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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연재수 :
1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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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505
추천수 :
26,687
글자수 :
965,048

작성
13.12.06 21:06
조회
7,478
추천
212
글자
11쪽

웅크린자의 시간 73

DUMMY

오전 일이 끝나고 이른 점심식사 후 일찍 잠든 아저씨를 보고는 상가에 있는 펜시점에 가 예쁜 공책들과 장난감들 사이에 파묻혀 놀았다. 하지만 혼자 하는 놀이는 재미있지 않았고 금세 심심해져서는 조용하게 울어대는 아저씨 곁에서 나도 모르게 그만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아저씨의 부스럭거리는 저녁 식사 준비소리에 잠을 깬 나는 저녁식 사를 도와드리며 함께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

이른 점심에 낮잠까지 달게 주무시고, 또 뭔가를 주섬주섬 챙기시며 이른 저녁에 무기까지 챙기는 걸 보아하니, 아마 밤에 또 무언가를 하시려는 모양으로 보였다. 그래서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물건을 챙겨나가는 모습의 아저씨를 도우며,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아저씨 지금 뭐할 꺼에요?"

"응 잠깐 밖에 나가서 정리 좀 할 게 있어서, 조금 멀어서 시간이 좀 걸릴지 모르니까 먼저 자던지 아니면 아저씨 올 때까지 놀고 있어라. 그리고 어두워지면 밖에 나가면 안 돼! 무슨 말인지 알았지?"

아저씨는 전에 알려준 펜시점을 가리키며 가서 놀 거리를 찾아보라는 몸짓을 보였고, 난 벌써 다녀왔다는 말을 아저씨께 건네며, 고개를 저으며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말과 함께 내뿜었다.


"아저씨 나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아침에처럼 내가 아저씨 일할 때 뒤봐주면 되잖아요!"

아저씨가 말씀하시던 뒤봐준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계속해서 따라갈 것을 조르고 또 졸라보았지만, 아저씨는 다음번에 같이 가자는 말씀만을 계속하시며 늘 하듯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마셨다. 하지만 난 끈기 있게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겠다는 말을 다시 했고, 그런 나를 보며 아저씨는 내가 같이 갈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주셨다.

"나도 예린이가 도와주면 얼마나 든든하고 편할지 알지 알고말고. 어제 오후도, 또 오늘 아침에도 일도 금세 끝나고 신경도 덜 쓰이고 해서 아저씨가 얼마나 일할 적에 편했는지 몰라. 근데 이번 일에는 망을 보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아저씨는 쫓아가려는 나를 이해시킬 모양인지 오늘 나가려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셨고, 내가 같이 가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으니 혼자 얼른 갔다가 빨리 오겠다고 말씀하셨다.

이해 못 할 단어인 잠입이나 기습이란 단어들이 가끔 대화 속에서 튀어나오고 있었지만, 단순하게 얘기를 줄여서 해본다면 한마디로 말해서 이거 하나였다.

'오늘은 위험하니 다음에 같이 가자!'

'아저씨는 항상 쉬운 말을 어렵고 길게 설명한다니까!'


난 아저씨의 말을 통해 머릿속으로는 이해했지만,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자세하게 설명까지 해주시는 아저씨의 말들 속에서 내가 걱정되서 드는 맘에 그런다는 걸 느꼈기에, 더이상 조르지도 못하고 떠나가는 뒷모습에 배웅만을 해드렸다. 그리고 시간이 가고 한 시간, 두 시간, 벌써 시계가 열한 시를 넘어서도 빨리 온다던 아저씨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날의 고구마를 가지러 가신 할아버지의 모습처럼.

대신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늦어지는 아저씨의 귀갓길에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며 관리사무소 안을 서성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아저씨를 기다리며 앨범을 보거나 아저씨가 보던 칼쌈하는 만화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는, 온다던 아저씨가 열두 시가 가까워지도록 돌아오지 않자, 점점 걱정하는 마음이 쌓이며 안절부절못하였다.

'왜 아직도 안 오시지? 일찍 온다고 했는데, 가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할머니가 입이 방정이라며 할아버지의 늦은 귀갓길마다 이렇게 말하는 내게 알 수 없는 말씀을 하곤 하셨지만, 걱정하는 마음이 있어 하는 건 마찬가지라, 말 없는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길 너머 보이실 할아버지를 기다리고는 했었다.

