게 나타난 적대적 인간이라도 등장한 것일까?

하지만 나타난 좀비들의 출연으로 인해 그 대상이 저들이었음을 만방에 확인시키고 있었다.

어찌 된 영문일까? 이곳은 안전구역이 아니었었나? 만일 상황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망보던 예린이는 위험하지는 않을까? 왜 이곳 학교 안에서조차도 예린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까?

알 수 없는 물음에 점철되어 버린 이곳의 모습,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학교건물 내부에서 치뤄지는 민우의 전투행위만이, 말없이 반복되며 수행되어지고 있었고, 이제는 어쩌면 수족처럼 돼버린 m-16과 블로우 건이 언제나처럼 함께였다.



* * *


"휴~! 도대체 쉴 틈이 없구만."

내부를 다시금 한바탕 정리하느라 녀석들과 드잡이질을 또다시 벌여댔더니, 온통 땀으로 온몸이 뒤덮여 퀴퀴한 홀아비 냄새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누가 노총각이 아니랄까 봐 냄새마저 꼬질꼬질하네.’

난 새롭게 채비한 방호복을 벗어 내리며 생수통을 찾아다 시원스레 들이켰다. 그리곤 수건을 가져다 흘러내린 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내가 이곳을 다시 찾게 된 건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거짐해서 일주일만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동안 찾아오지 않았나. 웨이브라도 지나쳐 또 고립된 상황이었나?

하지만 바쁜 일도 웨이브 때문도 아니었고 느닷없는 천재지변에 뒤처리가 바빴기 때문이었다.

천재지변이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지진? 홍수? 것도 아님 계절에 걸맞은 태풍이라도 불어댄 걸까?

맞다. 태풍이다. 태풍이 이곳을 몰아쳐 지나갔다. 그 덕에 나는 뒤처리를 하던 중이었고 이제서야 그 정리가 겨우 끝나가는 모습이 되고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버스가 완성되고 미흡한 점은 없는지 다시 살펴대던 와중이었는데, 장마완 또 다른 비바람이 몰아대자 혹시나 싶은 마음에 예린이와 후퇴했었다.

두돈이를 타고 보금자리로 돌아가 버린 것, 하지만 그 길이 어느새 지나서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정처 없이 흘러가버린 것이었다.

내 우려대로 비바람의 정체는 혹시나 했던 게 역시나였고, 기상청이 있었더라면 미리 알아서 대처했을 테지만, 느닷없이 찾아온 손님은 예상보다 과했었다.


이전 같으면 몇 헥토파스칼이네, 몇 미터의 바람이 부네, 어느 곳을 통과해 몇 미터의 파도가 일겠네 등, 태풍의 예상 진로에 따른 기상특보가 전해지며, 시설물의 안전에 대비하라는 요란 법석이 있을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 현실인가?

기상청이 있는가 뭐가 있는가.

그런 비바람으로 인해 처음 입구의 비닐이 흩날리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커튼도 출렁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까지 내가 생각한 바라곤 ‘어째 좀 비바람이 심하게 부네!’가 다였었다.


이전부터 커튼은 하단부가 잡아당겨져 사선을 이루고 있었다.

강당의 안쪽에서 커튼의 하부를 잡아당겨 중앙에 끌어모아 자재들을 그 위에 쌓아둔 것, 어찌 보면 처마의 반대를 이룬 이것은 외부의 비닐마저 함께 끌어다가 서로 뭉쳐서 고정시켜 뒀었다. 하지만 통짜로 된 커튼과는 다르게 방수를 위해 가리워진 롤 비닐이 문제를 일으켰다.

그동안 세로로 겹쳐져 방수의 역활을 도맡아 했던 터라, 비와 달리 바람에는 무척이나 취약한 모습을 보였고, 더욱 강해진 바람의 강도가 비와 함께 들이치자, 방수를 위한 역할도 더 이상 기대하기 무척 힘이 들어 보였다.

이에 테이프를 바른다, 노끈으로 휘감는다 하여 갖은 방법을 동원해 보강해대기 시작했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작업이 힘들어 잠시간 고민하다 비닐 자체를 제거해버렸다.

이대로 놔둔다면 커튼에 비들 치겠지만 그대로 놔두기에는 펄럭이는 소리가 너무나도 컸고, 비닐이 제거되는 순간에 더해지는 비바람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되자 이것에 더 이상 신경 쓸 때가 아님을 깨달았다.

