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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느릴 님의 서재입니다.

주술수선전(呪術修仙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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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느릴
작품등록일 :
2024.02.05 09:35
최근연재일 :
2024.02.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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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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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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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주술수사과(呪術搜査課)

DUMMY

3화 – 주술수사과(呪術搜査課)




팀장이라는 호칭을 들은 남궁민이 과거를 그리는 듯 흐릿한 미소를 짓더니, 태도를 달리했다.


“날 기억하는 모양이니, 이야기가 빠르겠구나.”


먼저 그를 아는 체한 까닭인지, 격식을 내려놓고 예전처럼 날 부하의 아들로 편히 대하기 시작한 것.


“그래···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인데, 너도 주술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이제 진실을 알려주마.”


“진실이라··· 역시, 제가 알던 아버지의 사인은 단순한 심장 마비가 아니었던 거군요.”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김수호 경감을, 아니, 수호를 죽인 건··· 저주다. 우리가 쫓던 저주사가 날린 살(煞)에 당한 거였지.”


이미 확신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아버지의 상사로부터 확언까지 받고 나니, 저주사를 향한 분노가 다시금 들끓었다.


동시에 남궁민을 향한 원망도 생겼다.


“과장님은 놈이 저주를 쓴다는 걸 알고 있던 모양이네요. 그런데도 아버지에게 놈을 쫓도록 지시하신 겁니까?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


“그게 우리 팀의 임무였다. 수호도 자기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그랬겠죠. 아버지는 상대가 저주를 쓴다고 해서 두렵다고 피할 사람이 아니셨으니까. 근데 그렇다고 과장님의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손목에 걸린 염주를 내보이며 말을 이었다.


“저주를 쓸 걸 예상했다면 저에게 이 염주를 챙겨준 것처럼 아버지에게도 저주를 막을 방법을 마련하셨어야죠.”


원망 섞인 말에 남궁민 과장은 그저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나라고 왜 그러고 싶지 않았겠느냐. 그저 그때는, 정혜스님이 아직 주물(呪物)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을 뿐이다. 수호도 저주에 무방비한 상태로 놈을 쫓은 건 아니었고.”


“무방비한 상태가 아니었다고요?”


“네가 가진 염주 같은 수호 주물은 없었지만, 수호도 한 명의 주술사였으니까.”


아버지가 주술사였다고?


놀란 것도 잠시, 곧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저주에 당해 돌아가셨다는 사실 탓에 미처 연상하지 못했을 뿐.


주술 범죄를 담당하는 특수 부서에 속했다면, 아버지가 주술사인 게 더 자연스러웠으니까.


“정혜스님의 [보문수호결] 만큼 뛰어난 건 아니지만, 수호 역시 수호 계통의 주술을 익힌 각인기 주술사였다.”


“그런데 왜?”


냉정히 생각해 봤을 때, 남궁민 과장은 충분히 아버지가 저주사를 무사히 쫓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지시를 내렸을 터.


그런데 막상 돌아온 결과는 아버지의 죽음이었다는 건···


‘뭔가 변수가 생겼다는 건데.’


“운이 나빴다.”


“운이라고요?”


아버지의 죽음을 단순한 불운으로 치부하는 듯한 말에 울컥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을 듣자, 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했다.


“주술은 과학이 아니다. 똑같은 조건으로 주술을 시행해도 어떨 때는 성공하고, 어떨 때는 실패하는 불합리한 신비지.”


“······.”


“처음 주술을 접하기 시작하는 습식기(習式期)일 때는 외려 실패할 경우가 부지기수인 데다가. 주인(呪印)을 얻고 각인기(刻印期)에 이르러도, 그 성공률이 100%에 가까울 뿐, 실패할 확률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거든.”


“하, 그 희박한 실패 확률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거네요. 좋아요. 거기까진 저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 용납할 수 없는 점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저주사를 잡지 못한 겁니까? 주술 범죄를 담당한다는 부서에서 7년 넘게 한 놈을 못 잡은 게 말이 됩니까?”


“아, 그게 마음에 걸렸나 보군. 그건 오해라네. 사실 우리가 그동안 저주사를 체포하지 못한 건 아니야. 오히려 해마다 열 명이 넘는 범인을 잡았지.”


남궁민 과장도 변명할 말이 없지는 않다는 듯 곧바로 해명했다.


“···그 말은, 저주사 사건을 일으킨 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조직이라는 겁니까?”


“조직이라고 할 수는 없어. 사건의 배후로 추정되는 인물은 한 사람이 맞으니까. 나머지는 각인기조차 되지 못한 일반인이 부적을 손에 쥐었을 뿐인 놈들이고.”


살(煞)을 담은 부적을 음지에 뿌리는 주술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실제 살인을 저지르는 놈들은 그 방식만 저주로 달라졌을 뿐이지, 원래부터 살인을 저지를 놈들이란 뜻이고.


