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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느릴 님의 서재입니다.

주술수선전(呪術修仙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별거느릴
작품등록일 :
2024.02.05 09:35
최근연재일 :
2024.02.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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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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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나찰결(普門羅刹訣)

DUMMY

12화 – 보문나찰결(普門羅刹訣)




“내 보문수호결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수신(守身)’과 ‘호법(護法)’의 단계지.”


“예. 아까 제게 수신을 완성하셨다고 하셨죠.”


“그래, ‘수신’은 말 그대로 수호 술식을 통해 네 육체를 저주로부터 지키는 단계다. 수신을 완성했다는 건 수호 술식의 범위가 전신을 빈틈없이 뒤덮었다는 뜻이고.”


“그러면 호법은 나를 넘어서 타인까지 지키는 단계인가요?”


“아니. 각인기 수준에서 그런 식의 활용은 무리다. 백람기가 되지 않는 한 수호 술식으로 지킬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야.”


예상과 다른 정혜스님의 답에 살짝 민망해졌지만, 내색하지 않고 이어지는 설명에 집중했다.


“그러니 호법의 단계는 육체를 넘어 정신을 지키는 것이다.”


“정신을··· 말인가요?”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신이 저주로부터 날 지키는 거라면 정신 저주도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저주 자체가 저주한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정신적 산물이지 않은가.


그러한 의문을 드러내자 정혜스님이 설명을 부연했다.


“물론 수신의 단계에서도 저급한 정신 저주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어. 육체와 정신은 서로 이어져 있으니까.”


“······.”


“하지만 그 형상이 정해진 육체와 달리 정신은 무상(無常)하니. 수신으로는 제대로 된 정신 계통 저주까지는 못 막을 거다. 정신과 육체는 서로 연동되어 있기도 하지만, 명백히 다른 영역이기도 하니까.”


무상(無常)이란 곧 끊임없이 변화함을 의미하니, 그러한 정신을 노리는 저주 또한 하나의 형태로 일정하지 않은 법.


‘수신’ 단계의 보문수호결은 육체의 항상성만 유지하는 식으로 작용하기에.


무수한 변주가 이뤄지는 정신 저주를 모두 막지는 못한다는 뜻이었다.


“아하. 그러면 호법의 단계로 넘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일단 보문수호결에 대해 잘 알아야겠지.”


정혜스님이 정좌(正坐)한 상태에서 합장(合掌)하며 말을 이었다.


“보문수호결은 보문시현(普門示現)의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께 힘을 빌려 수호의 공능을 발휘하는 주술이란다. 그런 보문시현의 특성 덕분에 특정한 천시나 지리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게 장점이지.”


보문시현이란 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중생의 근기(根機)에 알맞은 여러 형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중생이 처한 상황에 맞춰 알맞은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시간이나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다른 주술은 시간이나 공간에 얽매인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강시공도 대낮이나 보문사처럼 살기가 위축되는 곳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지. 저주사의 살도 보통은 음력 보름 때만 쓸 수 있었고.’


“물론 이곳처럼 관세음보살을 모신 사찰에서라면 주술의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지긴 하지만. 중요한 건 인화(人和). 사람이 행하는 주술적 형식 즉, 술식이란다.”


술식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삼업(三業)으로 나뉘는데.


자세와 동작, 수인(手印)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신업(身業).


진언, 낭송 등 입으로 행하는 구업(口業).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의지를 가리키는 의업(意業)이 있었다.


정혜스님은 그 삼업이 일치했을 때, 완전한 술식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보문수호결의 술식은 ‘금강정좌(金剛定坐)’와 ‘금강합장인(金剛合掌印)’,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제25품인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내 자세를 따라 하거라.”


나는 시범을 보인 정혜스님의 자세를 참고하며 가부좌를 틀고, 양 손바닥을 손가락끼리 엇갈리게 하여 붙였다.


어설프게 비슷한 자세만 취해도 심장에 새겨진 주인의 영향인지 자연스럽게 제대로 된 자세가 완성된다.