더 큰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이젠 이따위 비닐이나 커튼에 신경 쓸 개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그대로 작업장으로 달려가 비들 치면 안되는 공구 먼저 챙겼다.

여전히 구하기 쉬운 공구들은 본채만 채 희소성 있는 공구를 우선해 대피시켜 처리한 뒤, 펄럭이는 커튼 위를 덮고 있던 자재를 옆으로 옮겨서 커튼을 자유롭게 놔줬다.

그에 따라 커튼들이 더욱더 일렁거리기 시작하고 난 그것 또한 본채만 채 방기하며, 두돈이에 올라타 성급한 시동을 걸었다.

“아저씨 벌써가게?”

미리 두돈이에 대피해 있던 예린이의 물음에 대답도 없이 서둘러 빠져나간 학교를 뒤로하고 도로 위의 질주가 대차게 시작됐다. 그리곤 바람 또한 거세지기 시작하고 바람을 가르는 두돈이의 몸부림 또한 거칠어졌다.


바람이 불고 뭔가가 날아간다.

관리되지 않던 거리의 쓰레기가 돌풍에 휘말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와 함께 가벼운 물건부터 휩싸인다 싶더니 끌려가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난 이 심상찮은 기상징후가 태풍의 시작이라는 걸 눈치채기 시작했고, 날아가는 물건들의 늘어가는 중량들을 보고는 그것에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서 운전해 나아갔다. 하지만 뭔가가 적재함에 부딪혀오고 흔들리는 차체에 충격마저 전해졌다.

후면의 유리창을 통해 덮쳐든 물건을 확인하고, 운행에 지장 없다는 판단이 내려서자 가속페달에 힘주어 멈추지 않고 내달렸다.

적재함의 내부를 덮친 건 지름 1m 크기의 반구형 위성안테나 뭉치였고, 적재함의 일부를 몸체로 부순 뒤 자신마저 구겨져 적재함에 실려있었다.

어느 집에선가 달려있던 물건이 바람에 실려와 덮쳐든 모양인데, 거리에 불어오는 바람이 더 심해지는 게 아마도 태풍의 진로에 이곳이 포함된 모양이었다.

‘그대로 강당에 있어볼 걸 그랬나?’

난 그냥 버스 안에서 태풍이 지나가길 버텨볼 걸 그랬나 생각하다가, 이왕에 내친걸음 안전하기를 바라며 두돈이를 몰아다 보금자리 옆에 주차시켰다.

멀지 않은 거리 급한 만큼 서두르다 보니 어느새 상가건물의 출입구가 다가왔고, 두돈이를 몰아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몸채를 꺾어서 방벽 사이에 정차했다.

두돈이를 가지고 바람막이를 한 셈이다. 하지만 문까지 닿기에는 아직 거리가 충분치 않아 이대로 나서기에는 왠지 모를 불안한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


“휘이잉~ 휘잉~ 투두둑! 투두둑!”

바람 지나가는 소리가 연신 들리고 내 신경은 온통 주변에 쏠려있다.

문을 열고 밖에 나가서 상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것, 하지만 밖에 나갈 때 여러 가지것들을 고려해야만 했고, 불어오는 바람과 더불어 날아드는 이물질들도 문제였다.

바람 부는 소리와 함께 두들겨 대는 빗소리, 게다가 가끔씩 들리는 차체를 때리는 물체들의 소리는 무방비로 잘못 나갔다간 상처 입을 걱정에 두려웠다.

세상에 이런 바람이라니 이 정도의 바람은 난생처음 겪어본다. 물론 태풍은 여러 차례 겪지만 직격 되어본 경험은 아직 내겐 있지 않았고, 이곳의 지형의 특성상 좌·우로 시원스레 쭉 뻗은 도로는, 툭 터진 시야만큼이나 바람의 압력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나마 내가 바람의 진로를 두돈이로 가로막아 도모해보고는 있었지만, 대신 내가 혼자가 아니기에 또 다른 애로사항이 꽃피고 있었다.

예린이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바람도 피하고 이물질도 피하면서 말이다.


“예린아 쪼끔만 가면 되겠다. 자 이거 써라! 턱 끈도 조이고!”

난 두려운 표정의 예린이를 달래며 방탄모 하나를 녀석에게 건넸고, 나머지 하나를 머리에 둘러쓰며 턱 끈을 조여 머리만 보호했다.

그다음은 뭐 볼거 있는가, 착용할 장비도 없는데 이대로 출동이다.