아마 남궁민 과장이 잡았다는 이들도 그런 놈들일 터였다.


하니, 진정으로 저주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잔가지에 불과한 놈들이 아닌 뿌리가 되는 배후를 잡아야 하는 법.


“그 배후가 누구죠?”


“그건 우리도 아직 못 찾았네. 그저 부적을 제작할 수 있으니, 각인 후기의 주술사라는 점만 짐작할 뿐이지.”


“각인 후기?”


대충 각인기 중에서도 높은 경지에 이른 이들을 일컫는 듯한데, 정작 그들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제대로 와닿지 않아서 중얼거리자.


"신체에 각인된 술식(術式), 주인(呪印)을 외물(外物)에 투영하여 일반인도 쓸 수 있게 주물화(呪物化)하는 경지가 각인 후기다."


남궁민 과장이 덧붙였다.


‘그러면 염주를 만든 정혜스님도 각인 후기라는 거네.’


아까 전 그가 한 말을 생각하면, 정혜스님이 각인 후기에 든 건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저주사의 배후는 그 이전부터 각인 후기였다는 뜻이니.


적어도 저주사의 배후가 정혜스님보다 뛰어난 주술사라고 판단해야 했다.


“···놈을 잡을 전력은 충분한 겁니까? 들어보니 쉽게 잡을 수 있는 상대는 아닌 것 같은데.”


7년 넘게 추적했는데도 못 잡았다는 사실에 남궁민과 그 휘하 팀의 능력이 의심되었다.


만약 놈을 찾아도 정작 제압할 힘이 없다면 문제였으니까.


아버지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힘없는 정의는 쉽게 꺾이기 마련이라고.


“걱정 말거라. 놈을 찾는 게 문제지, 찾기만 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니까.”


내가 제기한 의문에 남궁민 과장은 자신감 넘치는 눈으로 단언했다.


저 정도 반응이면 거짓말은 아니겠지.


“그건 다행이네요. 뒤는 안심하고 놈을 찾기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잖아요.”


저주사를 잡겠다는 의욕을 드러내자, 남궁민 과장의 눈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비쳤다.


“저주사를 잡는 건 우리 특수수사과, 아니 주술수사과에서 길게 보고 가야 할 과제다. 그러니 지금은 네 심장에 자리 잡은 살기(煞氣)를 [강시공]으로 다스리는 걸 우선시하거라.”


섣불리 저주사의 배후를 쫓다가 해를 당할 것을 걱정했는지, 정혜스님이 날 이곳으로 보낸 이유인 강시공으로 화제를 돌리는 남궁민 과장.


그가 걱정하는 바를 알기에 나도 굳이 여기서 억지를 부리지 않고 그의 말에 맞춰주었다.


“아, 그러고 보니 [강시공]은 과장님이 가르쳐주시는 건가요?”


“아니. 너를 가르칠 사람은 따로 있다.”


탁.


남궁민 과장이 아까 책상에 내려놓은 서류에 도장을 찍고, 그 서류를 건넸다.


“현 시간부로 자네는 주술수사과의 일원이네. 서류에 적힌 장소로 가면 자네를 가르칠 다른 팀원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곳으로 가보게.”


좀 더 격식을 차린 말투로 내린 지시.


서류는 내 소속을 남궁민 과장 휘하로 바꾸는 전속명령서였고, 거기에는 주술수사과의 사무실 위치가 적혀 있었다.


“충성!”


이제는 정말 직속 상사가 된 남궁민 과장에게 경례한 후, 그의 지시대로 서류에 적힌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문 바깥에서 기다리던 신혜와 함께였다.



***



신혜가 앞장서서 안내해 준 덕분에, 금방 주술수사과의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만약 혼자였다면 찾기가 쉽지는 않을 뻔했다.


“여기가··· 사무실이라고?”


주술이라는 기밀을 담당하는 까닭인지, 복도 구석의 창고 같은 작은 방에 문패도 없이 방치된 사무실의 모습이 매우 허름해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간 자체에서 어딘가 불쾌한 기분까지 느껴지는 탓에, 섣불리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그··· 들어가도 되는 건가?”


절로 머뭇거리게 되는 기이한 거부감에 다시 한번 신혜를 바라보며 확인했지만.


“여기 맞아요.”


신혜는 내가 느끼는 거부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아무렇지 않게 긍정할 뿐이었다.


그러다 쉽게 문을 열지 못하는 날 보고는 무언가 떠올렸는지 말을 덧붙였다.


“아, ‘사람 물리기’ 주술 때문에 무의식적인 거부감을 느끼셨구나? 그거 그냥 무시하고 들어가시면 돼요.”


“그런 건 진즉 말해라.”