분명 처음 해보는 자세인데도 마치 이 자세로 몇 년을 지냈던 사람처럼 익숙함이 느낌.


‘오오···!’


신기한 기분으로 눈을 감으며 정혜스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금강이란 굳건한 믿음과 불퇴전(不退轉)의 용맹정진을 이름이라. 합장은 일심(一心)을 의미하니. 금강합장인은 한마음으로 정진(精進)함을 의미하노라.”


금강합장인은 정(停)적인 정좌(正坐)의 부족한 신업을 보조하기 위한 수인(手印)이며.


“정좌(定座)란 단순한 앉은 자세가 아니라 진언(眞言)을 염송(念誦)하며 선정(禪定)에 드는 걸 말하니, 정좌(正坐)한 상태에서 진언염송이 더해져야 비로소 금강정좌니라.”


금강정좌는 신업이면서 동시에 염송이 더해져 구업과 의업의 요소를 모두 내포한 자세라든가.


“이때의 진언은 법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이니. 내가 들려주는 말을 듣고 한 구절씩 따라 부르며 외우거라.”


염송하는 진언은 생(生)의 의지를 관세음보살과 연결하여 상위 존재로부터 수호의 힘을 빌려오기 위함이라는 등.


내가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 정혜스님의 설명을 들을 때마다 하나둘씩 머릿속에 연상되고 있었다.


‘어···? 내가 원래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나?’


···혹시 이것도 주인의 영향인 건가?


의아한 가운데, 정혜스님과 내가 번갈아 법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을 한 구절씩 염송하기 시작했다.


한글이 아니라 한문으로 된 버전이었다.


한데 신기하게도 한문으로 된 내용을 듣고 따라 하니까, 자연스레 그 뜻이 머릿속에서 번역되었다.


덕분에 보문수호결의 핵심이 되는 구결을 깨달았다.


“···아위여약설(我爲汝略設)

문명급견신(問名及見身)

심념불공과(心念不空過)

능멸제유고(能滅諸有苦)···.”


‘내가 너에게 간략하게 말하니, 그의 이름을 듣거나 몸을 보고, 마음에 생각하여 소중히 간직하면, 세상의 괴로움을 능히 소멸하리라.’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힘의 위력에 관해 설명하는 구절.


이다음 구절부터는 그에 대한 예시가 이어진다.


가령 누가 날 해치려 불구덩이에 떨어트려도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면 불구덩이는 연못으로 변하고.


바다에 떠내려가 용과 물고기, 귀신의 난(難)을 만나더라도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면 파도가 날 빠트리지 못하게 된다는 식으로.


게다가 그 예시 중에는 직접적으로 저주를 언급한 구절도 있었다.


“···주저제독약(呪詛諸毒藥)

소욕해신자(所慾害身者)

염피관음력(念彼觀音力)

환착어본인(還着於本人)···.”


‘혹 저주나 여러 독약으로,

내 몸을 해하려는 자가 있어도,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면,

도리어 그 사람에게 돌아가리라.’


한데 나는 왠지 그 구절보다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구절이 더 와닿았다.


“···혹우악나찰(惑遇惡那刹)

독룡제귀등(毒龍諸鬼等)

염피관음력(念彼觀音力)

시실불감해(時悉不敢害)···.”


‘혹 흉악한 나찰(羅刹)을 만나더라도,

독룡이나 여러 악귀를 만나더라도,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면,

그것들이 날 해치지 못하게 되리라.’


정확히는 위 구절 중 나찰이라는 이름에 마음이 이끌린 것이다.


정혜스님과 염송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와중에도 머리 한편에서는 나찰에 대한 상념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찰이란 본디 지옥의 귀신을 일컫는 말로 본래 ‘락샤사’을 음역한 단어이다.


흉악한 귀신의 모습으로도 나오지만 반대로 불법에 귀의한 호법신의 모습으로도 등장하는 존재이며.


