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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느릴 님의 서재입니다.

주술수선전(呪術修仙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별거느릴
작품등록일 :
2024.02.05 09:35
최근연재일 :
2024.02.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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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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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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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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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흑철강시공(黑鐵僵尸功)

DUMMY

10화 – 흑철강시공(黑鐵僵尸功)




사실, 비경이 아니었다면 춘식이의 저주에 이렇게까지 멀쩡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창귀로 거듭난 춘식이가 다루는 살기의 양은 보문수호결의 수호 술식을 무너트리고도 남을 정도였으니까.


다만 이곳이 비경이라는 점이 다른 결과를 불렀다.


비경의 지살기로 인해 강시공의 수준이 올라간 만큼, 강시공과 합쳐진 보문수호결의 수준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한 번만 막을 수 있다면 그 뒤는 쉽지.’


가슴에 박힌 살기의 칼날에 담긴 살의는 보문수호결로 막고.


그렇게 무력화된 춘식이의 살기를 묵혈강시공으로 연화한다.


-끄아아아!


살기가 쪽쪽 빨린 춘식이로부터 비명이 들린 느낌이었지만, 가볍게 무시하며 살기를 연화하는 데 집중했다.


투둑- 투둑-


피에 수용할 수 있는 양을 단숨에 가득 채우고.


드드드드···!


수용 한계치를 넘어선 초과분의 살기는 자연스레 뼈와 근육, 피부로 스며든다.


묵혈강시공의 다음 단계인 흑철강시공이었다.


다리에만 변화가 일었던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전신의 근골격과 피부가 흑철로 변화한다.


‘크으으···.’


그렇게 전신으로 살기를 퍼트렸는데도, 가슴에 박힌 살기의 칼날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흑철강시공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살기 수용량을 전부 채운 후에도 여전히 절반 이상 남은 칼날.


여기서 살기의 연화를 멈출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몸 안에 품을 수 없으면 몸 바깥에 쌓으면 될 뿐이야.’


다행히 흑철강시공을 얻으면서 살기가 슬슬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 덕분에 생각을 현실로 바꿀 방법도 있었다.


도산지옥의 형벌을 떠올린다.


흑철을 이룬 살기가 무수한 칼날의 형태로 조형되던 순간을.


‘내 강시공은 보문수호결과 합쳐진 만큼 방어에 특화되어 있어.’


두 번의 경험이 그러한 생각에 확신을 부여했다.


생전의 박정태가 쏜 살이 아무렇지 않게 막힌 건 물론이고.


지금 창귀가 되어서 더 강해진 춘식이의 살조차 내게 해를 끼치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칼날이 아니라 방어에 특화된 형태로···.’


문득 연암곡주가 말했던 나와 블랙의 유사성도 떠올랐다.


내 살기가 블랙과 닮았다고 했던가.


시선을 돌려 블랙을 직시했다.


정확히는 그가 착용한 특공대 무장을.


그 형태를 선명하게 뇌리에 떠올린 채 눈을 감았다.


스멀스멀···


그 상태에서 가슴에 박힌 춘식이의 칼날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살기의 연화를 속행했다.


전신의 모공을 통해 체내 수용량을 초과한 살기가 묵혈의 상태로 진득하게 흘러나온다.


온몸이 액화된 살기로 흠뻑 젖으며 축축한 느낌이 들었지만 최대한 무시하며 뇌리의 특공대 무장 이미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집중했다.


스르륵.


점액처럼 몸을 뒤덮은 묵혈이 머릿속에 떠올린 이미지대로 특공대 무장의 형태로 변화하는 게 느껴진다.


머릿속의 이미지와 살기의 형태가 완전히 일치한 순간.


촤르르륵!


묵혈은 단숨에 흑철로 응고되며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살기로 이루어진 만큼 무게도 없고, 일반인에겐 보이지도 않는 주술적 갑옷.


흑철무장(黑鐵武裝)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기연(機緣)이었다.



***



하나,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눈을 뜨자 블랙이 연암곡주의 멱살을 붙잡고 내가 저주받은 사실에 대해 항의하고 있었다.