난 운전석 문을 열고 바람 부는 밖으로 나가, 곧바로 예린이를 들쳐 안은 뒤, 겉옷을 사용해 둘이 같이 서로를 묶었다. 그리곤 인도의 난간을 부여잡고 한 걸음씩 서서히 옮겨보기 시작했다.

“휘이잉~ 투다다닥~! 투닥!”

두돈이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비와 바람의 연합 세력이, 물리력까지 동원하여 우리들의 온몸에 퍼부어지기 시작했고, 더해진 몸무게에 두 팔의 지지력을 동원해, 천천히 문앞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등 뒤로 바람이 불고 앞으로 발을 내딛는다.

보통 태풍이 심하다 싶으면 바람 부는 방향으로 몸을 눕혀서, 각도를 통해 영향을 덜 받게 하여 서서히 이동하는 게 상식 아닌 상식이었다.

이른바 바람 속에서 움직이다 보면 절로 알게 된다랄까. 하지만 이 점은 거슬러 올라갈 때나 해당되는 얘기였고, 나처럼 반대로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으로, 이동해가는 시도를 할 때는, 이 자세가 훨씬 더 나아 보이는 자세였다. 그래서 나는 예린이를 안은 거고, 내가 등을 보이며 전진해 가야만이, 날아드는 물체를 몸으로 막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지금의 경우에서처럼.

“탁! 퍽!”

처음의 하나는 느낌으로 보니 컵 쪼가리다. 하지만 두 번째 것은 뭔지 몰라도 꽤 아팠다.

게다가 날아드는 걸 볼 수도 없었으니, 불시에 찾아든 통증에 피할 수 없다는 게 무척 아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인다고 피할 수나 있으려나? 이 비바람 속에서 움직이기조차 버거운데.


난 아픈 부위를 내심 속으로 어루만지기 시작했고 한 걸음, 한 손 연신 내뻗으며 가까이 보이는 목적지를 향해 연신 몸을 이동해갔다. 그렇게 목적지가 점차 가까워질수록 두돈이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갔고, 이에 따른 바람의 세기는 더욱더 강해져 몸조차 가누기 힘들 만큼 거세게 우리에게 부딪혀오고 있었다.

이에 따라 난간을 부여잡고 한걸음도 떼지 못해 대기하고 있을 때쯤에,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의 변화에 조금씩 움직임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바람이 약해진 것이 절대 아니라 바람의 추이를 리듬으로 살펴내 약해질 때를 공략한 게 주요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강한 바람이라도 빠를 때가 있다면 느릴 때도 생기는 법, 난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순응하며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코앞에 출입구가 위치해 버렸다.

나와 출입구의 사이가 2m 이내로 좁혀진 상황, 나는 또다시 잠시 쉬어가며 바람의 흐름을 가늠해 보기 시작했고, 바람의 흐름이 느려진다 싶었을 때, 몸을 날려 출입구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하지만 비로 인해 손잡이는 무척 매끄러웠고 잡다가 미끄러진 손잡이를 대신해, 문틀의 옆 면이 우리를 구해줘 바람의 마수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어 주었다.

“엇! 탁-, 에휴~ 다칠 뻔 했네”

바람 속에서 구른다고 죽기야 하겠냐만 그나마 붙잡을 게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끄러운 손잡이라니 상상조차 못 했다.

난 이내 내부로 들어서기 위해 왼손으로 문틀을 꽉 잡고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돌렸다. 그리고 힘주어 출입구를 열려는데, 뭔가 시컴한 물체가 두돈이에 부딪히더니, 하늘로 떠올라 허공을 날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난 날아가는 물체에 저도 모르는 시선을 건넸고, 떠올라 날아가는 물체의 정체는, 사지를 허공에 허우적거리는 다름 아닌 왜소한 체격을 가진 좀비였다.

예전에 관찰대로라면 좀비의 무게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순서대로 따지자면 막 좀비가 된 사람이 이전의 몸무게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고, 죽어서 방치된 좀비 군들이 개중에 가장 가벼운 축에 속했다. 그리고 생전의 체구가 작을수록 나이에 비례해서 어릴수록 가벼웠는데, 태풍의 진로가 이곳을 향하게 되자, 가벼운 녀석을 우선해서 내동댕이쳐지며 날아오르고 있었다.

바람을 피할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녀석들, 게다가 몸무게마저도 저렴해진 녀석들이다 보니, 인간인 나조차 애먹고 있는 바람에 속절없이 흩날리며 휩쓸리는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이 곳곳을 날다 추락하고 말았다.