‘락샤사’라는 이름부터가 ‘보호’를 의미하는 ‘락샤’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었기도 했다.


‘나찰이라···.’


불현듯 머릿속에서 떠오른 정보들 역시 하나 같이 내가 모르던 내용들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주입된 것처럼 생겨난 정보.


새로운 정보를 토대로 가지처럼 뻗어진 생각은 멈추지 않고 이어지며 하나의 결론을 향해 나아갔고.


‘강시는 지족의 지옥도를 걷는 존재이니까 강시공을 익힌 나는 어찌 보면 나찰이라고 여길 수 있어.’


‘보문수호결과 결합한 강시공은 ’호법(護法)‘의 단계를 지향하니, 불법에 귀의한 나찰을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고.’


‘그렇다면 강시공과 보문수호결이 합쳐진 주술의 이름은···.’


상념의 종착지는 주술의 이름이었다.


“···[보문나찰결(普門羅刹訣)].”


뇌리에 자연스레 떠오른 단어를 입에 담자.


두근!


심장에 크게 울렸다.


정확히는 심장에 새겨진 주인(呪印)이 자기 이름에 반응한 것이다.


내가 각인 중기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



그 시각.


보문사의 호지문 앞.


도현에게는 블랙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김호수 경감은 벽에 등을 기댄 채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혜스님의 가르침이 끝날 때까지 이 상태로 기다릴 생각이었다.


‘정혜 누님께 맡겼으니, 도현이가 자기 주술의 이름을 깨닫는 것도 시간문제겠군.’


우웅!


아니나 다를까.


보문사 안쪽에서 살기를 뒤흔드는 강렬한 파동이 퍼져나왔다.


'도현이가 각인 중기에 올랐구나!"


하지만 아직 각인 중기에 완전히 오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정혜스님의 실력은 그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안쪽에서 문제가 생길 우려는 거의 없었다.


문제는 바깥쪽에 있었다.


휘이이잉!


돌연 멀리서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음산한 살기가 담긴 음풍의 일종.


이는 악귀가 출현할 조짐이었다.


“왔는가.”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었다.


각인 중기에 이를 때, 주술사에게 새겨진 주인(呪印)은 술사가 이름을 깨닫는 동시에 광범위한 음(陰)의 파동을 발산하는데.


이러한 파동이 음(陰)에 속한 악귀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현이 퍼트린 파동은 유독 강력했기에 블랙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꺄하하하하하!!!


저 멀리서 들려온 귀곡성(鬼哭聲)과 함께 시꺼먼 살기의 응집체가 사람과 비슷한 형태를 이루며 날아온다.


강시로 치면 철강시와 동급인 유령(幽靈)이었다.


철강시가 자성을 얻듯 유령 역시 자성을 얻기에.


유령급의 귀신은 이전의 지박령(地縛靈) 신세에서 벗어나 지평좌표계를 고정한 채 부유하는 게 가능해진다.


그래도 지박령 때보다 행동 범위가 넓어질 뿐, 원한과 관련된 어딘가에 매여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지만, 예외가 있었다.


지금처럼 음의 파동에 접했을 때, 그 인력에 자성을 발휘하여 행동 범위를 넘어설 수 있게 되는 것.


즉, 음의 파동이 퍼진 범위 안에 있던 모든 유령이 지금 보문사를 향해 날아오는 상황이었다.


한데 블랙은 그런 유령들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저런 잡귀들은 보문사 안쪽에 들어가지도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좡- 좡- 좡-


예상대로.


보문사의 경계를 넘어서려던 유령들이 보문사의 삼보탱화진에 튕겨 나온다.


안 그래도 흐릿하던 살기의 형상은 더욱 희미해져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철퍽. 철퍽.


보문사 근처의 물웅덩이에서 혈강시와 동급인 수살귀(水殺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니까.


수면을 매개로 공간 이동이 가능한 수살귀는 유령과 달리 뻔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촤악-! 촤악-!