“연암곡주! 어째서 창귀의 살을 막지 않은 겁니까! 당신이라면 얼마든지 살을 쏘기 전에 막을 수 있었을 텐데요.”


“너무 예민하게 굴진 말어. 별로 위험하지도 않았는디, 뭐가 그리 유난이여. 게다가 살을 맞은 덕분에 니 아(兒)도 좋은 결과를 얻은 거 아녀.”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멀쩡하게 살아있는디? 그리고 안 위험했단 건 니도 잘 알잖어.”


위험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해진 나를 가리키며 태연하게 대답하는 연암곡주.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겠다는 겁니까? 결과가 좋으니까?”


“그럼 뭘 더 바랴? 니 아가 내 창귀 놈의 살기를 쪽쪽 빨아가도 내버려 둔 것만으론 부족했던 기여? 저래 살기를 다 뺏긴 놈을 재생할라믄 나도 손해여.”


연암곡주가 지살기를 손아귀에 뭉쳐 박정태의 형태로 만들며 엄살을 부렸다.


그러자 내게 살기를 전부 빼앗기며 소멸했다고 생각했던 춘식이가 새로운 몸으로 되살아났다.


“흐억! 너!”


자기가 또 한 번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나를 노려보던 춘식이.


퍼석!


놈의 뒤통수로 연암곡주의 앞발이 작렬했다.


“춘식아. 니 미쳤냐? 어딜 멋대로 손님한테 살을 날리고 지랄이여.”


“죄, 죄송합니다!”


머리가 분쇄됐다가 다시 재생되고 나서야 자신의 처지를 떠올린 춘식이가 연암곡주에게 굽신거린다.


저놈은 저렇게 될 줄 모르고 나한테 살부터 날린 건가?


뒤는 생각하지 않고 감정만 앞서는 놈이었네.


아니, 그런 놈이라 주술에는 더 재능이 있던 걸지도.


춘식이를 훈계한 연암곡주가 블랙의 눈치를 살피더니 나를 바라본다.


“암튼 니한테는 미안했구만. 내가 궁금한 건 못 참아서 말이여.”


이어지는 사과의 말.


시선을 마주하며 몸이 굳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압박감이 덜했다.


물론 나아진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입을 열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뭐가··· 궁금했다는 거죠?”


“니가 가진 주술 말이여. 딱 보니께 쓸만해 보여서. 한번 봐 둘라 캤지.”


“만약 제가 못 막고 죽었으면 어떻게 되는 거였습니까?”


“그럴 거 같았으면, 그 전에 내가 막았겄지?”


결국, 춘식이가 살을 날리는 걸 막을 수 있었지만, 별로 안 위험할 것 같아서 안 막았다는 거네.


뭐, 나한테도 결과가 나쁘진 않아서 더 따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과는 만족하셨습니까?”


“이이. 좋은 걸 보여줬으니 나도 조언 하나 하겠는디, 당분간 살기를 연화하는 건 그만하는 게 좋을 기여.”


선심 쓴다는 듯 연암곡주가 던진 조언에 나는 블랙을 바라보았다.


그도 연암곡주와 같은 의견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니는 이미 각인 중기로 올라갈 준비가 끝났으니께. 당장은 주술 이름을 깨우치는 게 급선무여.”


“곡주님의 조언을 잘 새겨듣거라. 높은 경지에 오른 존재가 하는 말에는 허튼 말이 없으니까.”


연암곡주에 이어 블랙까지 같은 말을 하니, 그러는 게 맞겠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려. 일 봤다. 이름을 깨달으면 내가 사죄의 의미로다가 선물을 줄 테니 한번 찾아오라고.”


조언은 그저 내 주술을 본 대가고 사과의 선물이 따로 있다는 말에 연암곡주에 대한 평가가 좋은 쪽으로 기울었다.


당장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말하는 어조를 보면 지금은 내가 그 선물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느낌이라 미련을 갖진 않았다.


아마 각인 중기는 되어야 연암곡주의 선물을 받을 자격이 충족되는 거겠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앞으로 박정태, 아니 춘식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난 되살아난 창귀 춘식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대답한 것은 블랙이었다.