내가 느낀 거부감이 주술 때문이란 걸 알자마자, 이전까지 망설였던 게 무색할 만큼 당당한 태도로 벌컥 문을 열었다.


그리고 사무실 안으로 발을 들이려는데, 신혜가 갑자기 작별 인사를 꺼냈다.


“참, 전 아직 여기 들어갈 자격이 안 돼서, 이만 가볼게요.”


“뭐?”


“선배라면 좋은 주술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잘 해봐요.”


갑자기 이렇게 가버린다고?


유유히 떠나가는 신혜의 모습에 순간 당황했다.


날 주술의 세계로 끌어들일 계획을 함께할 정도면 신혜도 주술수사과 소속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라서다.


혼자서 주술사라는 이들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마치 처음 경찰청에 배속되었을 때처럼 긴장이 되었지만.


동시에 그와 비등한 크기의 설렘도 함께 느꼈다.


이곳에서 곧 주술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될 테니까.


‘그래. 망설일 게 뭐 있냐? 가자.’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실례합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정반대의 인상인 두 사람이 각자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 명은 아이돌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화려한 은발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청년이었다.


‘외국인인가? 혼혈?’


대충 속으로 은발의 청년에게 ‘실버’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다른 한 명을 살폈다.


다른 한 명은 총기를 제외한 경찰특공대 복장으로 완전 무장한 상태였다.


‘체격을 봐서는 남자인 건 알겠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맣게 뒤덮여 맨살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 뭔가 개별적인 특징을 잡아내기 어려웠다.


굳이 한 가지 특징을 말하자면 외모가 아닌, 냄새가 유별났다.


‘···마른 흙냄새.’


딱히 흙먼지를 묻히고 다니는 것 같지도 않은데 텁텁한 흙냄새를 풍기는 남자였다.


특공대원으로 보이는 그에게는 ‘블랙’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앞으로 동료가 될 이들에 대한 첫인상 파악을 마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 이번에 새로 이곳에 배속된 김도현 경위입니다.”


먼저 자기 소개하자,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던 실버가 이쪽을 슬쩍 흘겨보더니.


무언가 흥미로운 걸 본다는 눈으로 입꼬리를 뒤틀었다.


“뭐냐? 너.”


반말?


“죽은 놈도 아닌데 심장에 살기(煞氣)를 품고 있어? 아하, 정혜의 주술로 생사의 균형을 맞췄나. 하지만 그래봐야 임시방편일 텐데?”


처음에는 어린 녀석이 다짜고짜 반말을 내뱉는 게 불쾌했지만, 이어지는 말을 듣고 나니 녀석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실버의 말은 현재 내 상태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으니까.


“여기로 온 걸 보면, 살기를 연화할 [강시공]이 필요한 모양이지?”


정확히 내 용건을 파악하기까지?


“맞습니다.”


단순히 어린놈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상대라고 판단했기에 존대를 붙였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실버를 선배로 대우하기로 한 거였다.


“강시공은 지족(地族)의 무공(武功)이니, 나 말고 저기 저 아저씨한테 배워. 어차피 나도 곧 등교할 시간이라 딱히 널 신경 쓸 시간은 없을 테니까.”


실버가 블랙을 가리키고는 재킷을 걸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이셔츠와 바지만 봐서는 몰랐지만, 재킷까지 걸치니 실버의 옷은 영락없는 교복이었다.


‘고등학생?!’


동안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학생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경악한 눈으로 실버가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블랙의 앞으로 다가갔다.


“강시공을 배우겠다고.”


내가 가까이 가자, 목을 긁는 듯한 탁한 목소리로 블랙이 말했다.


“예.”


“따라와.”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다는 듯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블랙이 날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저, 어디로 가는 겁니까?”


“······.”


대답이 없다.


시체인 듯했다.


질문을 불허하는 싸늘한 침묵에 나는 잠자코 그가 가자는 곳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그때의 나는 전혀 상상치도 못하고 있었다.


설마 이때 장난스레 떠올린 생각처럼 블랙이 정말 살아 움직이는 시체, 강시(僵尸)일 거라고는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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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흑철강시공(黑鐵僵尸功) +1 24.02.10 105 2 14쪽
9 재판(裁判) +1 24.02.09 104 2 15쪽
8 연암곡(燕巖谷) +1 24.02.08 121 3 14쪽
7 체포(逮捕) +1 24.02.07 122 3 14쪽
6 추격(追擊) +1 24.02.06 132 4 15쪽
5 추적(追跡) +2 24.02.05 152 4 13쪽
4 강시공(僵尸功) +1 24.02.05 168 5 13쪽
» 주술수사과(呪術搜査課) +1 24.02.05 216 5 13쪽
2 주술사(呪術師) +1 24.02.05 280 6 13쪽
1 살(煞) +2 24.02.05 384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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