살기로 이뤄진 시커먼 물줄기가 손아귀의 형태로 변하더니 삼보탱화진의 결계를 두드린다.


물론 저 정도로 뚫릴 삼보탱화진이 아니지만, 삼보탱화진의 위력이 약해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흡!”


쿵! 파바바박!


블랙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두더지를 잡듯 물웅덩이에서 튀어나오는 수살귀들을 때려잡는다.


활기가 실린 주먹질과 발길질에 맥없이 터져나가는 수살귀였지만, 완전히 해치운 건 아니었다.


잠시 형체를 이룰 살기가 부족해졌을 뿐, 언제고 힘을 모으면 다시 멀쩡해질 수 있는 상태였으니까.


물론 수살귀의 근원까지 분쇄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았다.


그저 그럴 여유가 블랙에겐 없을 뿐이다.


-클클클! 이 음산한 파동. 새로운 저주가 깨어났구나! 이 몸의 귀병(鬼兵)을 벼리기 딱 좋은 재료로다.


음풍을 불러온 악귀(惡鬼)가 마침내 등장한 까닭이다.


저벅저벅.


한계 이상으로 밀집된 살기가 마침내 실체를 이뤄 귀신임에도 마치 산 사람처럼 걸음 소리를 내는 악귀.


주술사의 경지로 따지면 백람기에 해당하는 존재가 도현의 주술을 노리고 찾아왔다.


삼보탱화진 안에서도 문제없이 움직일 수 있는 강대한 존재였다.


터벅.


그러나 블랙은 자신보다 강력한 악귀의 앞을 망설임 없이 막아섰다.


“이곳은 지나가지 못한다.”


-끌! 감히 시체 따위가 이 몸의 앞길을 막는 것이냐!


악귀가 성질내며 살기를 응축한 흑철의 손톱을 휘둘러온다.


쫘악! 쫘악!


특공대 무장이 순식간에 찢기며 너덜너덜해진다.


육체 역시 상처가 난 건 마찬가지였지만, 혈강시 때부터 얻는 피의 재생력을 활용하며 끈질기게 버텼다.


‘크윽, 큭.’


하지만 재생할 때마다 피가 소모되는 만큼, 재생력도 무한하진 않았다.


게다가 악귀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살이나 다름없기에, 공격을 당할수록 체내의 살기가 불안정해지기까지.


다행히 지금이 음기가 짙은 새벽이고, 아까 전 이곳에서 죽어 나간 유령과 수살귀들의 살기를 방어막처럼 이용한 덕분에 아직까진 움직이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슬슬 그것도 한계였다.


-끈질긴 자식! 머리통을 뽑아주마!


악귀가 마무리하려는 듯 거대한 살기의 손아귀로 블랙의 머리를 거머쥔다.


'끝인가?'


죽음을 직감한 블랙이었으나.


악귀의 뒤쪽,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찬란한 은발을 발견하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웃어?


콰드득-


악귀의 손아귀가 블랙의 헬멧을 찌그러트리며 그의 머리까지 분쇄하려는 순간.


"멈춰."


이미르 팀장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그러나 뚜렷하게 울려 퍼졌고.


직후 모든 게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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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보문사(普門寺) +1 24.02.12 95 2 15쪽
10 흑철강시공(黑鐵僵尸功) +1 24.02.10 112 2 14쪽
9 재판(裁判) +1 24.02.09 107 2 15쪽
8 연암곡(燕巖谷) +1 24.02.08 127 3 14쪽
7 체포(逮捕) +1 24.02.07 130 3 14쪽
6 추격(追擊) +1 24.02.06 137 4 15쪽
5 추적(追跡) +2 24.02.05 156 4 13쪽
4 강시공(僵尸功) +1 24.02.05 174 5 13쪽
3 주술수사과(呪術搜査課) +1 24.02.05 223 5 13쪽
2 주술사(呪術師) +1 24.02.05 293 6 13쪽
1 살(煞) +2 24.02.05 401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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