“연암곡주께서 귀천(歸泉)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연암곡의 간수로서 연암곡주를 보필하게 될 거다.”


“수감 기한이 끝나도 말입니까?”


“수감 기한은 생자에게만 적용되는 법이다.”


“그럼, 이곳에서 죽은 죄인들도···?”


“모두 창귀가 되거나 창귀 휘하의 귀신이 되었지. 창귀 아래 들어간 귀신도 그 창귀가 상위 단계로 진화하면 하위의 창귀로 거듭날 테니, 결과적으론 모두 창귀가 될 거다.”


연암곡에 수감된 수감자들의 말로(末路)는 결국 창귀라는 소리였다.


난 이참에 창귀에 관해 물었다.


연암곡주에게 절대복종하고 죽지도 않고, ‘굴각’이라 불리는 단계에선 열 명까지 귀신을 부릴 수 있다는 점 말고는 잘 몰랐으니까.


“창귀가 정확히 뭡니까? 들어보니 그냥 귀신이랑은 약간 다른 것 같은데.”


“호환(虎患)을 당한 자가 귀신이 되어 호랑이에게 부려지는 걸 창귀라 한다.”


죽어서까지 호랑이의 노예가 된 채 부려지는 존재라.


“뭐, 살인자들에게는 적당한 결말이군요.”


“궁금한 게 더 없으면, 그만 돌아가지.”


박정태의 이송도 마쳤으니, 이곳에 더 볼일이 없긴 했다.


연암곡주를 향해 간단히 인사하고, 블랙과 함께 마을을 빠져나갔다.



***



잠시 후. 연암곡 출구와 이어지는 동굴이 자리한 절벽.


내려올 때도 쉽지는 않았지만 올라가려니 더 난관이었다.


어떻게 가야 할지 의문을 담아 블랙을 바라보자.


그는 나를 데리고 절벽에서 멀찍이 떨어지더니.


“달려라. 그 추진력으로 동굴까지 단숨에 올라간다.”


절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다다···


동굴에서 절벽을 내려올 때와 반대로 땅에서부터 달려 절벽을 달려 올라가는 블랙.


나도 엉겁결에 뛰기 시작하여 그 뒤를 따랐지만, 절벽을 밟아 오르기 시작한 순간 직감했다.


‘모자라! 이대로면 동굴까지 절대 못 올라간다.’


아니나 다를까.


동굴까지 3미터쯤 남기고 멈춰 선 몸.


그나마 이것도 강시공이 흑철까지 진화한 덕분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제 곧 추락하겠구나 싶은 그때.


이미 동굴에 올라선 블랙이 손을 뻗었다.


절대 닿지 않는 거리였는데.


우웅!


마치 우리 사이에 자성(磁性)이 생겨난 것처럼 인력이 발생했다.


붕- 떠오른 몸이 블랙이 뻗은 손에 잡혀 동굴로 끌어당겨진다.


“방금 그건···?”


“철강시가 되면 얻게 되는 자성이다. 네 강시공이 흑철에 이른 덕분에 널 대상으로 인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


흑철로 변화한 살기는 금(金)의 성질을 띠게 되어 자성을 갖게 된다는 블랙의 설명이었다.


문득 떠오른 의문을 입에 담았다.


“만약 제가 흑철강시공을 얻지 못했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었습니까?”


“그때는 내가 널 붙잡고 동굴로 올라왔겠지.”


“아.”


흑철강시공을 얻은 지금도 아직 따라잡지 못한 블랙의 신체 능력을 생각하면 그 정도야 어렵지 않겠지.


터벅터벅.


출구와 이어진 동굴을 걸으며 나는 연암곡주의 앞에선 묻지 못했던 질문을 내뱉었다.


“그런데 연암곡주 말인데. 역시 사람이 아니라 호랑이인 겁니까.”


창귀가 호랑이의 노예라면, 창귀의 주인인 연암곡주는 호랑이라는 말이니까.