그때 하던 말을 나도 모르게 생각으로 떠올리며, 이제 너무 늦어버린 어두운 바깥으로 나가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아저씨가 만들어 두신 문 열림 확인장치를 바라보며, '닫힘'이라 표시되어진 화살표의 위치가 ‘열림’으로 바뀌어지길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장치는 철사로 문에 연결되어있어 바깥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거나 닫히면, 돌에 매달린 철사가 움직이며 화살표를 건드려 열리고 닫힌 상태란 걸 표시해주는 장치였는데, 아저씨는 원래 초인종 역할을 위해 만들려 했다가 찾아올 사람도 없고 또 좀비가 문을 열고 들어올 리 없어서, 문이 열리고 닫혀진 상태라는 것을 관리사무소 안쪽에서도 미리 알 수 있도록, 간단한 표시장치를 만들어 설치해 두셨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난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대신 무엇을 무한 장치인지 미리 설명을 들어 알고 있던 나는, 난 이 장치가 움직이기를 내내 걱정하며 뚫어져라 쳐다봤고, 시계가 열한 시를 지나 열두 시를 가리키기 십 분 전, 드디어 표시장치의 화살표가 움직였다.

‘닫힘’에서 ‘열림’으로.

'앗 아저씨닷!'


난 표시장치가 바뀌는 순간 반가운 마음에 어두웠지만, 문 사이로 퍼지는 희미한 촛불의 힘을 빌려 관리사무소 너머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사이 상가 안쪽에서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오는 꽃분호 소리와 반갑게 들리는 아저씨의 목소리를 발견하고는, 잘 다녀오셨냐는 인사와 함께 손 내미는 아저씨의 손을 잡고 관리사무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그때부터 내 불안한 마음은 더해 갔으니, 난 아저씨의 얼굴을 촛불을 통해 확인하고는 지저분한 얼굴에 놀랐지만 보여지지 않으려 노력했고, 다시 들려오는 좀비에 물렸다는 아저씨의 말에, 깜짝 놀라며 그다음 일부터는 전혀 기억나지가 않았다.


얼마나 기절해 있었는지도 모른 채 그 뒤 차가운 느낌과 함께 잠에서 일어나듯 깨어났고, 꿈처럼 생각했다가 얼굴이 덜 닦인 아저씨의 모습을 보며, 조금 전의 일이 기억나 쇼파 한구석으로 몸을 숨기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후 아저씨의 차분한 설명을 듣고 불안한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는 걸 느낄 수가 있었고,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아저씨의 말에 불안한 마음이 다시 조금씩 고개를 디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자기가 변했을 때를 준비하려는 듯 여러 가지를 쓰고 설명해대며 안전제일을 갑자기 외치라 시키더니, 나중에는 뭔가를 해냈다는 표정을 지으며 뿌듯해하는 모습의 바부팅이 아저씨다.


곧 무섭게 변할지도 모르는데 나를 위해 남은 시간을 내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지금 내용들이 귓속으로 들려오고는 있지만 기억 속에서 사라져 흩어져가는 중이었다.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기억하기 위해 애쓰는 나다. 하지만 머릿속에 가득 들어차 있던 불안한 마음은 진정되어지지가 않았고, 그로 인해 설명된 지식들은 곧바로 불필요한 기억이 되어 금세 귓등으로 저 멀리 달아나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내 손안에 차가운 물건이 쥐어지게 되고 총이란 걸 알게 되었을 때, 일이 점점 더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는 총 쓰는 법까지 알려주시며 이어지는 충격적인 유언마저 다시 전해 듣게 되자, 아저씨의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지며 마지막에 들었던 두 가지 모두를 또렷하게 기억해 내게 되었다.

변하게 되면 편안하게 해달라는 말과 내 손안에 든 권총 쓰는 법말이다. 하지만 기억하는 것과 실천하는 맘이 다르다는 걸 모르는지, 아저씨는 내일 보자라는 말만을 남기고 예전에 살던 곳을 향해 조용히 떠나가 버렸다. 혼자서라도 잘 살아보라는 말조차도 주지 않고서.


* * *


이제는 홀로 남겨져 버린 관리사무소였다.

