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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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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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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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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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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4.1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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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글자
10쪽

132. 질문質問

DUMMY

“저쪽은 벌써 끝났군요.”

수호법이 마당 가장자리에서 싸우고 있던 황연송과 특이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호법의 얘기대로 땅바닥에 황연송이 길게 누워 있었는데 목과 몸이 분리되어 있었고 목에서 피분수가 솟구치고 있었다. 특이호는 아직도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황연송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 특일호와 동료들의 원혼을 위로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먼저 질문할까요 아니면 먼저?”

“먼저 하시오.”

묵진휘가 수호법 먼저 질문하라고 대답한다.

“그럼, 먼저 질문하지요. 그대는 이황야 사람인가요?”

“소속은 아니오.”

“호오~ 소속은 아니지만 관계는 있다는 말씀이군요. 좋아요. 이제 당신 차례군요.”

“당신들 조직 이름이 회會인가?”

동창 비밀장부에서 조부의 이름 옆에 있던 글자가 회會였기에 물은 것이다. 묵진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생각했기에 확인하려는 것이다.

“회會인 것은 맞소. 하하. 대답은 예, 아니오 로만 하기로 했기 때문에 무슨 회인지는 가르쳐 드리지 않겠소. 하하”

수호법의 대답으로 묵진휘는 이들이 바로 그들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물론 수호법의 말대로 무슨 회인지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했기에 만에 하나 다른 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이들이 바로 그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두 번째 질문을 하겠소. 당신이 노을 빛 강기를 사용하시오?”

“아니오”

묵진휘의 대답에 수호법이 고개를 갸웃했다. 수호법도 당연히 태상호법으로부터 묵빛 강기와 노을빛 강기를 사용하는 젊은 고수를 조심하란 말을 들었다. 그래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물은 것이다. 그런데 상대는 아니라고 한다. 상대가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다. 그럼 묵빛 강기를 사용하는 인물인가? 그도 아니면 제삼자란 말인가?

“붉은 빛 강기를 사용하는 사람을 아시오?”

묵진휘가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사실 묵진휘는 더 묻고 싶은 것이 거의 없었다. 이 놈들이 바로 그 놈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가 강기 색깔을 물어왔다. 그러자 갑자기 스승에게서 들은 강기 색깔에 대한 얘기가 떠올랐다. 노을 빛과 푸른 빛 강기는 친구이고 붉은 강기는 조심하라고.

“아오.”

묵진휘의 물음에 잠시 대답을 주저하던 수호법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도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수호법의 대답에 묵진휘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수호법은 붉은 빛 강기를 사용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답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 붉은 빛 강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수호법 자신일 수도 있다. 결국 이 놈들은 스승님과도 관계가 있는 놈들인 것이다.

묵진휘의 질문을 통해 수호법도 묵진휘가 묵빛 강기를 사용하는 젊은 고수이거나 적어도 그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수호법의 짐작이 맞은 것이다.

서로에게 마지막 질문 하나씩이 남았다. 수호법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자신의 짐작이 맞는 듯 했기 때문에 오히려 물을게 없었다. 아니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예, 아니오 로만 답할 수 있는 적절한 질문이 쉽지 않았다. 그 점은 묵진휘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마지막 질문은 다음에 하는 것이 어떻겠소? 우리는 어차피 다시 만날 사이 같으니 말이오. 하하”

수호법이 짐짓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고 묵진휘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법은 사실 호승심好勝心이 큰 사람이었다. 강자라면 반드시 손속을 겨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었다. 비록 목호법이 있지만 둘이 합공을 한다고 해서 눈 앞의 젊은이를 반드시 제압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웠고, 더욱이 묵빛 강기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이상 굳이 무리하게 싸움을 전개할 필요도 없었다. 오늘 잃어버린 전력은 회로 본다면 감수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수호법은 호승심 만큼이나 자제력도 뛰어난 사람이었다.