‘이 주변에 녀석들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었었나?’

원래부터 숨어있었는지 아니면 바람따라, 방황해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이 날으는 폭탄이 되어, 날다가 힘을 잃어 곳곳에 떨어지고 있었고, 그런 곳들 중에 내 아파트도 표적의 일부가 되어, 떨어져 내리는 대상 중에 한곳이 되어 있었다.

미처 예기치 못한 공격방법이었다. 바람에 실려 자폭을 감행하다니, 물론 녀석들도 원치 않을 방법이었겠지만, 이로 인해 내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곳으로 바뀌어 버렸다.

대신 많은 숫자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대략 봐도 서너 마리쯤. 하지만 태풍이 지나쳐갈 때까지, 얼마나 많은 놈들이 내 아파트 안으로 투하될런지 몰랐다. 이미 투하에 성공한 녀석들도 있을 테고 말이다.


난 서둘러 문을 돌려 연 뒤 힘주어 밀어젖히며 상가 내부로 무사히 들어섰다. 그리곤 안았던 예린이를 내려주며, 앞쪽으로 묶어둔 매듭마저 풀 사이 없이, 복도를 바라보며 사주경계를 실시했다.

내가 가진 무기라곤 권총 한자루가 전부였다.

작업을 위해 풀어논지라 나머지는 트럭에 있거나, 강당 내지는 사무소에 무기들이 놓여 있었다. 물론 이곳의 상층부에도 무기고가 존재해 있었고 말이다.

그곳에 들어가 무장을 갖춰도 괜찮았다. 하지만 나는 이걸로도 충분하다 여겼고,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권총의 상태를 바라보았다.

내리는 비에 흠뻑 맞아 젖어있는 k-5가 보였다.

총을 쏘면 동네방네에 총소리가 메아리칠 것이다. 그러면 그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녀석도 있을 테지. 하지만 이런 난장판에 총소리가 울린다고, 어디 감히 바람통에 성공할 녀석이 존재하기나 할까?

지상을 대신에 하늘로? 폭탄이 되어 떠오르려나.


난 공상과는 다르게 권총의 외부를 손질하기 시작했고, 혹시나 총이 젖어 격발 시에 불량 날까 봐, 탄창을 빼내어 총알을 엄지로 누른 뒤, 스프링의 탄성을 느끼며 슬며시 누르곤 비벼대었다.

흡사 리모컨의 건전지를, 접촉이 잘되게끔 비벼대는 모양새였는데, 권총의 슬라이드를 밀고 약실을 개방한 뒤, 입으로 내부를 불어, 총열의 물기마저 허공으로 날려보냈다. 그리곤 다시금 재조립을 실시하고 예린이를 전방에 세워 귀마개를 내밀었다.

내가 전방에 예린이를 배치한 건 방패처럼 녀석을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예린이는 키가 작고 내 키는 녀석보다 크다.

안 보이는 뒤쪽에 예린이를 두기보단 앞장서도록 놔둔 뒤 전방을 주시하는 편이 훨씬 더 나았다. 하물며 행동이 자유로운 실외에서라면 모를까 실내에서 움직이기에는 아직 이편이 훨씬 더 안전했고, 나중에 예린이가 능숙해진다면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시킬 작정이었다.


귀마개를 잘 착용했는지 녀석의 귀를 확인해 보고 왼손을 끌어당겨 녀석의 목을 감싸 안은 뒤 오른손에 감싸 쥔 권총의 손잡이를 받쳐 들고서 서서히 전진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늘상 편안하게 오가던 이길, 하지만 지금 당장은 조심하는 편이 나았다.

바로 올라가는 상부의 계단을 지나치며 밖으로 나가는 출입구를 슬며시 연 뒤 급작스레 개방해본다.

“휘이잉~ 휘잉~ 투다다닥~! 투닥딱!”

여전히 바람 소리는 세차고 비 또한 걸맞게 기세를 올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주변이 온통 건물 벽이라 몸을 못 가눌 정도의 비바람은 이곳에선 생겨나지 않았고, 주변에 보이는 좀비라고는.

있다. 많지 않다. 하지만 보였다. 전방에 눈에 띄는 두 셋 정도가 긴장해 있던 내 시야에 걸려들고 있었다.