“그래, 지족의 축생도(畜生道)를 걷는 어르신 중 한 분이시다. 지옥도(地獄道)의 강시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경지에 오르신 입지전적인 분이지.”


“축생도? 지옥도?”


지옥도니, 축생도니 하는 말 자체는 나도 대충 들어본 적 있었다.


불교의 육도윤회(六道輪廻).


거기에 나오는 육도가 바로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수라도, 인간도, 천상도였으니까.


“제가 아는 불교의 육도윤회입니까?”


확인 삼아 슬쩍 말을 꺼내자, 블랙이 말을 이었다.


“그래, 지족(地族)은 육도를 걷는 인외(人外)의 존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지옥도에 속한 강시와 귀신, 아귀도의 아귀(餓鬼), 축생도의 요수(妖獸), 수라도의 수라(修羅) 같은 이들을 모두 지족이라 부르는 것이지.”


“인간도와 천상도가 빠졌는데요?”


“사실 순수하게 지족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아수라가 끝이거든. 인간도나 천상도까지 올라선 지족은 인간이나 천족(天族)과 다르지 않으니까.”


천족이란 말을 듣자, 문득 비경에 들어오기 직전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도 블랙이 천족이란 말을 했었지.


연암곡은 천족의 비경이 아니라 지족의 비경이라 들어올 수 있다는 식으로.


“인간은 대충 알겠는데, 천족은 또 뭐죠?”


“넓게는 천상(天上)의 존재를 일컫는 말이지만, 보통은 천인(天人), 혹은 신선(神仙)을 말한다.”


“그럼, 이미르 팀장도?”


이미르도 천족이냐는 물음에 블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팀장은 인간이다. 정확히는 천족의 피가 섞인 명가(名家) 출신의 인간이지. 신선의 후예를 자처하는 만큼 천족이라 불러주긴 하지만, 그래봐야 천상의 진짜 천족과 비교하면 손색이 많지.”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이미르 팀장 같은 명가 출신의 주술사는 천족 호소인이고, 진짜 천족은 따로 있다는 말이네.


뭔가 이미르 팀장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하찮아졌지만.


이런 건 한쪽 말만 듣기보다는 상대 쪽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 법.


‘나중에 한번 이미르 팀장 의견도 들어봐야겠네.’


“···아무튼, 너도 주술사가 된 이상, 천족과 지족을 자주 접하게 될 테니 대충 이렇게만 알아두면 된다.”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동굴의 끝에 도착한 건 금방이었다.


스윽.


비경의 경계를 넘어서자 확 옅어진 지살기의 농도에 기분이 착 가라앉는 걸 느꼈다.


“아······.”


충만한 지살기의 영향으로 부풀었던 체내의 살기가 원상태로 돌아가며 신체 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살기로 이루어진 흑철무장도 흩어지며 체내로 스며든 상황.


만약 흑철무장이 아니었다면 흑철강시공이 다시 묵혈강시공으로 하락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차이였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블랙이 더 심할 터였다.


후우···.


잠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겸 가만히 서서 휴식을 취했다.


쉬는 김에 시간을 확인해 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


손목시계와 스마트폰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이 달랐다.


손목시계로는 비경에 들어가기 전에서 한 시간 정도 지났다고 나오는데.


스마트폰이 기지국 정보와 동기화된 시간은 삼십 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뜬 것이다.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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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보문사(普門寺) +1 24.02.12 89 2 15쪽
» 흑철강시공(黑鐵僵尸功) +1 24.02.10 106 2 14쪽
9 재판(裁判) +1 24.02.09 104 2 15쪽
8 연암곡(燕巖谷) +1 24.02.08 121 3 14쪽
7 체포(逮捕) +1 24.02.07 122 3 14쪽
6 추격(追擊) +1 24.02.06 132 4 15쪽
5 추적(追跡) +2 24.02.05 152 4 13쪽
4 강시공(僵尸功) +1 24.02.05 168 5 13쪽
3 주술수사과(呪術搜査課) +1 24.02.05 216 5 13쪽
2 주술사(呪術師) +1 24.02.05 280 6 13쪽
1 살(煞) +2 24.02.05 384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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