묵진휘는 갈등했다. 이들은 조부와 부모의 원수다. 아마 백에 아흔아홉 그럴 것이다. 부모의 원수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다. 하늘을 함께 이고 살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물러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직 특이호가 옆에 있었고 남궁이현 일행도 아직 산을 내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놈들이 조부의 원수라는 마지막 일푼마저도 정확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군자君子의 복수는 십 년도 길지 않다 했다. 묵진휘가 한 호흡 깊은 숨을 들이켰다.

“다음에 만나면 그냥 헤어지긴 어려울 것이오.”

“그러리라 짐작하오. 그땐 그대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하하.”

말을 마치자마자 수호법이 나타날 때와 같이 은밀하면서도 신속하게 숲 속으로 몸을 날렸고, 이미 마당에는 공전주 등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서홍과 특이호가 산에서 있었던 일을 공녀에게 전해주었고 공녀가 모두에게 수고했다 말한다.

“아닙니다. 밤이 깊었는데 아직 주무시지 못하셨군요.”

이제 곧 있으면 날이 밝아 올 때였다. 묵진휘는 공녀의 건강을 염려했다. 자신 등은 무인이다. 몇 일 잠을 못 자는 것 정도는 견딜 수 있다. 특히 묵진휘는 잠을 자지 않고 약간의 명상만으로 심신의 피로 정도는 털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공녀는 아니었다. 잠만한 보약이 없다. 즉, 잠을 못자면 건강을 상하기 쉬운 것이다.

“조금 있으면 날이 밝아 올 것입니다. 일어나야 할 시간입니다.”

묵진휘의 걱정을 공녀가 느낀다. 왠지 잠을 자지 않은 피로가 한꺼번에 날아가버리는 기분이다. 상쾌하고 청량했다. 그 기분이 웃음으로 피어났다.

“무림맹 분들의 상태는 어떠신지요?”

공녀가 서홍에게 묻는다.

“무림맹 정부지부에 상주하는 의원이 있고 의료전이 있습니다. 독에 중독된 친구의 상태가 가장 나빴었는데 해독제를 먹곤 호흡과 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합니다. 곧 깨어날 것이란 의원의 말이었습니다. 나머지 화살을 맞은 분들은 크게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상처만 도지지 않으면.”

서홍이 무림맹 정부지부에 들렀다 왔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을 공녀에게 말할 수 있었다.

“이제 흉수들의 정체가 밝혀진 셈이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아직 몇 가지 확인할 것이 남아있습니다.”

공녀의 물음에 묵진휘가 신중하게 답한다. 짐작이 맞아 들어가는 과정일 뿐 아직 최종적으로 모든 것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흉수의 수괴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다. 또한 스승님과 연관되는 문제도 있다. 붉은 강기의 주인공. 확인할 것이 많았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난데 없이 특이호가 묵진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묵대협이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비살문의 원수를 일부나마 갚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형님도 편히 눈을 감으실 것입니다.”

“내게 인사할 필요 없소. 그건 구형이 직접 하신 일이오.”

묵진휘가 특이호의 인사를 사양한다. 특이호의 이름이 구은평이었고, 구은평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특일호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닙니다. 공녀님과 묵대협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서대협과 냉보모께도 아울러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일로 느낀 것이 많습니다. 사람 목숨이 더 할 수 없이 소중하고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한편으론 지난날의 업보를 어떻게 속죄할 수 있을 지 괴로울 뿐입니다. 그런 의미로 공녀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다른 속죄의 방법도 많겠지만 공녀님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도 큰 속죄의 방법임을 알겠습니다. 또 그나마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곁에서 공녀님을 지킬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공녀님께서 불편하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이호 구은평이 인사와 더불어 공녀 호위무사가 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고 공녀의 허락을 구했다.

“아닙니다. 저를 지키는 것보다 세상을 위해 하실 일이 더 많을 것입니다. 더 크고 의미 있는 일을 하십시오.”