사는 곳은 바뀌었지만, 다시 또 혼자가 되고 마는 것일까?

이제 겨우 잘 지낼 수 이게 된 것 같았는데 아저씨가 이대로 좀비로 변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다시 혼자 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빠져 밤새 뒤척거리다 어느샌가 잠들어 버렸다.

어른들은 불안하면 잠 못 잔다고 하던데 난 아직은 어려서인지 잠기운을 이겨내지 못했다. 대신에 푹 자지 못해 이른 아침 시간에 깨어나게 되었고, 어젯밤 일이 다시 생각나 불안한 마음에 아저씨가 무사하시길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아저씨가 변하지 않게 해주세요. 아저씨가 제 곁에서 같이 오래오래 잘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교회에 다녀본 적도 없는 나는 친구가 기도하는 모습을 따라서 맘을 담아 따라 해 보았고, 하지만 기도도 걱정하는 마음도 하늘에 닿기에는 소용이 없었는지, 아저씨는 시계가 아홉 시를 가리켜도 열 시가 넘어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내내 가졌던 불안함은 설마에서 정말로 바뀌더니 점점 더 쌓여가 끝내 울음으로 끝나버렸다.

"바부팅이 아저씨 변해버렸나 부다. 엉~."

관리사무소 안에서 나도 모르게 울어버린 나였다.


그렇게 한참을 울며 홀로된 슬픔에 주저앉아 있다가 어느새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테이블 위에 놓여진 권총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발길을 옮겨 관리사무소 밖으로 나서보는 나였다.

우는 와중에도 내내 아저씨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고 아저씨의 유언이 떠오르자마자 실천을 하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무섭고 두려워 떨어지지 않은 발과 길이다. 하지만 난 아저씨의 마지막 당부를 어기지 못하고 권총을 두 손에 받쳐 든 채 계단을 계단을 계속해서 오르고 올랐고, 오르는 내내 울음범벅이 돼 어젠 무서워서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는 기억마저 잊은 채, 울음과 함께 오르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인 현관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마지막을 눈물과 함께 보내기 싫어 눈에서 눈물을 닦아 눈을 밝히고, 손에 받쳐 든 권총을 이리저리 조작해 아저씨가 일러준 대로 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리곤 두 손으로 권총을 잡고 심호흡 크게 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발길을 천천히 내밀어 보는데.

잠겨있지 않아 바로 내부가 보여지는 모습의 두 번째 보는 대피소였다.

아저씨의 첫 번째 출발지이자 이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대피소에 들어온 나는, 아직 덜 마른 눈물을 옷소매로 닦으며 권총을 겨눈 채 아저씨를 찾았다.

아저씨가 가르쳐준 대로 권총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어깨를 양손으로 붙인 채 엉거주춤 자세를 잡았다.

아저씨가 권총 사격법이라며 어제 처음 가르쳐준 권총 쏘는 자세를 잡고, 안쪽으로 서서히 들어가며 좀비로 변해있을지 모를 아저씨의 모습을 찾았다. 하지만 아저씨는 거실 안에서 보이지 않았고 다만 들어가는 발걸음이 깊어갈수록, 친근한 듯 규칙적인 소리가 안방 너머 거실에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 소리.

‘어 이 소리는!’

난 반가운 마음에 얼른 내달려 안방 문을 열었고, 바로 보이는 방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만 소리 치고 말았다.

“아저씨!”


작가의말

오늘은 평소보단 빠르게 올렸습니다.

원래 어제 올리려 했는데 한참 작성하던 와중에 누크 7인치 HD 16g가 싸게 풀렸다는 말을 듣고 리퍼에 화이트였지만 급하게 지르느라 경황이 없어 못 올렸네요.

여 러가지 기기들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지름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블투 연결해 시험삼마 이글을 써보니 앞으론 컴 킬 일이 반으로 줄겠다 싶네요.

워낙에 글 쓰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곤 해서 짬짬이 글 쓰고 싶었는데 잘 써먹으려는 생각 중입니다.

이번 편은 예린이의 회상 편입니다.

뭇쪼록 재미있게 보아주셨으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추천의 버프를 받아 선작수가 구백을 넘고 조회수도 이십만을 행해 달려가고 있네요. 다 여러분 덕분이라 생각하며 더욱 재미있는 글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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