날다 떨어져 어딘가를 다쳤는지 성해 보이는 녀석은 하나도 보이지가 않았고, 모두가 찬 바닥에 착 달라붙어서, 기고 있는 모습이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졌다.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를 발견하고 기는 걸까? 아니면 뭔가에 이끌리고 있는 걸까. 하지만 온통 주변이 바람이 일으키는 소음뿐이라 내가 열고 나온 문소리는 그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었고, 게다가 알고서 나온다면 지들이 어쩔 것인가, 놈들은 몸마저도 성한 상태가 아닌 것을.

녀석들은 바람에 이끌리며 적셔진 바닥 위를 포복하듯 기어대는 모습을 하기 시작했고 난 이대로 녀석들에게 다가가 화끈한 대검 맛을 녀석들에게 안겨주고 싶었다.

지금이야 대검이 손안에 없다지만 안쪽에서 가져다 사용하면 그뿐이었고, 이대로 녀석들이 기어 다니다가 숨어버리면 찾을래도 골치 아프니 미리 나서 처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바람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고, 저것들을 해치운다 하여도 또다시 투하될 녀석들이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다음번을 기약하기로 하며 관리사무소로 들어가 다시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태풍이 무사히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단지 내부의 폭탄 따위는 전혀 고려치 않은채로 말이었다.


작가의말

오늘은 그간 잠시 쉬었던만큼 평소보다 분량을 늘린 상태로 올려봅니다.

어중간하게 중간에 자르기도 뭣하고 크리스마스 선물마냥 완성되자 마자 올립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외로울수 있을 계절입니다.
추운날 괜스래 싸돌아댕기지 마시고 따뜻한 집에서 맛있는 것 챙겨 드시고 캐롤송과 함께 제글을 읽으며 악마의 똥가루가 내리기만을 기도합시다.

나가봐야 고생에 앉아봐야 바가지, 눈이나 폭설로 쏟아져 꼴배기 싫은 모든 걸 꽁꽁 얼려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캬캬캬~

메리 크리스마스. 띵띵띵~ 해피 뉴이어는 다음 기회에.

_(_._)_

ps. 글 내용중의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예린이를 앞세우고 전진해나가는 부분인데 어깨에 손올리고 전진하는 부분이 왼팔로 목을 감싸며 전진하는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게 조금더 안전해 보이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전개이지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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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2

  • 작성자
    Lv.79 aldud
    작성일
    13.12.24 14:23
    No. 1

    재미있읍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2.24 14:59
    No. 2

    매번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마오유우
    작성일
    13.12.24 14:29
    No. 3

    날아다니는 좀비네요. 옥상같은 곳에서 버티던 사람들은 문제가 심각하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2.24 15:04
    No. 4

    날아다니는 좀비가 아니라 좀비가 못먹은 통에 대체로 가벼워져서 잠시 떠올랐다가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현상입니다. 그덕에 아파트내 방벽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구요.
    이것에 대한 설명들도 앞부분을 참고하시면 나오는 대목이 있습니다. 본문에도 조금은 언급된 부분이 있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월충전설
    작성일
    13.12.24 14:43
    No. 5

    또 청소작전 시작이겠네요.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2.24 15:04
    No. 6

    ㅎㅎㅎ 조금 귀찮은 노릇이긴 하지만 안전하기 위해서라면 꼭 해야될 일이니 할 수 밖에 없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야림주
    작성일
    13.12.24 15:28
    No. 7

    주인공은 항시 청소 청소 청소..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2.24 16:27
    No. 8

    어찌보면 그런 식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네요. 안전을 위한 청소 뿌듯하지 않겠습니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3.12.24 16:10
    No. 9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2.24 16:28
    No. 10

    넵 메리크리스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겨울솔숲
    작성일
    13.12.24 17:09
    No. 11

    행복한 성탄절 되세요~ 성탄 콰이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2.24 18:49
    No. 12

    넵 행복한 성찬절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지지알육백
    작성일
    13.12.24 22:53
    No. 13

    드디어, 좀비와의 파이트가 시작되네요.....,
    솔직히, 버스개조 및 강당안의 여러가지 씬들이 저에겐 좀 지루했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를 위하여 필요한 배치이긴 하나,
    주인공의 직업이 그렇다고 치더라도 너무 상세한 묘사가 초반부의 아파트 씬에서의
    긴장감과는 너무 차이가 나서 글에 몰두하기 힘들었습니다.