공녀가 사양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공녀의 심성이 그러할 뿐이었다.

“아닙니다. 제발 허락해주십시오. 소노를 대신할 수 없지만 제게는 공녀님을 모시는 것이 숙명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불편하시지 않으실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녀님을 지키게 해 주십시오.”

구은평이 거듭 허락을 요청한다. 간곡하다. 살수 특유의 은신과 잠입술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녀를 지키겠다는 얘기였다.

“허락해주십시오. 구대협이 지켜준다면 저도 마음이 든든할 것입니다.”

냉보모가 공녀의 허락을 청했다. 살수 구은평을 구대협이라고 부르기까지 하면서.

구은평은 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이 언제 대협으로 불려봤던가?

“그렇게 하시지요.”

묵진휘까지 청하고 나선다.

“제가 귀찮으신가 봐요?”

“아니, 그게 아니고···”

“호호호”

공녀의 난데 없는 농담에 묵진휘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급하게 손사래를 쳤고 냉보모가 호호거리고 웃는다.

“자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네.”

서홍까지 묵진휘를 놀리자 모두는 다시 한번 크게 웃을 뿐이었다.

특이호 구은평은 이렇게 웃어본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을 더듬었다. 그런데 기억할 수 없었다. 아마 웃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

마침내 공녀의 허락이 떨어졌다.

“감사합니다.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끝까지 공녀님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구은평이 크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너무 열심히 하시지 마십시오. 당연히 목숨까지 바치시지도 마시구요.”

공녀의 말에 냉보모가 피식 웃었다. 공녀의 농담이 점점 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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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59. 긴장緊張 +3 17.06.13 2,490 44 10쪽
159 158. 경악驚愕 +3 17.06.11 2,439 46 9쪽
158 157. 궁즉통窮則通 +3 17.06.09 2,463 47 9쪽
157 156. 청해의 먹구름 +3 17.06.07 2,552 41 10쪽
156 155. 낙수落水 +3 17.06.04 2,461 48 10쪽
155 154. 불안不安 +3 17.06.02 2,403 47 10쪽
154 153. 후퇴後退 +3 17.05.31 2,617 47 10쪽
153 152. 적대강狄大江의 단서 +3 17.05.28 2,708 47 10쪽
152 151. 속수무책束手無策 +3 17.05.27 2,617 43 10쪽
151 150. 글씨 +3 17.05.25 2,646 48 11쪽
150 149. 열린 문 +3 17.05.22 2,510 45 10쪽
149 148. 사각 열쇠 +3 17.05.20 2,441 47 10쪽
148 147. 압박壓迫 +2 17.05.18 2,461 45 10쪽
147 146. 수색搜索 +3 17.05.16 2,449 47 10쪽
146 145. 백사일생百死一生 +3 17.05.13 2,689 49 10쪽
145 144. 무림맹과 마교 +3 17.05.11 2,604 47 10쪽
144 143. 소용돌이 +3 17.05.10 2,594 43 10쪽
143 142. 버섯구름 +5 17.05.09 2,586 51 10쪽
142 141. 화약火藥 +5 17.05.06 2,593 48 11쪽
141 140. 공동의 적敵 +3 17.05.04 2,622 49 10쪽
140 139. 오의붕경五衣朋競 +4 17.05.02 2,580 46 11쪽
139 138. 굴갱대호堀坑大虎 +3 17.04.30 2,634 49 10쪽
138 137. 재연再演 +2 17.04.28 2,592 48 10쪽
137 136. 공세攻勢 +2 17.04.26 2,700 50 9쪽
136 135. 진노震怒 +2 17.04.23 2,710 49 9쪽
135 134. 모순矛盾 +2 17.04.20 3,073 49 10쪽
134 133. 마교魔敎 +2 17.04.18 2,884 46 11쪽
» 132. 질문質問 +2 17.04.15 2,828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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