    버스개조 씬부터는 걍 마우스를 스크롤을 그냥 밑으로 내린적도 있긴 하고....
    다행스럽게도, 이제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라 좋네요....^^;;

    즐거운 성탄 되시구요.
    올 한해 고생 많으셨고, 다가오는 해에도 멋진 이야기의 전개를 기대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2.25 13:39
    No. 14

    제 글에서 좀비와의 전투는 오로지 생존을 위한 활동상에 위협이 되는 걸 제거하는 용도 외에는 전투로써의 개념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포식자와 피식자 개념이랄까요? 말살해야하는 적이 아니라 피해야할 뭐인 것이죠.
    대신 주인공이 익숙해지다보니 과감해진 경향도 없지않아 있습니다만 제목에서 볼 수 있는것처럼 주로 주인공이 어떤식으로 살아남는냐 하는 일에 글 대부분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나중에 인류애가 어쩌니 국가가 어쩌니 그런 대승적인 내용들을 다루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개인의 생존에 글 전체가 맞춰지다 보니 또 제가 한 개연성 따지다 보니 묘사가 좀 세부적인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먼저 말씀 하셨듯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고 필요하니 언급해야 하고 언급된 부분이 왜 언급됐을까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주셨으면 좋겟습니다.
    그런것을 통해서 나중에 복선이 깔릴수도 있고 그런 점 때문에 이렇게 개조했구나 하실수도 있구요.
    제 글은 이제 어찌보면 좀비세상의 로빈슨크루소 같아 진것 같습니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으니 주인공이 다 만들어야 하는 법이죠.
    글 소개에도 나오지 않습니까, 좀비세상에 갇히더라도 도움이 될만한 글을 써보겠다는 내용이요. 읽어주시는 분들과 저는 같이 상상하며 진행하는 겁니다. 그래서 묘사나 설명구도 많구요 이해를 구하는 구문들까지도 넘쳐납니다. 하지만 제가 표현에 써투르다보니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한군데에만 너무 주저앉아 있어 지루해보이는 것도 사실이지요.
    모든게 제 역량부족이긴 하지만 같이 상상하고 싶은 마음만은 변함없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견 또한 감사드립니다. 저도 개조부분 쓰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원래 표현의 절반을 드러낸겁니다. 나중에 첨언할 부분도 물론 많구요;;
    즐거운 성탄 보내시구요 건강도 늘상 함께하시길 빕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Osorikin..
    작성일
    13.12.25 23:22
    No. 15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2.26 11:31
    No. 16

    잘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진격의탱
    작성일
    13.12.28 15:54
    No. 17

    81회는 언제쯤 연재해주실건가요?? 벌써 4일째 못보고 있으니 금단 증상이 일어나려 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2.29 09:47
    No. 18

    연재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글 쓰는데 어려움이 생겼네요. 아마도 내일부터는 다시 글 쓰기 작업이 이어질듯 하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정류장
    작성일
    13.12.28 19:40
    No. 19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좀비 영화나 미드 보면 참 답답한데 여기서는 현실성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2.29 09:48
    No. 20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대신 며칠 못올린 탓에 흐름이 끊길까 저어대기는 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듀컴2
    작성일
    13.12.29 00:46
    No. 21

    이보시오 작가양반~
    비축분은 소중하고 마음의 기둥이니, 좀 더 신경 쓰시길...

    기다릴수는 있지만, 양산품만도 못하면 떨어져 나가겠지요. 하지만 이글은 양산품이상이니 일단 제외.

    조금 비축분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팬으로서 당근(?) 기다릴수있겠고,
    유료로 전환되더라도 지금의 흐름이라면 결제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2.29 09:56
    No. 22

    저는 비축분을 만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글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대략 한편 글 쓰는데 꼬박 8시간은 우습게 들어갑니다. 물론 제 역량 부족이긴 합니다만 그만큼 조사할것도 많고 글 쓰는데 4시간이 걸린다면 다듬는데 4시간 정도의 품이 들어갑니다. 쉬는 텀에도 자료조사등 디테일 살리는 일도 겸해야 하구요. 물론 미리 준비 못한 제 부족의 소치겠지만 유료연재가 아니니 너그러이 양애해주셨으면 감사하는 마음이겠습니다. 저도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유료 관련은 그 같은 생각까지 가져주시다니 그나마 글이 읽을만 하구나 생각되어 기쁠 따름이네요. 아무튼 얼른 개인적인 볼일을 마치고 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열심해 보겠습니다. 근데 쉬는 텀이 길어지니 아이디어가 막 나오는것이 역시 마구 써 내려가는 것도 대안은 아닌듯 싶습니다. 언제나 뒤 돌아보는 기간이 필요한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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